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8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86화
래쉬의 머리통을 작살낸 직후.
세이비어는 불안해하는 어조로 건우에게 말했다.
-뒤의 일은 생각하고 저지른 거냐?
‘아, 새끼. 승질나게 하는데 앞뒤 잴 때예요?
-……
세이비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F급 짐꾼 생활부터 건방진 놈,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불리는 데는 과연 그 이유가 있었다.
최건우란 인간은 누군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한테 불한당 짓을 저지른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을 벌려놓는 성격이었다.
“너 이 새끼!! 죽으려고 환장했어?! 내가 누군지 알아!”
맥주에 흠뻑 젖은 래쉬는 격분하며 건우의 멱살을 쥐며 흔들었다.
“죄, 죄송해요. 손님. 제가 미처 귀한 분을 못 알아 뵙고 이런 실수를…….”
두려운 척 말은 한다만.
그 표정이 ‘건들지 마라. 짜증나니까.’라는 뜻이 노골적으로 내비치니…….
“이 자식! 지금 날 갖고 놓아!”
오히려 래쉬의 화를 북돋웠다.
때아닌 소란에 여관을 돌보고 있던 시야가 나섰다.
“손님. 죄송해요. 저희 직원이 실수를…….”
“실수? 웃기고 자빠졌네. 누가 남편이 버리고 간 과부 아니랄까…… 끄아아악!”
발설 도중.
어처구니없는 막말에 건우는 래쉬의 팔에 꽉 힘을 주며 말했다.
“손님 많이 아픈가 봐요. 어떻게 같이 치료소에 가 볼까요?”
“너 때문이잖아! 이것 안 놔!”
“거기 너 아까부터 고의로 자꾸 우리한테 시비 거는 것 같은데?”
보다 못한 래쉬의 파티원들이 건우를 둘러쌌다.
건우는 슬쩍 래쉬의 손목을 놓아주었고.
휘청!
균형을 잃은 래쉬의 몸을 동료들이 지탱해 주었다.
웅성웅성.
주변에서 속닥거리는 소리에 래쉬의 얼굴은 벌게졌다.
기껏해야 일개 종업원한테 튜토리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하다니.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있을 수 없었다.
래쉬는 싸늘한 눈빛으로 건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치료비부터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 낼 테니까.”
건우는 래쉬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려 권능을 발현했다.
금빛은 순식간에 래쉬의 상처를 아물게 하며 젖은 몸을 말려 주기까지 했다.
“이, 이건 무슨?!”
“사, 상급 힐러?!”
건우의 실력에 래쉬 일행뿐만 아니라 주변에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싱긋.
“치료비는 필요 없겠죠. 손님.”
활짝 웃던 건우는 래쉬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행동의 의도를 알 수 없었던 래쉬는 몸을 구부리자.
건우는 그의 귓가에 조용히 속닥거렸다.
“손님. 등반 중에 힐러 필요하지 않아요? 이 정도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
래쉬는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탑에서는 시련으로 인해 비일비재하게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플레이어들은 아티팩트를 혹은 회복스킬을 이용해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랭커가 된다면, 이 문제는 가뿐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지만.
아직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쉽사리 극복할 수 없는 난제였다.
즉, 저층에서 힐러는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섭외해야 될 대상이었다.
웅성웅성.
“야 방금 저 능력…….”
“그냥 짐꾼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 정도 힐러가 여기에 박혀 있는 거지.”
실제로 방금 전의 사건으로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건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래쉬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다.
래쉬는 자신의 파티원인 힐러를 슬쩍 쳐다봤다.
‘힐러 한 명은 있다지만 저 녀석보다 이 녀석이 더 쓸 만해.’
직접 겪어 본 바.
건우의 회복능력은 그의 동료보다 훨씬 뛰어났다.
히죽!
마음이 넘어왔는지 래쉬는 잇몸을 드러내며 건우를 끌어안았다.
“하하하하, 자식! 진작 동료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하하하하”
“…….”
포옹하는 것은 예상치 못했는지 건우는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렸다.
“…….”
교묘하게도 그 모습은 시야와 렌밖에 볼 수 없었다.
***
시간은 어두운 저녁.
저녁에 벌어진 사건을 마무리 지은 건우는 여관 밖으로 나섰다.
휘잉!
쌀쌀한 저녁 바람이 초원의 수풀을 지나 등을 엄습했다.
“슬슬 준비해야 되겠네.”
하루 종일 일만 하느라 몸이 뻐근했는지 건우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야 할 난관이 길구나. 방법은 있느냐?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안타까움의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래쉬와 나눈 이야기 때문이었다.
상급 힐러를 얻었다는 기쁨에 래쉬는 건우에게 유용한 정보를 털어놓았다.
그중 하나는 물론 교란자에 대한 정보였다.
교란자.
그것은 건우가 탑을 요란법석 들쑤셔놓고 얻은 호칭이었다.
관리자조차 제압한 무위.
신조차 해내지 못한 탑의 규율을 개조.
건우의 업적은 신들조차 경악할 수밖에 없는 경이었다.
그로 인해 탑에서는 불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탑의 최상층에 자리 잡은 신들.
그런 신들과 버금가거나 뛰어넘는 힘을 가진 탑 랭커, 십존.
그리고 고인물이라고 불릴 정도의 클랜이 교란자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건우가 탑의 이치를 바꿔놓았기 때문에 은폐된 정보를 파헤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알아낸 교란자의 정보는 오직 하나.
바로 고위 마법을 난사하는 강력한 마도사라는 것뿐이다.
이로 인해 탑을 등반하는 건우의 계획은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
탑의 중층에 들어설 때까지 간단한 마법 외에는 마법사용을 자제해야 했다.
초보 존에서 눈에 띄는 마법을 펼쳐 교란자라고 의심받을 짓을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건우는 세이비어의 걱정에 오히려 이렇게 반문했다.
“마법이 없어도 저는 니제르 검술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쳇! 배은망덕한 놈!
사정이 사정이라 이해는 한다지만.
세이비어는 달갑지 않다는 어조로 말했다.
숙적이자 라이벌인 니제르에게 건우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운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 탑의 중추에 들어서면, 저도 신분을 숨길 생각은 없어요.”
지금은 아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 정체를 숨기는 거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차이트의 첫 흔적은 어디서 찾으려는 거냐?
“그건 아마 1층과 2층 사이에 있을 거예요.”
-1층과 2층 사이. 그게 무슨 말이야?
의미심장한 말에 세이비어는 벌써부터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튜토리얼 보상을 받으면 할아버지도 저절로 알게 될 거란 말씀입니다.”
-심술 맞긴.
“일에도 순서란 게 있잖아요. 지금은 이 녀석들을 되살릴 거예요.”
건우는 이그너스 반지를 쳐다보았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봉인된 이그너스의 던전.
지금부터 비약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던전의 힘이 필요했다.
세이비어는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흐음 복원을 이용해서 되살려 보겠다는 의도는 훤히 보이는데, 마나기관을 이용해도 지금 네가 살릴 수 있는 계층은 하나밖에 없을 거다. 4개 층계 중에서 어디부터 되살릴 생각이냐?
‘아마 얼음미궁이겠지.’
자신이 물어보았지만 세이비어는 얼음미궁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각 층계는 분명 각 장점이 뚜렷했지만.
건우가 가장 유용하게 활용을 했던 건 얼음미궁이기 때문이다.
세이비어는 당장만 해도 두 가지의 예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일전에 미궁의 힘을 이용해 7성급, 몬스터 분화고래, 브렌넨의 힘을 가두어 도심의 피해를 최소화 시켰다.
또한 관리자인 엘니뇨와 라니냐를 미궁에 가둬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씨익.
그런 세이비어의 생각을 알아챈 것일까?
건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얼음미궁은 아니에요.”
-뭣?!
깜짝 놀란 세이비어의 앞에서 건우는 심장에 자리 잡은 태엽 모양의 마나기관을 발동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필두로 모든 것을 복원한다.”
기계처럼 내뱉은 말과 함께…….
딸칵! 드드드드득.
심장 주변에 돌고 있는 태엽이 반시계 방향으로 거침없이 회전했다.
우우우웅!
그 순간 건우의 체내에 잠들어 있던 마력이 일제히 용솟음치며 증폭하기 시작했다.
넘쳐 나는 마력, 그리고 무엇이든 복원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스스스스.
건우는 그 마력을 반지에 집중시켰다.
[1…… 2…… 10…… 75]로딩과 함께 퍼센테이지는 순식간에 100에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형성됐습니다.]허공에 열린 게이트 너머로 아름다운 형체를 갖춘 인어가 건우의 앞에 튀어나왔다.
주인의 신변이 무사하다는 것이 안도한 건지, 그녀는 웃으며 우아하게 예를 갖췄다.
-……어째서?
눈앞에 네메시스가 등장하자, 세이비어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건우가 다시 한 개의 층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격필살.
혹은 위급한 상황에서 펼칠 비장의 수단을 어째서 심해 정원을 복원하는 데 쓰는 걸까?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그너스 수호자들 중 가장 강력한 층계보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얼음미궁의 보스, 세피아였기 때문이다.
건우는 이에 대한 이유를 이렇게 늘어놓았다.
“지금 당장은 전력보다 제 성장이 급선무거든요.”
***
이그너스의 4계층, 심해정원.
깔끔하게 복원된 이곳에서는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기운이 감돌았다.
저벅저벅.
건우는 주저 없이 던전을 누볐다.
네메시스는 그런 건우를 호위하듯 바로 뒤쫓아 왔고.
얼마 안가 그들의 눈앞에 산호초 같은 빛깔을 띠는 나무가 버젓이 드러났다.
-등급 : 갓
-설명 : 세계수의 부류, 지속적으로 생장 중.
신들이 섭취하는 황금사과를 맺는 묘목. 가지에 열린 열매는 각 스탯을 대폭 증대시켜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0.0001% 불노와 불사의 효과를 지닌 황금사과가 맺힌다.
두 개 이상 섭취 시, 사망.
다음 열매가 맺힐 시기까지: 47일
현재 가지에 맺힌 황금사과: 2개
-내구도 25/25
“오! 두 개나 맺혀 있네.”
아름드리 빛나는 황금빛의 과실을 확인한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네메시스는 건우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두 개의 사과를 따 건우에게 가져다주었다.
-……너 설마?!
세이비어는 그제야 건우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유령의 모습으로 튀어나오며 만류했다.
-이 두 개를 다 먹으려는 심산은 아니겠지?
건우는 왼손을 허리에 얹으며 답했다.
“두 개 다 먹을 건데요.”
-두 개 이상을 먹으면 죽는다는 부작용은 어떻게 할 심산이냐?
건우는 자신의 심장을 엄지로 가리켰다.
“마나기관을 이용해 심장이 멎기 전으로 계속 몸을 되돌릴 거예요.”
-맙소사.
세이비어는 이마를 매만지며 통탄했다.
저놈의 후손은 매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강해진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만류하고 싶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돌아오는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건우는 그런 세이비어에게 의지가 서린 표정으로 답했다.
“이미 마나스킨도 에르모스의 문장도 잃어버렸어요. 마력을 증폭시킬 방법도 기반이 되는 힘을 다 잃은 거죠.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더 강해져서 관리자든 십존이든 씹어 먹어 버릴 테니까요. 인류멸망을 막으려면 죽음 따위는 극복해야 되지 않겠어요?”
와삭!
할 말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황금사과를 깨물었다.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