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9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89화
플레이어들의 소집 장소인 시련의 신전.
이곳에는 아직 도달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한 드워프가 나른한 표정으로 이 장소를 지키고 있었다.
밀짚모자를 둘러쓰고 목에 뿔피리를 걸치고 있는 그 모습은 모루를 다루는 여타의 대장장이 드워프와는 확연히 비교가 됐다.
이름은 토그.
성향은 지극히 게을러서 튜토리얼을 감시하는 것도 잘 해내지 못하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그의 나태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탑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었다.
유망주들은 모두 성좌들이 권유해 사도가 된다거나.
대형 클랜의 부속품들로 살아간다.
혹은 등반을 포기하고 안주하거나 맥없이 죽을 뿐이었다.
변화가 없는 일상은 결국 관리자가 사명을 등한시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놈들만 오겠지.
오늘도 그런 생각으로 튜토리얼 광경을 감시하고 있던 토그는…….
“뭐야? 이건!”
반쯤 눈꺼풀을 감고 있던 눈을 부릅떴다.
까드드드득! 까드드드득!
시스템 창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괴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장소는 광활한 초원.
“크아아아아아악!”
그곳에서는 다수의 플레이어를 덮치는 몬스터가 있었다.
사람들은 몬스터가 자신의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잡아먹혔다.
우웅.
녀석들은 주변의 색에 녹아들며 다시금 경계가 소홀한 플레이어를 습격했다.
콰앙!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토그는 주먹으로 벽을 세차게 강타하며 안력에 힘을 주어 투명한 벌레 무리를 쳐다봤다.
띠링!
시스템은 곧장 답을 내주었다.
-등급: ★★
-설명: 1층계 튜토리얼 연계 몬스터, 식인을 하고 단단한 갑각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비저블 스킬을 활용해 모습을 숨길 수 있다.
플레이어를 섭취했을 시, 능력치가 소폭 상승된다.
-능력치
체력: 300 공격력: 300 방어력: 500 마력: 100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사냥해 성장한다고?”
믿기지 않는 사실에 토그는 눈을 부릅떴다.
뇌리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지금까지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
뭐야? 이 돌연변이 몬스터들은? 대체 무슨 계기로 이런 돌연변이가 생긴 거지?
의문에 의문이 거듭 꼬리를 물었다.
“설마!”
확실한 답은 될 수 없지만 토그는 무언가 짐작이 갔는지 눈을 부릅떴다.
“의문의 3일 때문인가.”
그는 얼마 전에 벌어진 탑의 괴이한 일을 떠올렸다.
며칠 전.
막 탑에 진입한 플레이어 하나가 관리자들을 유린하며 탑의 코어에 접근해 진리를 뒤바꿔버렸다.
그로 인해 탑의 시스템은 3일 동안 마비됐고.
짤막하면서도 긴 시간 사이에 순식간에 탑에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켰다.
탑의 관리자와 플로어 마스터들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그 영향은 물론 1층계에도 크게 미쳤다.
토그 역시 그때 당시 고초를 겪으며 상황을 수습했었다.
그러나 무척이나 애석하게도 그 영향이 몬스터에게 퍼질 줄을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해 봤으랴.
“……사상 최악의 튜토리얼이군.”
토그는 엄지손톱을 깨물며 깊은 고심에 빠졌다.
튜토리얼 난이도가 이제 막 시작하는 신참 플레이어들에게 말도 안 되게 높았기 때문이다.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 곤란한데. 시드플랜트 주변에서만 벌어진 일인가.”
우웅. 우웅. 우웅.
토그는 상황 파악에 나서기 위해 플레이어들의 영상을 허공에 띄웠다.
바로 그때, 의아한 광경이 그의 눈에 포착됐다.
“뭐지? 왜 저 녀석들만 죽어 있지?”
동공에 비친 영상에는 인비저블 스킬을 활용한 스텔스 비틀들이 꼬챙이 같은 것에 잔뜩 꽂혀 있었다.
***
털썩!
스텔스 비틀에게 당한 플레이어들은 먹이가 되어 집어삼켜지고 있다.
“제, 젠장!”
시체 사이에서 가까스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래쉬는 숨을 죽인 채로 힘껏 발을 박찼다.
먹이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도망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털썩 쾅!
바로 그때,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어두컴컴한 곳에서 래쉬는 무언가와 부딪쳐 몸이 뒤뚱 흔들리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뭐, 뭐야?”
사색이 된 그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죽는다.
이번에는 진짜 스텔스 비틀이라는 희귀한 몬스터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둠 저편에서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왜 너 혼자 있냐?”
저벅.
장막 같은 어둠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건우였다.
“포, 포터! 왜 지금 온 거야? 빨리 내 상처를 회복 시켜 줘!”
래쉬는 반색하며 건우의 양팔을 붙들었다.
그러나 건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래쉬를 노려보며 말했다.
“렌은 어디 있지?”
“그딴 짐승 자식 알게 뭐야? 뭐하고 있어! 빨리 날 회복시켜!”
“뭐 됐다.”
건우는 기대도 안 했다는 듯 미미하게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칭호 ‘정령왕의 계약자’의 효과로 하급 불의 정령, ‘셀라임’을 소환했습니다.]순식간에 건우의 손에 형성된 붉은 불빛은 순식간에 주변지대를 밝히며 어디론가 향했다.
하급정령, 셀라임의 인도였다.
“저, 정령사였어!”
그 광경에 래쉬는 자연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령사의 존재는 탑에서조차 극소수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저쪽인가?”
렌의 위치를 직감한 건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 너 미쳤어? 어딜 가려는 거야!”
래쉬는 무딘 장검을 건우의 목 끝에 겨누며 말했다.
“지금 당장 나를 데리고 이 지대를 빠져나가.”
“내가 왜?”
“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네 녀석을 비롯해 그 여관은 쑥대밭이 될 거야. 이래보여도 내가 시드플랜트 촌장과 안면이 있는 사이거든.”
“무슨 수로 그쪽에 지금의 상황을 전달할 생각인데?”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래쉬를 노려보았다.
협박이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래쉬는 손에 종이학을 보여 주며 한껏 비아냥거렸다.
“이건 메시지 버드다. 이제 메시지 전달자의 피를 묻히면 즉각 이 메시지가 촌장 쪽으로 날아갈 거야. 의념만으로 편지에 내용을 적을 수 있는 고가의 아티팩트지.”
“야, 트래쉬.”
“트래쉬?”
트래쉬(Trash). 그 말은 흔히 쓰레기로 통칭된다.
“이게 주제도 모르고!”
래쉬가 발끈한 순간…….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그이 손에 있던 메시지 버드는 그의 손가락과 함께 건우의 손에 잡혀 구겨졌다.
순식간에 손가락뼈가 아작이 난 래쉬는 크게 울부짖었다.
까득! 까드드득!
먹잇감의 울음소리에 스텔스 비틀들이 음산하게 건우와 래쉬를 에워쌌다.
위치까지 정확히 짐작이 가지 않지만 반경 2미터 범위 내에서 스텔스 비틀들이 쫙 깔려 있을 것이다.
오싹!
절망이 찾아온다.
온몸에 소름이 쭈뼛쭈뼛 솟아났다.
“어떻게 할 거야! 이 개자식아!”
래쉬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건우를 노려보았다.
“후우.”
호흡을 한 번 고른 건우는 곧 싸늘한 눈빛으로 래쉬를 비롯해 스텔스 비틀들에게 말했다.
“바빠. 벌레 새끼들아. 방해하지 말고 꺼져!”
공백을 메우는 기백이 벌레 사이로 쫙 퍼져 나갔다.
그것이 결단코 허세가 아님을 보여 주려는 듯 건우는 손에 잔뜩 쥐어진 쇳조각들을 힘껏 투척했다.
“무슨 멍청한 짓이야!”
어처구니가 없던 래쉬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기 무섭게……
[‘찰나의 복원’을 시전했습니다.]우웅, 우웅, 우웅, 우웅.
쇳조각들은 순식간에 금빛의 링을 통과하며 쇠꼬챙이 형태로 복원돼 스텔스 비틀들의 몸에 꽂혔다.
키에에에에엑!
한두 개도 아닌 수십 개의 쇠꼬챙이가 온몸을 꿰뚫었다.
녹색의 체액과 끈적끈적한 용액은 분수처럼 튀었고, 래쉬는 그것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쇠꼬챙이에 꽂힌 녀석들은 누구 한 마리도 어김없이 인비저블 스킬을 해체하며 건우를 덮치려고 했다.
서걱!
건우는 눈빛에서 투기를 발하며 롱소드를 휘둘러 스텔스 비틀들을 베어나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투쟁의 결과는 곧 레벨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건우는 힘의 상승을 만끽하는 대신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기, 기다려! 가지 마!”
래쉬는 자신들을 내팽개치고 달리는 건우를 원망의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희번득!
건우는 그런 그에게 살기를 뿜어내며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초보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는 걸신들린 녀석들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그리고 플레이어가 사라질 때마다 그들이 입고 있던 장비를 챙겨 입는 무리가 있다고. 그게 너희들이지?”
움찔!
래쉬는 크게 몸을 떨며 반박했다.
“지, 지금 무슨 소리야!”
“부정할 필요 없어. 마을 주민들이 무서워서 너희들의 존재를 쉬쉬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건우는 그의 멱살을 쥐며 그대로 들어 올렸다.
“크윽! 이, 이거 안 놔!”
래쉬는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며 건우의 손아귀에 벗어나려고 했다.
“근데 어떻게 하냐? 오늘은 상대를 잘못 만난 것 같은데?”
“네, 네 녀석이 누군지 모르지만 내 뒤에는 판테온이 있어. 내가 죽으면 판테온 길드에서 반드시 나의 죽음을 조사하러 올 거야.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피식.
건우는 입가에 조소를 그리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판테온이라 대단하네. 근데 어쩌냐? 이쪽은 바로 탑을 뒤집어 놓은 교란자인데?”
“뭐,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래쉬는 말을 더듬었고.
스윽.
건우는 그대로 그를 벌레 무리에 집어던졌다.
우득! 우득! 우득!
피비린내에 취한 스텔스 비틀들은 게걸스럽게 래쉬의 육신을 집어 뜯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절망 섞인 래쉬는 비명을 내지르며 숨이 멈췄다.
스팟!
건우는 그대로 발을 박차며 셀라임이 인도해 주는 길로 전력으로 발을 박찼다.
꿈틀꿈틀.
하지만 그의 앞길에는 어김없이 스텔스 비틀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들의 울음소리만 들어 봐도 그 무리는 얼추 수백에서 수천에 이를 것이다.
범인이라면 두려움에 떨어 발을 멈출 상황이었지만.
“하아, 더럽게 많네.”
건우는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손에 잔뜩 쥐어진 쇳조각들을 스텔스 비틀들을 향해 집어던졌다.
[찰나의 복원을 시전했습니다.]회귀의 링을 통과한 쇳조각들은 그대로 쇠꼬챙이로 변모했다.
그와 동시에……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거의 폭격기나 다름없는 공격에 스텔스 비틀들은 일제히 죽음을 맞이했다.
타닥!
건우는 시체 사이를 누비며 속도를 더욱더 높였다.
***
“뭐, 뭐야? 이 자식!”
전율에 몸이 절로 떨렸다.
수백 년 동안 관리자로 살아오면서 토그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번 시험은 분명 신참 플레이어를 위한 시련이었다.
애초에 조건을 갖지 못한 플레이어는 이 무대에 설 수 없는 것이다.
한데, 레벨 1의 플레이어가 2성급 몬스터를 이렇게 압도적으로 유린하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설마 저 녀석 교란자인가?”
토그는 영상에 비춘 건우의 모습을 보며 그런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얼마 안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교란자는 어마어마한 화력의 마법을 퍼부어 대는 마도사라고 알려졌다.
영상에 비친 건우의 모습은 확실히 대단하기는 했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킬은 마법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 교란자는 탑의 법칙까지 바꿔놓은 미친놈이다.
그런 자가 이곳 1층계에 머물 이유는 없다.
히죽.
생각을 끝마친 토그는 익살맞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 녀석은 엄청난 루키야.”
그는 자신의 심장고동 소리를 들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만 년 가까이 변화가 없던 탑이 조금씩이지만 변하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