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9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91화
우웅.
검신에 흘러나온 검은 오러는 증발되듯 사라졌다.
[튜토리얼 최종 보스, 스텔스 비틀킹을 쓰러트렸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건우는 검 자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니제르의 검술은 이렇게 쓰는 거였구나.”
이번 전투를 통해 확실히 검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높아진 건우는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지, 진짜 쓰러뜨렸어.”
한편, 뒤에서 스텔스 킹과 건우의 사투를 지켜본 렌은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렌은 탑의 시련을 넘어선 건우에게 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강해질 수 있어. 전보다 더.”
건우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의지를 다지다가 곧 렌을 쳐다봤다.
“돌아가자.”
그 말에 렌은 우물쩍거렸다.
“……할 말이 있어.”
왜 저러지? 이 녀석?
건우는 렌의 답을 기다렸고, 이내 렌은 곧 고개를 들며 말했다.
“부탁이 있어.”
“뭔데?”
렌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동시에 산등성이 뒤로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렌의 요구를 들은 건우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좋아. 하지만 순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응!”
건우의 대답에 렌은 굳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밤사이에 벌어진 탑의 시련으로 인해 안정구역을 제외한 초원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건우에 의해 넝마처럼 퍼진 스텔스 비틀의 시신은 수백 구에 이르렀고.
시련을 겪은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어째서 죽은 지 모른 채로 숨을 거두었다.
주민들은 아직까지 시련에 공포를 느끼고 쥐죽은 듯이 집에 숨어 있었다.
“……렌.”
유일하게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시야뿐이었다.
그녀는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초원 저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머니!”
바로 그때, 초원 저편에서 렌이 그녀를 향해 뛰어 오고 있었다.
“렌!”
시야는 눈시울을 붉히며 렌에게 뛰어가 그대로 끌어안았다.
“다치지 않았니? 몸은 괜찮아?”
그녀는 렌의 양 뺨을 꼭 누르며 몸 상태를 살폈다.
렌은 그녀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는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닌데. 저희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억울해서.”
스윽.
시야는 그대로 렌을 끌어안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아니야. 전부 말해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그래도 기다리는 건 지쳤으니까 직접 아버지를 찾으러 갈 거예요.”
“……?!”
예측치 못한 말에 시야는 눈을 부릅뜨며 렌의 양쪽 어깨를 붙들었다.
“렌, 그게 무슨 말이니? 어딜 올라가겠다고?”
“아버지를 만나러 갈 거예요.”
렌은 이미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안 돼. 탑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는 거니? 너 혼자서 무슨 수로…….”
“혼자가 아닙니다.”
그때 건우가 두 모녀를 향해 걸어왔다.
건우는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시야에게 말했다.
“말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신다는 분이…….”
시야가 울컥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뭐라고 하려는 찰나.
“건우 형이 없더라도 난 올라갈 거야.”
렌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렌. 너.”
그 한마디로 시야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렌의 고집에 건우는 보호자로서 렌을 보호하겠다고 자처한 것임을…….
렌은 시야의 손등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기다려 주세요. 꼭 모셔올게요.”
“……진짜.”
시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렌을 끌어안았다.
이렇게 결심을 했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서운한 마음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빨리 크는 거야.”
***
시련의 장소로 향하기 전.
은혜를 갚을 겸 건우는 시드 플랜트를 돌아다니다가 마을 촌장의 집 앞에 섰다.
시야는 렌과 건우의 여행 채비를 하고 있는 중으로 이 만남에 대해 몰랐다.
“포터, 여기서 뭐하는 거냐?”
마을 촌장은 건우를 발견하고는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스텔스 비틀들의 습격으로 마을에 입은 피해를 복구 중으로 여러모로 바쁜 데다, 그는 애초에 건우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타악.
건우는 그의 정원으로 들어선 뒤, 그대로 촌장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자자, 아침부터 너무 똥 씹은 표정 짓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고요.”
울컥!
“분수도 모르는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건방질 줄이야.”
“에이, 전 분수를 모르지만 촌장님은 개념이 없잖아요. 이런 경우를 제 고향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하죠.”
“이게 미쳤나?!”
촌장은 그대로 건우의 멱살을 쥐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타악!
건우는 그 손을 즉각 낚아채며 바깥방향으로 꺾었다.
“크아아아악! 이거 안 놔.”
“아. 조용, 조용. 우리끼리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중이잖아요.”
건우는 서늘한 눈빛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촌장을 바라보았다.
오싹!
“너, 너.”
심장을 가라앉힐 만큼 서늘한 살기에 촌장은 고통조차 잊고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건우는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에 튜토리얼에서 죽은 우리 트래쉬 일당들을 이용해서 마을 곳곳에서 횡포를 많이 부렸더라고요. 그들의 범행에 동조했다고 마을에 까발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어, 어떻게 그걸?!”
“우리 트래쉬가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거든요. 촌장님이랑 친분이 좋다고요.”
“크윽!”
촌장은 어이가 없는지 그대로 이를 갈았고.
건우는 그의 손목에 힘을 풀어 주며 이야기했다.
“날 협박해서 어쩔 심산이지?”
“별것 없어요. 촌장 자리는 외곽에 있는 사냥터 지기 발터에게 넘기세요. 묵인한 재산은 전부 마을 복원에 써 주시고요. 그리고 시드 플랜트에는 더 이상 발붙이지 마세요. 요약하자면, 꽁쳐 놓은 것 다 토해 내고 얌전히 꺼지라는 거죠. 알아들었나요?”
“그렇게 되면 난 전부 잃는 거잖아! 멍청아!”
“전부는 아니죠. 아직 목숨이 남아 있잖아요.”
“……?!”
예상치 못한 말에 촌장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건우는 그런 촌장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며 말했다.
“의무도 짊어지지 못하는 이 유리 어깨에 더 이상 마을을 짊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크윽! 네놈!”
촌장은 분하다는 표정으로 건우를 노려보았다.
“아, 그 표정은 반성한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인 것 같네요.”
“…….”
촌장은 대답 대신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렸다.
탁탁.
건우는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제 경고는 진짜입니다.”
건우는 더 이상 미련 없다는 듯 발을 옮겼다.
그의 등을 유심히 지켜보던 마을촌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녀석은 누구지?
그는 누구보다 마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번 튜토리얼에서 건우가 롱소드 하나로 스텔스 비틀을 전멸시켰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상대가 숨통을 조여 온다.
“……위험해. 시야를 인질로 잡아 빨리 죽이든가 해야 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촌장은 자신의 집에 들어섰으나…….
스윽.
그곳에는 불길한 기운을 뿜어 대는 인어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건 뭐야?!”
당황한 촌장은 다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끼에에에에에엑!
인어의 목에서 끔찍한 절규가 흘러나왔다.
“크아아아아악!”
고막을 강하게 때리는 노이즈에 촌장은 귀를 막았지만.
콰직! 콰직! 콰직! 콰아아앙!
육신은 그 힘을 이겨 내기 어려웠는지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
시드 플랜트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촌장의 소식은 깜깜무소식.
시련으로 인해 벌어진 마을의 피해는 아직까지 수습이 되지 않았다.
이 혼란을 다잡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은 가장 인성이 좋은 발터에게 촌장을 일임할 것이다.
아직 벌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답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반지 안에서 건우의 소행을 지켜보던 세이비어가 혀를 내둘렀다.
-넌 어딜 가나 영악하구나.
“악당들한테만 영악한 겁니다.”
건우는 한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서 이그너스의 층계는 어디까지나 복원할 수 있는 거냐?
세이비어의 질문은 여러 의미가 섞여 있었다.
튜토리얼에서 건우는 힘의 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층계 하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마나를 축적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리스크도 덜 할 것이다.
싱긋.
질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던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말했다.
“마나기어만 가동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부 복원할 수 있어요.”
-…….
세이비어는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설마 건우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튜토리얼에서 너무 튀면 안 되니까 복원은 좀 미룰 생각이에요.”
-넌 이미 충분히 눈에 띄었을 거다.
“그렇겠죠.”
건우는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튜토리얼은 본격적으로 탑을 등반하기 위한 플레이어를 가리는 무대다.
일명 맛보기에 불과한 애피타이저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튜토리얼은 여러 가지 의미로 에피타이저와 여러 가지로 거리가 멀었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로 상승된 튜토리얼.
갑작스럽게 진화한 스텔스 비틀이라는 신종 몬스터.
이 두 가지 정보만 접한 것만으로 건우와 세이비어는 관리자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튜토리얼을 장악하고 단숨에 공략한 신참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건우였다.
이미 관리자는 건우를 주시하고 있을 거다.
3성급 보스를 가차 없이 썰어 버린 플레이어.
어쩌면 교란자로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리자의 의심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탑의 시스템이 다운된 3일.
이 3일 동안 분명 여러 곳에서 많은 트러블이 있었을 테고.
눈에 띠는 플레이어도 많아졌을 것이기에 의심의 범위는 지극히 넓다.
‘나 말고도 교란자로 의심받을 놈들은 많겠지.’
그 때문에 건우는 아직까지 안심하고 탑에 등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분을 감추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건우도 마냥 숨어살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지금을 즐길까나.”
건우는 언덕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없다고 울면 안 된다. 렌.”
“시끄러워. 울기는 누가 울어.”
렌은 투덜거리며 건우를 쏘아봤다.
“앞으로 스승이 돼 줄 사람인데, 너무 차갑게 군다.”
건우는 그런 렌이 귀여운 듯 뺨을 검지로 꼭 눌렀다.
“…….”
렌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꼭 다물었다.
지금부터는 어쩔 수 없이 건우의 보호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 등반 중에 꼭 지켜야 될 사항을 말 못 했네.”
“뭐, 뭔데?”
렌은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며 건우의 답을 기다렸다.
설마 돈이 필요한 건가?
지금은 없는데 어떻게 하지?
노심초사한 표정으로 지켜볼 때, 건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만약 내가 위험해지면 버리고 도망가라.”
“……그게 무슨 말이야?”
어처구니없는 말에 렌은 낯빛을 굳혔다.
“내가 상대할 적이 엄청나거든. 감당 못할 녀석들도 가끔 튀어나올 수 있으니, 그때가 되면 도망가라는 말이야.”
울컥!
건우의 말에 렌은 얼굴을 찌푸리며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방법도 있잖아!”
“뭔데?”
렌은 앞으로 성큼성큼 걷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강해져서 함께 해 주면 끝나는 이야기잖아.”
말하고도 쑥스러웠는지 렌은 급하게 앞으로 뛰어갔다.
세이비어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건우에게 말했다.
-한 방 먹었구나.
“……그러게요. 꼬맹이 자식. 제법이네. 사람 감동시킬 줄도 알고.”
건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렌을 쫓아갔다.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