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9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95화
하운드 백작의 저택.
그곳은 소문 그대로의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튜토리얼 지대다.
생전에 살아남고자 하는 망령들의 아집과 집념이 서려 있는 곳.
콰앙! 콰앙! 콰앙!
그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숱하게 격전을 벌이며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면, 처절한 그들의 행보와는 상관없는 일행도 있었으니…….
그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당연 건우 일행이었다.
‘이걸 공략법이라고 해야 되나?’
건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지켜보았다.
정면에는 세이비어가 모습을 드러내 부유하고 있었다.
스윽, 스윽, 스윽.
그런 그에게 어떤 위화감을 느꼈는지 고스트들이 길을 비키기고 있었다.
저항은 꿈도 못 꾸는 기색이었다.
렌과 럼은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서로의 볼을 꼬집어보기까지 했다.
“아야야야 왜 이렇게 세게 당겨요? 아저씨.”
“뉘는 세게 안 당겼냐?”
“됐고 하나둘, 셋 하면 놓는 겁니다.”
“좋아. 하나, 둘, 셋!”
약속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꽈악!
그들은 서로의 볼을 힘껏 꼬집고는 그대로 자신의 볼을 매만졌다.
“긴장은 늦추지 마.”
건우는 어이가 없는지 차분히 말을 내뱉었다.
저벅저벅.
그들은 세이비어 덕에 어느새 하운드 백작의 던전에 중반에 진입했다.
꿀꺽!
럼은 고인침을 꿀꺽 삼키며 건우의 등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저 건우님.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실례지만 한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뭔데?”
“누, 눈앞에 있는 유령의 정체는 뭡니까?”
-유령은 누가 유령이야?
세이비어는 발끈하여 눈초리를 삐죽 올리며 럼을 노려보았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소개를 안 했네.”
하긴 남 앞에서 세이비어의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기도 하지.
자신이야 늘 동고동락을 해 왔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남들에게는 충분히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스윽.
삿대질을 할 수 없으니 건우는 공손하게 세이비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개할게. 이름은 세이비어. 내 스승님이자 가문의 수호령이야. 참고로 세이비어의 존재는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돼. 그랬다가는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될 테니까.”
-크흠. 뭐 소개는 마음에 안 들다만. 어쩔 수 없지.
모처럼 자신의 존재를 남 앞에 드러내자, 세이비어는 엄숙한 척 말했다.
“우와!”
세이비어를 지켜본 렌은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그동안 보인 건우의 강한 모습이 세이비어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결코 언급해서는 안 될 말을 꺼내고 말았다.
“세, 세이비어님. 어떻게 하면 그렇게 검을 잘 다룰 수 있는 거예요?”
“히끅!”
건우는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고.
세이비어의 표정은 와장창 무너졌다.
“그런 개뼉다구 같은 검술은 내가 가르친 게 아니야! 이 몸의 전문 분야는…….”
“할아버지!”
깜짝 놀란 건우가 제지하자, 세이비어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건우는 탑을 어지럽힌 교란자다.
그 때문에 각 층계에서 내로라고 하는 권력가들이 건우의 숨통을 끊기 위해 알게 모르게 곳곳에 실력자들을 내보냈다.
대외적으로 교란자는 고화력의 마법을 퍼붓는 마도사로 알려진 상황.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 수 있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 것이 좋다.
‘실수했군.’
세이비어는 자신의 다혈질을 책망하며 간신히 내뱉으려 했던 말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렌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세이비어에게 되물었다.
“전문분야가 뭔데요?”
의외로 어린애들한테 약한지 세이비어는 끙 앓는 소리를 내뱉다 간신히 답을 내뱉었다.
“교, 교양이다.”
“교양이요?”
렌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고.
“푸훗!”
건우는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찌릿!
그러다가 세이비어의 눈총을 받고는 크흠 헛기침을 하며 렌에게 설명해 줬다.
“검술 외의 것 전부는 할아버지한테 배웠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쓴 소리지만 자주 인생의 지침을 내려 주지.”
“대단해요!! 저한테도 지침을 내려 주세요! 빨리 건우형만큼 강해지고 싶어요!”
렌은 눈빛을 총총 빛내며 세이비어를 쳐다봤다.
-……그, 그러냐?
일순간 세이비어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설마 쑥스러워하시는 거예요?’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건우 믿기지 않는지 의념으로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세이비어도 렌의 눈치를 살짝 보다 의념으로 답했다.
-쑥스럽지. 인마. 내가 살아 있을 때는 애, 어른 할 것도 없이 전부 날 두려워했으니까.
남에게 경애를 받는 것은 좋아한다고 하지만.
남이 이렇게 친근하게 대한 적은 처음이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듯 보였다.
‘할아버지, 친구가 없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있었지. 니제르나 아로간트나 로시모프나.
“…….”
건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니제르는 고대 다크 엘프의 검사.
아로간트는 전 드래곤로드.
거기에 로시모프는 4대 정령왕의 계약자로 모두가 범접할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자들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무서워서 친근하게 대하지는 못하겠다.’
내막을 알게 된 건우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슬쩍 흘렸다.
“불쌍한 사람이었군요.”
-누가 불쌍해! 죽을래?!
왜인지 모르지만 세이비어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붉어 보였다.
잠시 후.
끼익.
세이비어의 활약으로 어렵지 않게 저택을 누비던 도중.
건우는 어떤 방에서 묘하게 생긴 궤짝을 발견했다.
‘……저걸 어떻게 열지?’
궤짝을 발견한 럼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궤짝의 잠금쇠는 누구도 열지 못하게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나라면.’
결단을 마친 그는 슬그머니 바늘을 꺼내 들었지만.
콰앙!
그보다 일찍 건우의 발이 궤짝을 처절하게 박살 냈다.
“뭐, 뭐하는 짓입니까?!”
럼은 양손을 들며 건우에게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미믹일지도 모르니까 아예 박살 내는 게 낫잖아.”
“까, 깜작이야. 말이라도 좀 해 줘.”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심히 놀랐는지 렌은 늑대귀와 꼬리를 바싹 세웠다.
“이건가?”
건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궤짝을 헤치며 피로 덕지덕지 칠해져 있는 서적을 집어 들었다.
-등급 : 노멀.
-설명 : 하운드 가문의 역사부터 필리프 왕조의 혈족들이 자신의 혈통을 증명하는 족보.
시스템 등급과 상관없이 혈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내구도 10/10
‘진품이다!’
시스템 창이 거짓이 아닌 이상 그것은 틀림없이 구족의 혈서였다.
하지만 건우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구족의 혈서 등급은 노멀.
희소성으로 따지면, 그렇게까지 가치 있는 물품은 아니었다.
‘애매해. 이걸로 과연 2차 튜토리얼에서 1위로 등극할 수 있을까?’
의심은 곧 확신이 됐다.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하운드 백작의 저택을 탐색해야 된다는 것을…….
“진품은 맞지만 좀 더 수색해 볼 거야.”
“알겠습니다.”
“응.”
건우의 결단에 모두 망설임 없이 따랐다.
어차피 이곳까지 남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달했다.
시간도 여유가 있을뿐더러.
솔직히 정보를 제공한 럼 역시 저런 피로 덕지덕지 칠해져 있는 게 값어치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흐흐흐, 그럼 내려가기 전에 장난이나 쳐 볼까?”
오싹!
음산한 웃음에 럼과 렌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건우는 부서진 궤짝에 손을 내밀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하운드 백작의 저택.
튜토리얼 무대인 이곳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고스트 무리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나가고 있었다.
콰아아앙!
상위 5위의 파티를 제하고는 그들은 압도적인 고스트의 무리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건우를 제외하고 가장 빨리 저택에 진입한 파티는 당연 솔로몬 일당이었다.
커엉! 커엉! 커엉!
키에에에엑!
솔로몬은 금기의 마서를 든 채, 방 안에 부유하고 있는 고스트들을 사냥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마서, 비스트666.
그것은 전설급 아티팩트로 그걸 신참 플레이어가 지니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탑의 최고 지배자, ‘똬리를 튼 뱀’이 선택한 사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선택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었다.
스스스슥!
그의 마서가 제멋대로 팔락이며 끊임없이 마수를 소환하고 있었다.
마서에 튀어나온 섀도우 울프는 망령들을 물어뜯으며 차례, 차례 소멸시켜 나가고 있었다.
“재미없는 놈들.”
마령들은 압도적인 힘에 유린당하며 차례, 차례 소멸 당했다.
주변은 어느새 한적해졌다.
차수연을 제외한 솔로몬의 부하들은 모두 경외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타악.
솔로몬은 마서를 덮으며 지루한 표정으로 차수연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재미없단 말이지. 이벤트는 화끈해야 될 텐데.”
“애초에 이런 무대에서 당신을 재밌게 해 줄 몬스터나 플레이어를 만나기는 어려워요.”
딱히 띄워 줄 목적은 아니었지만.
차수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솔로몬은 양쪽에 날개를 달고 탑을 등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레벨 역시 가파른 폭으로 오르고 있어서…….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짐작조차 안 됐다.
물론 자신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 반년만 지나도 실력은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저벅, 저벅.
솔로몬의 발걸음은 어느새 한 궤짝에 머물러 있었다.
“이게 필리프 4세가 그토록 바래 왔던 구족의 혈서인가.”
“언급한 정보로 보면 저 궤짝 안에 구족의 혈서가 있을 겁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탑의 10층에 머물고 있는 플로어 마스터, 필리프 4세 역시 뱀의 사도로 그는 줄곧 자신의 혈통을 증명하는 구족의 혈서를 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확실히 그는 압도적으로 강한 플레이어였지만.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튜토리얼 무대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솔로몬은 필리프 4세와 결탁해 구족의 혈서를 얻어다 주기로 했다.
필리프 4세는 대가로써 엄청난 포인트와 공략 정보를 제공했다.
압도적인 조력에 힘입어 솔로몬은 어렵지 않게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일이 너무 수월해서 참 재미가 없어. 하하하”
입가에 조소를 그린 솔로몬은 준비해 온 열쇠를 꺼내 열쇠구멍에 넣었다.
찰칵!
궤짝의 잠금쇠가 풀리며 뚜껑을 개봉하니.
“뭐야?”
구족의 혈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 사라지고…….
[내가 가져갔지롱~ 딴 거 찾아봐.]……라는 낙서 같은 쪽지만 뎅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무엇보다 문장 옆으로는 얄밉게 혀를 쑥 내민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빠직! 빠직! 빠직!
솔로몬은 얼굴 곳곳에 핏대를 세우다…….
“크아아아아아악!!”
천장이 무너질 정도로 괴성을 내질렀다.
***
하운드 백작 저택의 깊숙한 지하.
달싹! 달싹!
먼지가 푹 쌓인 궤짝은 심하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기기.
궤짝을 지켜보던 고스트들은 일제히 몸을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왜냐하면, 궤짝에는 그들이 감히 손댈 수 없는 무시무시한 망령이 봉인돼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봉인돼 있으면 보통은 잠잠하기도 마련이지만.
궤짝 안의 망령은 포기를 몰랐다.
두그닥! 두그닥! 콰앙!
결국 봉인은 망령의 근성을 이길 수 없었는지, 궤짝 문이 부서지고 5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망령이 튀어나왔다.
갑주를 걸쳐 입은 노년의 망령.
그의 양손에는 큼지막한 대도와 방패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실제 사람을 습격할 수 있도록 실체를 지니고 있는 대검과 방패였다.
그는 흉흉한 붉은 안광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혈서, 혈서…… 혈서!! 어떤 버러지가 가문의 비보에 손을 댄 거야!!
콰앙!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지른 그는 지체 없이 천정을 투과하며 단숨에 위로 솟구치며 플레이어 집단을 가로막았다.
“뭐, 뭐야!”
가뜩이나 망령들에게 시달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경악하며 병장기를 들었지만.
서걱! 서걱! 콰앙!
“크아아아악!”
노년의 망령은 거침없이 플레이어 집단들을 쓸어버렸다.
-네놈들이 혈서를 가져간 버러지들이냐!
동료의 피를 한껏 맞으며 살아남은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노년의 망령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저 얼굴 저택 로비에 버젓이 걸려 있는 초상화랑 똑같이 생겼는데?”
“서, 설마 하운드 백…….”
망령의 정체를 알아챈 그들은 대경실색했지만.
서걱!
경악할 틈새도 없이 노년의 망령, 하운드 백작은 플레이어 목을 썰어 버린 뒤, 저택에 힘껏 소리쳤다.
“혈서를 내놔라! 네 이놈!”
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