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9화. 헌터시험 (8)
서울 헌터 협회 본부.
“흐음.”
협회장 구자혁은 무척 고심이 깊은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가 살펴본 서류에는 타살된 헌터들의 사진이 나열돼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의 공통점은 D급 이하의 헌터라는 것과 가슴에 파리 모양의 인장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분명 하는 짓은 각성자의 소행인데, 통 감이 잡히지 않는군.”
고심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비서 김유미가 말했다.
“협회장님. 무리하지 마시고 잠깐이라도 쉬셔야 됩니다.”
“허허허, 내가 무리한다고 해서 쓰러질 몸은 아니지.”
연로해 보여도 그는 국내 2위의 S급 헌터.
지금은 현장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지만, 그의 오래된 경험과 지식은 협회의 단단한 기둥이 되어 주고 있었다.
“일단 일이 더 크기 전에 잡아야 될 텐데.”
삐리리.
한창 고심에 빠져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구자혁은 수화기를 들고 통화에 응했다.
“무슨 일인가?”
-회,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 들려온 음성이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다.
“뭔데 이렇게 호들갑인가? 진정하고 말해 보도록.”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구자혁은 차를 후루룩 들이켰다.
-이번 시험에서 S급 헌터가 나타났습니다.
“푸후후후훕?!”
구자혁은 입에 머금고 있던 홍차를 뿜어냈다.
평소 보였던 근엄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험 참가자 명단은 있나?”
“여기 있습니다.”
비서에게서 명단을 받은 구자혁은 사진에 나온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최건우 헌터입니다.
그리고 이름을 확인한 구자혁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F급, 짐꾼? 게다가 재시험이라고?’
한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는가?”
-기내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상륙할 겁니다.
“혹 내정된 길드가 있나?”
-없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터진 일이라서 아직 기자들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의 의사는 지금 어떻지?”
-일단은 자기 신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걸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S급 각성자는 어떤 길드든 섭외 대상 0순위였기 때문이다.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으니 아마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두 번째는 그가 바로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각성자들이나 헌터들은 싫어도 대중에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
인구의 0.5% 정도지만 위험성이 다분히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전화 건너편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그 때문에 라이선스가 나올 때, 정보를 공개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구자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가능하지. 라이선스는 한 닷새가 지나야 나오니까.”
서바이벌에 합격한 헌터에 한 해서는 정부의 어마어마한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발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럼 닷새 뒤에 최건우 헌터를 보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구자혁은 그대로 이마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거 한동안 파란이 벌어지겠구먼.”
***
인천공항의 택시정류장.
갈 때와 달리 올 때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건우는 조광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럼 나는 가볼게.”
“인연이 있으면 꼭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조광철이 허리를 꾸벅 숙이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오버하지 마. 번호 남겼잖아.”
“그래도 형님한테는 이렇게 깎듯이.”
“하지 말라고!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임마!”
건우는 버럭 화를 내며 조광철을 다그쳤다.
주변은 그들을 보고 불안한 표정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210cm의 거한에 갑주를 차려입은 헌터가 허리를 숙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수상했다.
“그나저나 그 꼬맹이들은 어디 있냐?”
건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신촌 브라더스를 찾았다.
“바로 아크 길드에서 데리고 갔습니다.”
“유라는?”
“저, 저도 잘 모르…….”
부우우웅!
조광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건우의 앞으로 기다란 리무진이 섰다.
모델, 마이바흐 S600 풀만.
혹여나 차에 기스가 날까 싶어 건우는 멀찍이 떨어졌다.
그때, 뒷좌석의 창문이 열리며 서유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 어디까지 가세요? 괜찮으면 같이 가요.”
“아, 유라구나. 난 종로 쪽인데 괜찮겠어?”
“저도 마침 거기 들렀다 가려고 했어요.”
쑥스러웠던 건지, 서유라는 얼굴을 살포시 붉히고 있었다.
“…….”
뒤에서 가만 지켜보고 있던 조광철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누님. 봉황 길드는 경기권에 있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따귀를 맞을까 싶어 얌전히 침묵을 지켰다.
트렁크에 짐을 실은 건우는 곧 리무진에 탑승했다.
떠나기 전, 건우는 창문 너머 조광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나 진짜 간다.”
“네. 안녕히.”
부우웅.
멀어지는 벤츠를 살펴보며 조광철은 빙그레 웃고 말았다.
“역시 출세할 사람은 뭐가 다르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려나.”
***
‘역시 고급차는 분위기가 다르구나.’
차내 인테리어를 살펴본 건우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차량 내부는 4명이 마주 앉는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좌석은 전동식으로 조정이 가능한 데다, 가죽으로 이루어져서 푹신푹신했다.
심지어 냉장고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이 의자 완전 기분 죽인다.’
건우는 편한 승차감에 만족하다 곧 옆에 있는 서유라를 살펴봤다.
“…….”
서유라는 의외로 조용하게 있었다.
그녀는 현재 양손을 마주잡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어디 아파?”
“아, 아니요.”
“상처는 괜찮아?”
“이제 진짜 괜찮아요.”
“다행이네.”
서유라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살포시 웃었다.
‘……상냥해.’
지금까지 이런 걱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 기분이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무엇을 망각했는지 깨닫고 황급히 질문을 건넸다.
“오빠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길드에 들어가실 건가요?”
“지금 당장은 계획에 없어.”
솔직히 지금이라도 길드에 들어가면 괜찮은 조건에 계약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건우가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바로 자신의 능력이었다.
마법도 검술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
하지만 건우 자신의 근본적인 능력은 바로 복원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전생 이상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짜증 나지만 며칠은 더 짐꾼 생활을 해야겠네.’
사실 협회에 비밀을 유지해 달라는 것도 다 이런 이유였다.
만약 지금 길드랑 엮이면,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을 것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었다.
서유라는 건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지금 당장 생각이 없더라도 혹시 마음이 생기면 저한테 먼저 말씀해 주세요.”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말했다.
“자신 있나 보네. 나 몸값 엄청 불릴 예정인데.”
서유라는 자신 있다는 듯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보다 오빠를 더 잘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응?”
“…….”
일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서유라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내뱉은 말을 되뇌다가 곧 사과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오, 오빠. 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고요.”
“알아.”
건우는 그렇게 답하며 피식 웃었다.
“…….”
서유라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언짢은 건지, 서유라는 고개를 홱 돌렸다.
‘지혜도 가끔 가다가 저러는데,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뭐 잘못했나?”
건우가 손을 얼굴에 괴며 고심하는 동안, 반지에서 세이비어의 음성이 조곤조곤 흘러나왔다.
-너 보니까 고구마 한 백 개 꾸역꾸역 먹는 기분이다.
***
집 근처 도로.
서유라의 배려로 편히 도착한 건우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오늘 진짜 고마워. 나중에 시간 될 때, 밥 한 끼 먹자.”
건우가 의기양양 웃을 때, 서유라는 홀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 진심이죠? 제가 먼저 연락 안 해도 되는 거죠?”
단호한 기세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될 때 내가 연락할게.”
그 말에 안심이 됐는지 서유라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또 봐요. 건우 오빠. 연락 기다릴게요.”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그럼 나도 모처럼 집에 가 볼까? 지혜는 잘 있으려나.”
-뒤에 있다. 이놈아.
“……?!”
세이비어의 음성에 건우는 진심으로 놀라며 등을 돌렸다.
그곳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그의 여동생, 지혜가 서 있었다.
“지, 지혜야. 오빠 지금 막 왔어.”
툭!
지혜는 방금 전, 건우의 모습을 목격한 건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매를 좁히며 건우를 추궁했다.
“오빠 설마 돈 많은 여자 친구 만나느라 나 잊어버린 거 아니지? 일주일 만인데.”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잔뜩 서려 있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떨어뜨린 장바구니를 손에 쥐었다.
“여자 친구 아니야. 자꾸 그러면 나중에 오빠도 너 외간 남자 만났을 때 똑같이 추궁한다.”
-그때, 너는 미친놈이 돼 있겠지.
은근히 들려오는 세이비어의 디스에 건우는 조용히 무시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건우의 모습에 지혜는 피식 웃었다.
“그럴 날이 오려나. 라이선스 시험은 잘 보고 왔어?”
“S급은 따 놓은 당상이지.”
“오빠,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난다.”
“나중에 두고 봐라. 근데 오늘 저녁은 뭐야?”
“소고기 카레. 오빠 온다고 해서 모처럼 비싼 재료 잔뜩 사 왔어.”
“카레 좋지.”
건우는 훈훈하게 웃다가 조용히 발을 멈췄다.
“잠깐만.”
지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건우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가로등 아래로 비추는 길 구석구석을 살피던 중 뒤편 건물 부근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 소라 엄마.”
때마침 그곳에는 한 중년 여성이 다급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새 도망갔네.’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감지했던 인기척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때 뒤에서 지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 왜? 그래. 뒤에 뭐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건우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건우를 조용히 쫓고 있던 인물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과거, 건우의 신상명세서가 쥐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F급 각성자가 보였는데, 상당히 민감해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됐어. 방법은 많아. 그만 철수해.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사내는 칫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
[협회 본부, 지하 감정소]“오늘은 한가해서 좋네.”
시간은 오후 5시.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정시 퇴근을 눈앞에 둔 이상진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드륵.
하지만 그런 그의 계획을 초를 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자동문을 통해 들어온 건우였다.
“오랜만이에요.”
“……누구시죠?”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번에 여기서 무기 팔러 온 최건우입니다.”
“아, 건우 씨!”
기억을 되짚는 데 성공한 이상진은 깜짝 놀랐다.
‘우와! 사람이 어떻게 변해?’
눈앞에 있는 건우는 지난번이랑 비교해 봤을 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은 키도 그때보다 크고, 평상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한층 더 세련돼 보였다.
다만, 등에 매고 있는 아공간 배낭이 옥에 티였다.
“그 배낭 이제 잘 안 어울리는데요.”
“팔아야 될 물건이 있어서요.”
“오늘은 또 뭘 파시려고요?”
“잠깐만요.”
건우는 배낭에 있는 아이템을 탈탈 털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안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무기와 마정석이 잔뜩 쌓여 있었다.
“…….”
책상에 넘칠 만큼 쌓인 그것들을 보며 이상진은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잠시 기다려 주시죠. 금방 본부장님을 대동하고 오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을 게요.”
활짝 웃는 건우와 달리 이상진은 콧잔등을 꼭 누르며 흐느꼈다.
‘크흑! 나의 칼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