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0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00화
리안테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성채.
횃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군인들의 모습은 웅장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몸을 불사르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성채 지붕에는 두 개의 깃발이 팔락이고 있었다.
수놓아진 문양은 똬리를 튼 뱀,
옆에는 필리프 4세의 제국 ‘솔 레굴루스’의 사자문양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깃발은 두 가지 의미를 뜻했다.
하나는 이곳이 솔 레굴루스 제국의 영토이며…….
그들이 ‘똬리를 튼 뱀’이라는 대형 클랜이라는 것을 뜻했다.
국가라는 집단이 클랜의 소속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곳은 리안테 외곽 성채는 북부의 요새.
그리고 이곳의 책임자는 이자벨라 그레이스.
회백색의 고운 머리칼을 가진 여기사로 필리프 4세의 조카였다.
스윽.
그녀는 권태로운 눈빛으로 시스템 창을 살피고 있었다.
[2000000포인트]그것은 이번 달에 리안테의 주민들에게 거둬들인 조세였다.
다른 도시에서 이 정도 조세는 족히 세 달치나 됐지만.
“……부족해. 오늘은 왜 이것밖에 안 되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정과 폄하였다.
이자벨라는 에메랄드 눈빛을 반짝이며 수하들을 노려보았다.
“이 정도로 폐하께서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군량미로는 턱없이 부족해. 이번 전쟁은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테니까. 더 거둬들여야 해.”
“…….”
그녀의 엄포에 수하들은 일제히 말을 아꼈다.
발언의 취지는 알겠다만.
더 이상 곳간을 박박 긁어모아도 밀 한 줌도 안 나오는 판국이었다.
이 이상 조세를 징수할 방법이 없었다.
이자벨라는 그들의 속내를 알아챘는지 냉소적인 어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군. 징수관 그대의 생각을 듣고 싶어.”
스릉.
이자벨라는 차갑게 웃으며 날이 벼린 검으로 징수관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
싸아.
징수관의 안색은 급격히 창백해졌다.
이자벨라의 성격상 쓸모없는 발언이나 아부를 떠는 부하는 간신이라고 부르며 목을 벨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하찮은 소인이 어찌 감히 반박할 수 있겠습니까?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결국 내뱉는 말은 구차한 변명뿐이었다.
씨익.
이자벨라는 칼을 거둬들인 뒤, 자신의 보좌진과 수하에게 말했다.
“방법이 없으면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되지 않나. 더 이상 포인트가 없으면 세금을 내지 못한 주민을 노예로 파는 방법이 있잖은가.”
“오!”
반응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무인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그녀의 정책에 수긍했고.
행정관들은 하나같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보다 못한 행정관료가 몸을 일으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 그건 심한 부작용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점이?”
이자벨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지만 들어 주겠다는 듯 팔짱을 끼었다.
“징수의 취지와 목적은 알겠지만 앞으로 더 큰 조세를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건장한 남자의 인력이 필수입니다. 또한 병사가 부족하면 징집을 해야 되는데, 이때도 그들이 빠지면 큰 전력감퇴가 될 것입니다.”
“간단한 결론이군. 여자와 아이들을 판다. 그게 오히려 값어치가 있겠어.”
“그, 그건…….”
행정관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안테의 인구를 아예 없애버릴 수작인 건가.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또 불만 있나?”
한 번 결정했으면 몰아붙이는 게 이자벨라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제도 모르고 참견하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 것이다.
“어, 없습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고.
이자벨라는 씨익 웃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후방의 목적은 전방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 건재한 목숨은 위대한 황제, 필리프 4세를 위해 존재하는 거지. 백성들도 긴히 그 목숨을 바쳐야 되는 게 마땅한 도리. 안 그런가?”
척! 콰앙!
그녀의 기사단은 즉각 그녀의 말에 옹호했다.
‘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행정관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무나 광기 서린 충성심이 아닐 수 없었다.
“결단은 내렸으니 실행에 옮기도록. 아, 상품의 가치는 훼손되면 안 되니.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콰앙!
기사들은 절도 있게 발을 모은 뒤…….
“Yes you highness!”
라고 외치며 뿔뿔이 흩어졌다.
행정관은 침울한 표정을 감춘 채, 고개를 조아렸다.
저벅.
이자벨라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불만이 많은 눈치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백성들이 이곳에서 자라고 먹고 입고 자랄 수 있는 것은 폐하의 은덕이다. 일종의 은혜를 갚는 거지.”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나도 마냥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니다. 전쟁의 기한은 1년. 리안테의 인구가 소멸되는 일은 없을 거다.”
“…….”
행정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와 이야기를 해 봤자, 크게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이자벨라 그레이스.
그녀의 생각과 가치관은 모두 필리프 4세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세뇌가 아니다.
그녀는 필리프 4세의 위용에 감화 감동이 되어 스스로 더한 충성심을 보이는 것뿐이다.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바로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으슥히 인기척을 드러냈다.
“너희들이 오는 건 드문 일이군.”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그곳에는 가면을 쓴 기사들이 서 있었다.
나쟈.
왕의 눈과 귀로 일컬어지는 정보 집단으로써…….
그들은 솔 레굴루스를 구성하는 기사단을 다스리는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간단히 말해 이들은 필리프 4세가 직접 통솔하는 집단인 것이다.
이자벨라는 권태로운 눈빛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이곳에 온 용건은?”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자가 있어서 직접 방문하게 됐습니다.”
“폐하의 심기를? 무슨 죄를 지었지.”
“……그는 구족의 혈서를 태운 데다 황가의 시초인 하운드 백작의 영혼을 베어 버린 자입니다.”
“호오.”
스멀스멀.
설명을 듣던 이자벨라는 노골적으로 적의를 표출했다.
“폐하께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혈서를 태운 데다 영혼의 뿌리까지 베? 잘도 천인공노한 짓을 벌였군. 그 자를 죽이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조속히 처리하지. 한데, 붙들고 있는 그 녀석은 누구지?”
고개를 끄덕인 이자벨라는 나쟈들에게 붙잡힌 남자를 쳐다보았다.
낡은 갑옷을 입고 있는 그는 눈물을 흘린 채, 재갈을 입에 물고 있었다.
나쟈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복 전쟁 중 폐하께 직접 참전한 전장에서 탈영한 자입니다. 때마침 이곳이 고향이라고 해 폐하께서 사령관님께 일임하라고 했습니다.”
“재갈을 풀어라.”
스윽.
나쟈들은 그녀의 명에 따라 재갈을 풀었다.
재갈이 풀린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에게 고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조세도 열심히 내고 뼈가 부스러질 때까지 노역을 치르겠습니다. 더 이상 망령이 사무친 그 전장에서 싸울 수 없습니다. 처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부질없이 목숨을 잃을 순…….”
콰드득!
이자벨라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대신, 그의 팔을 그대로 도려냈다.
“크아아아아아악!”
손에는 핏빛을 띠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참으로 우매한 놈이 아닐 수 없구나. 네놈이 해를 보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폐하의 은덕이거늘. 하찮은 목숨을 바치는 것도 두려워해서야 요긴하게 써먹을 리는 없잖으냐? 뭐 괜찮다. 본보기로 네놈과 네놈의 가족을 처단하면, 다른 자들은 그런 몹쓸 생각을 품지 않겠지.”
자비 없이 쏟아지는 충성의 강요.
그것은 혹독한 눈보라보다 더욱 차갑고 무자비했다.
“제, 제발 가족만은!”
절망에 빠진 탈영병은 창백한 안색으로 다시 한번 자비를 간정했지만.
콰직!
이자벨라는 그대로 도끼로 남자의 머리를 찍어 베어 날려 버렸다.
후두두둑.
붉은 피가 분수처럼 튀기며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에 튀었다.
행정관은 처참한 광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건…….
달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요염하고 아리땁다는 것이다.
“폐하의 심기를 건드리는 그 미친 작자는 내가 직접 베겠다. 부하들을 풀어서 이 잡듯이 뒤져라.”
“Yes you highness!”
그녀의 명에 남은 부하들은 그대로 자리에 벗어났다.
“막대한 조세를 거둬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역을 품은 괘씸한 종자까지 잡다니. 흐음. 이걸 무림세계에서는 일거양득이라고 했던가. 오늘은 공훈을 꽤 쌓을 수 있겠어.”
행정관과 홀로 둘이 남은 이자벨라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웃어 보였다.
***
어두운 공터.
콰앙! 콰앙!
“크아아아아악!”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는 어린 늑대 수인, 렌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지면에 연거푸 튕겨나가 뒹군 렌은 후회했다.
그냥 얌전히 집에나 있을걸.
사나이로 태어나서 한 결심이 무색할 정도였다.
달칵.
그러나 공포의 주체는 멈추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그너스 3계층, 슬리핑 폴레스트의 보스, 케이론.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팔짱을 낀 채 렌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윽.”
자비 없는 수련법에 렌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파르르르.
아직까지 몸이 떨리기는 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싸워야 될지 나한테 확실히 가르쳐 주고 있어.’
리안테에 머문 지 어언 보름.
건우와 럼은 정보수집활동을 위해 저녁 늦게 들어왔다.
그 빈 시간 동안.
렌은 케이론과 온종일 수련을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몬스터와 하루 종일 지내는 게, 두렵기만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케이론에 대한 인상은 많이 변했다.
궁술부터 체술.
그리고 전략을 사용하는 법까지 다양한 지혜를 갖추고 있는 케이론은 철저하게 렌에게 훈련시켰다.
그 결과, 렌의 기량은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타앗!
렌은 발톱을 내세우며 단숨에 케이론의 등으로 도약했다.
단숨에 케이론을 기습하려는 의도였지만.
콰앙!
케이론은 보지도 않고 렌의 멱살을 집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크악!!”
뇌수가 끓어오르는 통증이 전신 곳곳에 퍼졌다.
하지만 절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꽈악!
언제 활을 꺼내든 건지, 케이론이 활시위를 당기며 화살촉을 렌의 이마로 향했기 때문이다.
“자, 잠깐만 스승님!!”
자비는 없었다.
콰앙!
화살은 어김없이 지면을 깨뜨렸고.
휘리리리리릭.
렌은 가까스로 벡덤블링을 해 일격을 회피했다.
“허억, 허억, 허억.”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아니, 죽이지는 않겠지만 죽음에 가까운 임사체험을 한 느낌이다.
‘오는 건가?’
렌은 전신의 털을 쭈뼛쭈뼛 세우며 다음 일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케이론은 반격 대신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다가 인비저블 마법을 시전했다.
‘왜 그러지?’
렌은 곧 코를 킁킁거리며 케이론의 이상행동에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뭐야? 네 녀석들은.”
렌은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병사무리를 발견했다.
화르르륵.
“꺄아아아아악!”
조용했던 번화가에서는 크게 화재가 일어나며 다수의 군대가 여자의 머리끄덩이를 붙들고는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싫어!”
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을 우리에 가두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렌은 그들의 과한 행동에 격노를 토했지만.
병사들은 포진을 풀지 않고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꿀꺽.
‘오는 건가?’
렌은 즉각 대응하기 위해 뾰족한 손톱을 드러냈다.
사생결단을 하고 전투에 임하려는 순간.
콰앙! 콰지지지직!
쇄도하는 일점들이 주변 곳곳에 퍼지며 병사들은 곧 피안개가 돼버렸다.
“……스, 스승님.”
그것이 케이론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렌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들이 솔 레굴루스 제국의 병사라는 것을 깨달은 렌은 곧 그들의 타깃이 누군지 깨닫고는 소리쳤다.
“건우 형!”
타앗!
건우의 안위가 걱정된 렌은 여관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며 렌은 생각했다.
제아무리 건우더라도 상대는 탑에서 정복전쟁을 일으키는 하이랭커의 군세다.
건우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수천 명을 보내지도 않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늦기 전에 빨리 알려서 데려가야 돼.’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전신 근육을 꽉 압축시키며…….
타앙!
있는 힘껏 문을 열어젖혔다.
“건우 형!!”
“커, 커헉!”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렌의 예상을 가볍게 뒤집었다.
이곳저곳 산산조각과 균열이 난 여관.
직원들은 오들오들 몸을 떨며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여관을 습격한 병사들은 모두 동공을 잃은 채, 기절하고 있었다.
퍼억! 퍼억!
때마침 병사 한 명의 얼굴이 피떡칠이 되도록 두들겨 패던 건우는 렌을 흘깃 바라보며 한 마디를 남겼다.
“왔냐?”
“……히끅!”
렌은 대답 대신 딸꾹질을 하며 지금의 심정을 대변했다.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