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0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01화
군인들이 남긴 발자취는 무자비했다.
리안테는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강제로 끌려가는 여자와 아이들은 억압받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주민들은 통탄했다.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하단 말인가.
그동안 뼈 빠지게 일하며 말도 안 되는 부역과 조세를 감당했건만.
그거로도 모자라 국가를 위한 명목으로 그들의 삶까지 갈취를 하다니.
실로 억울할 지경이었다.
여관 사장이 이야기를 끝마치자…….
빠득!
“쓰레기 같은 놈들.”
럼은 이를 갈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어딜 가나 더러운 세상이네.”
건우는 맥주를 들이켜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맞은편에서 여관사장은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건우와 그 주변을 쳐다봤다.
“끄응.”
족히 스무 명은 돼 보이는 솔 레굴루스의 병사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참입니까? 도와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저는 더 이상 여기에 오래 못 있습니다.”
여관 사장은 참담한 표정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건우 덕분에 가족이 무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어차피 잠시뿐이다.
병사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건, 곧 솔 레굴루스 제국에 대한 반역 행위로 간주된다.
여관 사장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당장이라도 짐을 꾸리고 도주를 할 계획이었다.
꿀꺽!
대답하기에 앞서 건우는 맥주를 원샷 한 뒤, 입을 뗐다.
“저도 오래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짐 꾸리는 건, 적어도 새벽까지 미루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심장한 말에 여관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곧 문 쪽으로 발길을 돌리며 럼과 렌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같이 깽판 치러 갈 사람?”
오싹!
아직 어떤 말도 듣지 않았지만 럼과 렌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확실히 제정신으로 사는 사람은 아니야.’
‘나도 저렇게 깡다구 있으면 좋을 텐데.’
튜토리얼 때부터, 똬리를 튼 뱀의 사도인 솔로몬을 건들지 않나.
필리프 4세가 그토록 갈구하던 구족의 혈서를 태우질 않나.
미친 짓에는 그야말로 일가견이 튼 사람이었다.
건우는 게슴츠레 눈을 좁히며 말했다.
“어째 눈빛이 무슨 저런 막장 또라이가 있어. 라는 눈빛인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 아니야.”
이제는 웬만큼 죽이 잘 맞는 듯 럼과 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겁나면 오지 않아도 돼.”
결단을 바꿀 생각은 없는지, 건우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럼과 렌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다가…….
피식.
절로 입꼬리에 웃음이 걸렸다.
“아무래도 우리도 미친 것 같지?”
“막장이지만 계획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건우를 쫓아갔다.
***
리안테 북부 요새.
사령관, 이자벨라는 성문에서 긴 행렬을 그리며 오는 군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끌고 오는 우리 안에는 구속구를 착용한 아이와 여인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군자금 마련은 이걸로 끝나가고 있군.”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니 술술 잘 풀리겠지.
그런 마음을 품으며 그녀는 주변에 있는 나쟈들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왕의 눈과 귀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미 필리프 4세는 모든 일을 이자벨라에게 위임했다.
다시 10층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그들은 이자벨라의 명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이자벨라는 그들에게 어떤 것도 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그들은 어디까지나 필리프 4세의 권속이다.
신분 차이로 보면 하잘것없는 자들이지만, 왕의 권속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능력을 이들 앞에서 입증하는 것이다.
리안테는 치안부터 행정까지 모든 것을 그녀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나쟈들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그녀 자신에게 큰 수치이자 굴욕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그것은 이자벨라 마음속에서 들끓는 분노였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필리프 4세의 복장이 뒤집히는 짓을 벌이다니.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었다.
‘어떤 미친놈인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응어리 진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그녀는 호흡을 고르며 나쟈들에게 말했다.
“그 미친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읊어 봐.”
나쟈 중 한 명이 그녀의 말에 즉각 답했다.
“최건우라는 플레이어였습니다. 튜토리얼에서 탑의 역사상 유례없는 전적을 남기며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일부 랭커들도 그를 클랜을 끌어들이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흥! 같잖은 짓을 벌여 주는군. 그럴 용기도 없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클랜들이 올림포스, 타르타로스, 아스가르드 등등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
이자벨라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확실히 솔 레굴루스 제국도 똬리를 트는 뱀이라는 거대한 클랜의 소속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탑에서 가장 큰 클랜에 속한 것이 뿐,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는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
‘똬리를 트는 뱀’의 사도들은 탑의 지배에 야망을 품으며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 세력이 거대해 보일 뿐.
실상은 다른 세력들 역시 힘을 아끼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새로운 루키의 출현은 탑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하계에 쉽사리 간섭할 수 없을 만큼.
신들은 강력한 사도를 원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뱀에게 협조적이지는 않으니 반드시 죽인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때마침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온 기사가 그녀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최건우. 그 건방진 자식은 어디로 가둬놨지?”
건우가 끔찍하게 폭행을 당하고 지하 뇌옥에 갇혀 있다는 전제하에 물은 거였지만.
대답은 그녀의 예상을 초월했다.
“그, 그게 병사들이 모조리 당했고, 최건우는 이미 사라졌다고 합니다.”
“……?!”
이자벨라는 믿기지 않는 듯 휘둥그레 눈을 떴다.
제아무리 역대급의 위업을 이룬 플레이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에 한해서다.
반면, 이자벨라의 군사들은 상당한 업적을 이룬 일당백의 저력.
천하의 솔로몬도 그녀의 군사들에게 포위가 된다면,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싸아.
그녀는 표독스런 눈빛으로 수하를 노려보았다.
“잡아 와. 제시간까지 못 잡아 오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절대 농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겠다는 듯 이자벨라는 핏빛의 도끼를 들어 보였다.
바로 그때.
“아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곁에 있던 나쟈의 말에 이자벨라는 의아한 표저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꿀꺽.
대답하기에 앞서 나쟈는 고인 침을 삼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진짜 예상을 초월한 미친놈이었군요.”
“설마?!”
무언가 깨달은 듯 이자벨라는 나쟈들의 시선이 향한 쪽을 쳐다봤다.
쿠웅! 척! 척!
장소는 성문의 입구.
지금 이 순간.
다수의 군대들이 포진해 한 사람을 잡기 위해 북적거리고 있었다.
정작, 그 창과 매서운 시선을 받는 당사자, 건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한 명, 한 명이 C급 헌터 이상이네.”
병사들의 역량을 살핀 건우는 살짝 놀랐다.
힘의 크기는 C급이지만 이들은 B급 헌터를 무난하게 제압할 정도의 역량이 우월했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무엇보다 대단한 건, 북부의 군인들이 모두 한곳으로 집결했다는 것이다.
꽈악!
성벽의 위에서는 궁수들이 건우를 표적으로 삼고 있었고.
방패와 검을 든 수천의 기마병들이 건우를 에워싸고 있었다.
씨익.
건우는 입꼬리만 슬쩍 올린 채, 별반 망설임 없이 발을 옮겼다.
꿀꺽!
병사들은 고인 침을 삼켰다.
이 녀석은 상황 파악이라는 걸 하고는 있는 것일까?
상대는 정복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필리프 4세의 군대.
그중 극히 일부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일부조차 만 단위의 규모이거늘.
……무모한 것이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뭐해? 가만있을 거야?”
긴장하고 있는 군사들에게 건우는 조소를 그리며 도발을 던졌다.
쇄액! 쇄액! 쇄액! 쇄액!
화륵! 화륵!
그 말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결과가 되었다.
불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건우를 향해 빗줄기처럼 쏟아졌고.
콰직! 콰앙!
건우는 불화살을 피해 단숨에 발을 박차 창기병의 얼굴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아아악!”
바로 곁에 있던 병사들은 동요 대신 곧장 건우를 향해 창을 찔러 넣으려고 했지만.
카앙!
건우는 팬텀 스프릿 소드를 집어 창을 흘려 넘긴 뒤,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카아아아앙!
참격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기나긴 불똥이 튀기며 갑옷들이 부스러졌다.
“으아아아아악!”
맛보기는 끝났다는 듯 곧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군인들은 너나 가릴 것 없이 건우를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부었고.
카앙! 카앙! 휘릭!
그 공격들을 모조리 회피한 건우는 팬텀 스피릿 소드를 능수능란하게 바꿔 쥐며 병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푸욱! 푸욱!
막고 찌르고 붙잡고 이격의 틈을 베어 낸다.
그 빠르기에 미처 대응하기 어려운 건지, 병사들은 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그 와중에 레벨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뭐, 뭐야! 저 자식!”
요새 가장 높은 성루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이자벨라는 경악했다.
상대는 기껏해야 단검밖에 없는 존재이거늘.
마치 유령이라도 된 것처럼 군사들을 도륙하고 있다.
“전부 투입시켜. 여기서 지면 가만 놔두지 않겠어.”
제아무리 강하더라도 개인의 역량으로 다수가 일으키는 화력을 압도할 수 없다.
뿌우우우우.
그녀의 명에 병사들은 뿔피리를 불며 전력을 건우 한 명에게 집중시켰다.
쿠구구구구.
위에서 지켜보는 진형의 변화는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어마어마했지만.
카앙! 카앙! 카앙!
흉갑과 건틀렛 등을 깨뜨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건우의 존재는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밀리고 있다.
놀랍게도 한 명에게 만 명이 넘는 군세를 몰아붙이고 있는 기가 막힌 형국이었다.
이자벨라는 그 풍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 단어를 읊조렸다.
“……교란자.”
어째서 탑에서 파란을 불러일으킨 정체불명의 강자를 떠올리는 걸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사실을 애써 부인했다.
상대는 기껏해야 1층에서 막 넘어온 신참이자 튜토리얼에서나 최강인 플레이어.
단지 그뿐이다.
그렇게 한창 열전이 벌어지는 도중.
콰앙!
건우는 대뜸 굳게 닫힌 성문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마치 종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격철 소리가 성내에 길게 울려 퍼졌다.
“……뭐하는 거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설마?!”
이자벨라는 이것이 곧 불길한 전조임을 직감했다.
“……우리를 가두려는 수작이야?”
기형적으로 찌그러진 성문은 잠금쇠를 비틀어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열기 힘들어졌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빗장 문을 열고 도망가는 게 상책일 것이다.
한데, 그 발상을 역으로 전환해 군대를 가두다니.
아무리 봐도 제정신으로 벌인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바로 건우의 입에 떨어지는 한 마디였다.
“나는 균열을 메우는 자. 부서진 시간의 파편 속에서 질서를 정립할지니.”
딸칵!
기계처럼 내뱉는 한마디와 함께 체내 십장의 태엽이 회전했다.
그와 동시에 건우의 몸에서 금빛의 기운이 파문을 그리며 흘러나왔다.
‘서, 설마 시동어?!’
이자벨라는 눈을 부릅뜨며 군세를 향해 소리쳤다.
“진형을 안쪽으로 돌려! 빨리!”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그 충고는 한 발 늦었다.
병사들에게서 창을 빼앗아든 건우는 곧장 투척했고.
콰아아아아앙!
창격은 단숨에 지면을 붕괴시켜 토사물을 흩뿌려놓았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병사들 중 살아남은 자는 물론 존재하지 않았다.
건우는 한층 더 강해진 힘을 체감하며 나지막이 한마디를 읊조렸다.
“나와라. 세피아.”
[이그너스 2계층, 얼음미궁을 복원했습니다.]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우웅.
눈앞에 생성된 게이트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고혹의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미궁의 최종보스, 세피아.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즉각 건우에게 예를 취했고.
건우는 팔짱을 끼며 그녀에게 명했다.
“전부 쓸어버려.”
쩌저저저저저적!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공에는 엄청난 양의 얼음 덩어리들이 생성됐다.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