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0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05화
10층에 도달한 뒤.
건우는 정보 수집을 하며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꽤 뼈아픈 지출을 겪어야 했다.
[보유 포인트: 90,000]“뼈가 아프네. 뼈가 아파.”
눈으로 직접 본 현실에 건우는 눈앞이 컴컴해진 것 같았다.
한 달에 무려 5만 포인트 가까이 지출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솔 레굴루스 제국의 모든 숙박업소는 하루 평균 300포인트였다.
장기 투숙을 하면 10% 정도의 감면 혜택은 주어진다지만.
정보 수집을 위해 지출한 포인트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적을 수는 없었다.
이런 경위로 한 달 동안, 쓴 총합 포인트는 무려 30,000이었다.
“돈 벌어다 주는 춘삼이가 그립네. 그리워.”
건우는 한국에서 자신을 보필한 춘삼의 서포트가 절로 그리워졌다.
-걔가 너 편할 때 쓰는 돈주머니냐?
세이비어의 핀잔에 건우는 진지하게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데려올까요? 어차피 돈 버는 데 재능은 탁월하잖아요.”
-……진짜 데려오게?
“농담이죠.”
-이게 진짜!
세이비어는 발끈했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벽에 쓰인 글자를 바라보았다.
정보원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 직접 글귀를 써내려간 것이다.
거기에는 각 지역의 물가도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토대로 봤을 때, 건우는 중대한 문제점을 밝혀냈다.
“……구제도의 모순”
그것은 한국에 있을 때, 세계사에서 익히 접해 온 프랑스의 시대상의 계급제도였다.
제 1신분은 성직자, 제 2신분은 귀족, 제 3신분은 평민.
한정된 자원은 한계가 있거늘.
성직자와 귀족은 가장 많은 땅과 돈을 가졌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았으며.
그 어마어마한 조세를 가장 적은 재산을 가진 평민이 감당해야 했다.
탑의 1층부터 10층까지 상황도 이와 판이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
1층부터 9층까지 90%재화는 모두 10층을 위해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층의 물가는 말도 안 되게 높으며 빈민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부조리는 탑의 주민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건우가 그중 가장 놀란 것은 게이트 통행료였다.
“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올라왔다면, 벌써 전 재산을 탕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건우는 층을 오를 때마다 내는 게이트 통행료에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탑에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방법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은 역시 미리 구축한 게이트였다.
그런데, 만약 그것을 필리프 4세의 군세가 점령한 상태라면?
플레이어는 자연 그들이 원하는 통행료를 내고 통과할 수밖에 없다.
-아주 돈으로 말려죽일 심산인가보구나.
신참 플레이어 들은 시련을 겪으며 얻은 포인트로 경제활동을 벌인다.
한데, 만약 탑에 오르면 오를수록 이 말도 안 되는 물가에 시달려 적자를 겪게 된다면?
플레이어는 자연히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부익부 빈익빈도 더럽다 못해 아주 치사하네.”
만약 이자벨라에게서 얻은 워프스톤을 이용해 10층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파르르.
생각만 해도 오한이 돋친 건우는 몸을 떨었다.
‘아마 3, 4층에서 고행 중의 고행을 겪었을 것 같네.’
끼익.
“끄응. 건우 형 나 왔어. 이거 어디에다 둘까?”
“번번이 고생만 시키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럼과 렌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의 양손에는 이번에 얻어 온 정보가 한가득 서류더미가 들려 있었다.
“여기에다 내려놔.”
쿵.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렌과 럼은 서류더미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그럼.”
건우는 책상에 올려 둔 안경을 착용하고서…….
팔락, 팔락.
순식간에 그것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렌과 럼의 시선에서는 그냥 의미 없이 종잇장을 넘기는 것 같았지만.
탁.
순식간에 한 부를 독파한 건우는 렌에게 그것을 넘기며 말했다.
“이제 됐어. 저녁에 태워버려.”
“……”
뭐지? 지금 장난하는 건가?
어리지만 무려 늑대 수인이 앓는 소리를 내며 들고 온 그 두꺼운 양의 서류를 정말 다 읽었단 말인가.
며칠이나 본 풍경이지만, 오늘만큼은 꼭 항의하기로 렌은 마음먹었다.
“형 솔직히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지.”
“그렇게 의심되면 원하는 페이지, 아무거나 들춘 다음에 물어봐. 첫줄부터 맨 끝까지 달달 말해 줄게.”
“……아니야. 괜찮을 것 같아.”
이미 예전부터 건우가 완전기억능력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렌은 자괴감 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신은 나에게 쓸데없는 이빨과 발톱을 준 건지…… 그냥 완전기억능력을 주지.”
건우는 두 번째 서류를 모두 읽은 뒤, 서류더미에 얹으며 말했다.
“늑대가 발톱이랑 이빨 없이 어떻게 살아가려고? 이것도 태워 줘.”
“…….”
이거 완전 사기 아니야?
이 정도면, 정보 습득 능력에 있어서 가히 발군이라고 칭할만 했다.
그 모습이 실로 얄미웠던지, 세이비어는 애틋하게 여기는 후손임에도 한마디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어후, 재수 없어.
“다 들립니다.”
건우는 손목과 발목을 한 번씩 돌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정보 수집은 이걸로 끝이야. 10층의 정황부터 필리프 그 개자식의 더러운 취미와 미각 취향까지 다 알아냈으니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보자고.”
-가장 먼저 뭐부터 할 생각이냐?
렌과 럼 역시 궁금했는지 귀를 쫑긋 세웠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가장 먼저 필리프 4세한테 인사를 해야 되지 않겠어요?”
쿠쿵.
경악스런 첫 시작에 렌은 입을 쩍 벌렸고, 럼은 동공을 잃은 흰자위만 드러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춘 이라면, 적지를 염탐해 보는 게 우선이거늘.
늘 내뱉는 발언이 상식 밖이니 동요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세이비어는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듯 물었다.
-또 어떤 또라이 짓을 하게?
“사흘 뒤에 궁전에서 펼쳐질 가면무도회에 참석할 거예요.”
‘확실히 그거라면?!’
건우의 목적을 간파한 건지, 럼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실현이 가능한가는 궤가 다른 문제였다.
필리프4세는 연회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측실을 들일 여인을 물색하기도 하며.
춤을 즐기고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즐기며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것까지.
그는 뽐내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권세가였다.
처음 취지는 전장에서 쌓인 여독을 푸는 흥밋거리였지만.
지금은 연회의 내용을 항상 주기적으로 바꿔 색다른 재미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그는 신분을 알아볼 수 없는 가면무도회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들어가는 출입절차 역시 그가 보낸 초대장만 보여 준다면 만사형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으니.
“이, 입장은 어떻게 하실 참입니까?”
가면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한 조건은 바로 초대장.
이 초대장은 위조가 불가능한 마법이 심어져 있는 데다 암표처럼 거래도 불가능했다.
“가면무도회에 대한 정보는 며칠 전부터 얻은 거잖아.”
스윽.
발설 직후.
건우는 서류더미 사이에서 있는 종이쪼가리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며 보여 주었다.
“찢겨진 조각의 일부만 있으면 충분해.”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금빛으로 뒤덮인 초대장이 원상대로 복원됐다.
“가, 가짜?!”
렌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렇게 외쳤지만.
씨익.
건우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아니. 이건 또 하나의 진짜야.”
***
샹들리에 밑으로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연회가 펼쳐졌다.
가면을 쓴 제각기의 사람들은 궁정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조형물은 모두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밖에 쏟아지지 않았다.
“어떤가? 이게 짐이 이룩한 현실이네.”
필리프 4세는 와인글라스를 손에 쥔 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말동무가 되어 준 것은 공작 깃털 가면을 착용한 여인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여인들이 입은 화려한 드레스와 달리 그녀의 드레는 무척이나 단정했으며.
넘실거리는 적금발의 머리칼과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는 그녀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은연중 보여 주었다.
“따분해.”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주변의 시녀들을 긴장시키게 만들었다.
천하의 필리프 4세 앞에서 저런 대범한 발언을 하다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녀의 안위를 걱정할 때.
“크하하하하하, 여전히 솔직담백하구먼.”
필리프는 의외로 털털하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럼 내가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너의 눈치를 봐야 돼? 웃겨 정말.”
적금발의 여인은 마치 오랜 시간 지냈던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늘 위엄과 품격으로 가득했던 필리프 4세가 어린 악동처럼 보였다.
“이참에 여기에 황비로 맞아들일 테니, 상주해 보는 건 어떤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몇 번째 결혼이 되려나.”
“4211번째가 되는군.”
구혼자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필리프 4세는 턱수염을 다듬으며 자랑스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인은 같잖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는 한 번도 못했으니, 불공평한데. 무엇보다 난…….”
스윽.
그녀는 무척이나 도발적인 눈빛으로 필리프 4세를 보며 말했다.
“나보다 강한 남자 혹은 자질을 가진 남자가 아니면 흥미가 없어.”
왈칵!
자존심이 크게 상했는지 필리프 4세는 즉각 반박했다.
“그 말은 짐이 너보다 약하다는 건가.”
“그렇게 집요하게 따지니, 다른 말로 대변해 줄까. 넌 그냥 내 취향이 아니야.”
“…….”
기왕 말하는 김에 그녀는 그 이유까지 명명백백 밝혔다.
“그 수염이 너무 더러워 보이거든. 아 그렇다고 깎지 마. 마음이 변할 확률은 0.00001%도 없으니까.”
“성가신 계집이군.”
“넌 너무 재수 없고.”
필리프 4세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곧 연회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뭔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것을 보고 싶구먼.”
“그 기대에 응해 줄 사람이 나올지 모르겠네.”
그녀의 말에 필리프 4세는 와인 잔을 내려놓은 뒤, 깍지를 끼며 말했다.
“연회는 지금 막 시작이니까 기대해 봐야지.”
발설 직후.
그는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는 나쟈들에게 말했다.
“만약 짐의 기분을 흡족하게 하지 못한다면, 연회를 꾸린 녀석들의 목을 쳐라.”
나쟈들은 예를 갖추며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여인은 웃음기 어린 미소로 그를 보며 말했다.
“지독한 건 여전하네. 필리프.”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라페아.”
의미 없는 말다툼이 한창 이어지려고 할 때.
쨍그랑!
느닷없이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흐음 저건…….”
따분하기만 했던 라페아의 눈빛에 처음으로 흥미의 감정이 치솟았다.
푸른 눈동자에 담긴 인기척은 광대 가면을 쓴 한 남성이었다.
***
연회의 눈부신 광경을 직접 바라본 럼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농부 출신의 그에게 있어 연회는 처음 접해 보는 신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후우, 후우, 후우.”
맥박이 절로 빨라진다.
혹여 정체라도 들킬까싶어 기분이 절로 아찔해졌다.
“심호흡 그만해. 대범해지라고.”
건우는 럼이 쓰고 있는 가면을 고쳐주며 덩달아 자신이 착용한 광대가면도 고쳐 썼다.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럼은 그렇게 말하며 제일 높은 권좌에 앉아 있는 필리프 4세를 슬쩍 엿봤다.
삼십 대 중반의 외견을 갖추고 있지만 본질은 수백 년을 산 능구렁이 영감탱이다.
그의 장인이자 가족을 떨어뜨리게 만든 철전지 원수.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폭군.
툭.
건우는 분노에 찬 그의 가슴을 손등으로 치며 말했다.
“목적을 잊지 마.”
“죄, 죄송합니다.”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내와 딸을 찾는 것이었다.
필리프 4세가 직접 연회에 참석하면, 그 가족과 친지들 역시 예외 없이 전부 참가해야 한다.
만약, 아델하이트를 가족으로 인정했다면, 그녀 역시 이곳에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
그러나 눈앞에 가득 찬 인원은 수만 명은 되어 보여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
그러던 바로 그 순간.
수 많은 인파 가운데, 의자에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가면을 쓰고 있어 인상확인을 하기 어려웠지만.
어느새 럼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스윽 내밀었다.
“……”
여인은 힘없이 고개를 들 때.
“크, 크흠. 같이 춤을 출 수 있겠습니까?”
럼은 어색한 말투로 그녀에게 춤을 신청했다.
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