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0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06화
이 사람은 누구지?
춤을 추자는 남자의 요구에 아델하이트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버님이 보낸 사람인 걸까?’
혹 정략결혼 상대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다기에 가면을 쓴 이 남성의 인상은…….
‘촌스러워.’
이런 사람을 정혼자로 보낼 리는 없었다.
일부러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값진 의상을 입고 있다지만.
기품이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왜 접근한 걸까?
아델하이트는 절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윽.
하지만 손은 본능적으로 사내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궁정음악단이 웅장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주춤, 주춤.
정작, 기세 좋게 춤을 권한 남자는 어떻게 춰야 될지 몰라 옆의 사람을 보며 어설프게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푸훗.”
그 모습을 보며 아델하이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실망인데요.”
휘익.
아델하이트는 그대로 크게 몸을 젖혀 남자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그는 어설프게 아델하이트의 움직임에 맞춰 주며 간신히 춤이란 형태를 이루었다.
가면 너머의 남자의 눈동자는 울 듯 말 듯 흔들리고 있었다.
아델하이트는 춤을 추며 그에게 말했다.
“어째서 결함품인 저에게 춤을 권한 거죠?”
고독에 휩싸인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어두웠다.
“겨, 결함품이라니?! 대체 누가?!”
이를 부정한다는 듯 남자는 곧장 반박했지만.
“어머 별꼴이람. 벌써부터 꼬리를 치기 시작하네.”
“천한 것의 애까지 낳았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이 연회에 발을 내민 거야?”
“아, 쟤는 어차피 약소국에 팔려나갈 예정이야.”
속닥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심히 두들겼다.
남자는 분노가 들끓었는지 심장의 고동이 더욱 커져 갔다.
아델하이트는 차분하면서도 어두운 표정으로 그에게 이야기했다.
“저 말대로 형제, 자매들에게 저는 결함품이에요. 제국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과 관계없이 후회하지는 않아요.”
“……아델하이트.”
가슴을 쑤시는 듯한 한 마디에 남자, 럼은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며 속으로 외쳤다.
미안해.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연주가 끝나려는 찰나, 아델하이트의 남매 중 한 명인 라오스가 입가에 조소를 그리며 말했다.
“아, 한마디로 그거네. 창녀 같은 계집이 남자한테 꼬리 친다? 하하하하”
“입 닥쳐!!”
콰앙! 쨍그랑!
럼은 참지 못하고 탑처럼 쌓아 전시해 둔 크리스탈 잔들을 주먹으로 와장창 깨뜨리며 라오스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에 라오스는 눈을 부릅떴고.
“멈춰!”
아델하이트는 힘껏 소리치며 럼의 행동을 만류하려고 했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
럼의 주먹은 라오스 얼굴 근처까지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콰앙!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건우가 럼의 주먹을 붙들며 그대로 발을 걸었다.
콰아앙!
럼은 그대로 볼품없이 넘어졌고, 라오스는 얼굴이 곧장 달아올랐다.
“괘씸한 놈! 감히 나에게!!”
척!
건우는 자연스럽게 라오스의 입술에 검지를 바싹 붙였다.
“허허허, 프린스. 이건 어디까지나 깜짝 파티입니다. 이래야 연회가 물이 오르지 않겠습니까?”
자연스럽게 광대 같은 말투를 구사한 건우는 깨진 크리스탈 잔에 손을 향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우웅.
따뜻한 황금빛을 받은 유리조각들이 붕 떠오르며 퍼즐 맞추듯 순식간에 원상태로 복귀됐다.
“오오!”
“난생처음 보는 진귀한 장면이구먼.”
“연회는 이래야 제 맛이지.”
연회의 참가자들은 감탄사를 터뜨리며 그 풍경에 감탄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정말 쇼를 위해 벌어진 헤프닝이라고 생각한 듯 보였다.
하지만 라오스는 어림없다는 듯 건우의 멱살을 쥐며 읊조렸다.
“넌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 그, 그, 그, 그럴 리가요?”
건우는 더욱더 과장된 말투로 양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까닥.
마지막에는 뒤늦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퍼포먼스까지 펼쳐 보였다.
“이게 끝까지 나를 농락해!”
본말전도.
어느새 라오스는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던 럼의 존재를 잊고 훼방을 둔 건우에게 윽박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
꽈악!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 사이로 한 명이 인기척을 드러냈다.
“……?!”
예측불가의 움직임에 건우조차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공작 깃털 가면을 쓴 여인이었다.
얼굴은 완전히 알아보기 어렵지만, 적금발에 푸른 눈빛을 가진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데, 그 아리따운 외견과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라오스의 손목을 붙들며 가볍게 제압하고 있었다.
“끄으으윽! 이것 놓지 못할까? 미천한 년이 여기가 어느 자리라고?!”
라오스는 고통에 힘겨워하며 폭언을 내뱉었다.
우드득!
그 대가로 그의 손목은 완전히 으스러져 아작이 났다.
여인, 라페아는 입꼬리에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네놈이 나에게 자리를 논할 상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그녀는 라오스를 집어던졌다.
채앵! 채앵! 채앵!
이례가 없는 황족에 대한 모욕에 병사들은 그녀에게 일제히 창을 내밀었다.
“거두어라. 궁전이 박살 나는 걸 보고 싶은 게냐? 네놈들은.”
필리프 4세가 뒤늦게 걸어 나와 그들을 제지했다.
“……?!”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평소라면 황족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다고 하며 목을 잘라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에 오히려 병사를 물리다니.
그와는 전혀 맞지 않는 행동에 병사들은 모두 당황했다.
필리프 4세는 자신의 아들, 라오스를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냉철한 말투, 그리고 싸늘한 눈길.
그 분노와 질타를 받은 라오스는 크게 놀라 황급히 변명했다.
“아, 아버님! 오, 오해입니다. 저, 저는…….”
“…….”
필리프 4세는 라오스를 응시할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히끅!”
그 이상 어설픈 핑계를 대면 죽이겠다는 무언의 경고임을 깨달은 라오스는 너무 놀라 딸꾹질을 하며 잽싸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소, 송구했습니다.”
그러고는 예를 갖추며 최대한 빨리 그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
어색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필리프 4세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재미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구나. 연회에는 광대를 부른 기억은 없는데, 누구지?”
“저도 제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까닥.
건우는 장난스럽게 답하며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쿵.
장난스런 그 행동에 사람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뭐야? 저 미친놈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다니,
꿈틀.
실제로 건우의 기만에 필리프 4세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가까스로 인내하며 말했다.
“뭐 좋다. 연회 특징이 가면무도회니 거기에 맞춰 줘야겠지. 그 능력으로 마음껏 재롱을 부려 보거라.”
가면 안에서 건우는 얼굴을 꿈틀거리며 씨익 웃어 보였다.
긴장이 되면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
오히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건우는 장난스럽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지금은 밑천이 드러나니, 대신 폐하께서 실컷 관람할 수 있는 장소를 조만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쿠쿵!
예의에 어긋난 무례한 태도에 연회 참석자들의 일동 몸이 경직됐다.
‘미친놈아! 어쩔 수작이야!’
세이비어조차 의념으로 심히 꾸짖었다.
꿈틀.
건우의 행동이 심히 비위가 상했는지, 필리프 4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하하하하하.”
심하게 노한 그의 투지를 꺼뜨린 것은 한 여인의 웃음소리였다.
공작 깃털 가면을 쓴 라페아는 필리프 4세를 보며 말했다.
“이쯤에서 용서해 줘. 가끔 이렇게 미친놈이 있어야 연회에 흥이 나지 않겠어?”
“아아, 짐은 한없이 아량이 깊으니 그럴 생각이었다.”
필리프 4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건우를 보며 말했다.
“짐을 조롱하고 기만했으니, 그만큼 값지고 즐거운 무대겠지. 기대하마.”
“Yes you‘r majesty!”
건우는 모자를 벗은 뒤, 예를 갖추며 답했다.
“…….”
필리프 4세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고.
건우는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건우를 공작 깃털 가면을 쓴 여인이 빤히 엿봤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건우는 질문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저한테 용무가 있으신지요?”
“무척이나 흥미로워 보고 있었느니라. 내 이름은 라페아다.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그냥 광대라고 불러 주십시오.”
“흐음. 좋다. 광대여. 춤을 추지 않겠느냐?”
우아하게 손을 내민 그녀에게 이끌리듯 건우는 그녀의 손을 마주 잡으며 예를 표했다.
라페아는 궁정음악단의 지휘자를 슬쩍 쳐다봤다.
움찔!
노려본 것도 아니고 쳐다본 것뿐인데, 지휘자는 크게 놀라며 지휘봉을 휘젓기 시작했다.
우웅.
그 순간을 기점으로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리지고 연회에 다시 활기가 차올랐다.
춤을 추기 전.
건우는 럼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았다.
라페아의 출현으로 경황이 없어 살피지 못한 탓에 럼은 증발된 것처럼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 녀석이라면 같이 춤을 추던 여인이 데리고 갔으니, 안심해도 될 거다.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춤에 집중했다.
스윽, 스윽.
라페아는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백조는 결코 모습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몸놀림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눈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건우를 향하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아까와 똑같은 질문입니다.”
“아아, 본질을 묻는 의도였는데, 그렇게 들렸나보구나.”
라페아는 그대로 건우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움찔!
뭐야? 갑자기 왜 그래?
혹 취해서 주사를 부리는 건가 싶었지만 라페아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얼굴로 말했다.
“아아 너에게서는 흔히 맡을 수 없는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처음 날 이끌게 했던 건 틀림없이 이 냄새겠지.”
“그게 무슨…….”
우웅, 우웅, 우웅.
반문하려는 찰나, 라페아의 주변으로 오색찬란한 등불이 반짝였다.
“우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건 정령?!’
반면, 건우는 등불의 정체가 하급 정령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라페아는 도발적인 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흔치 않는 정령친화력을 가진 데다 깨진 물건을 복구시킬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필리프 녀석에게 겁을 내지 않는 기질. 네놈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탑에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스윽.
그녀는 그대로 양팔로 건우의 목을 감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내 이름은 라페아. 27계층의 플로어 마스터였던 자지. 너를 만나서 진심으로 기쁘도다. 교란자여.”
“……?!”
따뜻한 숨결과 함께 전해진 그녀의 한마디에 건우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
“하아, 하아.”
연회가 더 소란스럽기 전에 아델하이트는 럼의 손목을 붙들고 무작정 뛰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바깥과 연결된 통로로 향해 힘껏 뛰었다.
다행히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길목을 틀어 주었다.
주변을 살피니 해안이 훤히 보이는 궁내부.
앞에는 꽤 험준한 계단이 있었다.
“자, 잠깐 어, 어디까지 갈 생각입니까?”
그녀가 다칠까 싶어 럼은 가까스로 발을 멈추며 그녀를 제지했다.
우악스런 그 힘을 이길 수 없었는지 아델하이트는 발을 멈추더니 곧 가면을 벗으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이미 그의 정체를 간파한 건지, 그녀는 무척이나 차가운 표정으로 럼을 바라보았다.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