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1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09화
……바보.
대체 어쩔 생각인 거야?
갑작스런 럼의 등장에 아델하이트는 가슴이 졸여 왔다.
심연의 결투.
분명 이 방법만이 가족을 지킬 수 있으며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상대는 탑의 십존 중 하나인 필리프 4세.
무적함대를 제하더라도 개인의 전투력으로도 플레이어의 범주에 벗어난 자였다.
콰앙!
건틀릿에 휘감긴 필리프 4세의 주먹이 럼의 얼굴을 강타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부서진 이빨은 배의 갑판에 후두둑 떨어졌다.
“크으으으으.”
“아빠!”
그 광경에 그의 딸, 소피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럼에게 소리쳤다.
“소피. 괜찮아.”
아델하이트 역시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일부러 소피를 끌어안으며 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아, 노인네가 기력이 장난이 아니구먼.”
럼은 애써 당당한 척 말했지만.
파르르르.
공포로 인해 다리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욱신!
무엇보다 전신을 옥죄는 통증으로 인해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필리프 4세는 그런 럼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말했다.
“당최 이해가 안 되는구나. 기껏 하층민인 주제. 황제의 혈족과 연이 닿았다고 기고만장한 건가? 애석하게도 네놈과 짐의 피는 격이 다른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한 적 없어. 피도 상관없어. 내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인연이니까 멈출 수 없는 거야!”
기합과 함께 다시 필리프 4세에게 뛰어들었다.
콰앙!
물론 어림없다는 듯 필리프 4세는 노크하듯 럼의 명치부근을 두들겼다.
빠직! 빠직! 콰앙!
단지 그것만으로 럼의 골격은 심하게 뒤흔들리며 뼈 곳곳에 균열이 갔다.
“크아아아악!”
신경 곳곳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뇌수를 들끓게 만들었다.
필리프는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피를 토하는 럼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약해빠진 종자들이 만들어 낸 세뇌와 같은 이치지. 남을 죽이면 안 된다. 남의 것을 약탈하면 안 된다. 그것은 자신들을 지켜 내기 위한 거짓과 조롱인 게다.”
우웅!
직접 위용을 과시하는 것처럼 그가 타고 있던 스키드블라드니르를 필두로 5000척의 비마나가 허공을 활개하기 시작했다.
단지 이딴 하찮은 놈과 결투로 전쟁을 지체할 수는 없다.
그는 이대로 40층까지 도달할 생각이었다.
휘잉!
거친 폭풍이 동반되는 가운데.
필리프 4세는 엄숙하면서도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애석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짐에게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왜냐? 태어날 때부터 이 세상은 짐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지.”
“하아, 하아.”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럼의 눈빛은 죽기는커녕 더욱 불타올랐다.
싸아.
반면, 필리프 4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아, 네놈은 눈빛이 글러먹었구나. 짐을 알현할 때는 경외가 실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라고 누구도 가르치지 않았나 보구나.”
콰앙! 우드드드득!
그의 발은 럼의 손등을 짓밟으며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크아아아아악!”
럼은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고.
“그만, 그만 포기해!”
아델하이트는 눈물을 쏟으며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다.
심연의 결투.
이 시련은 결투의 당사자 외에 외부에서는 결코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퍼억! 퍼억!
무자비한 구타 앞에 럼은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희열에 젖어 있는 필리프 4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 남자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은’
……0%
통상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럼은 자살을 선택한 걸까?
미리 대답을 하자면, 럼은 그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죽일 수 있는 확률 0.3%.’
그는 기다리고 있다.
꽈악!
으스러질 듯 주먹에 쥐고 있는 아티팩트, ‘인과역전의 고리’가 발동하기를…….
-등급 : 유니크
-설명 : 적과 데미지를 맞바꿀 수 있다. 격이 높은 상대일수록 아티팩트 발동 성공확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내구도 1/11
*1회성 아티팩트
*필리프 4세에게 성공할 확률: 0.3%
절망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 부질없는 짓이라고 평할 것이다.
하지만 럼은 잊지 않았다.
가족을 잃을 수밖에 없는 좌절감에 갇혀 있던 그 당시의 기억을…….
연거푸 튜토리얼에서 실패하던 도중 우연히 취득한 이 아티팩트는 필리프에게 도리어 희망을 주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버틴다. 버텨서!’
“잡념이 많구나.”
콰직!
인내심에 한계가 달했는지 필리프 4세는 어느새 검집에 검을 뽑아 럼의 팔을 잘라 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평생 겪어 보지 못한 고통에 럼은 고통을 호소하며 절규했다.
“그만, 아버지 그만두세요! 제발!”
아델하이트는 결국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어떻게든 럼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접근 제한! 심연의 결투에서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시스템은 엄격하게 룰을 적용해 그녀를 배제했다.
“허억, 허억.”
럼의 숨은 끊어질 것만 같았다.
필리프 4세가 한껏 조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딸이기는 하지만, 저것은 심히 결함품이다. 천한 것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쓸데없는 것의 가치를 중시해 제국의 신념을 뒤흔들어 놓았다. 결국 결함품은 결함품끼리 눈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건가.”
“닥…… 쳐.”
한가득 쏟아진 피 때문에 럼은 철푸덕거리면서도 의지를 꺼뜨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투지가 솟구친 눈으로 필리프 4세에게 말했다.
“……결함품은 너야. 미친광이 황제.”
“아아, 네놈은 심심풀이도 안 되겠구나. 흥이 떨어진단 말이지.”
스윽.
이윽고 필리프 4세의 검이 높게 솟구쳤다.
그 칼은 마치 단두대의 날처럼 무겁고 예리한 빛이 번뜩였다.
‘아아 결국 나한테 운이라는 건 없는 건가? 미안해. 아델. 난 진짜 바보인가봐.’
럼은 자신의 목에 떨어지는 대검을 보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안 돼!!”
아델하이트는 무너질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든 시스템의 결계를 뚫기 위해 다가갔다.
타악.
바로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젖히며 그대로 결계를 통과했다.
카앙!
그러고는 들고 있는 나이프로 일련을 잇듯 필리프 4세의 검을 막아 냈다.
꿈틀.
“…….”
필리프 4세는 왼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앞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건우가 나른한 표정으로 팬텀 스피릿 소드를 들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짐의 유흥을 방해하는 거지?”
“기억력이 안 좋네. 우리는 벌써 세 번째 만남인데?”
비아냥거리는 건우의 말투에 필리프 4세는 눈매를 좁혔다.
오늘 따라 유난히 그의 심기를 비틀리게 만드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죽음은 확정이지만 한 가지 묻고 싶구나.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지?”
필리프 4세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건우를 쏘아봤다.
심연의 결투를 정립한 필리프 4세조차 이 규율에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녀석은 대체 어떻게 결투의 룰을 무시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거지?’
그 생각을 미리 눈치챈 듯 건우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진 티켓을 들어 보였다.
“그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필리프 4세의 동공은 크게 확대됐다.
건우는 무심한 눈길로 입을 뗐다.
“룰 개정권. 지금 이 순간, 심연의 결투 룰을 개정해 무력 차이가 현격히 나는 도전자는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흑기사를 대신 내세울 수 있어. 그리고 럼의 흑기사는 나라는 거지.”
“……거, 건우님.”
럼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부릅뜨며 건우를 지켜보았다.
언제나 의기충만한 모습은 절대 환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탑의 십존이라고 불리는 필리프 4세를 상대로 저렇게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걸까?
“……네놈이 짐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거냐?”
필리프 4세는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카앙!
건우는 팬텀 스피릿 소드를 고쳐 쥐며 단숨에 필리프 4세의 검을 미끄러뜨리며 힘을 주었다.
주르르륵.
예상치 못한 힘의 반전에 필리프 4세는 뒤로 1미터 이상 물러났다.
“내, 내가 물러났다고?”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필리프 4세는 눈을 부릅떴다.
“내 힘이 아니라 네 힘에 밀려난 거니까. 레벨로 검 휘두르는 건 아니잖아.”
태연하게 한마디를 남긴 건우는 럼에게 다가갔다.
“……할 말 있나? 거짓말쟁이.”
“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럼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자신 때문에 건우가 얼마나 난처한 상황을 겪는지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이다.
“흠.”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지 건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한마디를 남겨봐.
“가끔은 말이야. 말도 안 되기는 하지만 기적을 바래봐.”
“그게 무슨?”
“어느 날, 갑자기 너의 빽이 돼줄 사람이 튀어나올 수 있잖아.”
피식!
장난스럽게 올라간 건우의 입꼬리를 본 필리프의 눈빛은 싸해졌다.
어렴풋하게 저 입꼬리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네놈은 누구냐?”
건우는 느긋하게 그의 앞에 서며 말했다.
“일전에 말하지 않았나? 빌어먹을 폐하 나리. 조만간 실컷 내 재주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겠다고.”
“……네놈은 광대 가면을 쓰던 녀석이군.”
장난스러운 말투에 필리프 4세는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럼에게 손길을 뻗었다.
[치유의 요람을 시전했습니다.]우웅.
금빛의 요람에 몸을 눕힌 럼은 기묘한 경험에 눈을 부릅떴다.
조금씩이지만 아물어져 가는 상처.
싹둑 베인 팔도 다시금 돌아와 스스로 접합되고 있었다.
치유의 요람은 건우의 의지에 맞춰 그를 시스템 결계 밖으로 내보냈다.
“여보!”
“아빠!”
아델하이트와 소피는 럼을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한심한 녀석들.”
필리프 4세는 무척이나 거슬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보다가 건우를 엄히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네놈은 죽고 싶어 날뛰나보구나.”
건우는 그의 말이 다소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이게 날뛰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꿍꿍이를 벌일 속셈이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콰앙!
느닷없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허공에 활주하고 있던 비마나들이 대열이 무너지며 서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들이야!”
필리프 4세는 호통을 내며 주변의 병사를 꾸짖었지만.
“그, 그게 조타수 녀석들이 제멋대로!!”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보고를 하는 그 순간에도 비마나들은 서로 부딪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그 순간 필리프는 귓가에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색에 자신도 모르게 해안 부근에 있는 거대한 암초를 직시했다.
그곳에서는 물빛의 형상을 띤 인어, 네메시스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노래에 현혹된 조타수들은 노랫소리에 이끌려 명을 어기고 암초지대 부근에 그대로 배를 착지시켰다.
쩌저저저저저적! 콰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착지한 바다 부근이 통째로 동결되며 배의 몸체를 통째로 얼려 버렸다.
정면에서 한파를 맞은 병사들은 그대로 동상이 되었다.
빙결의 중심지에는 얼어붙은 파도 위에서 고고한 자세로 세피아가 서 있었다.
“무적함대라더니 겨우 이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꼴이네.”
“네놈!”
이 모든 게 건우가 주도한 계획이란 것을 직감한 필리프 4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건우는 지지 않겠다는 듯 팬텀 스피릿 소드로 반격하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네놈은 누구지? 목적은 대체 뭐지?”
씨익.
그 질문에 건우는 이번에 순순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해 주었다.
“……교란자. 지금부터 화려하게 서커스를 벌일 참이야.”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