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1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춘삼은 그날이 오늘이란 것을 여실히 실감했다.
현재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건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건우는 한심하다는 듯 춘삼을 바라보며 물었다.
“블러핑 스킬은 네가 쓴 거냐?”
움찔!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자, 춘삼은 심하게 몸을 떨었다.
‘간파했어!’
“그, 그걸 어떻게…….”
“맞나보네.”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돈도 돌려받았으니 여기서 끝내는데, 사기꾼 생활은 접는 게 좋을 거다. 미친놈들한테 걸리면 넌 진작 죽었어.”
“……아, 알겠습니다.”
‘미친놈은 너겠지.’
춘삼은 방금 전에 겪었던 세계 일주(?)를 떠올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럼 나간다. 다시는 보지 말자.”
“살펴 가십시오.”
건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춘삼은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에이씨, 그냥 똥 밟았다고 치자. 잊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는지 춘삼은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다음 날.
“…….”
“…….”
도봉구에 생성된 게이트 앞에 건우와 춘삼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춘삼은 퀭한 눈동자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 역시 어이가 없었는지 지그시 그를 보았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당연 건우였다.
“오늘은 또 무슨 사기 치러 왔냐? 춘삼아.”
직설적으로 던진 말에 춘삼은 크게 동요했다.
“사, 사기 아닙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로베르토니 참고해 주십시오.”
“사기 치는 거 아니면 사칭은 왜 하냐? 인마.”
“영어 이름이 로베르토입니다.”
“알았다. 춘삼아.”
“크윽!”
춘삼은 얼굴을 붉히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썼다.
같이 게이트에 참여할 공략 멤버인 명성 길드는 한창 자기들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춘삼은 힐끔 건우를 쳐다봤다.
어울리지 않게 건우는 양손을 회색 후드티 주머니에 넣고, 거대한 아공간 배낭을 메고 있었다.
씨익!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춘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사기를 치는 건 형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내가? 너처럼? 쓰레기 짓을?”
“크윽!”
묘하게 빈정대는 말에 춘삼은 울컥 화를 냈다.
“딱 봐도 B급 마법사 정도는 될 텐데, 왜 구태여 짐꾼을 하고 있는 겁니까? 뭔가 수작이 있는 거 아닙니까?”
‘좋았어. 이걸로 쌤쌤이야.’
스스로 생각해도 예리한 지적에 춘삼이 주먹을 불끈 쥐려고 할 때, 건우가 말했다.
“가서 이르고 와. 또다시 세계 일주 시켜 줄게.”
“아, 아닙니다.”
춘삼은 식은땀을 흘렸다.
또다시 그런 일을 겪으면 멀미로 인해 폭삭 늙어 버릴 것 같았다.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춘삼에게 말했다.
“농담이야. 들키지 않을 만큼 야금야금해먹어라.”
춘삼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마, 말리지 않는 겁니까?”
“나도 짐꾼 하면서 몇 번 해먹었거든.”
“예?”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죽을 뻔 한거 아니까 길드원들도 그 정도는 삥땅쳐도 모른 척해 줘.”
“내로남불입니까?”
“적당한 선에서는 욕심을 내도 된다는 거야.”
그때 회의를 마친 명성 길드 간부, 고현탁이 다가왔다.
“최건우씨와 로베르토씨입니까?”
“크, 그렇습니다.”
“…….”
춘삼이 외국인인 척 뱉는 어눌한 발음에 건우는 기가 찼다.
고현탁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사람 좋은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려요. 이곳에 마석을 많이 캘 수 있다고 해서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는 겁니다. 비밀서약 꼭 부탁드립니다.”
“오오! 저 의리 넘칩니다. 염려 마십쇼.”
“그럼 안심이군요. 자 이쪽으로.”
안내를 따라 건우와 춘삼은 곧장 게이트를 향했다.
건우는 전면에 생성된 게이트를 쳐다봤다.
[도봉 게이트]-등급: D
-지형: 로키 광산의 마석채굴장
-서식 몬스터: 코볼트 외 2종
‘레벨이 올라갈수록 시스템의 영향력도 더 세지나 보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까지 살필 수 있자 무척 편했다.
“자 힘차게 가보자고! 나를 따르라.”
광부로 온 헌터가 한껏 분위기를 내며 게이트에 진입했다.
그러자 나머지 인원들도 줄을 이어 게이트에 진입했다.
건우는 천천히 걸어가며 뒤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시선들을 살펴봤다.
누가 봐도 수상한 낌새지만 건우는 구태여 티를 내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볼까.’
건우는 곧장 게이트에 진입했다.
***
광산의 안은 무척 어둡고 험준한 지형이었다.
길을 걷던 중 광부가 헤드랜턴을 가리키며 투덜거렸다.
“아따, 으스스하네. 너무 희미해서 잘 안 보이는데, 밝게 키면 안 되겠습니까?”
앞에서 안내하고 있던 명성 길드 간부, 고현탁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코볼트들이 빛에 민감해서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쩝, 어쩔 수 없지.”
그의 제지에 광부는 고분고분 따랐다.
일당이 700만 원인데, 어찌 대들 쏘랴.
키이이이익!
바로 그때, 벽 구덩이 속에서 코볼트들이 튀어나왔다.
“으으으으!”
“여러분 물러서십시오!”
고현탁의 말에 광부와 짐꾼들이 뒤로 물러섰다.
콰아아앙!
명성 길드의 파티들은 힘을 모아 일제히 몬스터를 퇴치하기 시작했다.
탱커를 앞세운 주술사의 공격에 코볼트들이 일제히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검사들이 검으로 싹둑 베어 나갔다.
파티의 리더로 있는 고현탁은 고심하다가 진로를 옮겼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가면 비슷한 일을 많이 겪을 것 같군요. 이쪽으로 옮기죠.”
“그, 그럽시다.”
동요한 사람들이 진로를 바꿔 걷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그 뒤로 그들은 한참 동안 어둠을 배회했다.
안으로 깊게 진입할수록 달콤한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초점이 멍하게 흐려졌다.
[현혹의 향의 저주를 뿌리칩니다.]홀로 유혹에 벗어난 건우는 발을 멈추며 고현탁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지금은 바쁩니다만.”
“왜요? 저희 죽이려고요?”
일순간 고현탁이 예리하게 눈을 빛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망발을.”
“일단 이런 거?”
대답하기 무섭게 건우는 스킬을 시전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반경 10미터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상태이상, 현혹에 벗어났습니다.]“어라? 여기 어디야?”
“며, 명성 애들 어디 갔어?”
현혹에 벗어난 짐꾼과 광부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바로 곁에 있던 춘삼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나 혼란에 제일 당황한 것은 고현탁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그러십니까?”
“가까이 다가가지 마요.”
건우의 말에 광부와 짐꾼들이 술렁이며 발을 멈췄다.
그때 일행과 거리를 두고 선 고현탁이 광기 어린 표정으로 몸을 들썩였다.
“크흐흐흐,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나 본데. 이미 늦었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사람들의 거센 항의에 고현탁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먹이로 줄 생각이야.”
그 순간 주변에서 붉은빛이 연달아 번쩍였다.
위이이이잉!
귀를 자극하는 날갯짓 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랜턴의 강도를 세게 조절해 주변을 밝혔다.
“세, 세상에?!”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넋두리를 놓았다.
광산 구석구석에는 사람 크기 정도 되는 파리들이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수분기가 싹 가신 미라가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건우는 즉각 안광에 힘을 주었다.
‘저놈들은?’
-등급: ★★
-설명: 파리왕의 유충에서 변태한 최종형태. 일정 시간 이상 먹이를 섭취하지 않을 시 극도로 위험하다.
-능력치
체력: 110 공격력: 90
2성급 몬스터.
짐꾼들로서는 터무니없이 버거운 몬스터들이었다.
무엇보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
건우는 황급히 등을 돌리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도망쳐!”
그와 동시에 고현탁도 외쳤다.
“제물입니다. 마음껏 섭취해 주십시오!”
그러자 더티 플라이 떼가 일제히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으아악!”
사람들은 일제히 살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파리에게 잡혀 양분을 빨리기 시작했다.
박춘삼 역시 다리가 파리 촉수에 닿으며 그대로 양분이 빨렸다.
“으아아아악! 사, 살려 줘!”
양분이 빨림과 동시에 다리가 오염되는 감각에 박춘삼은 눈물콧물을 쏟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그저 똑같이 죽어 갈 뿐이었다.
바로 그때.
서걱!
춘삼에게 붙은 파리가 그대로 동강났다.
“혀, 형님.”
춘삼은 분비물로 젖은 얼굴로 건우를 바라봤다.
탁!
건우는 배낭을 집어던지고는 즉각 손아귀를 펼쳤다.
주변에는 수백 마리 파리가 빼곡히 둘러싸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러나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죽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광산이라 가스 같은 것도 있을지 모르니까 불꽃은 위험하겠지. 그렇다면…….’
시간으로는 대략 3초.
날카로운 얼음송곳이 주변의 열들을 강탈하며 잔뜩 생성됐다.
부르르.
열을 빼앗긴 탓인지 더티 플라이는 몸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스윽!
건우는 차갑고 이지적인 눈으로 더티 플라이를 훑어봤다.
그에 불길한 징조를 느낀 고현탁이 급히 건우를 만류했다.
“뭐, 뭐야?! 그, 그만둬! 그걸 날리면 다른 사람들도 죽어!”
도리어 건우는 그를 비웃었다.
“안 죽게 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거야. 븅신아.”
그러고는 즉각 손을 휘저어 아이스 미사일을 주변에 난사했다.
피피피피피피피핏!
아이스 미사일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그 앞에서 어느 누구도 자비를 바랄 수 없었다.
차가운 얼음송곳은 더티 플라이의 눈깔에 꽂히고 날개를 찢으며 몸통에 쐐기를 박고 몸을 얼렸다. 주변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리에게 당한 사람들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피핏!
연속되는 더티 플라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건 파리가 아니라 고현탁이었다.
“그만둬!”
푸욱! 푸욱!
“커헉!”
절규하는 그의 가슴에 아이스 미사일이 그대로 적중했다.
심장이 꿰뚫린 고현탁은 더 이상 말도 못하고, 피를 울컥 토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얼마가지 않아 전투는 종결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족히 수백 마리는 넘게 학살한 것 같았는데, 레벨은 겨우 2개 밖에 오르지 않았다.
주변은 온통 얼음송곳에 죽은 더티 플라이의 사체뿐이었다.
게다가 전투의 여파로 주변 온도가 극심히 낮아졌다.
이것이 진정한 초월자의 힘이란 말인가.
모두가 고통스럽고 힘겨워할 때, 춘삼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S, S급이었어?”
직접 봤음에도 믿기지 않는지 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건우는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살피며 인상을 홱 찌푸렸다.
“더러워서 마정석은 안 챙겨 가련다. 괜찮냐?”
“더, 덕분에.”
그러고는 춘삼에게 다가가 손을 얹었다.
“으윽!”
춘삼은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잠깐 양분을 빨린 것뿐인데, 살이 곪아 터져 고름이 나오고 있었다.
“응?”
복원을 시도하려다가 잘되지 않자, 건우는 곧장 갈라진 살점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푸욱!
“끄아아아아아악! 아파요! 형님! 아파!”
난생처음 겪는 고통에 춘삼은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건우는 상관하지 않고 살을 헤집다 무언가를 쑥 뽑아냈다.
손에 집힌 것은 엄지손가락만 한 구더기였다.
“벌써 알을 깠나보네. 집요하다. 집요해.”
엄지와 검지로 찍 눌러 구더기를 죽인 후, 복원을 전개했다.
스으으으윽!
그러자 춘삼의 다리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혀, 형님. 치료 스킬도 쓸 수 있는 건가요?”
“시끄럽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한곳으로 모아.”
“네, 넵!”
은혜를 입은 덕분인지 춘삼은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고, 고맙네.”
주변에서 감사 인사가 쏟아졌지만, 건우는 오히려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어떻게 치료했는지 보셨죠. 아플 겁니다.”
“…….”
모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그리고 건우의 예언대로…….
“끄아아아아악!”
사람들은 5분 간격으로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