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19화
말다툼의 소리는 점차 커져 갔다.
말싸움을 하는 대상은 안경을 쓴 갈색 오크와 로브를 걸쳐 쓴 한 여인이었다.
어째서 다투는지 진상은 모르지만.
“……저건.”
건우는 여인보다 갈색 오크에게 시선을 건넸다.
[머천트, 데부]‘참 아이러니한 녀석들이라니까.’
건우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떤 점 때문에 그런 거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가장 의아하게 여긴 점을 꺼냈다.
‘왜 저 녀석들은 몬스터면서 몬스터가 아닌 부류로 종이 분류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 그거…… 그러게 흐음. 이 대마도사, 세이비어님도 참 갈피가 잡히지 않는구나.
세이비어는 건우가 한 말의 의도를 깨닫고는 곧 고심에 빠졌다.
탑에는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종족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주로 사는 습성이나 집단의 공통적인 외양의 특징으로 종을 분류한다고 하지만.
머천트(merchant).
이 한 종족만큼은 예외로 취급된다.
고블린, 오크, 수인, 엘프, 인간 등 누구나 될 수 있었다.
이들을 머천트로 묶는 특징은 단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돈에 대한 갈망이었다.
단순히 이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들이 한 집단에 소속된 집단체로 분류될 수 있지만.
탑은 이들을 엄연히 한 종의 종족으로 구분했다.
아직까지 그 이유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한 학자가 남긴 말이 아직까지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누구나 돈에 욕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머천트들에게는 돈은 곧 신이다.]말의 진위는 간단했다.
범인이라면 돈을 어떻게 소비하며 살아갈지 고민한다면.
머천트는 어떻게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보다 돈을 신뢰하는 것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아 보기만 해도 짜증 나네.’
건우는 일전에 머천트 출신 관리인인 고블린, 리발을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멈칫.
결국 건우는 발을 멈추고 앞서 걸어가고 있는 라페아를 쳐다봤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이구나.”
라페아는 솜사탕을 만지작거리며 마찬가지로 건우와 눈을 마주쳤다.
“잠깐 할 일이 생각나서. 먼저 숙소에 돌아가 줘.”
“흐음. 날 배척하고 어디서 수상한 짓을 벌일 심산인 거지?”
라페아는 눈을 반쯤 뜨며 건우를 쏘아봤다.
마음에 안 든다는 시선.
이 기품 높은 여인은 건우를 만나 최대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은 자제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을 서운하게 하면, 기도를 날카롭게 세울 때가 종종 있었다.
오들오들.
렌은 직감적으로 라페아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떨었다.
‘또, 또 둘이 싸웠다가 뭘 아작 내게.’
렌은 3개월 전 라페아와 건우가 전투를 치른 참상을 기억하고 있다.
숲의 구성이 사라지는 것은 기본이요.
땅이 통째로 함몰되며 생성된 클레이터는 족히 수십 개.
눈과 얼음의 지대로 변모된 곳은 새싹이 돋지 않았다.
물론 라페아와 건우의 힘으로 대부분 복원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신과 신의 격전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누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 거야. 부부 싸움 두 번 했다가는 세상이 들썩거리네.’
물론 이 둘은 엄연히 부부 관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남이라고 하기에는 서로 묘하게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쭈뼛쭈뼛.
렌이 털을 꼿꼿이 세우며 둘의 시선 대치를 지켜볼 때.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라페아에게 말했다.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 라피.”
“…….”
예상치 못한 말이라도 들은 걸까?
라페아는 부끄러운 건지, 얼굴을 붉히며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라피란 칭호는 어디서 들은 거지?”
“줄곧 네 주변에 있는 친구들한테 듣는 말이지.”
정령친화력이 전무한 렌은 눈꺼풀을 연달아 깜박이며 라페아를 응시하다가 말했다.
“……아무것도 없잖아.”
하지만 친화력을 지닌 건우의 시선에 비친 세상은 조금 달리 보였다.
정령군주, 라페아.
그녀의 오른쪽 어깨 위에는 자그마한 골렘이 올라와 있었다.
-하하하하하, 저 녀석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를 보고 목격했으면서 모른 척한 거야? 보기보다 훨씬 영악한데.
왼쪽 어깨에는 에메랄드빛 깃털을 지닌 조그만 새, 미네르바가 날개를 펄럭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악! 프라이버시 침해야!! 최건우! 너 라페아뿐만 아니라 시엘…….
“시엘?”
낯익은 여성의 이름에 라페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찌릿!
건우는 미네르바를 쏘아봤다.
탁, 탁.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미네르바는 재빨리 자신의 부리로 날개를 쪼며 라페아와 건우의 시선을 외면했다.
-오오, 막장 전개!
그 와중에 세이비어는 반색하며 이 상황을 관전했다.
삐질삐질.
건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라페아의 눈치를 살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또 날 방치하면 벌을 받게 될 거야.”
“알았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는 그녀를 보며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건우를 보며 라페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날 라피라고 불러.”
‘어?’
상당히 귀여운 요구에 피식 웃음을 터뜨린 건우는 그녀의 어감이 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직시했다.
바로 그때.
쏴아.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돌고래 형상을 한 엘퀴네스가 건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라피는 자기 마음이 허락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오만한 말투를 쓰지 않아. 오히려 귀엽고 투정거리는 말투를 사용하지.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건 라피만의 귀여운 버릇이야.
“아 고마워.”
엘퀴네스의 친절한 설명에 건우는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라피가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마음을 연 건, 네가 처음이야.
잠시 말에 뜸을 들이는 순간.
싸아.
엘퀴네스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워졌다.
-그러니까 바람피우면 죽는다.
“…….”
때 아닌 경고에 건우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애초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감시 받아야 되는 입장인가.
대답을 할까 망설일 때.
“엘.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라페아의 경고에 엘퀴네스는 칫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갔다.
‘원래 정령이란 게 저렇게 살벌한 존잰가.’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숙소로 복귀하는 라페아를 바라보았다.
연신 솜사탕을 늘리며 정령왕들과 대화하는 모습은 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다.
멀뚱히 그녀를 보고 있는 건우에게 세이비어가 넌지시 충고 한마디를 남겼다.
-잡혀 살지는 말아라.
“설마 제가 잡혀 살겠어요?”
건우는 피식 웃다 아직까지 머천트, 데부와 말다툼을 하는 여인 쪽으로 다가갔다.
렌은 건우와 나란히 걸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건우 형 또 오지랖 부리러 가지.”
“왜, 그러면 안 돼?”
부정하지 않는 건우의 말에 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무엇보다 오지랖 넓은 건우에게 구원을 받은 건, 바로 렌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
‘믿는 게 아니었어.’
니파는 머릿속이 크게 어지러웠다.
그녀는 아주 긴박한 위험에 처했다.
“장난하지 마. 난 당신 말을 듣고 비용을 지불했어.”
“하하하, 저도 그 말대로 비용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은 것뿐입니다.”
갈색 오크, 데부의 능글맞은 답변에 니파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앞서 말한 대로 니파는 데부와 거래를 했다.
그녀는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식량을 데부에게서 구매했다.
그 양은 어림잡아 3000명이 한 달은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곡식과 생필품이었다.
하지만 지금 데부가 눈앞에 내놓은 것은 식량의 양은 일주일치도 되지 않았다.
“합당하다니. 어디가!!”
니파는 눈초리를 치켜뜨며 데부에게 반발했다.
“탑에서 물가가 요지부동 변하는 것은 흔치 않은데, 이번만큼은 어떤 일인지 물가가 대폭 상승해서 부득이한 일입니다.”
“그래서 너희들 머천트들이 있는 거잖아. 상도덕은 지키라고.”
“누군가 보면 큰 오해를 사겠습니다. 하하하”
데부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웃음으로 흘러 넘겼다.
니파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됐으니까 환불해 줘!! 너 같은 녀석이랑 다시는 거래 안 해.”
“어이쿠. 손님 그것은 규정에 위배가 돼서 곤란하단 말이죠.”
스멀스멀.
니파의 손에서 마나가 어슬렁거릴 때.
채앵!
이미 그녀의 돌발행동을 예상한 듯 데부의 호위들이 검을 들었다.
씨익.
데부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탑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 물가는 늘 상시변동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작 굴복하고 포기하면 될 것을. 약자들은 자꾸 미련하게 저항을 하니. 저로서는 참으로 애석하면서도…….”
잠시 뜸을 들이던 데부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득한 잇몸을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기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가급적 더욱 전쟁을 벌여 그들을 쥐어짜 잇속을 챙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부르르르르르.
니파는 이성을 잃은 듯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벌써 여기까지 그 녀석의 손길을 미친 건가.’
말하는 뉘앙스로 봤을 때, 데부는 이미 20층에 무슨 일이 있는지 깨닫는 듯싶었다.
니파가 살고 있는 20층 엘더리아는.
그곳은 탑에서 제일 규모가 큰 숲이었다.
탑에 짙게 깔린 마나는 모두 엘더리아에서 기인한다고 할 정도로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엘더리아는 아무도 쉽사리 발을 들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탑의 시스템은 특정 조건을 갖춘 이가 아니면, 다른 플레이어의 출입을 금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엘더리아는 탑에서 인기 있는 명소 중에 하나였다.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 들은 어떻게든 20층, 엘더리아의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 애쓰지만.
역사상, 엘더리아를 눈에 담은 플레이어는 필모어가 유일했다.
엘더리아를 경험한 필모어는 이런 한마디를 남겼다.
[인생 끝에 눈을 감기 전에 이 풍경만큼은 다시 눈에 담을 것이다.]그것은 감상이면서도 유언이기도 했다.
니파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분한 듯 입을 꼭 다물었다.
‘다 옛말이야.’
많은 이들이 흠모하던 엘더리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기근과 내일의 삶을 궁색하게 고민해야 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니파는 눈빛에 살기를 품으며 데부에게 말했다.
“나 장난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라.”
“하하하하하, 이것 참 진상인 손님이군요.”
울컥!
“죽어!!”
그 말을 기점으로 폭발한 건, 니파가 아닌 바로 뒤에 있는 10대의 남아였다.
“그만둬! 칼!”
같은 일행인 건지, 깜짝 놀란 니파가 앞으로 나서려는 찰나.
카앙!
기민하게 움직인 렌이 손등으로 칼날을 내려쳤다.
깜짝 놀란 칼은 눈을 부릅떴고.
데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탁.
그리고 모두가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을 때, 건우가 데부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살아서 다행이네. 괜찮아?”
친근하게 건네는 건우의 말투에 데부는 한순간 말을 더듬었다.
“괘, 괜찮습니다만 누구신지.”
“아아 나. 너의 생명의 은인. 방금 전에 너 찔릴 뻔했던 거 내가 살려 줬잖아.”
“내가 살린 거잖아!”
앞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렌은 버럭 화를 내며 건우를 쏘아봤다.
피식.
건우는 어깨를 으쓱였고 데부는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한테 뭐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아쉽게도 당신과 동료가 나서지 않더라도 전 충분히 살릴 수 있었으니 대가는 건넬 수 없습니다.”
“야박하네.”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들겼다.
“그게 머천트니까요.”
“그럼 어쩔 수 없지.”
건우는 슬며시 데부의 어깨에 손을 떼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그시.
데부는 의심의 끈을 놓을 생각이 없는지, 건우를 예의주시했다.
팔락.
건우는 피식 웃으며 집게손가락으로 집고 있는 종이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내가 직접 받아갈 수밖에 없는 거네.”
“그, 그건?!!”
데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건우가 손에 쥔 것은 상당한 거액의 포인트로 환전할 수 있는 전표로 바로 데부의 것이었다.
탑에서 발행하는 전표인 만큼 누군가 주워 가더라도 취소할 방도는 없었다.
“당장 잡아!!”
위화감을 느낀 데부는 즉각 사병들에게 소리쳤고.
두두두두.
주변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건우를 쫓았다.
덥석!
건우는 그대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니파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가자.”
“……응?!”
당황한 니파는 건우의 손에 이끌려 자연스레 발을 박찼다.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