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20화
“거기 서!”
예술의 도시, 몬타나.
거리에는 예술가들이 비치한 조각상들을 산산조각 으깨며 다수의 군사가 건우와 그 일행을 쫓고 있었다.
“너 누구야? 이거 안 놔!”
건우에게 손목이 잡힌 니파는 성질을 내며 건우를 쏘아봤다.
“열심히 달리면 상 줄 테니까. 뛰라고.”
건우는 전표를 달랑 흔들며 니파를 엿봤다.
울컥!
“그건 처음부터 내거였잖아!”
어이가 없는지, 니파는 버럭 짜증을 냈다.
바로 뒤에서 칼이란 소년과 같이 뛰고 있던 렌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좋게 도와주면 좀 좋아. 이러면 도와주고도 욕먹지.”
“너희가 뭔데 우릴 도와주려고 해?”
칼은 어이가 없는지 렌을 힐끔 쳐다봤다.
렌은 슬쩍 니파와 칼을 쳐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히스테릭 남매네.”
“누가 히스테릭 남매야!”
칼과 니파는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으며 렌을 쏘아봤다.
휘릭!
하지만 쫓기고 있다는 입장은 자각하고 있는지 그들은 자연스레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씨익.
그 광경을 엿본 데부의 병사들은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멍청한 놈들.”
그들이 발길을 돌린 곳은 빼곡한 담벼락이 놓여 있었다.
범인이라면, 당연 발을 멈출 수밖에 없는 구간이었다.
“칫!”
거대한 담과 마주한 니파는 혀를 차며 단숨에 뛰어오를 기세를 취했다.
반면, 렌은 건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형 어떻게 할래?”
“뛰거나 나는 것도 좋겠지만. 이게 편하지.”
피식 웃음을 지으니, 망토처럼 펄럭이는 케이프에 마나가 은은히 흘러나왔다.
[팬텀 케이프 전용스킬, ‘영체화’를 시전했습니다.]스킬 사용직전.
건우가 영체화를 시전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렌은 즉각 칼과 건우의 손을 동시에 잡았다.
“뭐, 뭐야?! 너희 미쳤어!”
“벽에는 왜 돌진하는 건데!!”
반면, 사정을 모르는 니파와 칼은 어떻게든 발을 세우며 멈추려고 했지만.
“으아아아아악!”
우악스런 건우의 힘을 못 이기고 그대로 끌려갔다.
벽과 충돌 직전에는 아연실색해 그들은 자신들의 팔로 얼굴을 가리기까지 했다.
물론 부딪치는 일은 없었고.
스윽!
그들의 몸은 그대로 벽에 스며들며 통과했다.
“뭐, 뭐야!”
“어, 어디 갔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병사들은 급하게 몸에 제동을 걸었지만.
쾅! 쾅! 쾅!
“끄아아아악!”
마치 도미노를 연상시키듯 서로 고꾸라지며 벽과 충돌했다.
***
몬타나에 위치한 구석진 거리.
“하아, 하아, 하아.”
니파와 칼은 연신 호흡을 갈무리하며 정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이것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아니라 건우의 갑작스런 기행에 크게 충격을 받아 나온 증상이다.
“후후후, 깨소금 맛이다.”
건우는 데부와 그의 병사들이 있는 쪽을 보며 악랄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렌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은 아마 악당들이 제일 싫어하는 악당일 거야.”
“그건 나한테 칭찬인데.”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이번에는 시선을 니파와 칼에게 돌렸다.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아무도 믿지 않는 눈이네.’
건우는 그것이 적의라기보다는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로 판단했다.
“내놔.”
니파는 눈초리를 치켜뜨며 건우에게 손을 내밀었고.
스윽.
건우는 자연스레 그녀의 손에 전표를 얹어 주었다.
“…….”
그게 의외라고 느꼈는지 니파는 눈을 토끼처럼 뜨며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니파는 다시 경계 어린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무슨 꿍꿍이로 우리에게 접근한 거지?”
“별 목적 없어.”
피식.
건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끼며 등을 돌렸다.
그런 건우의 등을 쳐다보던 렌은 칼이란 소년에게 고개를 돌렸다.
체격이나 나이가 얼핏 비슷해 보였기에, 렌은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다음에는 머천트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탑에서 머천트를 살해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당사자인 네가 잘 알 테니까.”
렌의 말에 울컥한 건지, 칼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에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고집이 세네.”
피식.
렌도 건우처럼 덩달아 입꼬리에 호선을 그리며 등을 돌렸다.
“또 보자.”
“흥!”
칼은 고개를 홱 돌리며 답하지 않았다.
렌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건우에게 물었다.
“왜 저 사람들을 도운 거야?”
“글쎄.”
‘내가 왜 도왔지?’
건우는 데부와 말다툼을 벌일 때의 니파의 눈빛을 떠올렸다.
범인이 봤다면, 단순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눈빛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였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조급한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게 마음에 안 들었거든.”
모처럼 진지한 대답에 렌은 귀가 축 처진 상태로 말했다.
“어떻게 하면 나도 형처럼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렌의 말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용기? 그런 거창한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니야. 실제로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
-절대 공감 불가라는 눈빛으로 널 쏘아보는구나.
렌의 눈빛에 대한 세이비어의 평에 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그래. 뭐 용기보다는 깡이라고 하자.”
“깡? 그게 뭔데?”
“일종의 객기라고 할까. 까짓것 못할 이유 뭐 있겠어?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는 거지.”
“…….”
렌은 잠시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고 세이비어는 그런 렌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허, 고놈 참 걱정이 드는구나.
“뭔 걱정이요?”
-책도 한 번 읽어 본 놈이 위험하다고. 너의 허세에 저 녀석이 추후에 어떻게 행동할지 말이다.
발설직후.
렌을 살펴보니, 렌은 턱에 손을 짚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피식.
그 모습이 못내 귀여웠던 건우는 웃으며 한마디를 남겼다.
“제대로 알아들었을 거예요.”
***
머천트 대부의 저택.
크고 웅장한 데부의 집무실은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슬쩍!
데부는 눈매를 좁히며 자신이 엄선해서 호위로 뽑은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은 머리, 다리, 팔 등 타박상 등을 입고 데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콰앙!
그 모습을 보던 데부는 탁자를 내려치며 분노했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겨우 계집 하나, 애새끼 한 명 잡지도 못하고 그딴 초라한 꼴로 돌아와!”
“죄, 죄송합니다. 계집과 도망쳤던 사내가 특이한 능력을 쓰는 바람에.”
“입 닥쳐!”
다급하게 변명을 했지만 데부는 들어 주지 않았다.
데부는 양손으로 꼼지락거리며 그들에게 설교하듯 야단쳤다.
“네놈들은 내 소중한 돈을 써가며 고용한 종자들 아닌가?”
“마, 맞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내 돈을 찾아와!”
서글서글한 인상밖에 보이지 않던 데부의 눈빛이 지금은 당장 포식을 할 것만 같은 몬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돈은 신이다. 그만큼 고귀하고 숭고한 것을 대가로 들여 쓴 만큼 반드시 그만큼의 성과를 가지고 와야 되는 거 아니겠나?”
그는 은연중 머천트들이 지니고 있는 신념을 표출했다.
꿀꺽!
그 지고한 광기에 병사들은 고인 침을 삼켜 넘겼다.
여기서 어설프게 반박했다가는 어떤 참사를 당할지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그의 신념에 수긍하는 듯 대답했다.
씨익.
“그래야지.”
데부는 잇몸을 드러내며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기존에 흘러나간 돈에는 미련은 버렸다.”
‘그럴 리가.’
데부의 말 진위가 이 뒤에 있다는 것을 짐작한 병사들은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그가 내뱉은 말이 어떤가에 따라 목숨을 걸어야 할 사태가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나와 거래했던 여자와 꼬맹이 녀석을 잡아들여.”
“…….”
어째서?
모두가 의문이 드는 표정으로 데부를 쳐다보았다.
머천트는 어디까지나 잇속을 챙기는 족속.
확실히 탐욕적이기는 했지만 데부는 인신매매를 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자, 잡아서 어떻게 할까요?”
“지하에 있는 우리에 가둬. 그분이 꼭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
싸아아아아.
데부의 말에 병사들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 눈빛에는 마주하면 안 되는 것을 마주해야 된다는 공포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데부는 음산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녀석들을 잡아야만 20층에 있는 녀석들이 굴복할 테니까.”
***
‘피곤해.’
니파에게 오늘 하루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칼. 이제 그만 편하게 누워서 자도 돼.”
하지만 막상 쉬려고 해도 검집을 만지작거린 소년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전쟁 통에 보초를 서는 경계병과 비슷했다.
“여기서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칼.”
“……잠이 안 와. 이러고 있는 게 편해. 잠을 자면, 죽을 지도 모르잖아.”
무뚝뚝한 칼의 대답에 니파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다.
20층, 엘더리아에서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적은 단 한 명.
그 한 명에게 20층 엘더리아의 주민들은 학살당하고 있었다.
실제로 아지트에서 잠을 취하다 습격을 받아 죽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그 당시 부모를 잃은 칼은 그 뒤로 웃음을 잃었고.
순전히 복수의 칼날만 갈고 있었다.
성격도 극단적으로 변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이들이라면, 눈이 뒤집혀 칼을 들기까지 했다.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그 모습에 결국 최고통솔자, 닉은 군량미 수송을 위해 니파와 칼을 19층으로 보냈다.
“칼. 진정해. 우린, 이길 수 있어.”
니파는 칼의 손등에 손을 얹으며 차분히 달래 주었다.
“…….”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칼의 입이 서서히 떨어졌다.
“나는 니파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조금 슬펐지만 니파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행복해질 거야. 나도 칼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스륵.
그 미소에 안도한 건지, 칼은 서서히 눈꺼풀을 감았다.
조곤조곤.
소리 없이 잠을 취하는 것을 보니, 분명 오랫동안 피로에 시달린 게 분명했다.
니파는 곤히 잠든 칼을 침대에 눕혔다.
***
날이 저물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라페아는 무척이나 들떠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건우와 렌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좀처럼 겪기 어려운 평온한 시간.
무척이나 즐거운 식사에 입이 즐거웠고 귀가 즐거웠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모두가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건우는 바로 옆의 침대에서 곯아떨어진 렌의 콧소리에 인상을 홱 찌푸렸다.
“어린놈이 무슨 벌써부터 코를 골고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넌지시 말을 던졌다.
-오늘은 드물게 잠에서 깼구나.
“이럴 때도 있는 거죠.”
건우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다가갔다.
-어디 가게?
“칵테일 마시면서 달구경이나 갈까요? 어울려 줄 수 있나요?”
-좋지.
세이비어가 수긍하자, 건우는 피식 웃으며 1층으로 내려갔다.
발길이 향하는 곳은 야간에 운영하는 바였다.
딱히 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19층에서 유행하는 누베 칵테일만큼은 꼭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명주.
하지만 어느덧 명주를 빗는 장인이 사라져 그 숫자가 극히 제한돼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우가 머무는 여관에는 3일 이상 숙박하는 사람에게 딱 한 잔 씩만 판매를 했다.
의자에 착석한 건우는 바텐더를 응시하며 호기롭게 주문했다.
“누베 칵테일 한 잔.”
“누베 칵테일 한 잔.”
때마침 건우와 동시에 바에 들어온 여인도 같은 술을 주문했다.
우연히 입이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서로를 응시했다.
…….
잠시 침묵.
“……?!”
곧이어 두 사람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다.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여인은 낮에 만났던 니파였다.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