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21화
예기치 못한 재회.
하지만 니파는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건우를 쏘아봤다.
“……너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도 여기에 머물고 있거든.”
이미 그녀의 뾰족한 시선에 익숙한 건지, 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
니파는 건우를 뚱하니 쳐다보다가 곧 옆자리에 착석했다.
딸그랑.
때마침 두 잔의 칵테일이 완성돼 두 사람 앞에 놓여졌다.
얼음이 두둥실 뜬 연한 갈색 빛의 와인.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름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기묘한 모양을 띠고 있었다.
칵테일은 본래 혼합주로 여러 술의 비율로 완성된다.
그 중에 누베 칵테일에 쓰이는 술들은 모두 한 장인의 손에 탄생되는 것으로 이제는 그 술들의 숫자가 극히 제한돼 있다.
무엇보다 조제 기법도 무척이나 까다로워 오리지널의 묘미를 살리는 바텐더도 생각보다 몇 되지 않았다.
“…….”
하지만 니파는 잔을 드는 대신, 뚱하니 누베 칵테일을 엿봤다.
‘여자들이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 거랑 비슷한 감정이려나.’
그녀의 아리송한 반응에 건우는 칵테일을 들어 올렸다.
“보는 재미로 산 건 아니겠지?”
챙!
건배를 하자는 제스처에 니파는 가볍게 잔을 들어 부딪쳤다.
“……?”
그 반응이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먼저 건배를 제안한 건우가 오히려 당황했다.
니파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베 칵테일을 들이켰다.
“……맛있네.”
그러곤 무척이나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 평을 남겼다.
로브 사이에 가려진 찬란한 금발의 머리칼, 에메랄드를 품은 것 같은 눈빛에서는 지쳤다는 감정이 묻어나왔다.
“술을 좋아하나보네.”
“죽기 전에 한 잔 먹어 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꽤 좋아했다고 들어서.”
“그 사람은 누군데?”
“있어. 한없이 원망스러운데 더 이상 어떤 것도 물어볼 수 없는 사람이…….”
“아 미안.”
말하는 뉘앙스로 보아 그녀가 죽은 이를 언급한 것을 건우는 직감했다.
피식.
쩔쩔 매는 건우의 모습을 보며 이번에는 니파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묘하게 자신을 골리는 느낌에 건우는 눈매를 세우며 말했다.
“왜 웃냐?”
“그냥 재밌어서. 오지랖이 넓으면서도 장난기 많고 무모한 성격이지?”
“아니. 완전 겸손하고 사람 좋다고 주변에 소문이 널렸는데.”
-웃기고 자빠졌네.
그 말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는지, 세이비어는 툭 한 마디를 남겼다.
니파는 미소를 유지한 채, 한마디를 덧붙였다.
“거짓말도 잘하고.”
“…….”
그 말에만큼은 할 말이 없었는지 건우는 입을 꼭 다물었다.
니파는 눈을 반쯤 뜨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난 거짓말 잘하는 사람 싫어해. 의도가 좋든 나쁘든 결국 앙금밖에 안 남거든.”
“아직 너한테 거짓말한 건 없을걸.”
“그런데도 묘하게 상냥해서 마냥 미워할 수 없네.”
할 말을 마치고 조금 부끄러웠는지 니파는 다시 칵테일로 목을 축였다.
의외로 솔직하고 덤덤한 그녀의 모습에 건우는 한 마디를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취했냐?”
“안 취했는데.”
그녀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건우를 뚱하니 쳐다보다.
“히끅.”
작게 딸꾹질을 했다.
“취했잖아! 칵테일 한 잔에 취할 거면, 마시지 마.”
건우는 다시 한번 오지랖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쭉.
그러나 니파는 구태여 청개구리 심보를 자랑하듯 누베 칵테일을 원샷으로 들이켰다.
살짝 달아올랐던 얼굴은 이내 홍시처럼 빨개졌다.
상아처럼 새하얀 피부를 지녀서 주변 사람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건우를 뚱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취하지 않았거든.~”
시스템창을 이용해 계산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일어났다.
비틀.
아담한 그 몸은 제어를 잃은 건지 쉽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절대 넘어지지는 않았다.
걸음이 향하는 곳은 방이 아니라 밖이었다.
“하아. 여기에 오니까 골 때린 사람들 많이 만나네.”
건우는 한숨을 쉬며 마찬가지로 결제를 마치고는 문 쪽으로 향했다.
혼자 그녀를 두기에는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 진짜 오지랖이 넓은 녀석이구나. 그러다가 스토커 취급받는다.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를 남겼다.
“도망치면 되죠.”
***
“선선하네.”
여관 밖으로 나온 니파는 하늘에 둥실 떠오른 두 개의 달을 바라보았다.
트윈 문.
밤하늘에 반짝이는 붉은 달과 푸른 달은 서로 어우러지며 기묘한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취기에 벗어나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지금은 달의 광기에 취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만 들어가야지. 칼 녀석 또 깨서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니겠지.”
마음에 울적한 기분이 어느 정도 가셨는지, 니파는 다시 여관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스스스.
에메랄드 같이 청명했던 그녀의 눈빛이 루비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은 어둠 속에 술렁이는 인기척을 직시하고 있었다.
“왜 아까부터 날 쫓고 있지?”
“호오 그게 소문의 마녀의 눈동자인가요? 정말 아름답군요. 마치 보석 같습니다.”
어둠 속에 있던 인영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댕기 머리를 한쪽 어깨에 걸치고 있는 실눈의 남성.
그는 13층 무림세계의 복식을 갖춰 입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자인가.’
13층의 무림세계, 강호.
그곳은 심신을 극도로 단련해 경지를 타파하는 강자들이 집합한 곳이었다.
주민 대다수는 평범한 인간.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종족들이 그들을 멸시하며 낮게 잡았지만.
강호 안에서 그들을 괄시했던 자들은 그들의 손에 죽음을 맞아야 했다.
무공의 실력은 분명 천차만별.
하지만 그중에는 결코 건드려서 안 되는 극도로 위험한 자도 있다.
그들의 위험성에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던 니파는 체내에 축적된 마력을 개방했다.
만약 전면전을 벌일 경우, 최대 전력을 발할 심산이었다.
“호오, 과연 엘더리아의 엘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지 알겠네요. 마녀여. 제 이름은 서문강이라고 합니다.”
“나한테 무슨 용무로 온 거지?”
니파의 질문에 서문강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당신을 꼭 사로잡으라는 청부를 받았거든요.”
“……그게 누구지?”
“답해 드리기 곤란한 질문을 해 주시는군요.”
“대답하기 싫으면 죽어.”
발설 직후.
화르르르르륵!
불길이 원형으로 서문강을 둘러쌌다.
니파의 손에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완드가 들려 있었다.
“플레임 월을 무영창으로 시전하다니 상당히 당황스럽게 하는군요.”
니파는 싸늘한 표정으로 마력을 힘껏 발산했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집약한 불꽃이 그대로 서문강을 휘감았다.
화르르르륵!
대낮처럼 주변을 환히 밝히는 불꽃은 강대하면서도 민간에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콰앙!
진각을 내디딤과 동시에 뻗어진 서문강이 주먹이 불꽃을 파훼시켰다.
“뭐?”
상처 하나 없는 그 모습에 니파는 적잖이 당황했다.
반면, 서문강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저랑 같이 가시죠. 당신의 동료도 이미 도착했을 겁니다.”
울컥!
니파의 눈빛은 더욱 벼려진 칼날처럼 변모했다.
“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궁금하면 같이 동행하시면 됩니다.”
“역으로 제안 하나 할까?”
“……?”
협박에 굴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서문강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죽기 싫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
“상처 없이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한쪽 팔과 다리만 부러트리고 가도록 하죠.”
콰르르릉!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니파의 완드 끝에 강렬한 뇌전이 치달았다.
스윽.
서문강은 재빨리 고개를 젖혀 뇌전을 피한 뒤.
콰앙!
단숨에 진각을 밟으며 그녀의 앞에 도달했다.
‘그걸 피했다고!’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자각했을 때는 이미 서문강이 그녀에게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니파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아픔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주먹을 내지른 서문강 본인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왜냐하면 그의 손목을 누군가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한 사람 건드리고 손버릇이 참 나쁜 놈이네.”
‘이 목소리는?!’
낯익은 그 목소리에 니파가 눈을 뜨니, 바로 앞에 건우가 서 있었다.
“너 주변에 피곤한 사람들이 참 많이 몰려드네.”
예상치 못한 건우의 질책에 니파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반박했다.
“가장 날 피곤하게 하는 건 너 같은데.”
“그런가?”
건우는 피식 웃어 버렸고.
희번뜩.
붙잡혔다는 것에 굴욕을 느낀 건지, 서문강은 권각을 힘껏 활용해 건우에게 공격을 내질렀다.
파앙! 파앙! 파앙!
허공에 세찬 파공성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바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니파는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쇳덩이조차 점토처럼 뭉개버리는 권각의 위력.
후웅.
그것은 서문강이 권각을 내지를 때마다 빗어 내는 후폭풍만 봐도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서문강의 주먹과 발은 좀처럼 건우에게 닿지 않았다.
동요하고 있는 그와 달리 건우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의 공격을 흘러 넘기며…….
파앙!
그보다 더한 속도로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쇄액!
하지만 보통 서문강 역시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건우가 주먹을 내지르자. 그는 반사적으로 뒤로 발을 박차 충격을 무마시켰다.
씨익.
건우의 공격을 회피했다는 안도감에 서문강은 입꼬리에 웃음을 걸다…….
피식.
뒤늦게 자신을 비웃고 있는 건우의 미소를 보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스를 시전했습니다.]콰당!
불안은 곧 현실이 되어 지면에 닿은 발이 미끄러져 그는 볼품없이 넘어졌다.
게다가 건우의 권압을 미처 다 피하지 못했는지 코에서는 코피가 주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 네 녀석!”
수치심에 서문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우드득! 콰앙!
이미 건우의 발은 그의 상체를 힘껏 걷어차고 있었다.
그 충격에 갈비뼈에 빗금이 가며 우수수 무너졌다.
“커, 커헉!”
부러진 뼈마디 중 일부는 살갗을 찢고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마, 말도 안 돼!”
압도적인 건우의 무력에 니파는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건우는 나른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도와줄까?”
“…….”
그 말에 니파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싫으면 어쩔 수 없고. 마무리는 알아서 해.”
건우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여관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꽈악!
하지만 그 발길을 제지하겠다는 듯 니파가 건우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그녀는 울먹일 것 같은 어조로 건우에게 말했다.
“……도와줘.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그녀의 간절한 호소에 건우는 다시 발길을 옮겨 서문강에게 다가갔다.
“다, 당신은 대체.”
아직까지 내상을 회복하지 못한 서문강은 입에 한 줄기의 피를 물며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는 말 대신, 서문강의 복부를 발로 찍어 눌렀다.
콰앙!
건우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서문강은 그렇게 간단히 제압당했다.
“무, 무슨 수작입니까!!”
서문강은 처음으로 동요하는 표정으로 건우를 째려봤다.
“여기를 밟으면 자신감의 근원인 내공이 깡그리 박살 나는 건가?”
그러다 눈을 휘둥그레 뜨며 건우의 발을 양손으로 잡고 호소했다.
“그, 그만둬! 그것만큼은!!”
“부서지기 싫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다 불어. 새꺄.”
“……?!”
자비가 결여된 눈빛에 서문강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