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23화
치이이이익!
화염에 휘감긴 바인 스네이크 무리들은 얕은 수면에 몸을 담가 불길을 꺼뜨렸다.
주변에 피어오른 수증기로 인해 어느 순간, 주변의 것들의 모습이 잘 식별이 되지 않았다.
건우는 우리 안에 있는 바인 스네이크 무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더럽게 많네.”
-너의 예상대로 수상쩍은 몬스터가 맞구나.
“히, 히익!!”
방금 전까지 그 무리를 경배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찰박, 찰박
겁을 바싹 집어먹은 데부는 손바닥으로 수면을 짚으며 도망가려고 했다.
건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경고를 남겼다.
“어딜 가시나? 머천트 나리. 모범을 보여 주고 가야지. 부질없이 저항했다가는 끔찍하게 죽을 수가 있어.”
“네, 네 녀석!!”
데부는 뒤늦게 건우를 알아보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대낮부터 왜 자기랑 상관없는 일에 간섭하는 거야!! 이유가 대체 뭐야!!”
콰앙! 우드드득!
대답하기에 앞서 건우는 발을 들어 올린 뒤,
[중력마법을 시전했습니다.]엄청난 무게가 가중되어 그대로 그의 손목을 으깨버렸다.
피와 뼈, 살점이 으깨진 그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크아아아악!”
상상도 못해 본 고통에 데부는 절규했고 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그 이유를 묻는 네가 더 이상한데? 어째서 네가 당하기 싫으면서 남들이 당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거지?”
“…….”
그 물음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건우는 그를 직시하며 다시 입을 뗐다.
“그 잘나신 혓바닥으로 유치하게 어린애를 절망에 빠뜨린 취미나 가진 변태새끼가 내 가치관에 참견하려고 하지 마. 진짜 역겨우니까.”
콰앙!
발설직후, 건우는 있는 힘껏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내장을 찢어발기는 각력에 데부는 각혈을 하며 바인 스네이크 무리 쪽으로 날아갔다.
휘리리릭!
먹잇감이 왔다는 것을 포착했는지, 바인스네이크들이 일제히 데부를 휘감았다.
“크아아악! 그만두십시오. 저는 당신을 위해!!”
콰직! 콰직! 콰직!
데부는 간절히 애원했지만, 그의 살점을 맛본 바인 스네이크들은 지체 없이 그를 물며 독에 중독시켰다.
“크아아아아악!”
몸이 산화되며 육신을 좀먹는 고통에 데부는 힘껏 몸부림을 치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콰직! 콰직! 콰직!
바인 스네이크들은 게걸스럽게 데부를 뜯어먹었다.
얕은 수면 위로 데부의 피가 흘러들어와 뒤섞였지만 데부의 살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포식의 시간은 고작 30초.
키이이이익!
그러나 녀석들은 아직까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지, 건우와 니파, 칼을 향해 고개를 꼼지락 내밀고 있었다.
건우는 팔짱을 끼며 바인 스테이크들을 향해 한 마디를 읊조렸다.
“……꺼져.”
그런 건우의 뒤에서 칼을 보살피고 있던 니파는 분한 듯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었다.
건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칼의 목숨은 이미 저세상에 갔으리라.
설령, 데부를 해치웠다고 해도 그녀 홀로 저 바인 스네이크 무리를 처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건우가 지켜 주고 있는 지금.
두근.
처음으로 남에게 의지하는 것으로 인해 마음이 한 결 편안해졌다.
‘약해지면 안 돼.’
그 감정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니파는 무척이나 분했다.
전장에서 나름 불길의 마녀로 활약을 하고 있다지만.
얼핏 봐도 건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를 느꼈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 지금 질투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니파는 고개를 흔든 뒤, 건우에게 바인 스네이크 무리에 대해 주의를 주었다.
“조심해. 저건…… 몬스터지만 몬스터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인데?”
반문하기 무섭게 바인 스네이크 무리가 마치 점토처럼 서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생물체끼리 결합되는 그 모습은 실로 그로테스크하고 오싹했다.
결합을 마친 녀석들은 눈이 없는 거대한 바인 스네이크의 형체를 취하고 있었다.
까드드드득.
불길한 소리를 자아내던 바인 스네이크는 건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내 감각을 들쑤셔 놨던 건, 아무래도 너 같군.
굵직하고 낮은 음성이 우리 안에 꽉 들어찼다.
오들오들.
이미 들어 본 목소리인지 칼은 경련을 일으켰고.
“칼! 정신 차려!”
니파는 그런 칼을 껴안으며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이 녀석들을 괴롭힌 녀석은 아마 이 녀석인 가보군.’
건우는 직감적으로 20층, 엘더리아에서 벌어진 일이 눈앞에 있는 바인 스네이크와 관련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넌 누구지?”
-난 존엄한 자, 그리고 탑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진화를 이룬 자지.
“자아도취가 너무 심하네.”
건우는 뱀을 비웃으며 다시 한번 눈에 힘을 주었다.
뱀은 그런 건우를 보며 조롱하듯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했나보군.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난 20층에 갇혀 있는 상태니까.
“갇혀 있다고?”
스으으윽.
뱀은 똬리를 트듯 건우를 에워싸며 천천히 몸을 조여 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본래라면, 나는 필리프 녀석의 조력을 통해 20층에서 나와 40층에서 전쟁을 일으킬 심산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모든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군.
“무슨 의미지?”
-얼마 전 교란자로 인해 시스템이 3일 동안 다운돼 기껏 준비했던 퀘스트가 실패해 퇴화해 버렸지. 엘프 녀석들은 약화된 나를 상대로 어떻게든 고군분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지. 정말인지 먹이로 태어난 것들이 반항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포식자인 내가 봐도 딱하기 그지없어.
어떤 트라우마를 떠올린 건지, 칼은 머리를 가리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니파 역시 동공이 미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아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게 틀림없었다.
그 말에 불안을 느낀 건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얼마나 처먹었지?”
“엘더리아에서 전쟁을 치른 지 어언 66년 정도 되는군. 마음만 먹었으면 전멸할 때까지 포식할 수 있었지만 천천히 집어삼켰으니, 엘프 1020만 마리 정도 집어삼킨 것 같군. 하하하하”
“……?!”
-?!
어마어마한 숫자가 언급되자…….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눈이 뒤집힌 건우는 팬텀스피릿 소드를 휘저어 뱀의 몸통을 갈가리 찢었다.
온몸에 검은 피가 줄줄 흐른 뱀은…….
-과연 아프군. 아파. 간간이 가려운 부분은 있었지만 너의 공격은 유별나게 나의 감각을 건드리는군.
간사한 말투와 함께 혀를 날름거리며 뱀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마음에 들었다. 네놈은 20층, 엘더리아에 올라오거라. 내가 직접 상대해 주지.”
콰앙!
건우는 힘껏 뱀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파육음과 함께 뇌수가 사방팔방 튀었지만 뱀은 입을 쉬지 않았다.
-뭐 때문에 그렇게 분노한 거지?
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에게 답했다.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괴롭혔으면서 이제 와서 전멸시키려고 하고 노예로 삼으려는 이유는 뭐지?”
머천트 데부의 이야기를 토대로 질문을 꺼내자, 뱀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뭐 어떤 식으로든 나의 위대한 진화를 위한 양식을 삼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뚜둑.
이성을 지탱하던 끈이 끊어졌다.
지금까지 많은 악당을 만나왔지만, 이번 녀석은 그 중에서 가장 특이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분노와 증오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머리를 차갑게 식혀라.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충고를 건넸고.
빠득!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건우는 이빨을 갈며 뱀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야? 빨리 불어.”
-크하하하하하, 마치 나를 죽일 수 있는 것 같은 오만한 말투구나.
건우는 비릿하게 웃으며 답했다.
“죽인다.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서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확실한 살해의 경고.
씨익.
그 말이 반가웠는지 뱀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스멀스멀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이 육신은 붕괴직전의 상황이다.
하지만 구태여 몸을 일으킨 것은 20층의 플로어 마스터로서 품격과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다.
“내 이름은 라폰.”
“……?!”
우리에서 널리 퍼지는 그의 잔잔한 목소리에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탑의 20층을 지배하는 레전드 키메라지. 절대로 도망가지 말라고. 네가 나를 건너뛰고 다음 층에 오르려면 엘더리아의 주민들은 증발되듯 사라질 거다.”
콰앙! 콰직!
건우는 대답 대신 뱀의 머리, 아니 라폰의 살점 일부를 주먹으로 분쇄시켰다.
-크하하하하하! 기다리고 있으마.
라폰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니파와 칼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 지금 제정신이야?! 왜 라폰을 자극한 거야!”
니파는 눈매를 뾰족하게 세우며 말했다.
엘더리아의 엘프들은 어차피 전멸 직전인 상황이다.
이미 일족의 일부는 멸망을 각오하고 있는데, 구태여 이 외부인은 자살을 할 것처럼 라폰을 자극한단 말인가.
“…….”
건우는 그런 니파와 칼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다…….
털썩.
양팔로 그들을 감싸 안았다.
“……?!”
“지금 뭐하는 거…….”
건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니파는 저항하듯 떨어지려고 했으나…….
울 듯 말 듯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건우를 보고는 그대로 멈췄다.
“……많이 무서웠지?”
“…….”
입에서 떨어진 씁쓸한 질문에 니파와 칼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간단하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된 말이었기 때문이다.
라폰은 어디까지나 공포의 일부.
진정한 공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숨 막힌 혈투를 치러야 된다는 것이다.
이 아담한 몸으로, 이 가녀린 어깨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각오다.
지금까지 그 각오를 지탱하고 있었던 게 놀랄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힘내라고, 이겨내야 한다는 어설픈 말보다 그 짐을 어떻게든 덜어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태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니파와 칼은 난생처음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이 사람 우릴 위해 울어 주고 있어.’
평소라면, 어설픈 동정을 하지 말라며 발끈 화를 냈을 터지만.
어째서일까?
울컥.
그 말이 더없이 진실인 것을 깨달은 두 엘프는 저도 모르게 건우의 품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
멸망하는 세상.
그곳에서 가신들과 최후를 각오하고 마지막 전선을 지켰을 때를 건우는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허무 그 자체였다.
희망이라고는 한 줌 없는 세상.
마지막에 즐길 수 있는 것은 가신들과 시시한 말장난뿐이었다.
하지만 마음 언저리에 남은 공포는 가실 수 없었다.
모두가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는다면?
오늘 하루 고비를 넘기면, 또 언제까지 싸워야 하지?
그때, 당시에는 이그너스의 가주로서 가신들에게 절망하는 꼴은 보이지 않았지만.
건우는 그 공포를 항상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그것은 현대에서 다시 최건우란 이름으로 환생을 했어도 마찬가지다.
강자에 의해 약자가 희생하는 삶.
건우는 그 삶에 저항하기 위해 이 탑에 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던 니파와 칼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여관에 같이 복귀했다.
하지만 건우는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한 여인에게 알게 모르게 잡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스멀스멀.
눈앞에는 적금발의 머리칼의 여인이 정령의 기운으로 흩날리며 건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그녀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던 그는 세이비어에게 투덜거렸다.
‘왜 제가 이렇게까지 압박을 받아야 되는 거죠?’
-……다 너의 업보다.
‘업보는 무슨. 저는 죄 없습니다!’
세이비어의 평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건우는 고개를 들었지만.
희번득.
이내 라페아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라페아는 건우의 곁에 서 있는 니파를 흘깃 쳐다보며 입을 뗐다.
“저 여자는 누구지?”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