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27화
[나는 보았다. 인생 끝에 다다를 이상향을…… 강대한 생명이 흘러넘치는 곳, 세상 어떤 보석의 광채보다 이곳에서 엿보는 노을의 풍경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필모의 기록서에 기재된 엘더리아의 감상평.
필모어는 자신이 자취를 남긴 곳에는 늘 감상평을 남기고는 했는데.
대체로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써놓은 것에 비해 엘더리아에 대한 감상평만은 유독 설레발을 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분명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거다.
기록서를 본 건우 역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엘더리아의 현실은 달랐다.
병충해로 시들어지는 초목들, 독으로 인해 부식되고 있는 흙, 길거리 곳곳에는 온갖 짐승의 사체들이 굴러다녔다.
“최악의 흉지군.”
꽈악!
라페아의 무덤덤한 한마디에 니파는 분한 듯 주먹을 쥐었다.
“66년 동안, 우리가 핍박 받아 온 현실이야. 라폰은 장난감처럼 우리를 궁지로 몰고 있어. 지금은 금제 때문에 엘더리아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방법만 찾는다면, 녀석은 우리를 몰살할 거야.”
“…….”
그녀의 말에 칼의 표정도 숙연해졌다.
니파는 슬픈 미소로 건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돌아가.”
“뭐래.”
건우는 니파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
니파와 칼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건우를 돌아봤다.
돌아가야 하는 방향은 분명 반대인데, 서슴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당황한 것이다.
그때 걸음을 옮기던 라페아가 니파의 귓가에 속삭였다.
“언제까지 불쌍한 주인공 노릇을 할 거지?”
움찔!
그녀의 말에 니파는 어깨를 떨며 눈매를 삐죽 세웠다.
라페아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예쁘구나. 오기로 똘똘 뭉친 눈. 살려고 발악을 하려면 그 정도쯤은 해 줘야지.”
“…….”
“내 남자를 괄시하지 말거라. 지금 와서 그런 자질구레한 말로 너희를 외면할 정도로 매정한 남자가 아니다.”
할 말을 마친 라페아는 그대로 건우의 등을 쫓았다.
“야, 뭐해? 가서 이것저것 소개해 줘야지.”
덩달아 렌 역시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칼을 쳐다봤다.
“으, 응.”
칼은 무심결에 답을 뱉으며 곧 앞장서기 시작했다.
***
엘프들의 터전은 엘더리아의 숲 속 가장 은밀한 곳에 은폐돼 있었다.
초목이 우거진 곳인 줄 알았건만.
막상 그곳에 발을 디디니 그곳에는 엘프들의 움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의 자연은 아직까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아 청록색의 색채가 아직 짙게 남아 있었다.
-삼엄한 경계구나. 나조차 찾으려면 반나절은 걸렸을 것 같구나.
결계에 대해서만큼은 대마도사, 세이비어조차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에 건우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반나절이요? 전 반 년을 뒤져도 못 찾을 것 같은데요.’
세이비어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건우도 마법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대마도사다.
하지만 각종 마법을 구사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위장된 결계를 는 것은 반 년을 넘게 소모해도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결계를 통과한 이후로부터 약 1시간.
니파는 이곳저곳에 설치된 트랩을 피해가며…….
“여기야.”
마침내 목적지에 당도했다.
“하하하하하”
그곳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고.
다른 엘프들은 병장기를 손질하거나 옷을 꿰매거나 빨래를 하는 등 무척이나 분주해 보였다.
‘역시 엘프들이네.’
남녀를 통틀어 보아도 노인의 외견을 가진 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건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것이다.
저벅, 저벅.
건우 일행이 다가오자, 엘프들의 낯빛은 심각하게 굳었다.
경계 어린 시선에 라페아가 불쾌한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
“손님에게 화살을 겨누다니 건방지구나.”
“화, 화살?! 어, 어디?!”
라페아의 말에 렌은 휘둥그레 눈을 뜨며 고개를 좌우로 번갈아 쳐다봤지만 활을 들고 있는 엘프는 보이지 않았다.
“가지 위에 있어.”
건우의 말에 뒤늦게 나뭇가지 위를 살피니, 그곳에는 로브를 쓴 엘프들이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우와아아악! 자, 잠깐만!”
당황한 렌은 저도 모르게 호들갑을 떨다가.
빠악!
“끄아아악!”
촐싹 맞게 굴지 말라는 듯 케이론의 주먹에 머리를 강타 당하고는 그대로 지면에 굴렀다.
“…….”
이 자식 뭐야?
일순간 엘프들의 눈빛은 동요로 가득했다.
“손님이에요. 겨누지 말아요.”
그러나 니파의 한마디에 그들은 순종하며 활을 거둬들였다.
웅성웅성.
그리고 마음이 놓인 건지, 엘프들은 건우 일행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인파가 갈라지며 그 사이로 한 남성 엘프가 걸어왔다.
외견은 30대로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이군. 몸은 괜찮나?”
입에서 떨어진 첫 마디에 니파는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미안해. 예상만큼 식량을 확보하지 못했어.”
“어쩔 수 없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분들은 누구지?”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뒤, 뒤늦게 건우 일행을 쳐다봤다.
“이번 임무에서 만나게 된…….”
소개를 하려던 니파는 낯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친구? 동료?
대체 뭐라고 해야 하지?
‘별것도 아닌 걸로 고민이네.’
건우는 눈을 반쯤 뜨며 입을 뗐다.
“용병입니다.”
“요, 용병?”
뜬금없는 말에 남성 엘프는 적잖이 당황하다 다시 니파를 쳐다봤다.
“일단, 그 표현도 맞아.”
어물거리다 애매하게 답한 니파는 화제를 돌리듯 건우 일행에게 남성 엘프를 소개했다.
“우리 일족의 최고통솔자이자, 장로인 닉이야.”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최건우입니다.”
악수를 마친 닉은 활짝 웃으며 입을 뗐다.
“서로 궁금한 게 많으니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경계 어린 그의 시선에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엘프는 경계심이 많네.’
-원래 최고통솔자란 모두를 지키기 위한 존재니 저 시선은 당연히 감내해야 될 것들이다. 하지만……
‘하지만 뭐요?’
-아무것도 아니다.
무언가 기분이 석연찮았지만, 건우는 닉과 함께 움막에 들어갔다.
***
건우와 라페아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지트에는 렌만 덩그러니 남았다.
어차피 어른들의 이야기에 낄 입장도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길도 모르는데, 사람 좀 붙여 줘야 되는 거 아니야? 경계심도 많은데, 왜 다들 나만 버리고 가는 거야.”
심지어 믿고 있던 칼도 무언가 꾸중을 받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끌려갔으며…….
유일무이한 스승, 케이론은 다시 인비저블 마법을 구현하며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
“하아.”
한숨을 쉬던 렌은 어쩔 수 없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몸을 기대서 앉았다.
사락.
아직까지 죽지 않은 숲의 기운이 몸을 휘감자, 기분이 좋아졌다.
“이대로 늦잠 자도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물침대 만들어서 자고 싶기도 하고.”
이것도 나쁘지 않네.
조곤조곤 졸음이 찾아와 슬며시 눈을 감는 순간.
조물딱, 조물딱.
아담한 손이 그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잡아당기고 있었다.
“끄아아악 뭐하는 거야!”
렌은 기겁하며 재빨리 떨어져 자신의 귀를 부여잡았다.
그곳에는 녹색의 머리를 한 어린 소녀 엘프가 렌을 신기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귀 만지게 해 주면 안 돼?”
“안 돼!”
렌은 즉답에 소녀는 축 늘어진 표정으로 답했다.
“치사해.”
“내 귀를 내가 못 만지게 하는데, 왜 치사하다는 평을 들어야 되는 거냐?”
“칫! 괜히 왔어. 칼 오빠가 귀여운 게 있다고 해서 돌봐주라고 해서 왔는데. 하는 게 귀엽지 않아.”
“내가 강아지냐! 칼 이놈 자식 어디 있어?!”
급 분노한 렌은 고개를 홱홱 돌리다 뒤늦게 소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근데 넌 누구냐?”
“내 이름은 애쉬, 칼 오빠 동생이야. 오빠 이름은?”
“렌이야. 근데, 칼은 어디 있어?”
“칼 오빠는 지금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하러 갔어.”
애쉬의 어두운 표정에 렌은 무언가 수상한 조짐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칼은 무뚝뚝하지만 결코 친구인 자신을 외면하는 엘프가 아니다.
그 증거로 자신이 혼자 있을 걸 염려해 여동생인 애쉬가 찾아오지 않았는가.
“칼은 어디 있어?”
“가, 갑자기 왜?”
“솔직히 말해 줘.”
렌의 힘 있는 물음에 애쉬는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혼나고 있을 거야. 왜 낯선 사람들이 오는 걸, 방관했냐면서.”
꽈악!
부아가 치밀어 오른 렌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애쉬는 다급하게 렌의 손을 붙들며 만류하려고 했지만, 렌은 인상을 찌푸리며 애쉬에게 물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혼내는 건데? 촌장도 질책하지 않았는데.”
“그, 그건.”
“가서 말해주고 올 거야. 까불지 말라고.”
답을 마친 렌은 그대로 발을 옮겼다.
***
퍼억!
주먹이 거칠게 날아와 속절없이 칼의 뺨을 가격했다.
주먹을 휘두른 당사자는 칼보다 조금 덩치가 큰 엘프들이었다.
아직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이들은 곧 남은 엘프들이 죽으면 그들의 빈자리를 메워야 되는 예비 병사들이기도 했다.
아직 전선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어 엄격하게 이를 지키게끔 만들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곧 위계를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왜 외부인이 우리 진영으로 온 거야? 칼. 너라면 말릴 수 있었잖아.”
집단의 리더, 그레이는 칼의 멱살을 쥐며 윽박을 주고 있었다.
얼굴이 부은 칼은 무뚝뚝하게 답했다.
“니파의 선택이야. 그리고 그들은 우릴 살려 줬어. 그리고 우리를 도와준다고 했어.”
퍼억! 퍼억! 퍼억!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레이는 칼의 뺨을 연달아 가격했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그런 녀석들을 믿다가 우리가 험한 꼴을 당하면 어떡하려고. 비린내 나는 늑대 나부랭이랑 친해지니까 공과 사가 구별이 안 되는 거야.”
퍼억!
순간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칼이 그레이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아악!”
그레이는 그대로 지면에 나뒹굴며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이 개자식이! 앞뒤 구분이 안 돼?!”
“앞뒤 구분 못하는 건 너희들이잖아. 늘 약한 애들한테만 주먹 휘두르고 안 될 것 같으면 집단으로 구타하고. 함부로 말하고 비아냥거리고. 너희들한테 내 친구가 무시당할 이유는 없어. 이 비겁한 놈들아.”
“…….”
칼의 반박에 모여 있던 엘프들은 머뭇거렸다.
엘프의 기질은 칼이나 그레이만큼 드세지 않다.
그 때문에 그들은 늘 의지가 강한 쪽에 속하려는 경향이 컸다.
울컥!
그 모습에 칼은 거북함을 느끼며 소리쳤다.
“누구를 따를 생각만 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해 봐. 왜 항상 그따위인 거야!”
“너 이 자식 적당히 안…….”
발끈한 그레이가 윽박을 지르려는 찰나.
그레이를 비롯한 엘프들의 시선에 수상한 것이 포착됐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4미터 크기의 육중한 구체였다.
……저게 뭐지.
고민까지 약 1초.
콰아아아앙!
칼의 뒤로 떨어진 큼지막한 그것은 어떤 생물체의 신체 일부와 비슷했다.
그레이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입으로 내뱉었다.
“드레이크 날개?”
하지만 날개를 접은 채, 떨어진 구체는 전혀 드레이크 같지 않았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수상한 구체는 날개를 천천히 펼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회백색의 흉악한 거체.
어째서인지 눈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지상 최대의 폭군 몬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 오우거! 오우거 키메라야!! 피해!!”
그레이의 발언에 엘프들은 창백한 표정으로 도피했다.
“녀석을 자극하지 마! 녀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조용히 대피하면 돼!”
산만한 그들의 움직임에 칼은 급박하게 타일렀지만 소용없었다.
크아아앙!
비명을 지르는 엘프들을 향해 오우거는 이미 날개를 펼치며 덮치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첫 번째, 타깃은 칼이었다.
‘젠장!’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엄청난 파육음과 함께 숲의 나무들이 분질러지는 소리가 숲 곳곳에 울려 퍼졌다.
“뭐, 뭐야?”
깜짝 놀란 칼의 동공 속에는 렌이 늑대 꼬리를 살랑거리며 주먹을 털고 있었다.
“아, 더럽게 손 아프네. 괜찮냐?”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