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2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28화
콰앙!
주먹에 닿은 오우거의 얼굴을 짓뭉갰다.
‘빗나갔어!’
주먹의 주인, 렌은 자책하듯 이를 갈았다.
위력을 알아본 건지, 오우거가 순식간에 뒤로 날아올라 충격을 감쇄시켰기 때문이다.
“아, 더럽게 손 아프네. 괜찮냐?”
그러나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등을 돌려 칼의 안부를 물었다.
“너, 너.”
칼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렌을 쳐다보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엑!
콰콰콰콰쾅!
바로 그 순간 다시금 활력을 찾은 오우거가 숲의 나무들을 분쇄하며 엘프들을 덮쳤다.
“꺄악!”
식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녀석이 이번에 노린 타깃은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애쉬였다.
“애쉬!!”
당황한 칼은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푸욱! 푸욱! 푸욱!
갑작스런 소란에 몰려오던 엘프들이 일제히 오우거를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다.
카카카카캉!
하지만 그 단단한 피부에는 어떤 화살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투쟁으로 식욕이 북돋는지 녀석의 손아귀는 애쉬를 으스러질 듯 쥐려 하고 있었다.
쇄액! 콰앙!
하지만 이번에도 오우거의 흉수는 불발됐다.
언제 이동한 건지, 렌이 발을 들어 올려 오우거의 손아귀를 찍어 눌렀기 때문이다.
“진짜 최악이네. 너.”
렌은 혐오스런 표정으로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크르르르르르.
슬슬 부아가 치미는지 오우거는 이를 갈며 렌 쪽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적, 아니 먹잇감으로 식별하는 눈치였다.
아주 짧은 대치의 시간, 렌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란 애쉬에게 말했다.
“칼한테 가!”
“…….”
애쉬는 너무 놀랐는지, 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빨리!”
“으, 응!”
하지만 렌의 윽박에 곧 어깨를 움찔 떨며 칼에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희번뜩.
오우거의 미간 사이로 동공이 두 개인 흉측한 눈동자가 슬며시 눈꺼풀을 열며 모습을 드러냈다.
“……?!”
오싹!
그 눈빛과 마주한 렌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저 눈은 오우거의 눈이 아니다.
오우거를 통해 제 3자, 절대자가 응시하는 시선의 느낌이었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놀라운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지성도 없을 것만 같던 오우거가 하찮다는 말투로 렌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딱해.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어. 어차피 먹이가 될 운명인데 너희들은 왜 저항하는 거지?
‘라폰이다!’
렌은 뒤늦게 목소리의 주인이 키메라의 왕인 라폰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키메라의 왕, 라폰.
그는 다수 개체로 활동이 가능한 레전드 키메라다.
19층에 있는 바인 스네이크를 통해 니파와 칼을 염탐하고 활동이 가능한 것도 그가 다수의 몸으로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특성을 어김없이 활용해 오우거 키메라의 몸으로 엘프들에게 학살을 자행하려는 거다.
라폰은 렌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는 엘프들에게 말했다.
-진화는커녕 도태를 선택한 너희 하등한 엘프 따위한테 이 라폰이 쓰러지는 일은 결코 오지 않는다. 나는 그런 너희를 거름삼아 더더욱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부르르.
라폰의 선언에 엘프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이미 그와 66년간의 교전으로 지친 이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고.
또 누군가는 울상을 짓거나 그의 말에 기겁했다.
그리고 칼은 그런 동료들을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반응을 살펴본 렌은 이들 사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도 이 녀석한테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
이들은 그저 절망에 몸을 맡긴 채, 어떤 운명을 맞든 그것에 순응할 생각인 듯 보였다.
빠득!
‘웃기지 마!’
푸욱!
렌은 이를 갈며 그대로 오우거의 복부에 손톱을 꽂아 넣었다.
꿰뚫린 복부 사이로 피가 흥건히 튀겼고, 오우거는 즉각 주먹을 내질러 반격했다.
콰앙!
그 우악스런 힘에 렌의 몸은 바닥에 연거푸 튕기다 나무와 충돌했다.
“렌!”
깜짝 놀란 칼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주륵.
단 한 번의 타격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는지 렌의 머리에는 꽤 많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우거의 미간에 박혀 있는 눈동자는 그런 렌을 주시하며 조롱하듯 말했다.
-너는 내 말에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나보구나. 꼬맹아?
렌은 몸을 비틀거리다가 슬며시 중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진화? 까고 있네. 깡만 있어도 너 같은 건, 새끼손가락으로도 이겨!!”
-깡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어차피 계속 발광하다가 죽는 운명일 뿐이지.
쇄액!
날개를 한 번 휘저어 단숨에 렌의 앞에 도달한 오우거는 다시 한번 주먹을 뻗었다.
타격 한 번에 정신이 혼미해진 상황.
이다음의 공격으로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었지만, 죽음의 고비 앞에서 렌은 생각했다.
‘스승님보다 격이 한참 떨어지네.’
녀석의 주먹은 케이론보다 느리고 위력을 전가시키는 것도 너무 비효율적이다.
슬쩍.
어째서일까?
렌이 취한 행동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는 것이었다.
-?!
예상치 못한 미소에 두 개의 동공이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주먹이 직격하기까지 앞으로 1초.
렌은 그런 라폰에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 너무 병신 같아.”
이윽고 오우거의 주먹이 렌의 가슴에 파고들며 분쇄하려는 순간.
우드드드득!
그보다 한 발 앞서 렌의 양손이 오우거의 주먹을 붙들어 꺾어 버렸다.
예기치 못한 반격에 팔의 뼈는 분질러졌고 회복을 하려는 할 때…….
타닷!
그 팔을 타고 렌이 단숨에 오우거의 어깨까지 도약했다.
꽈드드드득!
그러고는 온몸을 활용해 녀석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우악스런 힘에 목의 자국이 점점 깊이 새겨졌다.
크아아아아앙!
당황한 오우거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주변의 나무를 헤집으며 렌을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렌은 그런 오우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참 아픈 칭찬이지만, 스승님은 내 맷집이랑 힘은 참 쓸 만하다고 했거든.”
-키에에에엑!
“……진짜 저 어린 수인한테 라폰의 키메라가 당하고 있다고?”
“말도 안 돼.”
이 순간, 엘프들은 오우거의 발악이 공포에 질린 몸부림으로 보였다.
팔락!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날개를 움직여 하늘을 도약하려는 순간.
“발사!”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판단능력이 빠른 엘프의 지시로 화살들이 일제히 날개를 찢으며 도약을 무마시켰다.
종이 한 끗 차이로 렌이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숙련된 궁병.
실수 따위는 있을 리 없다.
꽈아아아악!
거듭된 렌의 압박에 오우거의 안색에서 핏기가 싹 가시기 시작했다. 덩달아 그 입에는 게거품까지 물고 있었다.
하지만 기진맥진한 것은 렌 역시 마찬가지.
온몸에 땀과 피로 범벅이 됐지만, 렌은 힘겨운 표정으로 선언했다.
“난 지지 않아.”
쿠쿵.
어느 순간, 오우거는 발을 멈추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두근, 두근…… 두근.
그 심장은 점차 미약하게 박동하다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콰앙!
집채만큼 컸던 오우거의 몸이 지면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렌의 몸 역시 크게 휘청거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레, 렌 괜찮아.”
칼과 애쉬는 렌에게 달려가 즉각 상태를 살폈고.
“렌 오빠. 죽지 마.”
애쉬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상태로 말했다.
“안 죽었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소리를 치다 혈액부족으로 머리가 핑 돈 렌은 그대로 앓아누우며 생각했다.
‘이겼다.’
-이겼다고 생각한 가보구나.
“……?!”
어떻게 속마음을 알아챈 건지, 라폰은 마지막으로 오우거의 입을 빌어 말했다.
-이미 너희들의 아지트는 발각이 됐다. 그리고 나는 한없이 다수 개체로 활용한 키메라지. 이 말의 의미가 뭔지 너희 엘프들은 가장 잘 통감하고 있을 거다. 크크크크.
“서, 설마?!”
불길을 감지한 엘프들은 저도 모르게 하늘에 시선을 주다 그대로 몸이 경직됐다.
하늘에는 날개를 펼쳐든 오우거 수십 마리가 착지하고 있었다.
카아아아앙!
지상에 착지하자마자 녀석들은 흉성을 내질렀고.
엘프들 사이로 공포와 불안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방금 전에 떨어뜨린 개체는 그저 실험용 샘플에 지나지 않았다.
“…….”
그 절망적인 풍경에 렌은 저도 모르게 말문을 잃었다.
-크크크크 이게 절망이다. 누가 나 라폰에게 대항할 수 있지? 도태한 네놈들은 그저 나의 거름이 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콰직!
승승장구한 라폰의 말은 거기서 끝이 났다.
때마침 모습을 드러낸 건우가 그대로 짓밟아 머리를 통째로 터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거, 건우 형.”
렌은 저도 모르게 넋을 놓으며 건우의 등을 쳐다봤다.
모든 이종족의 기준으로 봤을 때, 한참이나 작은 등.
그러나 저 등은 어떤 누구와 견주어 봐도 제일 넓게 느껴졌다.
팔락.
건우는 걸치고 있던 외투를 렌에게 던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수고했다. 렌. 교대다.”
발설 직후.
스윽.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사인참사검, 적과 청을 꺼내 들었다.
스멀스멀.
그와 동시에 두 자루의 검이 뿜어 대는 검붉은 오러와 검푸른 오러가 교차하며 점차 기운이 용솟음쳤다.
카아아앙!
불길한 전조를 느꼈는지, 안구가 없는 오우거들은 일제히 건우를 향해 돌격했고.
건우는 이내 자세를 다 잡으며 한 합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맹렬한 참격은 순식간에 오우거들을 가루로 분쇄시키며 숲에 굉음을 자아냈다.
***
날이 저물었다.
라폰의 습격으로 아지트는 발각이 됐고.
엘프들은 다시 이동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떠나기 전, 건우는 나뭇가지에 올라 등을 기댄 채, 엘더리아의 풍경을 감상 중이었다.
“저게 세계수인가보네요.”
꽤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는 엘더리아의 중심이 훤히 엿보였다.
새하얀 줄기를 자랑하는 세계수.
그 높이가 하늘까지 치솟아 쉽사리 측정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옛날에는 저것 가지고 이것저것 사연이 많았어. 어떤 놈은 그 끝이 궁금하다고 계속 등반하다가 나중에 살려 달라고 종이비행기 날리더라고.
“종이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갈 줄 알고 그랬데요?”
세이비어의 말에 어이가 없던지 건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혼자 웃는 거야?”
그때 뒤에서 니파가 말을 건넸다.
언제 올라온 건지, 그녀는 빤히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처럼 무뚝뚝하고 냉철해 보였다.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혔다.
‘왜 또 삐진 거야?’
왜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다는 것만큼은 직감할 수 있었다.
“할 일이 많을 텐데. 너도 어지간히 심심했나보네. 같이 앉아서 대화나 하던지.”
“대화 좋지. 하지만.”
중감에 뜸을 들인 니파는 느닷없이 검을 뽑아 들더니…….
푸욱.
건우의 옆에 있는 나무에 검을 찌르며 말했다.
“원만한 대화가 될 것 같지는 않아.”
청명했던 에메랄드의 눈빛이 짙은 루비의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니파는 그 홍색의 동공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루비아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 눈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선과 악의 결정체라고 하지만, 실상은 같은 종족이더라도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눈동자를 지닌 걸로 알고 있어.”
니파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눈치네. 슬슬 답해주지. 그래? 너가 나한테 다가온 건 우연이 아니지?”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마. 이제는 소실됐다고 전해지는 검은 오러. 그건 분명 고대 엘프의 검술이야. 대답해. 너는 무슨 목적으로 나한테 접근한 거지?”
‘아무래도 내 짐작이 맞나 보네.’
대답을 촉구하는 그녀의 눈빛에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접근이란 말은 적합하지 않지만, 니파. 그 이름을 듣고 혹시나 싶었어. 니파 아즈엘. 그게 네 이름이지?”
“……?!”
당황한 그녀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고.
건우는 몸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소개를 했다.
“난 니제르의 검술을 물려받은 유일한 계승자. 바로 너의 아버지의 제자야.”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