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3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30화
키메라의 기습은 수포로 돌아갔다.
라페아 한 명에 의해 벌어지는 학살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머리가 터져 죽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꿈틀꿈틀.
하지만 이번에는 라폰 역시 본격적으로 나오려는 의도일까?
진격하는 키메라들은 곧 동료를 포식하며 더욱더 몸집을 키워 갔다.
숫자 역시 아까 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다.
파앙!
눈앞에 있는 키메라들의 머리를 터트리던 라페아는 처음으로 곤혹스러운지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무리겠지.’
라페아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수심이 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하급 정령 한 마리로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군.”
“…….”
-잠깐 뭐라고?
그녀의 한마디에 세이비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이 어마어마한 학살을 하급 정령 한 마리만을 이용해서 벌였다는 것인가.
“하나를 더 붙여야 되다니 실로 굴욕이야.”
“뭐가 굴욕이야!!”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렌은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편.
파르르르르.
같은 아군이 봐도 경악할 만한 경지이거늘.
그녀의 타깃이 된 키메라들은 포식에 대한 야욕보다 이 순간, 공포에 질려 진군을 멈추기까지 했다.
라페아 주변에는 정령이 빗어 낸 기운들이 넘실넘실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조명처럼 보이는 화염이 피어오르는 원형의 구.
흔한 저서클 마법 중 하나인 파이어 볼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콰앙!
그 화염구에 직격당한 키메라는 몸 일부가 잿더미가 되어 날아갔다.
라페아는 그 화염구 사이에서 은은히 자신의 모습을 뽐내며 키메라들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레전드 키메라라, 같잖구나.”
-키이이이익!
그 말에 몰려 있던 모든 키메라들이 분노를 드러냈다.
그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들은 다수 개체로 보이지만 실체는 사실상, 라폰의 분신이자 의지.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분노는 곧 라폰이 심기가 언짢다는 것을 의미했다.
콰드드드득.
이번에는 앞발이 두더지같이 변모한 코볼트들이 땅속을 파고들며 엘프 무리를 급습했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구나. 덜 떨어진 키메라.”
라페아가 조소 어린 표정을 짓자…….
스스스스스.
그녀의 바로 뒤에는 골렘의 형상을 한 대지의 정령왕, 티에라가 튀어나왔다.
“뭐, 뭐야!”
“서, 설마 정, 정려왕, 티에라!!”
그 모습을 알아본 엘프들은 일제히 경악했고, 티에라는 양팔을 들어 올린 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지면을 세차게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땅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이내 일제히 뒤집혔다.
땅속을 기고 있던 코볼트들은 토사에 매몰되거나 휩쓸려 죽음을 맞이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하여간 못 말려.”
그 피해가 엘프에게까지 닿을까 우려됐던 건우는 회귀의 링을 시전해 뒤집힌 땅을 원상복구했다.
수천은 될 법한 키메라의 군세는 더 이상 라페아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그대로 물러났다.
이 이상 소모전을 벌여봤자, 라폰 역시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였다.
그 와중에 라페아는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세계수 진영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본체는 아직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군.”
휘잉.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며 전투는 끝을 고했다.
“저 여자는 대체…….”
라페아의 기세를 지켜본 니파는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엘프 역시 정령술에 대해서 탁월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라페아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친화력부터 정령을 활용하는 방법도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서, 설마. 진짜 정령군주, 라페아”
“어, 어째서 그녀가.”
술렁거리는 엘프 사이에서 라페아는 그들에게 신경을 끄고 건우에게 다가갔다.
“적당했느니라.”
“누가 이걸 적당하다고 해.”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곧 진지한 눈빛을 띠며 니파 쪽을 쳐다봤다.
“니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 어떤 게…….”
“나도 눈치챈 걸 너도 눈치 못 챘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
“…….”
니파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건우가 말한 의도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불편하다면, 내가 나설게. 난 당하고만 있을 생각 없거든.”
발설 직후, 건우는 엘프 장로 닉 앞에 섰다.
“…….”
갑작스런 건우의 돌발행동에 닉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건우를 경계한 호위 엘프들이 화살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긴장이 팽팽한 분위기 가운데, 건우는 입을 뗐다.
“너희들의 전 아지트는 내가 봤을 때는 쉽게 탐색하기 어려워. 마법에는 일가견이 있는 터라 탐지마법을 시도해도, 찾을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십니까?”
닉의 질문에 건우는 답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첫 번째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는 아니야. 왜냐하면, 나랑 라페아가 심혈을 기울여 키메라들의 위치를 탐색하고 있었거든. 녀석들은 엘프들이 이동하는 것을 처음에 감지하지 못했어. 근데, 이동하던 도중 녀석들이 어떤 계기로 동시에 여기를 쳐다보더라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닉의 표정이 점차 표독스러워졌다.
꽈악.
건우는 그대로 닉의 멱살을 쥐며 말했다.
“알잖아.”
“지금 뭐하는!!”
당황한 니파가 만류하려는 찰나.
라페아는 팔을 들어 올려 진로를 막은 뒤, 입을 뗐다.
“눈앞에 있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거라.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며 간단한 이치잖느냐.”
“…….”
니파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스릉.
하지만 다른 엘프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일제히 건우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구해 준 건 고맙습니다만 그는 우리를 이끄는 장로입니다. 놓아주십시오.”
그들의 정중한 권고에도 건우는 닉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키메라들이 반응하는 것은 특유의 페로몬, 일명 냄새라고 할까. 어쨌든 그 진원지는 너였어.”
“그, 그만둬!!”
무언가 들킨 것 마냥 닉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쫘아아아아악!
건우는 그대로 그의 상의를 찢어 버렸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몸에 드러난 것은 정상적인 피부가 아닌 괴사된 검은 피부였다.
그리고 검은 피부 위로는 송곳니가 달린 입과 두 개의 동공을 가진 흉측한 눈이 존재했다.
싸아.
그것을 본 모든 엘프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금 보니까 참 약았네. 라폰. 장로를 첩자로 심어 두다니 말이야.”
“첩자 따위가 아니야. 이놈 역시 곧 내 몸의 일부가 될 참이거든.”
“야,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엄숙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닉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자신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라폰에게 말했다.
“약속?”
건우의 반문에 라폰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통상 엘프들은 욕심이 없는 종족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실제로는 달라. 위에 있는 지배자들은 끝까지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거거든. 이놈은 나와 거래를 했다.”
“……닉. 그게 무슨 말이야?”
니파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닉에게 다가갔다.
“라폰이 너의 몸에 억지로 기생해서 협박하고 있었던 거잖아. 그치?”
제발 아니라고 말해 줘.
“푸훗. 하하하하하하”
그녀의 재촉에 닉은 곧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믿었던 이에 대한 신뢰가 일제히 무너지자, 엘프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닉은 실성한 눈으로 그들을 보며 입을 뗐다.
“이제 지긋지긋해!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매일 살아남는 것도 고되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일부를 제물로 바치고 살아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난 장로야! 일족의 전멸보다 당연히 일부를 희생하고 전체를 살리는 게 당연…….”
콰직! 콰아아아앙!
말에 매듭을 지으려는 찰나.
날아온 건우의 주먹에 닉은 안면이 그대로 박살이 나며 나가떨어졌다.
“당연하지 않아!! 개새끼야!”
건우의 윽박에 모든 엘프들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때 혼절한 닉의 육체에서 라폰이 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길쭉하게 늘어지더니 곧 두 개의 동공이 깃든 하나의 눈동자로 건우에게 다가왔다.
“무엇에 그렇게 절망하는 거지? 진화가 아닌 도태를 선택한 너희 하등한 것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그것밖에 없잖은가. 너는 전의를 잃고 상실한 것들을 억지로 일으켜서 싸우게 만드는 건가? 그건 실로 잔인한 짓 아닌가.”
“마구 처먹어서 덩치가 커진 게 진화라고 착각하는 살찐 키메라 주제에, 나한테 어설프게 충고하지 마.”
“라페아를 믿고 너무 기고만장하군.”
건우는 조롱하는 미소로 비아냥거렸다.
“라피가 두렵나보네.”
“…….”
상당히 찔렸는지 잠시 말문이 막히나 싶었지만, 라폰은 곧 건우의 몸을 똬리를 틀 것 같이 에워싸며 말했다.
“저년과의 승부도 재밌겠군. 뭣하면 둘이 덤벼도 돼. 네놈들이 나 라폰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든 게 끝날 거니까.”
라폰 나름의 선전포고였지만.
건우는 그대로 미소를 지으며 선전포고를 받아들였다.
“그럼 지금부터 쳐들어갈 테니까 기대하라고. 살찐 키메라 자식아.”
화르르르륵! 콰아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페아가 구현한 맹렬한 홍염의 구가 닉에게 기생하고 있던 라폰의 살점을 완전히 잿더미로 날려 버렸다.
“끈적끈적한 체액에 젖는 모습을 보는 건 사양이야.”
라페아의 말에 건우는 못 말리겠다는 듯 피식 웃으며 기절한 닉에게 다가가며 한 마디를 읊조렸다.
“그럼 심문을 시작해 볼까.”
두둑.
오늘따라 주먹의 관절을 푸는 소리는 유난히 컸다.
***
닉은 유린당하는 전쟁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관리자인 고블린, 리발이 찾아왔다.
그는 공정한 규율 아래, 라폰과 거래를 할 것을 제안했고, 결국 닉은 라폰과 만나 거래를 했다.
라폰이 전쟁을 끝내주겠다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엘프의 반절을 없애고 매 년, 일정량의 제물로서 엘프 20명을 바칠 것.
둘째, 엘프로드의 상징인 왕관, 엘더리아를 가져다 자신에게 바칠 것.
말도 안 되는 불공정한 계약이지만.
적이 그걸로 전쟁을 끝내준다면, 닉은 자신이 아닌 모든 것을 희생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었다.
“…….”
니파의 눈 밑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특히 그동안 닉을 존경해 왔던 칼의 얼굴에는 절망에 휘감겨 있었다.
다행히 남은 엘프들은 모두 물리고 들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집단 자체가 붕괴될 뻔한 상황이었다.
“끄윽.”
건우에게 세차게 두들겨 맞은 닉은 아직까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니파, 들어 봐. 내 의도는 그게…….”
“입 닥쳐.”
싸아.
지나치게 흥분했는지, 니파는 루비아이를 개안한 상태로 닉에게 말했다.
“동료의 영혼을 판 너에게 더 이상 들을 이야기는 없어. 모든 엘프를 대표해서 말해줄게. 넌 추방이야. 다시는 엘더리아의 끝자락에라도 발을 디뎠다가는 내 화살이 네 가슴팍을 꿰뚫을 거야.”
“니, 니파.”
“살고 싶었다면, 다른 층에서 도망갔더라면 난 이해할 수 있었어. 하지만 넌 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를 이용했어. 그러니까…….”
주륵.
강건했던 그녀의 눈 끝에 눈물이 맺혔다.
“더 이상 말하지 마. 이 이상 핑계를 댄다면, 난 널 죽여야 돼.”
분노와 오열, 그리고 믿었던 자에게 배신당했다는 상실감.
많은 감정이 교차한 눈동자를 직시한 닉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건우에게 금제 마법을 당한 닉은 그대로 엘더리아를 빠져나갔다.
라페아는 팔짱을 낀 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화근이 되는 건, 뿌리째 태워야 되는 게 맞는 것임을…….”
그녀는 전 장로였던 닉을 죽이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에 대해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건우는 그녀의 말에 심히 공감했다.
“그 말이 백 번 지당하지만 그럴 수 없었겠지.”
이성과 달리 마음이 그것을 주저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건우는 언덕 아래에서 니파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어깨에 어느새 더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있다.
라페아는 한숨을 쉬며 건우에게 말했다.
“가 보거라.”
“응?”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으니 오늘은 관대히 넘어가주마.”
질투가 가득했는지 라페아는 쀼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찔할 정도로 귀여워 보여 위험했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속의 우선순위에 먼저 다가가기로 했다.
”고마워.”
건우는 감사의 한 마디를 남기며 그대로 니파에게 향했다.
***
휘잉.
불어오는 바람에 숲에 있던 나뭇잎들이 바스락 부서지며 날아갔다.
본래는 숲에서 잔잔히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야 했지만 죽어가는 엘더리아에서 생명의 울림이 전무했다.
저벅.
들려오는 것은 건우의 발소리뿐이었다.
발소리를 들은 건지, 니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고마워. 이 은혜 어떻게든 갚을게.”
“은혜까지야.”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라폰을 영구히 봉인할 거야. 영원히 지옥의 늪에 빠져나올 수 없게…….”
“그게 가능해?”
건우의 질문에 니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로드의 상징인 엘더리아를 사용하면 가능해. 그러니까 난 엘프로드가 될 거야.”
결단을 마친 그녀의 눈은 오늘따라 더욱 붉게 빛나고 있었다.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