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3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31화
왕이 되겠다는 굳건한 신념.
의지를 발하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런 니파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데?”
“전 엘프로드는 라폰의 위험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어.”
건우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라폰은 인류를 멸망시킨 뱀의 부하로…….
먼 옛날에 활동을 하던 괴물이었다.
그러다 어떤 경위로 66년 전에 다시 눈을 떠서는 엘더리아에 말도 안 되는 참극을 벌였다.
원초적인 공포, 그리고 재난.
포식자의 잔인한 학살에 모두가 그 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혜안이 뛰어난 전 엘프로드는 라폰의 계획을 깨달았다.
라폰의 목적은 엘더리아 엘프를 완전히 전멸시키는 것. 이곳을 멸망시킨 후 탑의 다음 층에 도달해 또다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셈이 분명했다.
그것을 모르는 엘프들은 그저 라폰이 떠나기만을 기원하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장고의 시간 끝에 엘프로드는 결론을 내렸다.
-긴 시간 동안, 인내를 감수하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임을 맹세하노라.
그는 결국 라폰과 장기전을 선택했다.
엘프로드만이 쓸 수 있는 왕관, 엘더리아.
이 아티팩트는 20층에 뿌리를 깊게 박은 세계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전 엘프로드는 라폰과 전투로 군사의 반절을 잃었지만.
엘더리아의 힘을 발해 라폰의 활동구역을 대폭 축소시켰다.
그로 인해 라폰은 다음 층에 도달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엘더리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결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분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이 무려 66년.
엘프들은 1020만 명이 희생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라폰은 제한된 구역에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점차 성장해 세계수에 점차 자신의 독을 침식시켜 뿌리를 메마르게 하고 있다.
꽈악!
굴욕의 역사에 니파는 주먹을 꽈악 쥐며 말했다.
“하이엘프의 힘을 물려받은 나라면, 전 로드보다 엘더리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나는 그 힘을 이용해 녀석을 영구적으로 봉인할 거야. 그러니까 너희는 더 이상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말고 갈 길 가.”
할 말을 마친 그녀의 곁으로 다수의 엘프들이 몰려들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그들 모두가 사생결단을 한 표정이었다.
“…….”
니파는 그대로 등을 돌렸고, 엘프들 역시 그녀의 등을 쫓았다.
이제는 촌장이었던 닉이 없으니 그녀를 리더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보며 세이비어는 중얼거렸다.
-이제 아무도 믿지 않겠다는 표정이구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게 상당히 큰 거죠.”
-그렇다고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는 법이거늘. 넌 어떻게 해야 니제르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점에 대해서라면 이미 어떻게 해야 될지 똑똑히 보이네요.”
-?
예상치 못한 즉답에 세이비어는 고개를 갸웃했다.
피식.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후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불미스런 일로 엘프들 사이에서는 동요의 감정이 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전보다 더 은밀한 거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니파는 하이엘프의 힘을 사용해 결계를 생성하고 다시금 엘프들의 모습을 꼭꼭 감췄다.
그리고 다음 날.
약 1만 명의 엘프들이 거점 밖으로 나서기 위해 출진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모두 정예병 이상.
병사들의 여력은 더 있지만 만약 이 최정예 병사들을 잃는다면, 엘더리아의 엘프들은 앞으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로 굶어 죽던가, 라폰에게 전멸당하든가.
둘 중 하나의 결말로 치닫기 때문이다.
꿀꺽.
사람들은 조금씩 오염되고 있는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뿌리가 지평선 끝까지 뻗을 것만 같은 나무.
저 나무의 생명력은 탑 전체에 알게 모르게 골고루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다.
니파는 화살통을 메며 건우와 라페아를 바라보았다.
“왜 안 가는 거지?”
그녀의 추궁에 라페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떠나는 걸 강요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너희들의 싸움에 결단코 간섭하지 않을 거다.”
“쫓아가지는 않을 거니까 안심해.”
퉁명스런 건우의 답변에 니파의 입꼬리가 일순간 축 늘어졌다.
그동안 건우에게 은혜를 입었는데, 매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지만 지금에 와서 사과를 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남한테 의지해서는 안 돼.’
약한 소리를 하면 다시금 건우에게 의지를 하고 싶을 거고.
건우는 얼마든지 자신들을 도우려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지상 최강의 생명체, 라폰.
포식과 흡수를 통해 녀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다.
‘엘더리아만 손에 넣으면 녀석을 지옥 끝까지 밀어 넣을 수 있어.’
이미 목숨은 걸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전투를 하지 못해 거점에 남는 동료들이었다.
라페아와 건우는 그녀의 속내를 알고 여기에 남으려는 것이다.
“마음대로 해.”
니파는 쌀쌀맞게 말하며 그대로 등을 돌렸다.
‘……나 정말 비겁하네.’
속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지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니파는 출진을 앞둔 엘프들을 쳐다보며 입을 뗐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의 긍지를 되찾으러 갑니다. 두려운 분들은 빠지셔도 좋습니다.”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리더의 목소리에 엘프들은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출발합니다.”
니파는 금발을 흩날리며 세계수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엘프들이 움직였다.
쿠구구구.
대규모 병사들의 출진에 땅에 미미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렌은 이번 전투에 참전하는 칼과 아직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칼 몸조심해.”
“……애쉬를 지켜 줘.”
칼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무거운 표정으로 렌에게 말했다.
렌의 뒤에서 애쉬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자신의 오빠를 지켜보고 있었다.
쿠웅.
렌은 그런 칼의 어깨를 붙든 뒤, 이마를 힘껏 들이받았다.
“아파! 뭐 하는 짓이야!”
진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칼은 표독스런 눈빛으로 렌을 쏘아봤다.
렌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몸조심하라고.”
“……알았어.”
쑥스러운 듯 고개를 회피하며 답한 칼은 그대로 병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라페아는 대규모로 이동하고 있는 엘프들을 쳐다보다 다시 힐끔 건우를 쳐다봤다.
“오늘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들어 볼까?”
“왜 내가 항상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건우의 물음에 라페아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내가 그런 남자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말괄량이 같은 답변에 건우는 얼굴을 화끈 붉혔다.
“……진짜.”
-어째 남녀 역할이 반대가 된 것 같다.
“난 그런 자질구레한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보는 건 최건우란 남자지, 그런 식상한 남자들이 아니야.”
-하긴 내 후손이 좀 잘나기는 했지.
“알겠으니까 이제 둘 다 그만.”
두 사람의 대화에 건우는 만류한 뒤, 라페아에게 말했다.
“한 가지만 도와줄 수 있을까?”
“난 너의 것이다.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을 거고, 무엇이든 너의 선택에 존중할 거다.”
거침없는 그녀의 답변에 건우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말이지…….”
건우는 곧장 자신의 계획을 그녀에게 털어놓았고.
피식.
계획을 듣고 있던 라페아의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한마디를 남겼다.
“역시 난 재미있는 남자에게 반했단 말이지.”
***
쇄애애애액!
푸욱! 푸욱! 푸욱!
맹렬하게 쏟아지는 화살비가 안구가 없는 키메라 몬스터를 꿰뚫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앗!”
전의를 불태우는 엘프들은 키메라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었고.
쇄액! 콰앙!
니파는 드레이크의 날개를 부착한 오우거의 머리를 화살로 쏘아 터뜨렸다.
의기투합된 엘프들은 파죽지세로 키메라들을 궁지로 몰고 갔다.
“조금만 더 발을 내디디면 할 수 있어!”
“으아아아악!”
전투에 이성을 잃고 흥분한 건지, 칼은 들고 있는 검으로 사정없이 키메라들을 찌르고 있었다.
사기는 극도로 올랐고 엘프들도 점차 자신감이 붙은 듯 보였다.
이렇게 진군할 수 있었음에도 어째서 지금까지 발을 내딛지 못했을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현재, 라폰은 어떤 계기로 약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끊임없이 진화를 바라는 라폰.
그런 라폰이 약해진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교란자가 탑에 침입해 코어를 재구성한 것으로 라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입은 게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옛날에는 배부른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극단적으로 엘프들을 섭취해 자신의 힘을 대폭 강화하려고 들었다.
심지어 어울리지 않게 첩자를 심는 비열한 행위까지 일삼았다.
지상 최강의 생명체를 목표로 가지고 있는 라폰 치고는 너무나 치졸한 행위였다.
‘생각보다 결전을 앞당기기는 했지만 우린 목숨을 걸었어. 아무것도 걸지 않고 우릴 유린하는 네놈한테는 지지 않을 거야.’
니파는 라폰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며 다시 한번 세차게 활시위를 당겼다.
거듭된 진군에 진군.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세계수와 신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꿀꺽!
부상자는 속출했지만 아직까지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엘프들은 모두 긴장을 유지하며 신전을 향해 화살을 겨냥하고 있었다.
함부로 저곳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왜냐하면 그들이 지금까지 상대했던 건, 라폰의 육신의 일부인 분신일 뿐.
실제 라폰을 마주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신전에서 3미터의 신장을 가진 라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 저벅.
암청색을 띠는 가시가 달린 꼬리, 용의 것과 흡사한 머리.
단단한 벽마저 할퀴면 가볍게 쪼개버리는 손톱, 손에는 5미터 크기의 삼지창이 들려 있었다.
눈가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게 라폰…….
구태여 누가 언급을 하지 않더라고 엘프들은 그가 자신들의 숙적인 라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라폰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폐부에 가득 채워 넣었다.
오싹!
그것만으로 주변의 산소가 점차 줄어들며 엘프들에게 공포를 가중시켰다.
“후우.”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단지 숨결을 내뱉었을 뿐인데 매캐한 독기가 공기를 타고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었다.
엘프 마법사들은 즉각 정화마법을 사용해 독기를 정화시켜 나갔다.
스윽.
라폰은 고개를 돌려 엘프들을 한 번씩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하찮은 것들이 군집을 이루어 나 라폰에게 대항하려고 하다니. 어처구니없군. 난 그 시건방진 녀석을 기대했는데 말이지.”
라폰이 언급한 그 녀석이 건우라는 것을 눈치챈 니파는 아랫입술을 꽈악 깨문 뒤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가?”
“너희는 먹이 피라미드 가장 하위의 존재들이다. 탑에서 플레이어란 것들이 레벨업과 퀘스트란 명목으로 나 라폰에게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나를 넘어섰던 존재들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조롱과 멸시가 아니야. 정당한 평가라는 거다.”
“죽어라! 라폰!”
바로 그 순간, 그의 말을 듣기 지친 엘프 중 일부가 거침없이 화살을 날렸다.
“섣불리 도발하지 마!”
니파는 뒤늦게 제지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카앙! 카앙! 카앙!
최정예 엘프들이 쏘아 올린 화살은 라폰의 몸을 맞고 그대로 튕겨나갔다.
콰앙!
라폰은 발을 박차 단숨에 공격한 엘프들에게로 도약했다.
“……?!”
동요하는 엘프의 동공에 삼지창을 휘두르는 라폰의 모습이 엿보였다.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아악!”
예상대로 그 일격은 너무나 위력적이고 경이적이었다.
단 한 번 휘두름에 있어 토사가 휩쓸리며 충격을 받은 엘프들의 사지가 죄다 부러졌다.
“끄으으으윽!”
라폰은 다 죽어 가는 엘프의 가슴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나는 레전드 키메라, 라폰. 누가 나에게 대항할 수 있지? 이게 힘이다. 도태된 너희들이랑 달리 나는 거듭 진화를 거듭해 마침내 신의 영역에 다다랐다.”
콰앙!
가시가 달린 꼬리로 지면을 강타하자, 지면은 쪼개지며 단숨에 잇따라 균열이 가더니……
콰아아앙!
충격이 신전까지 닿아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애초에 건물에는 상당히 미련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신, 무너진 신전의 중심에서 화려한 권좌와 엘프로드의 상징인 왕관, 엘더리아가 놓여 있었다.
“엘더리아!”
니파는 다급한 표정으로 발을 박찼지만.
콰앙!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라폰이 니파의 앞을 가로막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너희들은 나 라폰의 수족이 되어 나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는 말이 되는 거다. 엘더리아를 나에게 가져와 바쳐라.”
흉흉하기 이를 데 없는 라폰의 모습에 니파는 파르르 몸을 떨었으나 꿋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싫어. 저건 내…….”
말에 매듭을 지으려는 찰나.
[치유의 유람이 시전됐습니다.] [치유의 유람이 시전됐습니다.] [치유의 유람이 시전됐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부상을 당한 엘프들의 몸이 금빛의 휘광에 휘감기며 상처가 사라졌다.
중상을 입은 엘프들은 금빛의 요람에 눕혀져 곧장 회복되기 시작했다.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