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3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37화
라폰을 퇴치한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엘프로드로서 건우가 하는 일은 외적의 침입을 방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머지는 니파에게 맡겨 두고.
현재는 니제르에게 물려받은 다섯 개의 식을 연마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었다.
엘더리아에 마련된 로드 전용의 수련장.
건우의 검술연마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그곳은 이미 수련장이라고 지칭하기가 민망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게.
후웅.
타격용으로 만들어진 목재인형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바닥은 검이 빗어 낸 삭풍으로 인해 통째로 깎여나가 어느새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
“기껏 만들어 줬더니…….”
니파는 그 어마어마한 참상에 말문을 잃었다.
곁에 있던 라페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서진 것이라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잖느냐?”
“하긴.”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빛의 링이 크레이터 주변을 에워싸며 지형을 복구시켰다.
“후우. 개운해라.”
상의를 벗은 건우는 피곤한 듯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신이 지쳐 주변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는 듯했지만.
“…….”
정작, 이를 지켜보고 있던 라페아와 니파는 갑작스런 탈의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고 있었다.
-숙녀들이 있는 앞에서 채신머리없게 뭐 하는 짓이야? 요놈아.
보다 못한 세이비어의 질책에 건우는 뒤늦게 그녀들을 시선을 자각하고는 다시 옷을 입었다.
-짧게는 반 년이 걸릴 줄 알았는데, 기본 틀은 잡았구나.
‘솔직히 따라잡으려면 멀었죠.’
니제르가 몸에 빙의할 당시.
니제르의 검격이 라폰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건우는 전율을 느꼈다.
단순히 수준 차이가 난다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검우의 암섬이 라폰을 절단을 내는 느낌이었다면…….
니제르의 암섬은 마치 레이저로 적의 몸을 분쇄시켰다.
그조차 건우의 몸이 받아주지 못했기에 완전한 위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에 7식을 계승했을 때는 어깨에 힘을 빼고서 전수해 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니제르를 뛰어넘었다고 자부하고 있었구먼.
‘솔직히 뛰어넘는다고는 감히 생각 못했지만, 따라잡고 있다고는 생각했어요.’
사실은 그저 열심히 정진 중이었을 뿐이다.
피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기소침하기보다는 그 입꼬리는 장난꾸러기처럼 올라가 있었다.
“언젠가 뛰어넘어 보일 거예요.”
-암 그래야 내 후손이지.
***
엘더리아의 정비를 끝마친 건우는 곧장 다음 등반을 준비했다.
예정일은 내일.
많은 엘프들이 건우에게 떠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언제까지 로드에게 의지할 생각이죠?
니파의 솔직한 반문에 엘프들은 감히 반박할 엄두도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저녁 식사 자리.
건우는 둥근 테이블에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 참여 인원은 렌과 칼, 애쉬 그리고 라페아와 니파가 있었다.
저녁 메뉴는 건우가 만든 샌드위치였다.
“맛있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던 애쉬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렌 오빠 이것 먹어 봐. 아.”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렌에게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냠.”
렌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내민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우물우물 씹었다.
“분하지만 맛있다.”
잘근잘근 샌드위치를 씹으며 말하는 그 모습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냐?”
“응? 원래부터 친했는데?”
‘아무래도 눈치 못 챘나보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렌에게 따가운 눈총을 주고 있는 칼을 바라보았다.
여동생을 빼앗긴 것만 같은 기분에 기분이 불편했지만, 자리가 동경하고 있는 건우의 앞이니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여동생을 빼앗기는 기분이라. 암 이해하지.’
건우는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우를 보며 세이비어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기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놈이 남의 기분에 공감하기는 크크크크.
‘무슨 말이지?’
뒤늦게 세이비어의 말을 자각하고 주변을 살필 때.
“흠 이게 친하다는 증거가 되는구나.”
라페아가 샌드위치를 건우의 입에 내밀었다.
“이, 이것도 맛있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니파는 마찬가지로 서둘러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파직!
한순간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여인의 눈빛에서 전기가 튀는 듯 보였다.
라페아는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니파에게 말했다.
“탐을 내지 말라고 했거늘. 내 충고가 각인되지 않았나보구나.”
반면 니파는 웃으며 화답했다.
“아직 누구 것도 아닌데, 탐을 낸다는 것도 좀 우스운 말 아닐까?”
“호오, 지금 너가 누구한테 도발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붙을 것 마냥, 라페아 주변으로 정령들이 을씨년스럽게 등장했다.
평소에는 반짝반짝 빛나며 화사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내포하고 있는 기운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만약 둘이 붙는다면, 결과는 누가 봐도 라페아의 압승.
하지만 니파는 전혀 겁을 내지 않고 반박했다.
“힘으로 쟁취하지 못하는 일도 있어. 그리고 이건 더욱이 힘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녀의 말에 엘퀴네스 역시 모습을 드러내며 공감을 표했다.
-애석하지만, 저건 저 엘프의 말이 맞아. 라피.
“흐음.”
엘퀴네스의 설득에 라페아는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이 틈을 타…….
드륵.
렌은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꼬옥.
건우는 그런 렌의 꼬리를 붙들며 도망치는 것을 방지했다.
“이, 이것 놔.”
건우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불편해. 나만 두고 가지 마.”
“형 때문이잖아!”
렌은 건우를 질책하는 동안, 두 여인은 잠정적인 합의에 들어갔다.
먼저 라페아가 말했다.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힘으로 꺾는 건 마땅한 이치가 아닌 것 같으니 당분간은 지켜보지.”
“나도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빠직!
두 여인은 동시에 웃으면서 분노를 표했다.
그 화는 자연히 건우에게 쏠렸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샌드위치를 내밀며 동시에 말했다.
“그래서 누구 것부터 먹을 거지?”
“아니. 그냥 각자 알아서 먹는…….”
서둘러 합의안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싸아.
라페아와 니파의 분노 어린 시선에 건우는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
“두, 두 개 다.”
빠직!
그 말은 두 여인의 화를 오히려 돋우었다.
라페아와 니파는 동시에 건우의 입에 샌드위치를 내밀었고.
“우웁!”
건우는 고스란히 양 볼에 샌드위치를 구겨 넣으며 식사를 해야 했다.
식사가 끝난 후.
“앞으로는 샌드위치 하지 말아야겠어.”
중대한 결심을 마친 듯한 그 표정에 렌은 흘깃 쳐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샌드위치 문제가 아닐 텐데. 다음에 입에 불이 날 정도로 매운 스프 만들어 줘.”
“흐음.”
건우는 다시 한 번,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런 건우를 보며 칼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 로, 로드시여. 외람되지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데?”
건우는 귀를 쫑긋 세웠고 칼은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을 물었다.
“렌과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건데, 로드께서는 20층까지 도달하는데, 모든 층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일부 층은 건너뛰고 등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진짜?”
칼의 말에 니파 역시 의외라는 듯 건우를 쳐다보았다.
“아, 그거.”
건우는 그들이 하고픈 말을 깨달았다.
탑을 등반하는 자들은 각자의 소망을 안고 등반길에 오른다.
플레이어들이 탑을 등반하는 목적은 주로 시련을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으며 강해지는 데 있다.
여기서 순차적으로 한 개의 층도 건너뛰지 않고 시련을 클리어하면, 보상의 질과 등급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아지는데.
이것은 차후 랭킹 시스템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건우는 필리프 4세를 쓰러뜨려 랭킹 10위를 강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쌓은 공적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바로 십존의 자리에 내려왔다.
지금 10위는 요툰헤임의 거대 거인, 발할라.
소속 클랜은 역시 ‘똬리를 트는 뱀’이었다.
물론 부지런히 공적치를 쌓았다면, 십존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별 미련 없는 자리였고.’
그리고 그 대신이라고 할까?
어떤 이유에선지 탑의 시스템에 의해 건우는 ‘번외’로 취급됐다.
번외는 십존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대명사였다.
[번외]-여섯 날개를 가진 기사
-그림자의 마수
-교란자(최건우)
이름 대신 이명만 나올 뿐이다.
현재 번외로 취급되는 플레이어는 세 명으로 아마 탑의 십존들은 이 셋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리라.
잠시 딴생각을 하던 건우는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칼에게 답했다.
“아주 중요한 것을 찾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있을 장소를 추려내서 빨리 올라가고 있는 거야.”
“아.”
건우의 답변에 칼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말이 쉬운 것뿐이지. 소기의 목적을 위해 시련을 건너뛰고 빨리 올라간다는 것은 어떤 플레이어도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한 층의 시련을 건너뛸 경우 막대한 패널티를 안게 된다.
그것이 공적치를 가산한 포인트가 대폭 삭감되든, 아니며 레벨이 감소되든 패널티는 플레이어에게 반드시 악영향을 끼치고 만다.
칼의 생각을 알고 있던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패널티에 대해서라면, 그동안 십존 말석에 있으면서 무효로 만들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니야. 나도 앞으로 오를 때는 패널티를 감수해야지.”
애석하게도 번외는 패널티를 감수하기는커녕, 오히려 경계 대상으로 오른 존재기에 더욱 조심해야 됐다.
피식.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재밌었다.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상태로 칼을 보며 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도전하라고. 기대하고 있으니까.”
“……?!”
건우의 말에 칼은 감격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다 이내 당차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검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마음속에 솟구치는 의욕을 참을 수 없어 보였다.
“귀엽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조금 식은 차를 홀짝 마셨다.
그런 건우를 보며 니파는 결심을 굳힌 듯 입을 뗐다.
“할 말이 있어.”
“뭔데?”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칼처럼 당차게 말했다.
“나도 데려가줘.”
“……뭐?”
니파의 요구에 건우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27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생성됐습니다.]다음 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눈앞에 생성됐다.
27층까지 단번에 도약할 수 있는 것은 패널티를 무시할 수 있는 라페아의 권위뿐만 아니라 한 때, 그녀가 정복했던 층이었기 때문이었다.
라페아, 렌, 니파가 건우와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너도 참 끈질기구나.”
라페아는 니파의 참여가 달갑지 않은 듯 팔짱을 끼고서 그녀를 힐끔 쏘아보고 있었다.
그러자 니파는 오히려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고 있어. 아직은 밝힐 수는 없지만 해야 될 일이 있어. 그때까지 힘을 빌려줘.”
라페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내가 돕기로 한 건, 내 남자뿐이다.”
“…….”
“넌 그저 덤일뿐이야.”
라페아는 그렇게 한마디를 남기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네.”
니파는 피식 웃으며 라페아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우웅.
건우를 필두로 모두가 게이트를 통과한 순간.
[SYSTEM ERROR] [SYSTEM ERROR]불길한 시스템창이 건우 일행의 앞에 무수히 떠올랐다.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