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4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45화
[LOST]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창은 누군가 목숨을 잃었거나 행방불명됨을 의미했다.
…….
그것을 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사색이 된 채, 숨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집결한 장소는 탑의 71층에 존재하는 거대한 성이자 요새.
바로 클랜, ‘똬리를 튼 뱀’의 본진이었다.
4대 클랜 중 명실상부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은 탑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진시켜 나갔다.
유망주인 플레이어들을 클랜원으로 강제로 포섭하며…….
시련을 관리하는 관리자마저 자신의 아군으로 들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다른 클랜보다 많은 십존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굉장한 이력이지만 정말로 대단한 것은 이들이 성좌로 둔 ‘똬리를 튼 뱀’이었다.
많은 신들이 모여 있는 탑에서 그 모든 신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한 성좌.
속설로는 신에게마저 타격을 입힐 수 있는 7성급 몬스터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클랜원들은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클랜의 영향력이 최근 대폭 축소됐다.
플레이어들을 조기에 군사로 징집시키던 필리프 4세가 패배한다거나.
라폰의 죽음으로 전쟁노예로 부리려고 했던 엘프들이 갑작스레 해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랫동안 클랜의 동력원이자 정보원으로 활용했던 관리자, 리발의 행방불명이었다.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클랜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던 일에는 리발의 역할이 매우 중대했다.
“생긴 건 하등한 고블린이지만, 여기서 잃으면 안 되는 패였어.”
리발의 죽음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건지, 회의석상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남자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매만졌다.
은발에 금안을 지닌 그의 정체는 아크로드, 플레어.
십존 랭킹 중 3위이자, 클랜의 리더였다.
‘계기는 역시 교란자이려나.’
한 클랜을 책임지고 이끄는 리더답게 그는 현 상황이 교란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진작 간파했다.
피식.
그러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싸아아아아.
그의 미소를 지켜보던 이들은 사색이 됐다.
누군가를 살짝 비웃는 듯한 그 미소는 사실 그가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참 이상해. 그 녀석은 왜 자꾸 주제도 모르고 우리에게 시비를 거는 거지?”
“…….”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아리송한 그의 중얼거림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콰앙!
이윽고 플레어의 주먹이 회의석상을 강타했다.
쩌저저저적!
탑에서 가장 희귀한 금속인 명계석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에 균열이 일어났다.
희번득!
플레어의 험악하게 눈을 치켜뜨며 좌중을 살피며 말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리발 그 자식이 교란자로 추정되는 녀석이 누군지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발설하지 않다가 도리어 당하고 말았어.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우리는 아직까지 그 녀석의 정체가 누군지 모르고 된통 당하고 있다는 거야!”
쿠구구구구구.
플레어의 전신에 발출된 무시무시한 기운은 성채의 천장을 언제든지 뚫고 나갈 것만 같았다.
“일단 진정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잖습니까?”
그런 그를 누군가 뒤에서 만류했다.
플레어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5미터는 되는 거대한 키에 상반신은 거대한 근육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고, 하반신은 거인부족이 즐겨 입는 바지를 갖춰 입고 있었다.
“호오, 신참 주제에 벌써 나에게 말을 거는군.”
“필요해서 부른 건 당신들 아닙니까? 발언권정도는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우선 진정하고 제 얘기를 들어 주시죠.”
그는 플레어에게 단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의 정체는 랭킹 10위인 거대 거인, 발할라.
지금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일상의 편의를 위해 취한 모습일 뿐.
본래 키는 30미터에 육박한다고 한다.
보통 거인들의 키가 7미터 내지는 10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그는 참 특수한 돌연변이가 아닐 수 없었다.
“흐음.”
플레어는 발할라의 배짱이 마음에 들었는지,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발할라는 차분한 어투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확실히 지금의 상황은 저희에게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탑에 깊숙이 뿌리를 뻗은 ‘뱀’이 송두리째 흔들린 적은 딱 한 번, 교란자가 침입해 시스템을 3일 동안 다운시킨 것 외에는 없습니다. 나머지는 클랜을 운영하다보면, 생길 수도 있을 법한 일이죠.”
“그래서?”
“잃은 것은 많지만 대체할 것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실제로 필리프 녀석을 대신해서 제가 교란자에게서 랭킹을 강탈했죠. 리발의 역할을 할 관리자도 조만간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란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리발이 남긴 발자취를 분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발자취? 리발이 뭔가를 남겼다는 건가.”
의미심장한 말에 플레어는 눈매를 지그시 좁혔다.
“리발은 탑에서 가장 이해타산적인 관리자입니다. 오히려 안 남기는 게 이상한 일이죠. 그의 흔적을 뒤지다보면, 반드시 뭔가 나오는 게 있을 겁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발할라의 중재에 플레어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는군. 저돌적인 돌진 밖에 할 줄 몰랐던 필리프 녀석보다 네가 훨씬 그 자리에 맞아.”
“전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입만 나불거리는 놈이 아니기를 기다리지.”
조금도 기를 죽이지 않고 말하는 발할라를 보며 플레어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
쇄액!
스키드블라드니르를 타고 단숨에 31층을 빠져나온 건우의 눈앞에는 32층의 거대한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보며 린크스는 믿기지 않는 듯 오들오들 떨었다.
“사, 사람입니까?”
“응. 사람 맞아.”
이미 그의 반응을 짐작한 건우는 피곤한 표정으로 답해 주었다.
“호, 혹시 여기는 처, 천…….”
“천국 아니고 지옥도 아니고. 그냥 사람 사는 데야.”
발설직후.
[10,000 포인트를 플레이어 ‘린크스’님께 전달드렸습니다.]건우는 시스템창을 통해 린크스에게 포인트를 지급해 줬다.
“가, 갑자기 이런 거액을!!”
당황한 린크스는 휘둥그레 눈을 뜨며 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건 앞으로 활동하는 데 요긴하게 쓰라고 주는 지원금이야. 너 덕분에 31층을 공략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 그게 저는 정말 하등 쓸모도 없는데요.”
린크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도 그럴게.
십존도 쓰러뜨리지 못한 7성급 몬스터를 단신으로 잡아낸 이 무지막지한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찮게 하기는 했지만 저 녀석 덕분에 차이트의 권능을 획득했으니까.
건우는 세이비어의 말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이별이야. 아쉽기는 하지만 난 지금 긴히 가봐야 될 곳이 있어서.”
“그, 그런. 주인님 저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절망에 빠진 린크스는 즉각 무릎을 꿇으며 건우의 바짓단을 붙들려고 했다.
쇄액!
이미 그의 움직임을 예측한 건우는 가볍게 회피하고서…….
따악!
중지로 그의 이마를 강타했다.
“끄아아아악!”
린크스는 격통을 호소하며 맨땅에 뎅구르르 굴렀다.
“이제 안 통한다.”
몇 번이고 그의 기행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미 패턴이 훤히 보였기 때문에 건우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쳇! 아쉽군. 모처럼 너를 빡치게 만드는 녀석을 만났는데.
“춘삼이 한 명으로 족합니다.”
건우는 간만에 육성으로 세이비어의 말에 답하며 린크스에게 말했다.
“모처럼 밖으로 나간 세상이잖아. 실컷 즐기라고. 아, 기껏 준 돈을 이상한 곳에 쓰거나 사기당하면 가만 안 놔둔다.”
“……그, 그러면 전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됩니까?”
린크스는 울상이 된 채, 건우를 바라보았다.
모처럼 바깥세상에 나오니 마음이 불안할 뿐더러,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기대가 충만한 그 눈빛에 건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대충 아무 말이나 조아려. 더 피곤하게 하기 전에…….
세이비어의 충고에 따라 건우는 즉각 입을 뗐다.
“뭣 하면, 내가 준 포인트를 왕창 불려서 호의호식해서 살다가 내가 필요로 할 때가 되면 도와달라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린크스는 절도 있는 자세로 서 답했고.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밑으로 내려가는 게이트로 향했다.
목표지는 27층.
도달하는데 만 하루가 걸릴 예정이었다.
“그럼. 잘 지내라고.”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건우는 그대로 자취를 감췄고 린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백만 배, 아니 천만 배로 부풀리겠어!”
건우의 마지막 말을 떠받든 린크스는 고개를 홱홱 젓다가 곧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래디언트(radiant)]희망에 찬 문구와 달리 그곳은 꽤 유명한 카지노시설이었다.
***
‘층을 내려가는 건 처음이네요.’
-그래도 나름 유용한 정보는 얻지 않았냐.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탑의 본래 목적은 등반자에게 시련을 내려 자격이 없는 자를 추락시키고,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등반을 지속시키는 것.
따라서 위에서 아래로 가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게다가 등반 중인 플레이어에게는 제약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기에 전력의 큰 결손도 없었다.
‘탑에 들어왔을 때는 억지로 들어와서 제약을 받은 거네.’
그때 당시에는 상황이 촉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시스템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온 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고심에 잠겨있는 동안.
[27층에 도착했습니다.]어느덧 목적지인 27층에 도달했다.
“여기가 27층인가.”
주변에는 외딴 산골짜기였고, 앞에는 오두막이 한 채 놓여 있었다.
탑의 한 층, 한 층은 거대한 세계.
그 때문인지 등반 중 도착지는 무작위로 정해지게 되어있다.
현재 오두막 부근에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은 약 10명.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반 중 중요한 아티팩트를 소매치기당한다거나.
시련이 생기면 서로를 방패막이로 삼는 등의 악행을 일삼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건우만큼 태연한 이들이 두 명 있었다.
같은 일행이라고 추정되는데, 한 명은 불꽃같은 적발을 지닌 남자로 등에는 톱니 같은 칼을 매달고 있었다.
또 한 명은 잿빛색의 머리칼을 갖춘 실눈의 남성으로 사나운 분위기를 지닌 적발남성과 달리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건우는 보기 드물게 사람에 대한 인상을 평했다.
‘뭔가 색이 다른 조합인 것 같네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너도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구나.
우연의 일치인지 세이비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건우는 곧 그들에게 관심을 끊고 앞으로의 계획을 모색했다.
‘라페아는 분명 수도인 멜빈토스로 향한다고 했지.’
이곳은 한 때, 라페아가 지배했던 땅.
‘어떻게 통치했는지 궁금하네.’
오만함을 갖춘 그녀는 과연 주민들에게 관대한 군주였을지, 아니면 폭군이었을지 심히 걱정이 됐다.
-반려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상하구나. 니파 걱정은 안 하냐?
‘라페아가 지켜 주고 있겠죠.’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쿠구구구구구구.
미묘한 지진이 산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저, 저것 봐. 갑자기 짐승 떼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어.”
맞은편 산등성이에는 마치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것처럼…….
키에에에에엑!
흉측한 시체 같은 모습으로 짐승들이 달려와 오두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시련이 들이닥치고 있는 거야.”
‘아니야. 저건 녀석의 기생충이 달라붙어서 기근과 질병을 일으키고 있는 거야.’
건우는 짐승들이 하는 일들이 바알제붑이 벌인 수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다.
“귀찮네. 그냥 다 썰어 버리면 될 걸.”
나른하게 잠을 자고 있던 적발의 남성은 검을 손에 쥐고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눈앞에 있는 것은 시련 따위가 아니다.
그저 귀찮은 뒤치다꺼리다.
그런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바로 그 순간, 8미터 크기를 지닌 거대한 멧돼지가 먼저 남자를 덮쳐왔다.
남자는 검을 휘둘렀다.
카앙!
그러나 칼날이 닿기 직전, 건우의 검이 그의 검을 밀어내며 불똥을 튀겼다.
“뭐하는 짓이지?”
자신의 검이 막힌 것이 상당히 불쾌했는지, 남자는 건우를 노려보았다.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