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5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52화
‘졌다.’
건우는 자신에게 꼭 안겨 떨어지지 않는 라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십존 중 하나인 그녀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불안을 느끼다니.
‘내가 뭐라고?’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 거야.”
그 말에 안심이 되는지, 라페아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려는 찰나.
귓가로 엘퀴네스가 속삭였다.
-속지 마. 라피. 저건 전형적인 바람둥이들의 멘트라고. 저런 놈들은 나중에 어떻게 한 여자만 사랑할 수 있냐는 개소리를 논리적으로 늘어놓을 수 있는 놈들이야.
빠직!
‘네 녀석이었냐?!’
건우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손가락으로 엘퀴네스를 툭 터뜨렸다.
-가지가지 한다.
세이비어는 쯧쯧 혀를 차며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렇게 약 1분쯤 흐르는 동안.
라페아는 중대한 결심을 했는지 진지한 눈으로 건우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니파랑 만나 봐야겠구나. 괜찮겠지?”
꿈벅.
왜 나한테 묻는 거지?
건우는 당최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라페아에게 반문했다.
“니파는 왜?”
쭈욱.
인내심에 한계가 온 라페아는 건우의 볼을 살짝 꼬집어 길쭉하게 늘렸다.
***
마을 외곽지역의 들판,
오늘 날씨는 유난히 들쑥날쑥 변덕을 부렸다.
아침에는 분명 쨍쨍하게 해가 비추다가…….
오후에는 동녘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더니, 이윽고 빗줄기가 지면을 세차게 강타하며 주변이 컴컴해졌다.
“하아, 하아”
그곳에는 흠뻑 젖은 렌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냉철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케이론이 할버드를 든 채, 렌과 수련을 진행 중이었다.
‘강하다.’
오랜 시간 동안 케이론에게 훈련을 받은 렌으로서는 항상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그에게 수련을 받아 기초 체력이 증가하고, 적을 식별하고 포착하는 안목이 늘어남에 따라 그 생각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제 3층계, 슬리핑 포레스트의 보스, 케이론.
층계 보스 중 가장 강한 보스를 꼽으라고 한다면 브렌넨과 세피아였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건 잠재 7성이 지니고 있는 흉포한 힘.
즉, 자연재앙과 같은 규격외의 힘이다.
그렇기에 백병전에서는 케이론이 세피아보다 우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케이론은 가르치는 것에 무척이나 능수능란했다.
실제로 렌은 케이론으로부터 회피, 낙법, 각종 체술, 무기술 등을 배우며 점진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렌이 한참 동안 경외 어린 시선으로 케이론을 돌아볼 때.
척.
케이론은 할버드를 회수했다.
그것이 수련종료를 알리는 동작임을 깨달은 렌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끄, 끝인가요?”
케이론은 미미하게 고개를 까닥였고 렌은 속으로 살았다고 중얼거리며 케이론에게 인사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케이론은 고개를 까닥이며 인비저블 마법을 시전해 자취를 감췄다.
언뜻 보면, 부끄러워 모습을 감추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피식.
렌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대로 숙소에 돌아갔다.
잠시 후.
“왔냐? 렌. 욕조 쓸래?”
건우 역시 비를 흠뻑 맞았는지 상반신을 닦고 있었다.
그 모습에 렌의 잔소리가 평소처럼 쏟아졌다.
“노출증 환자야? 라페아 누님이랑 니파 누나도 있으니까 빨리 옷 입어.”
“아, 그거라면 괜찮아. 둘이 뭔가 긴히 이야기하더라고.”
“갑자기 왜?”
“몰라.”
“……왠지 형이랑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둘이 얘기하는 데, 내가 낄 이유는 없잖아.”
쿨하게 답하는 건우를 보며 렌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천벌 받아서 근육쟁이 남자만 우글거리는 지옥으로 가라.”
쭈욱!
건우는 그대로 렌의 양쪽 볼을 꼭 꼬집어 쫙 늘렸다.
“아야야야, 형 아파.”
렌은 가녀린 신음 소리로 동정심을 갈구했지만.
싱긋.
건우는 한 줌의 자비도 없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쩐지 딱 나를 두고 저주하는 말인 것 같네.”
“그, 그럴 리가 있겠어. 형이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보모 같은 사람?”
“나 그렇게 어린애 아니거든!!”
발끈한 렌은 신경질적으로 건우의 손을 빼내었다.
“알았다. 알았어. 너도 이제 질렸겠지 싶었는데, 참 똑같은 부분에서 화내는 것 같네.”
“형은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이 아주 참신하잖아.”
“그런가?”
“아마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걸.”
그 말에 공감한 건지, 세이비어가 유령의 모습으로 튀어나왔다.
-그건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최근에 본 또라이 두 명까지 합쳐서 또라이 트리오라고 불릴 거다.
“어 그거 왠지 어감이 불쾌한데요. 슈타크가 그렇게 이름 붙인 녀석 누구냐고 깽판 치면서 뒤집을 것 같은데.”
-그건 뭐…….
건우의 비유가 워낙 찰떡궁합이라 세이비어는 미처 반박하지 못했다.
렌은 문득 남은 한 명, 젠제만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다.
“그럼 젠 형은?”
“아마 나보다 음모술수에 능한 녀석이어서 더 주도면밀하게 깽판칠걸.”
그 말은 즉슨 결말은 똑같이 깽판을 내긴 하지만 다혈질로 부술 것이냐, 뒤에서 음모술수를 부려 깽판을 칠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
식겁한 렌은 당연 안색이 창백해졌고, 세이비어는 그런 렌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 말이 맞았잖아. 또라이 트리오라고.
“다 들립니다.”
건우는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곧 슈타크와 젠제만을 떠올리며 렌에게 물었다.
“솔직히 내가 더 점잖은 신사 같지 않아?”
“신사의 기준을 깽판을 덜 치는 걸로 보지는 않을 것 같은데.”
렌으로서는 당연히 답을 해 줄 수 없었다.
“에휴, 말을 말자.”
괜스레 다른 사도들과 엮이다가는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건우는 이 이야기의 주제를 회피하기로 했다.
때마침 렌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다음 화제를 언급했다.
“형, 다음에 등반해야 되는 곳이 어디야?”
순서로 보자면, 28층이기는 했지만 탑이 주는 보상에 크게 미련이 없던 지라 다음 등반할 목표 층은 건우에 의해서 결정된다.
“30층이야.”
예상대로 건우는 28층을 건너뛰기로 했다.
“30층?”
예상 외의 답변에 렌은 고개를 갸웃했다.
들은 이야기로는 건우는 이미 31층의 미지의 시련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을 도약하기 위해서는 최소 32층은 가야 되지 않을까 싶은 게 렌의 생각이었다.
건우는 손가락 두 개를 들며 말했다.
“목적은 두 가지야. 하나는 나의 성좌님 되시는 분께서 거기에 아주 중요한 걸 꽁꽁 감춰 뒀다는 제보가 있어서 말이지.”
“제보? 누가 제보한 건데?”
“젠제만.”
또 다른 사도의 이름을 언급한 건우는 그들과 헤어지기 전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
스키드블라드니에 동료들이 탑승하고 난 뒤.
건우는 젠제만, 슈타크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
건우는 헤어지기 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젠제만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키메라 바이퍼]그것은 키메라 제조에 대해 집약돼 있는 금기의 마도서로서 라폰의 탄생과도 은밀하게 엮여 있었다.
“힘들게 찾고 있었는데, 이런 데서 구하게 되다니 정말 다행이야.”
키메라 바이퍼를 꼭 끌어안은 젠제만은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왜 그걸로 귀여운 키메라라도 만들려고?”
슈타크의 질문에 젠제만은 난처한 웃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아. 설령 몬스터라도 말이지.”
‘뭔가 생명존중 사상을 갖춘 녀석인가.’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갖춘 녀석이구나, 싶었지만.
“차라리 그 가녀린 숨통이 헐떡일 때까지 기다리다 얌전히 죽였으면 죽였지.”
역시나 기상천외하고 잔학하기 그지없었다.
파르르르.
오죽하면 산전수전을 다 겪은 건우마저 소름이 끼쳐 몸을 떨겠는가.
“그럼 왜 그 책이 필요한 건데?”
“이유는 하나야. 나는 기구한 운명이나 저주에 걸린 녀석들을 구하고 싶거든. 키메라 실험체가 된 이들을 원래의 삶으로 복귀하게 해 주는 것도 목표 중 하나야.”
“우선 나부터 불행하게 하지 말아줄래?”
슈타크는 쯧 혀를 차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제만은 피식 웃으며 건우에게 말했다.
“시간이 될 때 슈타크 집에 놀러 와. 아내 분이 드디어 슈타크에게 친구가 생긴 거냐며 환대해 줄 테니까.”
콰앙!
더 이상 망언을 참아줄 수 없는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젠제만은 양팔의에 그림자의 칼날을 생성시켜 슈타크의 일격을 막아 냈다.
“자, 장난치고는 조금 살벌하네.”
“장난으로 죽이려고 했으니까.”
“…….”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건우는 이제 누가 정상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했다.
“칫!”
다행히 정말 장난이었는지, 검을 거둬들인 슈타크는 손아귀에서 붉은빛을 발출해 건우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뭐야?”
건우는 그 불빛이 정령처럼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 깨달았다.
“그 녀석이 내 집까지 있는 곳의 게이트를 열어 줄 거다. 그럼 간다.”
발설직후.
슈타크는 등을 돌려 발길을 옮겼다.
“…….”
갑자기 이걸 왜?
건우는 아직까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젠제만은 피식 웃으며 슈타크의 행동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언제든 놀러 오라는 거야. 저 녀석만의 츤데레 표현이니까 이해해 줘.”
“젠제만!”
슈타크의 다그치는 말투에 젠제만은 나긋하게 답했다.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갈게.”
“하여간.”
슈타크는 거슬린다는 듯 혀를 차면서도 얌전히 제자리에 머물렀다.
젠제만은 윙크를 하며 건우에게 말했다.
“30층으로 가봐. 며칠 전에 그곳을 순회하다가 차이트의 흔적을 봤거든.”
“차이트 흔적?!”
예상외에 화제 언급에 건우는 깜짝 놀랐다.
“왜 네가 안 갖고?”
“나하고 인연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 어떤 건지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건우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에 있는데?”
“그것은 30층에서 전사들이 신성한 결투를 벌이는 곳에서 내려지는 포상으로 있어. 참가해서 가져가려고 했지만, 정체가 밝혀지면 또 뭔가 부서뜨릴까 봐 짧게 용무만 보고 내려갔거든. 그곳의 시련은 플레이어들에게 균등하면서도 무척이나 유쾌하고 잔인해.”
“시련 제목이라도 언급해 줄래?”
은근슬쩍 중요한 부분을 감추는 젠제만의 화법에 건우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식.
그 얼굴이 보고 싶었는지 젠제만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시련 내용이 바뀌지 않는다면, ‘배틀, 콜로세움’일 거야.”
***
회상을 마친 건우가 젠제만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렌에게 전해준 참이었다.
“형. 뭔가 스케일이 더 커지지 않았어?”
렌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했다.
건우가 발을 내미는 곳에서는 늘 거대한 트러블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참 대화 도중.
렌은 건우가 30층에 등반하려는 남은 한 가지 목적에 대해서 물었다.
“남은 한 가지는 뭐야? 형.”
피식.
그 질문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건우는 음산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싹!
지금이라도 질문을 집어삼키고 싶었지만.
이미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바로잡을 수 없었다.
건우는 싱긋 웃으며 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남은 한 가지, 이유는 널 콜로세움에 참가시키기 위해서야.”
쩌저저저저적.
“……뭐?”
렌은 석화된 것처럼 몸이 경직됐다.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