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5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56화
쏴아아아
푸른 해안이 백사장을 뒤덮으며 맑고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은하수를 이루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채앵! 채앵!
그 밤하늘 아래 두 소년은 신명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고된 수련이었고, 두 소년은 살벌하게 검초를 나누고 있음에도 표정이 한없이 맑았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쾌했다.
두 소년에게는 투쟁의 혼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검을 멈출 수 없었다.
팔 근육이 뚜둑 소리를 내며 끊어질 것만 같았음에도 혼백이 부딪치는 이 격렬함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타앙!
승부는 결국 무승부였다.
두 소년의 목검은 둔탁하게 부러져 해안에 떠밀려 사라졌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자로 뻗어 누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법인데. 스파르타쿠스. 많이 컸어.”
“까불지 마. 안드레. 내가 거의 이긴 거잖아.”
스파르타쿠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두 소년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돼 있었다.
그곳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전사들의 성지, 콜로세움.
해마다 전사를 자처한 이들은 그곳에서 무위를 뽐내며 전사로 발탁돼 탑의 시련에 맞서 싸운다.
그것은 옛적부터 전해지는 문화이자 정통.
두 소년은 콜로세움의 전사들에게 경의를 품고 자신들 역시 그곳에서 전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될 수 있을까?”
아직은 그것이 막연한 꿈인 것처럼 느껴져 와닿지 않았지만.
스파르타쿠스는 망설이는 듯한 안드레의 얼굴을 보며 호쾌하게 답했다.
“될 수 있을 거야. 꼭.”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두 소년은 콜로세움에 발을 내딛는 청년이 되었다.
짧은 것 같지만 콜로세움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사들의 흥을 샘솟게 하는 무대라는 것도 이제는 옛날의 대명사.
이제는 무언가에 현혹된 다크써클이 잔뜩 낀 구경꾼들이 몰려와 무수히 많은 돈을 걸며 전사들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아이작 클라디우스가 그 자리를 계승한 뒤 벌어진 일이었다.
가녀린 체격, 그리고 곱슬진 금발을 지닌 새로운 플로어 마스터, 아이작.
그는 지독한 사치를 위해 탐욕을 부리는 자로…….
포인트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 자신의 사촌에게까지 말도 안 되는 죄목을 씌워 재산을 강탈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치를 위해 콜로세움을 돈을 위한 무대로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로 인해 신성한 전사들의 결투장에 결코 서면 안 되는 극악한 범죄자를 세워 놓기까지 했다.
아이작은 콜로세움에 발을 디딘 범죄자들에게 선포했다.
-16강까지 들게 된다면, 너희들에게 면죄부를 안겨 주겠다.
법을 위시한 지배자의 횡포.
이 때부터 콜로세움은 지옥으로 변모한다.
콰직!
그로 인해 안드레는 범죄자 출신 검투사의 단칼에 급소를 찔려 그대로 쓰러졌다.
“안드레!!”
관람석 쪽에서 그것을 본 스파르타쿠스는 기겁하며 안드레에게 뛰어 내려갔다.
그에게 달려가는 내내 스파르타쿠스는 생각했다.
이것은 실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안드레는 분명 이번 검투에서 승리했다.
그것은 아이작 뿐만 아니라 모든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하지만 패배한 검투사는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안드레의 뒤를 찌르는 기습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당연 안드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안드레에게 달려가는 그 시간이 스파르타쿠스는 억겁의 시간만큼 길었다.
그 와중에 시스템이 띄운 영상으로 아이작 클라디우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죽었으면 어쩔 수 없지. 그냥 저건 집어치우고 저 녀석 올려. 아, 그래도 약속은 했으니까 면죄부는 건네주기로 할까. 하긴 저것보다는 저런 지독한 놈이 더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한 흥행의 요소니까. 하하하하하
그는 공평한 지배자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해타산적이며 어떤 것도 돈의 가치로밖에 보지 못하는 악종의 집합체일 뿐이었다.
“스, 스파르타쿠스.”
안드레는 눈물을 쏟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스파르타쿠스에게 애절하게 손을 뻗었다.
“크하하하하 샘통이다! 이 자식!”
푸욱!
하지만 그의 상대였던 검투사는 과감하게 안드레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쿨럭!”
안드레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눈에 생기를 잃었다.
“으아아아아악!!”
스파르타쿠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해 검을 들어 순식간에 안드레를 죽인 검투사의 몸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뭐, 뭐야!”
갑작스런 그의 난입에 관리자, 한니발은 적잖이 당황했고.
쇄액!
스파르타쿠스는 그대로 그를 스쳐 지나가 가장 위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작 클라디우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이작!!”
이제 전사의 명예도, 어린 시절 약속한 맹세 따위는 필요 없다.
스파르타쿠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전사의 긍지와 혼을 더럽히고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아이작의 숨통을 끊는 것 뿐이었다.
채앵!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검은 달기의 창에 가로막혔다.
“어머, 힘도 무지막지해라.”
“꺼져! 이 간악한 여우!!”
스파르타쿠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일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콰콰콰콰쾅!
아이작의 호위로 있던 병사들에게 일제히 구속당해 그대로 쓰러졌다.
아이작은 결투장에서 죽은 안드레와 상대의 시신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그러고는 눈매를 좁히며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했다.
“아, 죽어 버렸네. 나에게 반역을 한 대가는 톡톡히 치러줘야겠어.”
“…….”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스파르타쿠스의 머리는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고고한 전사들을 발탁하는 신성한 무대, 콜로세움.
꿈을 키운 지난 시절의 기억이 서서히 무너졌다.
왜냐하면 아이작 클라디우스에게 전사란 돈을 위한 소모품일 뿐.
결코 그 이상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파르타쿠스는 검투노예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
끼익!
철창우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간수장은 안에서 쥐죽은 듯 조용히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한 줌의 햇살이 비치는 창문에서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꿀꺽!
경건하면서도 침중한 그 모습에 간수장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있는 남자는 과거, 플로어 마스터인 아이작 클라디우스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검투노예로 살아가게 된 챔피언, 스파르타쿠스였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 네 차례다. 이번에는 별 볼 일 없는 늑대 꼬맹이가 상대니까 그렇게 힘들이지는 않을 거다.”
스윽.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눈을 뜬 스파르타쿠스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저벅, 저벅.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간수장에게 다가오며 한마디를 건넸다.
“상대가 누구든 관심 없어.”
도전한다면,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싸아아아아.
눈동자에 품은 흉흉한 기운을 감지한 간수장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러냐? 그래도 이번에 이기면 99번이니까 좀 더 밝은 표정을 지으라고.”
간수장이 너스레를 떨자, 스파르타쿠스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날 바보로 보지 마.”
타악, 타악.
냉정하게 한마디를 남긴 스파르타쿠스는 그대로 콜로세움 복도를 쫓아 무대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간수장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참내. 간수장이라는 직책이 민망하게 만드는 죄수네.”
본래라면, 이런 경우에는 쇠뭉둥이를 휘둘러 반항적인 태도를 바로잡는 것이 아이작이 부여한 임무지만.
유독 스파르타쿠스에게만큼은 손을 쓸 수 없었다.
그것은 스파르타쿠스가 두렵다기보다 전사로서 동경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와아아아아아아!
결투장에서는 수많은 함성이 쏟아지며 투쟁의 열기를 과열시켰다.
호응에 힘을 입은 사회자는 목청껏 소리쳤다.
“자 이번에 무대는 고대하던 16강 진출 플레이어 들이 이곳, 콜로세움에서 모여 전사의 혼을 격돌하게 됐습니다. 8강 진출 플레이어를 가리는 무대. 이번에 다투게 될 플레이어는 제법 흥미진진한데요. 먼저, 무대에 선 플레이어는 어린 늑대 수인, 렌입니다!!”
사회자의 손이 향하는 곳에는 렌이 부끄러운 듯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귀여워 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성 팬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응원이 쏟아졌다.
타악, 타악.
“와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어찌 된 일인 건지, 그녀들의 호응은 더 큰 환호에 묻혀 버렸다.
환호를 받은 대상은 이곳 콜로세움에서 수년 동안 챔피언 타이틀을 지켜 낸 스파르타쿠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거대한 원형 방패를 팔에 두르고 한 자루의 검을 허리에 찬 채,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위엄 찬란한 그 모습에 사람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파르타쿠스!”
“스파르타쿠스!”
저릿저릿!
그 목소리에 렌은 전율을 느끼며 꼬리를 바싹 세웠다.
주변의 기세에 밀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쿠구구구구.
단지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스파르타쿠스에게 긴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꿀꺽!
‘이 사람은 달라.’
고인 침을 목에 삼켜 넘기며 렌은 지금까지 자신을 상대해 왔던 플레이어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눈빛은 어린 렌을 향해 괄시와 조롱이 가득했다.
쉬운 상대를 만났으니, 16강 진출은 쉽구나.
만났던 이들 전부가 은연중 떠올린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스파르타쿠스는 달랐다.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렌이란 적을 상대로 어떻게 이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스파르타쿠스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
어느새 관중들은 스파르타쿠스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였다.
꽈악!
렌은 주먹을 꽉 쥐며 스파르타쿠스에게 적의를 선보였다.
피식.
그런 렌을 지켜보고 있던 스파라타쿠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발끈!
‘역시 그러면 그렇지!’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에 렌이 눈초리를 올리자…….
“사과하마. 결코 너를 우습게 봐서 웃은 게 아니니 오해는 삼가면 좋겠구나.”
이어지는 스파르타쿠스의 사과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
“그, 그럼 왜?”
정신을 차리니, 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스파르타쿠스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스파르타쿠스는 정겨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
“어린 시절, 너랑 같은 눈빛을 지닌 친구가 떠올라서라고 할까. 누구보다 강함을 추구하는데, 순수하고 어떤 상황에도 그릇된 행위를 벌이지 않는 전사의 혼백을 지닌 친구였다.”
“……였다는 것은…….”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는 걸 느낀 렌이 다시 질문을 하려는 찰나.
스파르타쿠스는 다시금 눈빛에 투쟁의 기운을 발하며…….
“그러니까 이번 결투에 어떤 오해도 할 필요 없다.”
허리를 낮춰 그는 즉각 전의를 다잡았다.
움찔!
렌 역시 황급히 자세를 다잡았다.
“시작!”
연이어 사회자가 시합을 선언한 순간…….
쇄액!
스파르타쿠스의 몸이 잔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무슨?!’
렌이 날카로운 안광으로 즉각 그를 포착해 양팔로 대응하려고 했지만.
콰아아아앙!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는지 렌은 그대로 경기장 밖을 벗어나 관람석에 충돌했다.
쏴아아아아.
순식간에 와해된 벽들은 와르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커, 커헉!”
스파르타쿠스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렌은 동공을 잃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는 자비 없는 눈빛으로 렌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와 같은 전사의 혼백을 가진 자에게 봐준다는 기만을 부리지는 않아.”
마지막으로 렌의 목에 손을 놓기 전.
스파르타쿠스는 렌의 귓가에 무언가 마지막으로 속삭이고는 그대로 손을 뗐다.
털썩!
렌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지면에 쓰러졌고.
“승자, 스파르타쿠스!”
사회자는 당연하다는 듯 시합 종료를 선언했다.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