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0화
콜로세움이 무너지기 1분 전.
솔로몬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뒤덮여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하이랭커로 진입해 뱀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 그에게 찾아온 것은 탑의 시련을 훨씬 뛰어넘은 교란자의 함정이었다.
‘그 자식!’
솔로몬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건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튜토리얼에서 만났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정체가 교란자였다니…….
승승장구 화려하게 등반하는 길만을 떠올렸거늘.
그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렸다.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 주던 레브리카는 최건우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쓸모없는 새끼! 쓸모없는 새끼!’
솔로몬은 아득아득 이를 갈며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최건우는 딱히 솔로몬의 팔, 다리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그저 허허장판인 콜로세움에 그대로 버려두고 간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냥 탈출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법도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상상을 초월한 재해의 마물이었기 때문이다.
‘7성급 몬스터까지 길들이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야.’
마수 사역자인 그는 지금까지 마물을 소환하는데 있어서는 자신이 최강이라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교란자는 그런 솔로몬의 자부심까지 철저히 박살 냈다.
왜냐하면 교란자 최건우는 솔로몬을 훨씬 뛰어넘은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듀라한을 비롯해 블랙바이콘, 와이번 등을 단숨에 썰어 버리며 등장한 이그너스 1층계, 보스, 바포메트.
놀랍게도 이 한 마리에 비견될 수 있는 마물을 그의 비스트 666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절망과 허탈감마저 들게 만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럽션 웨일, 브렌넨이다.
솔직히 브렌넨을 사역한다는 것은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브렌넨을 뛰어넘을 수 있지?”
바로 그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끼에에에엑!
쿠구구구구구.
쩌저저저적 콰아아앙!
땅 밑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브렌넨의 포효에 콜로세움 전체에 지진이 일어나고 붕괴되고 있었다.
“히익! 사, 살려 줘! 달기! 달기는 어디 있느냐!!”
솔로몬과 같이 있던 아이작 클라디우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며 재빨리 솔로몬의 바지자락을 붙들었다.
“네놈 역시 나와 같은 고귀한 왕족 출신으로 알고 있다. 살아남으면, 나의 전 재산과 첩들을 그대에게 주겠다. 그러니 제발 나를 이곳에서…….”
솔로몬은 혐오스런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비스트 666의 책장을 펼쳐 샤벨 타이거를 소환했다.
크아아앙!
콰직!
크게 울부짖은 샤벨타이거는 아이작의 팔을 송두리째, 뽑아 잘근잘근 씹었다.
“크아아아아악! 너 이 녀석 고용주한테 무슨 짓이야!!”
아이작은 팔을 붙들며 데굴데굴 몸을 굴렀다.
“넌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냉철한 표정을 짓던 솔로몬은 곧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지면에 발을 뗐다.
바로 그 순간.
콰쾅!
지면이 달구어지더니, 솔로몬과 아이작이 딛고 있던 지면을 제외한 반경 100미터 지대가 용암으로 넘쳐흘렀다.
빠득!
솔로몬은 이를 갈며 분개했다.
명백히 고의적으로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브렌넨을 통해 교란자, 최건우가 전하려는 뜻은 아마 이러한 것이리라.
도망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저 절망만 보다 사라져라.
솔로몬은 하늘 높이 치솟은 비마나, 스키드블라드니를 쳐다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최건우!!”
콜로세움 전체에 메아리치는 그의 음성이 과연 하늘에 닿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생각에 매달릴 때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앙!
주변 곳곳에서는 천천히 분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작렬하는 용암기둥.
그로 인해 경기장 전체가 고열로 뒤덮이자, 솔로몬은 땀을 한가득 흘리며 재빨리 비스트 666를 손으로 뒤적이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간절한 외침과 함께 비스트 666에 담겨 있던 666마리의 마수들이 모조리 튀어나왔다.
주륵.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솔로몬의 눈코입 등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콰아아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엥!
하지만 그런 솔로몬의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가르고 튀어나온 거대한 라바 드래곤들의 공격에 의해 666마리의 마수들은 모조리 증발됐다.
털썩.
솔로몬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허탈한 웃음을 내비췄다.
지금까지 그에게 압도적인 힘을 선사해 주었던 마도서는 이 순간, 어떤 힘도 돼주지 못했다.
화륵.
제 역할을 다한 건지, 마도서는 그대로 불에 타기 시작했다.
금단의 마도서, 비스트 666.
그것의 마지막 역할은 솔로몬이 지금까지 우물 안에 개구리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것이었다.
“하하하하.”
솔로몬은 실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저 새끼! 뭔데 저 새끼는 자꾸 내 앞을 가로 막는 거야!!”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소리를 내질렀지만.
타악.
그는 힘없이 손을 지면에 떨어뜨렸다.
-끼에에에에엑!
그와 동시에 지면에 새빨갛게 달구어지며 브렌넨이 지상으로 올라올 조짐을 보였다.
쿠구구구구구.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흔들리는 지진 앞에 아이작은 바들바들 떨며 발악했다.
“히이이이익! 안 돼!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어디 있느냐! 달기! 달기! 난 아직 극락왕생을 누려 보지도 못했…….”
그러나 그는 유언조차 채 매듭을 짓지 못했다.
화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왜냐하면 브렌넨이 지면을 부수며 튀어나온 순간, 솔로몬과 함께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
융해되고 있는 콜로세움을 바라보던 달기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저 남자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하는 거야.”
평소 교태롭게 웃으며 누구든 농락할 것만 같던 그녀는 좀처럼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타닷!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 자신에게 화를 미치기 전에 건우에게서 도망치는 거였다.
어떻게 그녀는 건우의 손아귀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그녀 역시 탑에서 알아주는 하이랭커기 때문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랭커답게 그녀는 건우가 경계로 가두기 직전에 분신을 남기고는 경계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탈주에 성공해 다음 층의 게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교란자의 말이 사실대로라면, 지금 당장 31층에 진입하는 것은 문제없어. 거기서 모습을 감추고 클랜원에게 보고를 하면 돼.’
냉철하게 생각을 마친 그녀는 도심 사이를 활주하며 숨어들었다.
교란자의 성격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았을 때, 무고한 이들의 희생은 최대한 자제해 왔다.
무엇보다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는 사람 사이로 숨는 게 당연한 이치다.
아니, 이치라고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여성을 만나기 전에는 말이다.
“너, 너는?”
발을 멈춘 달기는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마을 지붕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적금발을 휘날린 그녀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달기에게 말했다.
“어울리지 않게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구나.”
“비켜주지 않을래? 난 지금 바쁘거든.”
“난 한가하니까 괜찮다.”
스윽.
바로 그 순간 건물의 그림자 너머로 아홉 개의 꼬리가 슬그머니 드러났다.
그것은 달기의 꼬리로 그녀가 구미호라는 것을 명백히 입증해 주었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엄청난 강적을 만났다며 긴장할 법도 했지만.
“호오, 꼬리를 잘 치는 게 많아서 그런가보구나.”
라페아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머리칼을 귀 뒤로 흘려 넘겼다.
달기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입을 뗐다.
“나는 똬리를 트는 뱀의 일원이야. 구성원 하나가 말도 안 되는 강자인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더는 도가 넘치는 행위를 벌였으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르르륵! 콰아아아앙!
달기는 도력을 발휘해 라페아의 주변으로 푸른 도깨비불을 피워 단숨에 태워 버렸다.
고온으로 치솟는 화력은 뼈까지 흐물흐물 녹여 버릴 기세였지만.
화륵.
막상 불길이 걷힐 때쯤, 라페아는 귀엽다는 듯 도깨비불을 어루만지며 소멸시키고 있었다.
“어, 어떻게?”
“불을 만지는 영역은 이제는 내 남자가 나를 아득히 뛰어넘었지만, 아직 십존 중에서는 내가 최강이니라. 아, 물론 불뿐만은 아니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이치로 라페아 역시 자신의 불꽃을 선보였다.
화르르르르륵!
라페아의 등 뒤에서 은연히 모습을 드러낸 홍염의 갈기를 지닌 거대한 사자의 형상.
그것은 곧 불꽃으로 변모해 라페아의 손에 검의 형태가 되었다.
“서, 설마?!”
불길한 징조를 느낀 달기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라페아는 싱긋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화염이 용솟음치며 반경 50미터 범위에 있는 건물들을 모조리 녹여 버렸다.
치이이이익!
화염이 치솟은 자리에는 모든 것이 타고 휑하니 검은 숯만 남았다.
털썩!
“라, 라페아.”
그제야 라페아의 정체를 깨달은 달기는 심장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달그닥, 달그닥.
그녀는 힘없이 이빨을 부딪치며 오들오들 떨었다.
탑에서 라페아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모두 사색이 돼서 도망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의 화에 피해를 입은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페아가 손에 쥐고 있는 이그니스의 검을 놓자…….
화륵.
그것은 홀연히 허공에 증발돼 사라졌다.
“가녀려 보이는구나. 주지육림을 조잘대어 멀쩡한 탑의 주민을 숲에 몰아넣어 몬스터들의 먹잇감으로 만들고, 노예들을 이용해서 줄지 않는 술의 연못을 만든 그대가 말이지.”
“그, 그게 당신에게 잘못한 건가요?”
어느 순, 달기의 말투는 라페아에게 예를 갖추고 있었다.
“딱히 그러지는 않다.”
“그, 그렇다면 어째서 저를 가로막으시는 거죠?”
“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라페아는 입술을 검지로 꼭 누르다 활짝 웃으며 답했다.
“왜냐하면, 그게 내 남자가 극히 싫어하는 짓이니까.”
오싹!
미쳤어.
자신을 초월한 상식 밖의 행동계기에 달기는 사색이 되어, 라페아를 무시하고 그대로 도주를 택했다.
쇄액! 푸욱!
하지만 그런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손등에 화살이 박혔다.
화살이 날아온 곳에는 니파가 루비 아이를 유지한 채, 그녀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죽고 싶어?!”
두두두둑! 콰앙!
분노한 달기의 몸은 의복이 찢어지며 비상식적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새하얀 털을 흩날리는 거대한 구미호뿐이었다.
쿠직! 콰앙!
달기는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원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7미터에 달하는 구미호의 몸으로 그녀는 단숨에 허공을 벅차 31층의 게이트로 향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쏴아아아아아!
거대한 물줄기가 그녀를 통째로 옭아맸다.
-쿨럭, 쿨럭! 라페아!!
물에 젖은 달기는 힘겨워하는 표정으로 아래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거대한 항아리의 모습으로 변한 엘퀴네스를 조종해 물줄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라페아가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딱하다는 표정으로 달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도망치게 놔둘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 남자에게 꼬리를 친 것까지 포함해서 너에게 징벌을 안겨 주마.”
-그, 그만둬.
라페아의 선포와 함께 달기는 거대한 물방울에 갇혀 버렸다.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