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1화
쏴아아아
머릿속에 재생되는 파도소리.
한때, 이 파도소리를 들으며 청춘을 구가하기도 했으며…….
찬란한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번뜩.
잠잠히 고뇌하던 중 눈을 뜨니, 왁자지껄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게 평화인 건가.’
오랫동안 검투노예로 살아온 스파르타쿠스에게 너무나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는 그는 알게 모르게 확신했다.
이렇게 나무에 편하게 등을 기대는 것만으로 그가 간절히 바라왔던 자유라는 것을…….
이곳은 30층에 존재하는 거대한 호수.
그곳에서는 라페아와 니파, 그리고 렌이 호수에 물을 던지며 물수제비 놀이를 하고 있었다.
타다다다닷!
렌이 던진 돌은 여섯 번 파문을 일으키며 퐁당 빠졌다.
“후후, 봤지?”
렌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니파와 라페아를 쳐다봤다.
“아직 한참 멀었는 걸.”
니파는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손목의 스냅만을 주어 돌을 던졌다.
타다다다다다닷!
그것만으로 니파의 돌은 열 번도 넘게 수면에 튀기며 사라졌다.
“…….”
렌은 데꿀멍한 표정으로 니파를 쳐다봤다.
이어서 라페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자랑을 하려면 이쯤 돼야지.”
라페아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듯 포물선을 그리며 돌을 던졌다.
‘저것 가지고는 물수제비가 되지 않을 텐데?’
스파르타쿠스는 어느 순간, 물수제비 경쟁을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탁탁탁탁탁!
라페아가 던진 돌은 호수에 은연중에 숨어있던 물의 하급정령들이 가지고 놀 듯 튕기며 호수 끝까지 다다랐다.
“…….”
어처구니가 없던 니파와 렌의 눈 밑에는 은연중 그늘이 서렸다.
라페아가 무서운 렌은 한 마디도 반박을 못 했지만, 유일무이한 경쟁자, 니파는 달랐다.
“치사해!! 네 힘으로 해야 되는 거라고.”
라페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내 힘이다만.”
“그게 아니라 정령의 힘을 이용한 건, 비겁한 짓이잖아.”
용기있게 늘어놓는 그녀의 지적에 라페아는 어깨 부근에서 맴돌던 엘퀴네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비겁한가?”
-응.
고민 없이 늘어놓은 답변에 라페아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엘퀴네스를 콕 쑤셨다.
쏴아아아.
마치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처럼 흐트러진 엘퀴네스가 가뿐하게 자신의 몸을 수복했다.
피식.
정겨운 그 풍경에 스파르타쿠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화악.
바로 그때, 코를 자극하는 바비큐 냄새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륵 군침을 흘렸다.
“자.”
옆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건우가 접시에 바비큐를 담아 그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돈은 없는데…….”
스파르타쿠스의 말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그냥 먹어. 말이 많아.”
자신을 서슴없이 대하는 그 모습에 스파르타쿠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비큐를 집어 입에 넣었다.
소스와 어우러진 육즙, 그리고 그 질감에 스파르타쿠스는 눈을 번뜩 떴다.
“맛있군.”
“맛있으면 다행이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모처럼 자유를 만끽할 기회잖아. 하고 싶은 거 없어?”
“하고 싶은 거라…….”
건우의 말에 스파르타쿠스는 답을 내놓았다.
“……바다를 보러 갈 거다.”
“낭만 있네.”
건우는 꽤나 부럽다는 표정으로 스파르타쿠스를 쳐다봤다.
자신이야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뱀과 싸우는 길을 선택했지만.
이 길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고심을 해봤지만, 그 답변은 아직까지 내놓지 못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가면 될 것 같은데.”
“응?”
갑작스런 스파르타쿠스의 발언에 건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재차 말했다.
“네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내놓은 답변이다. 좋아하지 않는가? 그녀를…….”
스파르타쿠스는 라페아와 건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신경 꺼.”
얼굴을 발그레 붉힌 건우는 심히 당황했는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스파르타쿠스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재차 이어갔다.
“바다를 보러 간 다음에는…….”
‘뭐야? 아직 안 끝났어?’
건우는 의아하단 표정으로 스파라타쿠스의 말에 경청했다.
“너를 따를 거다.”
“……뭐?”
건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스파르타쿠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교란자인 당신을 따라 뱀과 싸우는 길을 선택하겠다는 거다.”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진심 어린 답변을 내뱉었다.
“……아냐. 필요 없어. 난 내 갈 길 갈 테니까. 넌 네 갈 길 가.”
명백한 거절에 스파르타쿠스는 더 마음에 들었는지 당차게 웃어 보였다.
“나도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싫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따를 거다.”
“하아.”
어째 피곤한 일이 더 늘어난 기분이다.
-넌 전생 시절부터 남자들한테 인기 많았어. 이놈아.
로한 이그너스 시절에는 무능한 가주로 찍히기는 했지만, 결국 그들은 마지막까지 건우와 함께 하는 길을 선택했다.
압도적인 무위를 자랑했던 카심과 호프너가 마지막까지 건우의 전생, 로한 이그너스에게 충성을 바쳤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세이비어는 여기는 듯했다.
반면, 건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전 마지막까지 무능한 군주였죠.’
이제는 신에게 대항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훌륭한 군주였냐는 질문에는 건우는 항상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 했다.
결국 과거에 있는 인류를 지키지 못 한 것은 그 자신의 부족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싫었다.
이렇게 멋대로 자신에게 꿈을 부여하고 제멋대로 따르려는 사람들을…….
그들이 바란 만큼 결과를 빗어내지 못 한다면, 돌아온 것은 미안함밖에 없었다.
엘프로드가 된 것 또한 마지못해 오른 것뿐.
언젠가는 엘프 중 누군가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지금은 단지 그 자리를 감당키로 한 것뿐이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은 매우 굳건했기에 건우는 더 이상 딴지를 걸 수 없었다.
자고로 신념을 굳힌 남자만큼 귀찮은 것은 없다.
왜냐하면, 그 진심에 제대로 맞받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건우는 곧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뗐다.
“나는 멋대로 죽는 녀석. 부하로 안 둬.”
“죽지 않는다.”
“날 지키려고 죽으려고 하는 것도 포함이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날 버리고 도망가야 돼.”
“지키면서 살 방법을 모색해보지.”
“하아.”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건우는 이마를 매만졌다.
스파르타쿠스.
전 배틀, 콜로세움의 챔피언답게 그는 엄청난 강자였다.
그의 전력은 웬만한 하이랭커마저 긴장하게 만들 정도니, 중간 보스라는 말은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그 전력을 감안해 그의 역할을 생각하자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다.
“바다 구경 실컷 한 다음에 20층, 엘더리아로 가. 그곳에서 네가 해야 될 일이 있어.”
“엘프?”
갑작스런 이종족의 언급에 스파르타쿠스는 심히 당황했고.
바로 그 순간.
스스스스스.
건우의 머리로 감춰져 있던, 왕관 엘더리아가 드러냈다.
그 신비한 광채에 스파르타쿠스는 턱을 떨어뜨리며 지켜봤다.
스윽.
건우는 스파르타쿠스의 손등에 엘더리아로 진입할 수 있는 인장을 심어주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스파르타쿠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당신은 대체…….”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의 의문을 하나씩 해소해 주었다.
“이래 보여도 20층, 엘더리아의 플로어 마스터이자, 엘프로드 대행을 맡고 있거든.”
“…….”
교란자 하나라는 것도 대단한 건데…….
플로어 마스터에 전혀 다른 이종족의 로드 대행을 맡고 있다니.
그 끝을 알 수 없는 이력에 절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건우는 오른손을 허리에 얹은 채, 쓴웃음을 지으며 스파르타쿠스에게 말했다.
“빡세게 굴려줄 테니까. 잘 놀다 오라고. 스파르타쿠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건우의 우회적 동의에 스파르타쿠스는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
잔잔한 새벽.
모두가 새근새근 잠든 그 시각.
스파르타쿠스를 떠나보낸 건우는 별장 지붕에 앉아 바람을 쐬고 있었다.
-똥폼 잡지 말고 그만 들어가서 자지 그러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리며 반박했다.
“똥폼이라니요? 저도 생각이 참 많습니다.”
-이번에 차이트가 남겨둔 흔적 때문에 그런 거지?
세이비어의 지적에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한 아티팩트를 꺼내들었다.
탁한 검은색으로 물든 은잔.
그것은 콜로세움에서 독식한 아티팩트 중 하나이자, 차이트가 남긴 흔적이었다.
-등급 : 유니크
-설명 : 원인불명의 독에 의해 검게 변색된 잔, 이 잔에 술을 담아 마시는 이는 오래전 있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깊은 추억과 애수에 잠길 수 있다고 알려져 부호가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소유하고 싶은 애장품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내구도 5/15
어찌 보면 단순한 술잔이 아닌가 싶었지만.
우웅.
잔에 담긴 차이트의 미미한 빛이 느껴졌다.
만약 이것이 건우를 위해 예비해둔 아티팩트라면, 분명 이런 단순한 효과를 지니고 있을 리 없었다.
“이제 그만 진실을 드러내.”
따라서 건우는 감춰진 진실을 들춰내기 위해 권능을 발휘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손아귀에 발출되는 금빛은 오염된 성배를 다시금 과거의 모습을 되돌렸다.
스스스스스.
[내구도의 완전 회복으로 재회의 성배가 제 효과를 되찾았습니다.]-등급 : 레전드
-설명 : 이 잔에는 한 장난꾸러기의 신과 과거, 대마도사의 비전이 담겨 있다.
-내구도 15/15
*봉인상태
*봉인 해제 조건
-용안석이라 불리는 ‘블루 티어즈’를 결합해야 한다.
“아놔. 이 자식.”
상태 창을 읽은 건우는 이빨을 빠득 갈며 지금쯤 어디선가 실컷 깔깔대고 있을 장난꾸러기 신을 떠올렸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자신의 성좌를 욕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차이트의 성도뿐이리라.
“그냥 주면 좀 덧나나.”
건우는 혀를 차며 뒷머리를 긁적였고 세이비어는 공감한다는 어조로 말했다.
-나도 그 자식한테 많이 당해봐서 아는데, 공짜로 주는 거 없어. 아주 영악한 놈이지. 빡세게 굴렸다가 간신히 하나 주는 놈이야.
“그래도 다음 목표는 어딘지 알 것 같네요.”
-어딘데?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블루 티어즈는 전생 시절, 한 가문의 마도사가 만든 유일무이한 보석이거든요.”
-어떤 가문인데?
자신의 사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세이비어는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였다.
그런 세이비어에게 건우는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마도사라면 누구든 동경할 수밖에 없는 대마도사, 율라. 그가 만들어낸 블루 티어즈의 광채는 귀금속을 전문으로 다루는 드워프조차 가공할 수 없는 빛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희소성으로 치면 갓을 훨씬 뛰어넘은 거죠.”
-아아, 그 애송이 자식.
건우의 말투에서 율라에 대한 존경이 우러러 나온 것을 간파한 세이비어는 질투에 눈을 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씨익.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닌지라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탑에는 마도사들이 집결한 층이 있죠. 아마 그곳이라면 율라 학파의 흔적과 블루 티어즈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곳이 어딘데?”
“37층, 위저드 킹덤, 매그놀리아.”
다음 행선지가 정해진 것에 건우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