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2화
트윈문이 떠오른 밤.
니파는 루비 같은 붉은 동공을 반짝이며 마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화르르륵!
쏴아아아!
그녀의 주변에는 불꽃과 물이 원형을 띠며 돌고 있었는데.
그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더니 어떤 것도 반 토막을 낼 것 같은 날카로운 예기를 띠었다.
콰앙!
니파는 그것들을 수풀 사이에 무언가를 향해 겨냥해 날렸다.
서걱! 콰앙!
수풀 사이에 인기척을 감추고 있던 이는 검은 오러를 풍기며 니파의 마법을 가볍게 절단 냈다.
“……살벌하잖아.”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우는 질색한 표정으로 니파를 쳐다봤다.
반면, 니파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무리 이렇게 갈고 닦아도 아빠의 검술을 뛰어넘을 수 없겠네.”
건우는 상큼하게 웃으며 입을 뗐다.
“걱정 마. 니파. 그건 마법의 한계가 아니고 너의 한계야.”
“…….”
“삐졌냐?”
“몰라.”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니파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홱 적었다.
-빨리 가서 사과해. 이 녀석아. 니제르한테 썰리고 싶어.
세이비어의 충고에 건우는 사색이 되어 니파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장난이야. 미안해. 미안하다고.”
“…….”
니파는 자신의 손목을 붙들고 있는 건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후우.”
곧 한숨과 함께 얼굴을 붉히며 입을 뗐다.
“됐어.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렇게 화나지 않았어. 그보다 이 손 놓아줄래?”
“앗, 미안.”
건우는 황급히 니파의 손을 놓았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지만, 이번에 니파는 섭섭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너무 질색하며 떨어지는 거 아니야?”
“…….”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
‘할아버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살려주세요.’
다급하게 세이비어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세이비어는 묵묵부답이었다.
안절부절해 하는 건우의 모습이 귀엽다고 느껴졌는지 니파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훗. 됐어. 나도 장난친 것뿐이야.”
“으윽.”
잠시 후.
끼익, 끼익.
수련을 마친 니파는 아름드리 뻗은 나무에 누군가 만들어둔 그네를 타서 건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하나 물어봐도 돼?”
건우는 호수에 돌을 퐁당 던지며 답했다.
“뭔데?”
“레브리카가 이곳 30층, 콜로세움에 온 목적이 뭐야? 너라면 분명 들었을 것 같은데.”
“…….”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건우는 당황해 잠시 말문을 잃었다.
-언제나 보는 거지만, 참 눈치 빠른 처자야.
세이비어조차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올 줄은 예상 못 했는지, 당황스런 반응을 보였다.
니파는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설마 비밀인 거야?”
“아니. 딱히 비밀은 아니야. 나도 녀석들의 목적이 의외라 정확히 그 내막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뿐이야.”
“네가 모르는 것도 있어?”
니파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순진무구한 그 표정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건우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난 모르는 거 있으면 안 되냐?”
니파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돼. 그런 인간적인 모습도 좋아하니까.”
“…….”
괜스레 고백 같은 말에 잠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어려웠는지 화끈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눈 밑을 가리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건우가 줄곧 만난 여성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감상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넌 정말 연상한테 약하구나.
건우는 고집스런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저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초딩이냐?
세이비어는 쯧쯧 혀를 차며 ‘아직 멀었군.’이라고 중얼거리며 자취를 감췄다.
아무래도 둘만의 대화를 위해서 자리를 피해준 듯 싶었다.
최근 들어 라페아나 니파와 이야기를 할 때면, 세이비어는 어김없이 사라져 건우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늘 투덕거리는 해도 정신을 뒷받침해주는 정신적인 지주가 사라지니, 건우는 묘하게 불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이비어는 이런 부분에서는 늘 단호했다.
‘두고 보자.’
건우는 남모래 세이비어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며 니파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은빛 날개’라는 클랜 들어본 적 있어?”
“들어본 적 있어. 사실상 탑의 시스템을 독점하고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보상을 안기는 클랜, 똬리를 트는 뱀에게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성격을 지닌 클랜이라고.”
“잘 알고 있네?”
건우의 말에 니파는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라폰에게 유린당하고 있을 때, 그들의 도움을 받을까 싶어 애타게 찾은 적이 있거든.”
“그래서 찾았어?”
니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찾을 수 없었어.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라 덜미를 잡았다 하면, 모습을 감췄거든.”
클랜, ‘은빛 날개’
이 수수께끼의 레지스탕스 성격을 지닌 클랜의 구성원과 정보에 대해서 아는 이는 탑에서 다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다만, 그들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만만치 않다는 것만큼은 탑의 주민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계기는 교란자가 탑의 시스템을 다운시켜버린 이후.
그들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삼아 뱀이 정복한 층들을 차례, 차례 해방하기 위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였다.
물론 대다수는 실패했지만.
실제로 그들의 지배에서 해방에 성공한 층도 있어서 그들의 위세는 크게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지 않은 것은 순전히 건우 단신이 이룬 업적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은빛 날개의 활약은 뱀에게는 그저 같잖은 저항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지만.
건우는 뱀의 지배체계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뱀이 은빛 날개의 활동을 방치할 생각은 없었다.
건우는 진지하게 눈빛으로 레브레카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상히 털어놓았다.
“콜로세움에서 스파르타쿠스가 반기를 든 이유도 은빛 날개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것을 사전에 감지한 뱀은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은빛 날개 클랜원을 찾아 섬멸하려고 했던 거지.”
“……그,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야.”
내막을 전해들은 니파는 낯빛을 굳혔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스파르타쿠스에게 들었겠네.”
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접촉한 방법은 필담뿐이라고 했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들은 스파르타쿠스가 원하는 물품과 자금을 모두 약속대로 지원했어.”
“……이건 우리한테 희소식이려나?”
니파는 이것이 긍정의 조짐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불안의 조짐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별로 깊게 개입하지 않기로 했어. 언젠가 만날 테니까.”
느긋하면서도 믿음을 주는 발언에 니파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넌 엘프로드니까 절대로 위험하게 굴면 안 돼.”
“……언젠가 이 왕관은 다시 돌려줄 거야. 그 때가 되면, 넌 다시 엘더리아를 지켜야지.”
건우의 말에 니파는 활짝 웃으며 그대로 양손으로 건우의 손을 감싸 쥐었다.
‘응?’
건우는 조금 당황했는지 어깨를 움찔거렸고.
니파는 무척이나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엘더리아아의 다크 엘프이자, 최강 검사인 니제르. 그리고 하이 엘프, 이올라의 딸인 나 니파 아즈엘은 엘더리아를 수호하며 평생 당신의 곁을 지키며 살아가겠습니다. 설령 로드가 바뀐다 한들. 나의 주인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밝게 빛나는 그녀의 루비 아이에는 티끌조차 보이지 않았다.
뜻하지 않는 충성의 맹약에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너 스스로를 옭아매는 말은 하지 마. 불편하니까.”
단호하게 선을 긋는 그녀의 발언에 니파는 다시금 삐졌는지 쀼루퉁하게 볼을 부풀리더니…….
“싫어.”
라고 말하며 건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
71층, 클랜 ‘똬리를 튼 뱀’의 진영.
그곳에서는 지금 막 탑에서 번지고 있는 30층 배틀 콜로세움의 소식에 불길한 기운이 휘감기고 있었다.
탑에서 번지는 콜로세움에 대한 소식은 이러했다.
-콜로세움에 나타난 교란자는 7성급의 대재앙의 마물, 이럽션 웨일을 자신의 수하로 거둬들이고 진작 31층을 공략한 상태였다.
-번외란 계급에 맞게 그는 십존 랭킹 6위, 웨폰 마스터 레브리카를 철저히 농락하다가 한 합에 베어버렸다.
-다시금 정체를 드러낸 그는 시련을 완전히 무시하고 콜로세움 자체를 무너뜨려버렸다.
-플로어 마스터 아이작 클라디우스 사망, 사역자 솔로몬 사망, 달기는 행방불명.
-이것은 명백한 뱀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명백한 도발이다.
정보창을 읽던 남자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잔챙이를 사냥하러 가는 거라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대어가 튀어나와 깔아둔 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네.”
발설 직후.
분을 참기 어려웠는지…….
콰앙! 쩌저저저적!
플레어는 결국 분을 참지 못 하고 회의석상을 쪼개버렸다.
3위라는 랭킹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건지, 그가 전신에 분출한 마력은 클랜의 요새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는 날카롭게 벼려진 금빛의 동공으로 클랜원들을 노려보며 격정을 토해냈다.
“언제까지 굼뜨게 움직일 거야! 당장 그 개자식 찾아내! 내가 죽이러 가겠어.”
“크읏!”
플레어의 압박에 클랜원들은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 했다.
두렵기는 하지만 그의 고통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교란자는 이렇게까지 뱀을 도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뱀은 교란자의 정체조차 간파하지 못했다.
그 진실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정보원이자 관리자인 고블린 리발마저 당해버린 상황이라서 그들은 계속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하시죠. 그러다가 멀쩡한 클랜원마저 죽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를 만류하는 것은 랭킹 10위, 거대거인 발할라였다.
플레어는 희번득 발할라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아니면, 네가 그 자식을 죽일래? 아 미안하게 됐군. 레브리카마저 당했는데, 네까짓 게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그치?”
클랜의 리더답지 않게 유치한 도발이었지만.
피식.
발할라는 도발을 도발로 받아쳤다.
“아아 공적치가 모자라 랭킹이 딸릴 뿐이지. 제 실력은 당신과 버금간다고 자부합니다.”
빠직!
그 순간, 플레어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힘을 발출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 발할라 역시 권능을 내세웠다.
파직!
일순간 두 플레이어 사이에서 엄청난 힘이 소용돌이치며 격류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결과는 요새 전체가 박살나는 참사로 이어졌다.
쿠구구구구.
와해되며 무너지는 천정지붕, 가뭄이 일어난 것처럼 메마르고 갈라진 지면, 우수수 떨어지는 가루 등.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그 위험지대에서는 두 사내가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히끅!”
클래원들은 사색이 된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플레어 주변은 모든 것이 가루로 쪼개져 사라진 반면, 발할라와 그 주변은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
‘서, 설마 플레어님의 공격을 흘려낸 거야.’
클랜원들은 믿기지 않는 광경에 턱을 떨어뜨렸다.
“설마 이게 내 전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플레어는 가소롭다는 듯 더욱 힘을 발출하려는 순간.
“저는 교란자의 정체가 누군지 파악해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교란자, 최건우는 반드시 제 손으로 죽이겠습니다.”
“?!”
예상치 못한 발할라의 발언에 플레어의 전신에 발출됐던 힘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발할라를 지켜봤다.
암묵적으로 발언권을 얻어낸 발할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녀석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가지 않지만, 절대 근접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는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이기는 쪽은 저일 수밖에 없는 거죠?”
화가 풀렸는지, 플레어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반문했다.
“근거는?”
“무엇이든 철저히 준비를 한 이만이 승리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녀석의 행보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망나니적인 성향이 강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뱀에게 그렇게 무모하게 대항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했던 것뿐이죠.”
플레어는 곧 무뚝뚝한 표정으로 발할라에게 말했다.
“교란자에 대한 정보는 다 내놓고 떠나라. 녀석을 죽였을 때는 이 자리를 너에게 내놓고 수하로 들어가 주지.”
피식.
“그렇게 되면, 참으로 영광이겠군요.”
발할라는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
[33층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화려하게 콜로세움에서 사건을 일으킨 뒤, 건우가 도달한 곳은 33층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던전과 판이하게 다른 구조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거미줄에 휘감긴 지형이었다.
제대로 된 지면조차 없는 아득한 나락의 지대.
지면을 대신해 주는 것은 반짝이는 거미줄 몇 가닥이 다였다.
“경치 죽여주네.”
거미줄 위에 발에 딛고 있던 건우는 황망한 표정으로 렌을 지켜봤다.
“주, 죽는 거 아니야?”
겁을 집어먹은 렌은 거미줄에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바싹 엎드린 채, 매달려 있었다.
어린 나이에 참 고생 많이 하네.
건우는 측은한 표정으로 렌에게 시선을 떼 니파와 라페아를 쳐다봤다.
강자인 그녀들은 예상대로 거미줄에 서도 꿋꿋한 표정으로 서 있는 줄 알았다만…….
바싹.
라페아는 건우의 등에 꼭 들러붙은 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라피. 이런 곳에서 장난치지 마.”
건우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주의를 주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우, 움직이지 말거라.”
파르르르르.
라페아는 사색이 된 채, 건우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있었다.
아주 드물게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아른아른 맺혀 있었다.
‘여기가 높다고 무서워하는 건 아닐 테고.’
아주 보기 드문 반응에 건우는 적잖이 당황하다가 혹시나 싶은 감정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설마 거미가 무서운 거야?”
“…….”
라페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