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3화
파르르르.
울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라페아를 보며 건우는 아직까지 어안이 벙벙했다.
십존.
그것도 랭킹 7위의 여자가 겨우 거미가 무섭다니……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늘어놓지 말라고 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건우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엘퀴네스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라피는 말이야…….
이야기는 바야흐로 라페아가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페아는 정령들을 아우르며 바깥을 누비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이야 험악하고 잔인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지만 그 때는 얼마나 순진했냐면…….
콱! 쏴아!
발설 도중, 엘퀴네스는 라페아의 손가락에 찔려 비눗방울처럼 터졌다.
쏴아아아.
다시금 몸을 수복시킨 엘퀴네스는 한 바퀴 선회해 건우의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삐졌는지 라페아는 볼을 부풀렸지만.
엘퀴네스는 콕콕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시 어렸던 라피아는 정원에서 방방 뛰어 놀다가 나뭇가지에 사이에 놓인 거미줄에서 한 나비를 발견했다.
새하얀 날개를 팔락이는 그것은 어떻게든 거미줄에 빠져나가기 위해 애썼으나…….
팔락팔락.
세차게 움직이던 날개는 점차 힘을 잃어 흐느적 가라앉았다.
“?”
당시 그것이 적자생존의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없었던 라페아는 멀뚱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콰직!
거미줄에 잠잠히 대기하고 있던 거미는 이 때다 싶었는지, 나비를 집어삼켰다.
“…….”
일반인에 비해 예리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라페아에게는 그 당시의 광경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거미의 흉측한 눈부터 몸 곳곳에 솟아오른 미세한 털…….
콰직! 콰직!
그리고 거침없이 나비를 잡아먹는 광경까지 본 라페아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이야 수백 년이 흐른 이야기지만, 라페아는 아직까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 한 듯 아직도 거미를 볼 때마다 질겁하고 있었다.
엘퀴네스의 이야기를 듣던 건우는 착잡한 표정으로 라페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 라피. 나도 거미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나, 나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다.”
라페아는 오들오들 떨며 건우의 품에 꼭 안겼다.
“너무 붙어있는 거 아니야?”
니파는 시샘의 눈빛으로 라페아를 흘겨봤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딴지를 걸 수 없었던 것은 정말로 라페아가 고의나 도발이 아니라 진심으로 거미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아!’
그 모습에 애처로움과 연민, 그리고 낯간지러운 감정이 가슴에 꼼지락거렸다.
평소에는 오그라 들어서 이런 말은 잘 못 했지만.
“내가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스스럼없이 그런 발언을 내뱉었다.
-아오, 오그라들어!
“으윽! 닭살.”
세이비어와 렌은 양팔로 자신을 끌어안으며 질색해 했다.
반면, 니파는 질투가 아닌 의문 어린 표정으로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지켜준다고? 누굴?”
잠시 후.
33층의 구조는 끊임없이 거미줄로 나열된 어지러운 던전이었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주변에 널린 거미줄이 전부였으며…….
실수로라도 균형을 잃은 날에는…….
“크아아아아악!”
방금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의 주인처럼 나락 끝까지 추락하는 경험을 당하거나.
“꺄아아아악!”
콰직! 콰직! 콰직!
스스로 거미줄의 덫에 걸려 거미 몬스터에게 잡아먹히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
그리고 건우의 진영 역시 이곳저곳에서 뻗친 거미줄 사이로 거미 몬스터가 득달같이 달려 들려들고 있었다.
“오지 마!!!!”
라페아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상태로 비명을 내지르며…….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를 창의 형태로 빗어내며 창신에 맺힌 소용돌이를 그대로 찔러 넣었다.
창신에 발산한 그 어마어마한 폭풍에 거미들의 몸은 풍선처럼 쉴 새 없이 터져나갔다.
시체에서 튀어나온 눈깔 등의 잔해물이 주변에 흩날리자…….
“꺄아아아악! 무서워!!!”
그것을 보고 더욱 동요한 라페아는 쉴 새 없이 창을 휘둘렀다.
한 번 휘젓고 찌를 때마다 소용돌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거미줄 전체를 뒤흔들어놓았다.
결국 거미줄을 붙들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렌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해! 당신이 더 무서워!!!”
뚝!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렌이 붙들고 있던 거미줄이 라페아의 바람에 싹둑 잘려나갔다.
“끄아아아악!”
렌은 원치 않게 고공추락의 체험을 맛봐야 했다.
“…….”
“…….”
라페아가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참상에 건우와 니파는 눈 밑에 그늘이 진 상태로 쳐다봤다.
이런 라페아를 두고 세이비어는 참으로 적절한 한마디를 늘어놓았다.
-거미가 약점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각성을 촉구하는 매개체였구나.
“앞으로 거미 나올 법한 곳은 절대 숙박 잡지 말아야겠네요.”
“……그보다 렌부터 먼저 구해야 되는 거 아니야?”
니파는 당황한 표정으로 렌이 붙들고 있는 거미줄을 가리켰다.
“걱정 마. 아주 잘 보고 있어.”
초감각을 통해 보이는 렌은 데롱데롱 거미줄에 매달린 채,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에휴 어린 나이에 다 고생하는 거지. 나도 그랬어.”
“생각해보니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네.”
범인이라면, 누구든 렌에게 동정의 눈길로 바라봤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우를 비롯해 니파, 라페아는 어렸을 때.
렌보다 훨씬 끔찍한 경험을 했기에 이 정도는 그저 어쩌다 한 번 겪는 재수 없는 일에 불과했다.
반짝.
‘어?’
바로 그 때, 초감각을 통해 건우는 어떤 불길한 기척을 느꼈다.
‘뭐지?’
위화감을 느낀 건우는 즉각 힘을 줘 렌을 끌어당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침중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아래에서 뭘 본 거냐?
‘아주 낯익은 뭔가를 봤어요.’
머릿속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몇 번이나 부정하고 있었지만.
초감각을 통해 어슬렁거리던 그림자의 기척은 건우의 머릿속에서 차례, 차례 색깔이 입혀지며 어떤 불길한 존재로 완성됐다.
그것은 건우에게 더할 나위 없는 끝없는 악몽이자, 트라우마의 실체.
건우는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그 불길한 존재의 이름을 언급했다.
“……아라크네.”
***
블러드 서킷.
그것은 33층의 정식명칭을 이르는 말로 33층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거미줄로 이루어진 지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주변을 이루고 있는 거미줄이 정교하게 짜인 회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미줄 사이에 집속하고 있는 붉은 마력은 마치 피의 색과 유사했다.
이 때문에 보이는 대로만 붙여진 명칭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과반수였지만.
두 번째 이유도 절대 간과할 수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중수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탑의 등반자들 중 50%는 매년 이곳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해방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블러드 서킷에 종종 열매처럼 맺힌 고치의 숫자가 행방불명 숫자와 묘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것이 어떤 의미인 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등반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는 이 탑에서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33층, 블러드 서킷의 한 구획.
“아, 정말 지긋지긋하다. 도대체 이 끔찍한 곳에서 언제 탈출할 수 있을지…….”
그곳에서는 신발에 끈적끈적하게 엉겨 붙은 거미줄을 떼어낸 플레이어는 이마를 매만졌다.
언뜻 봐도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는데.
이곳 33층에 진입한지 어언 열흘이 지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역시 많은 수난을 겪고 등반을 해온 플레이어답게 능숙하게 이곳을 헤쳐 나갔지만.
몇 날 며칠, 미로처럼 전개된 이 거미줄은 끝없이 그를 괴롭혔다.
외줄 타기를 하며 이동할 수밖에 없는 지형.
그냥 지나가는 것도 사경을 헤매는 이 낭떠러지에서 거미 몬스터가 쉴 새 없이 그에게 공격을 가해왔다.
전투에서 늘 살아왔지만.
문제는 휴식이었다.
편하게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환경은 이곳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거미줄 사이에 그물침대를 걸치고 아슬아슬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이 다였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이곳에 벗어날 수 있어.”
“그래. 조금만 더 힘내면 된다고.”
그나마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온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포함해서 파티원들은 총 일곱 명.
파티원들 역시 익숙한 듯 거미줄을 발에 디디며 34층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한창 걸음을 내딛던 중.
“으아아아아악!”
눈앞에서 거미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소년을 발견했다.
-등급: ★★★
-설명: 둥지를 틀고 먹이를 기다리는 일반적인 거미와 달리 군집 생활을 하며 사냥감의 기척을 진동으로 감지해 단숨에 포식을 취한다.
-능력치
체력: 1580 공격력: 550 방어력: 520 마력: 100
‘몬스터 레벨이 높아.’
상태창을 통해 몬스터의 스탯을 파악한 이들은 적잖이 놀랐다.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들은 대개 2성급으로 파티 플레이로 원활하게 사냥해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어차피 이곳을 통과하려면 저 녀석들을 잡는 수밖에 없어.”
결단을 내린 그들은 일제히 식탐거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직! 콰직! 콰직!
이미 산전수전을 겪어온 그들은 어렵지 않게 식탐거미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구원을 받은 소년은 곧 사색이 된 상태로 소리쳤다.
“위, 위험해요. 더 이상 녀석들을 자극하지 말아요!”
“뭐?”
대체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아이러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도중.
사삭! 사삭! 사삭! 사삭!
거미줄을 통해 군집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진동이 발끝에 와 닿았다.
“서, 설마!”
불길한 징조를 감지한 파티원들은 사색이 된 채, 주변에 널려있는 거미줄을 바라봤다.
사방팔방, 전방좌우.
식탐거미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제, 젠장!”
“뭐가 이렇게 많아.”
“이, 이쪽이에요. 빨리 도망가요.”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소년은 즉각 거미줄에서 떨어져 5미터쯤 낙하하다가 다른 거미줄에 발을 내디뎠다.
도움이 필요 없던 거 아니었을까?
예상치 못한 날쌘 움직임에 파티원들은 동요하다 리더를 쳐다봤다.
“어떻게 하지?”
“방법이 없잖아.”
리더는 곧 소년을 따라 그대로 몸을 던져, 소년이 내딛은 거미줄에 착지했다.
“그러면…….”
바로 뒤에 있던 파티원들도 일제히 소년을 따라 도피에 나섰다.
***
“하아, 하아.”
식탐거미들의 습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플레이어들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들이 도피를 한 곳은 거미줄로 지어진 거대한 둥지.
바깥쪽에서 봤을 때는 대수롭지 않는 구조로 보이기는 했지만.
안쪽에서 봤을 때는 경계하기도 쉽고 안락하게 몸을 눕힐 수 있는 구조였다.
그 덕분에 몇몇은 모처럼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소년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스릉.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 건지, 리더는 날카로운 안광으로 소년을 쏘아보며 검끝을 그의 목에 들이댔다.
“리, 리더. 갑자기 왜 그래?”
“그래도 우릴 구해준 꼬맹인데, 너무 하잖아.”
파티원들 역시 적잖이 당황한 듯 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리더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년에게 말했다.
“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어, 어떤 점이요?”
소년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반문했고 파티의 리더는 예사롭지 않은 점을 몇 개 꼬집었다.
“그 복장. 언뜻 봐도 맞춘 장비가 아니라 조잡하게 맞춰져 있잖아. 마치 죽은 시체에서 꺼낸 것처럼 말이야.”
“그, 그건 어쩌다보니 몇 개 주운 것뿐인데요.”
“그것뿐만이 아니야. 그 신체 능력이나 주변을 탐색하는 관찰력만 봐도 궁지에 몰렸다는 것에 더 어색해. 마치 처음부터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심산인 것 같잖아.”
“뭐?!”
“진짜야!”
“그, 그러고 보니 리더 말이 다 맞아.”
그제야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파티원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키며 소년을 경계했다.
눈 밑에 그늘이 져 있던 소년은…….
피식.
그대로 음산한 웃음소리를 내며 입을 뗐다.
“크크크크 알았으면 진작 도망갔어야지. 멍청한 놈아.”
“?!”
후웅!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뜬 리더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지만.
휘리리리리릭!
바로 뒤에서 등장한 거대한 무언가가 쏟아낸 실에 몸 전체가 휘감겼다.
“끄아아아악!”
“몸이, 몸이 녹아내리고 있어!”
고통을 토해내는 플레이어를 붙잡은 실은 점점 고치처럼 변하고 있었다.
“네, 네놈!! 뭐하는 놈이야! 여, 여긴 어디야?!”
독고치에 휘말려 서서히 몸이 녹아내리고 있던 리더는 분개한 표정으로 소년을 쏘아봤다.
이에 소년은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소개를 했다.
“네크로맨서, 뤼제. 그게 내 정체야. 지금은 여기서 어떤 실험을 진행 중인데, 모르모토가 부족해서 이렇게 노가다를 뛰면서 직접 구하고 있어.”
“……개자식.”
여기서 언급한 모르모토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직감한 리더는 분한 나머지 이를 갈았고.
뤼제는 싱긋 웃으며 남은 대답을 마저 했다.
“그리고 여기는 옛적, 7성급 몬스터 아르크네가 틀고 있던 둥지야.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녀는 이곳에 엄청난 것을 감춰놨거든. 난 그것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으니까 협력해줘.”
발설 직후.
휘리리릭!
파티원들은 독고치에 휘감겨 죽음을 맞이했다.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