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4화
스슥.
거미줄 사이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적색 마력은 돌고 돌아 한곳에 몰려들고 있었다.
붉은 마력이 집약되는 곳은 3미터 크기의 거대한 실고치로…….
두근두근.
그 고치에는 묘하게도 태동이 있었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알.
꿈틀꿈틀.
주변에 있는 거미 몬스터들은 부화할 존재를 위해 끊임없이 먹이 채집 활동을 이어 가고 있었다.
까드드드드드득.
본래 거미란 군집보다는 홀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특이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거미 몬스터들 사이로 뤼제는 사과를 아삭 깨물며 훈훈하게 웃고 있었다.
“좋은 영양분이 돼달라고.”
뤼제는 흘깃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방금 전에 독 고치에 휘감긴 플레이어들이 고치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정기를 모조리 빨렸는지 그들의 모습은 미라처럼 폭삭 메마른 상태였다.
이것이 블러드 서킷의 실체.
주변에 널려 있는 실은 알에 정기를 실어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실을 타고 전달되는 붉은 마력은 뤼제가 사냥한 플레이어들의 정기였다.
외양은 어려 보이지만 뤼제가 이런 활동을 한 것은 무려 20년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부화를 위해 이 정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에 의문을 느낄 테지만.
뤼제는 오히려 이 활동을 통해 레벨업을 하고 네크로맨서의 스킬을 갈고닦을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해.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좀 더 괜찮은 먹잇감을 찾아야 돼.”
뤼제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곧 거미 몬스터의 시야로 블러드 서킷 내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밀리아(Familia)
이 스킬을 활용하면, 사역마와 감각을 공유할 수 있어 관찰이나 경계활동을 하는 데, 무척이나 용이했다.
이것이 뤼제가 그동안 블러드 서킷에서 정체를 안 들키고 활동할 수 있었던 주요인이었다.
너무 강한 플레이어가 지나가면,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는 얌전히 있다가 약해 보이는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내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낸다.
이것이 뤼제가 사냥을 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삐질.
뤼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이번에 거미 몬스터의 시각을 통해 보인 적금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강력한 질풍으로 거미몬스터를 모조리 터뜨리고 있었다.
“……뭐야? 이 미친 여자는…….”
‘저 여자에게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되겠군.’
자칫 하다가는 전력의 태반을 잃을 것만 같았다.
뤼제는 곧장 타깃을 변경했다.
시선에 와닿은 것은 늑대 귀를 가진 어린 수인.
그는 이제 지쳤다는 듯 일행과 홀로 떨어져 걷고 있는 참이었다.
‘저것 밖에 없나.’
양도, 질도 부적합하다.
그렇게 생각한 뤼제는 쯧 혀를 찼다.
하나, 지금은 영양공급이 우선이었기에 뤼제는 눈을 뜬 뒤, 고치 쪽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가끔은 별미도 맛봐야 되지 않겠어? 귀염둥이.”
두근.
그의 말에 응답이라도 해 주는 듯 고치는 묘한 태동을 들려주었고 뤼제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
블러드 서킷을 탐사한지 어언 반나절이 지났다.
끼익, 끼익.
이제는 거미줄을 타는 게 제법 능숙해졌는지, 렌은 성큼성큼 걷다 그 자리에서 총총 뛰기도 했다.
“이제 잘하는데?”
생각보다 빠른 적응에 건우는 감탄사를 늘어놓았고.
렌은 황망한 표정으로 답했다.
“못 타면, 어떤 분에게 죽을지도 모르잖아.”
“…….”
건우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균형을 못 잡아서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보다 거미공포증으로 지반을 뒤흔들어 놓는 라페아가 더 무섭다는 말임을 단번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진정해.”
결국 보다 못한 니파가 안심을 시켜 주고 나서야 라페아는 호흡을 고를 수 있었다.
“물이라도 마실래?”
건우는 자연스럽게 라페아에게 다가갔고, 렌 역시 그 등을 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렌의 코에 비릿한 냄새가 와 닿았다.
‘……이 냄새는 피 냄새.’
라페아가 일으킨 참사로 죽은 거미의 피 냄새는 아니다.
‘사람의 피 냄새야.’
불길한 느낌을 감지한 렌은 잠시 건우와 일행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볼일 좀 보고 올게.”
“너무 멀리 가지 마라.”
건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쇄액.
렌은 그대로 거미줄에 뛰어내려 반대편에 있는 거미줄에 도약하며 생각했다.
‘착각일 수 있으니까. 확인만 하고 오자.’
쇄액!
블러드 서킷을 누비는 렌의 모습은 마치 나비 같았다.
이제는 실의 탄력을 이용해 속도까지 붙으니, 그 모습을 제대로 식별하기도 어려웠다.
꿈틀.
그리고 수인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한껏 활용해 지금이 생각보다 위기상황임을 빨리 직감했다.
실을 디디며 다가오는 거미 몬스터.
“사, 살려 줘!”
그리고 거미 몬스터에게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한 소년.
렌은 호박색의 동공을 날카롭게 번뜩이다, 그대로 실의 탄력을 이용해 힘차게 발을 내디뎌 거미줄 사이로 자신의 몸을 튕겼다.
그 움직임은 마치 정신없이 튀기는 고무공 마냥 난잡했지만.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그것이 절묘하게 계산된 것임을 증명한 건지, 주변에 있던 거미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거미를 완전히 박멸시키고 난 뒤에는…….
두둑.
곧장 손톱을 꺼내 소년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뭐, 뭐야?!”
당황한 소년은 재빨리 허리를 수그리며 렌의 공격을 회피했다.
키기기기깃 콰앙!
렌의 손톱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똥을 튀기며 주변의 실을 무참하게 끊어 버렸다.
“무, 무슨 짓이야?!”
거리를 벌린 소년, 아니 네크로맨서, 뤼제는 식은땀을 흘리며 렌을 경계했다.
‘저 녀석 진짜로 날 죽이려고 했어.’
그 역시 33층까지 올라온 플레이어로서 상대방의 살기 유무정도는 파악이 가능했다.
두둑.
렌은 다시 한번 손목의 관절을 풀며 뤼제를 노려봤다.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저 고치에서는 피 냄새가 잔뜩 나고 너를 노리려는 거미 움직임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
순식간에 덜미를 잡히자, 뤼제는 눈을 부릅떴다.
그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렌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어리다고 얕봤나보네. 내가 이래보여도 엄청나게 빡센 사람들이랑 와서 웬만한 산전수전은 다 겪었거든. 너 같은 사람들은 왠지 구린내가 난단 말이지.”
빠직!
상당히 열이 받았는지 뤼제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어린놈이 기고만장하군.”
렌은 눈매를 좁히며 그에게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아까부터 날 노리고 있던 것 같은데.”
“내 귀염둥이한테 먹이를 주려던 참이야?”
“먹이는 날 말하려는 걸까나.”
“잘 알고 있군.”
꿈틀꿈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미줄 사이로 무수한 거미군단이 몰려왔다.
피식.
렌은 거미 떼와 뤼제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을 뗐다.
“그럼 난 이만.”
“……뭐?”
뤼제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렌은 곧장 발을 떼 도주했다.
“…….”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뤼제는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발끈 붉혔다.
“지금 당장 저 자식을 잡아!!”
쿠구구구구구구.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미 몬스터들은 일제히 렌을 습격했다.
쇄액!
전방좌우, 사방팔방.
주변에 깔린 거미가 독니를 드러낸 순간.
꿈틀.
렌의 팔찌에 있던 은빛의 금속이 꿈틀거리더니 순식간에 할버드 형태로 변모했다.
콰아아아앙!
할버드를 집은 렌이 그것을 그대로 휘두르자, 거미들이 단번에 터져 나갔다.
꽈드드드드드드득!
할버드의 무게가 꽤 많이 나갔는지, 렌을 지탱하고 있던 거미줄은 대략 5미터까지 가라앉다가…….
퉁! 스팟!
그대로 렌의 몸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
콰직! 콰직! 콰직!
렌은 다시 한번 거미줄 사이를 배회하며 할버드로 거미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사삭!
그 파괴적인 행보를 저지하기 위해 거미들이 일제히 거미줄을 뿜어내며 렌을 구속하려고 했지만.
꿈틀.
렌의 할버드는 날카로운 발톱을 머금은 건틀릿으로 변모했고.
쇄액! 콰앙!
렌은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휘두르며 거미줄을 모조리 끊어 버리며 발을 움직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뤼제는 적잖이 당황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렌의 기가 막히고 탁월한 전투센스였다.
분명 이 지대에 발을 내디딘 건, 처음일 테인데, 주변 환경을 이용하면서 거미들을 토막 내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렌이 집고 있는 무기였다.
상황에 따라 주인의 의지에 따라 외형을 바꾸는 무기.
뤼제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웨폰 마스터, 레브리카가 사용하던 무구, 엘리시움일 것이다.
“어째서 레브리카님의 무기인 엘리시움이 저 녀석한테 있는 거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낀 뤼제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중얼거렸다.
“이것까지 움직이기에는 네가 그렇게 거물은 아니다만. 어쩔 수 없지.”
뤼제는 곧장 석장을 빼 들어 마력을 운용하기 시작했고.
우웅.
그 마력에 반응한 존재는 순식간에 렌을 급습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가장 먼저, 정체감을 드러내게 해 준 것은 지천까지 뻗어 나가는 엄청난 다발의 거미줄이었다.
“뭐, 뭐야?!”
순식간에 거미줄이 발에 엉겨 붙자, 렌은 당황하며 그것을 끊으려고 했지만.
발은 쉽사리 거미줄에 벗어날 수 없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그리고 그 거대한 거미줄을 헤집으며 6미터 크기를 자랑하는 여성과 거미의 모습이 혼합된 거대한 몬스터가 끔찍한 절규를 내뱉으며 렌에게 다가갔다.
‘구, 구울 냄새.’
렌은 그것이 약물과 마법으로 조제된 구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 말도 안 돼.”
그리고 시스템 창을 통해 드러난 녀석의 스펙에 렌은 말문을 잃었다.
-등급: ★★★★★
-설명: 7성급 대재앙의 몬스터, 아라크네의 허물로 조제된 구울.
-능력치
체력: 5080 공격력: 1950 방어력: 2050 마력: 3880
“갑자기 5성급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어쩌라는 거야.”
아직 자신의 실력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한 렌은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었다.
꽈아아아악!
허벅지의 근육은 크게 팽창했지만, 아직까지 거미줄에 엉겨 붙은 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키에에에엑!
구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입에 독실을 내뿜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플레이어들을 독고치로 휘감은 일격.
이 역시 예리한 눈썰미로 단번에 파악한 렌은 엘리시움을 거대한 방패로 둔갑시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끄으으으으윽!”
폭포처럼 쏟아진 일격에 렌은 독 고치에 휘감기도 전에 압사당할 위기에 처했다.
피식.
“꼴좋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뤼제는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간사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 이대로 우리 귀염둥이의 먹잇감이 되라고.”
얄궂게 웃으며 렌의 최후를 직감한 순간.
반짝!
‘뭐지? 저 빛은?’
멀찍이서 비치는 푸른빛에 뤼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33층은 주변을 간신히 인식할 정도의 희미한 빛 무리만 들어오기 때문에 저런 찬란한 빛이 있을 리 만무했다.
“뭔가 이상해.”
그리고 의문은 곧 동요로 변모했다.
갑자기 현저하게 떨어지는 블러드 서킷 내의 기온.
콰콰콰콰콰콰.
푸른빛에 스쳐 지나간 것들은 거미줄과 몬스터는 모조리 동결된 상태로 으깨져 사라졌다.
까드드드드드드득!
이윽고 엄동설한의 기운은 아라크네의 형태를 한 구울까지 통째로 얼려 버렸다.
“세, 세피아님.”
렌은 숨을 헐떡이며 고고한 자세로 얼음의 창, 글라체스를 든 빙결의 여왕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큰 구울, 아니 동상을 거만하게 쳐다보다…….
쇄액! 콰앙!
그대로 창을 휘둘러 산산조각 내버렸다.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