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6화
콰콰콰콰콰콰콰!!
검은 오러의 검격은 아라크네의 알을 가르기 위해 불똥을 튀기며 고치를 거칠게 깎아내리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엄청난 참격의 세례 속에서 고치 안에 있던 존재는 크게 울부짖다…….
콰콰콰콰콰쾅!
그대로 실밥과 검격을 날려 버렸다.
‘공간 왜곡을 일으켰어?!’
깜짝 놀란 건우는 눈을 부릅떴다.
니제르의 검격은 분명 공간마저 가르지만.
만약 상대가 공간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이라면, 승부의 결과는 쉽사리 장담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스스스스스.
폭발이 사라진 그곳에는 고치가 신기루처럼 아른거렸다.
-공간 왜곡을 일으키면서 아예 다른 차원으로 회피하려고 했던 모양이구나.
세이비어의 설명에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소용없어요.”
……두근, 두근 뚝.
그리고 건우의 말대로 고치 안에 있는 무언가는 심장 박동이 멈췄다.
“마, 말도 안 돼.”
중력 마법에 구속된 뤼제는 몸에 경련을 일으키다 곧 번뜩 눈을 떴다.
“네놈. 감히 역사의 탄생을 재로 만들어 버렸겠다?”
콰아아아앙!
분노의 말을 읊조린 그는 즉각 역산 마법을 전개해 중력 마법을 해제했다.
‘캐스팅 속도가 빨라.’
상대가 단순한 네크로맨서가 아님을 간파한 건우는 지그시 눈매를 좁혔다.
쿠구구구구.
로브를 펄럭이던 뤼제는 분노 어린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네놈이 벌인 대가는 반드시 갚아주겠다.”
“지금은 도망간다는 소리로 들리네.”
발끈!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뤼제는 울컥하면서도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얼굴은 수치심으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런 뤼제에게 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경고했다.
“도망갈 수 있을까? 이미 힘의 차이는 깨달았을 텐데.”
“뭐든지 네 생각대로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고 오만이다.”
스팟!
뤼제는 재빨리 부유 마법을 시전해 자리를 이탈했다.
쏴아아아아!
콰콰콰콰콰콰콰!
상대의 도주에 맞춰 즉각 반응한 것은 세피아였다.
그녀는 허공에 무수한 빙괴를 생성시키며 그것을 화살처럼 거침없이 쏘아냈다.
쇄애애애애액!
블러드 서킷 곳곳을 얼리고 분쇄시키는 능력.
더욱 무서운 것은 빙괴는 방향을 선회해 끊임없이 뤼제를 쫓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륵.
격추 직전에 몰린 뤼제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이미 결과를 장담한 듯 세피아는 팔짱을 낀 상태로 더욱 마력을 방출했다.
쏴아아아아.
어느새 블러드 서킷 전방위에 세피아의 빙괴가 가득 들어찼다.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상황.
뤼제에게 도망칠 곳은 남아 있지 않았고…….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세피아의 빙괴는 파죽지세로 뤼제에게 쏟아졌다.
모든 것을 응결시키고 부스러뜨리는 잔학한 파괴의 일격.
스스스스.
하지만 정작, 그 타깃이 된 뤼제의 몸은 신기루처럼 일렁이며 몸이 점차 투명해졌다.
?!
세피아는 드물게 깜짝 놀란 듯 보였다.
덩달아 건우 역시 상당히 놀랐는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세피아의 공격을 중단시켰다.
스스스스.
뤼제의 몸은 이제 유령처럼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영체화랑은 달라. 뭐지? 저 마법은? 할아버지는 알고 있나요?’
-……나도 모른다.
“……?!”
마도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세이비어마저 실체를 밝힐 수 없는 마법을 저런 하찮은 놈이 구가하다니……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건우는 쯧 혀를 차며 뤼제에게 말했다.
“어떤 잔꾀를 쓴 거려나.”
사라지기 일보 직전, 뤼제는 뒤늦게 건우 쪽을 쳐다봤다.
이마 부근에는 식은땀을 한가득 흘리고 있고 아직까지 확장된 동공을 보니…….
그가 아슬아슬하게 도박에 성공한 것이라는 것만큼은 파악할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살았다는 기쁨에 뤼제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마법 네가 시전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구지?”
건우의 질문에 뤼제는 분개한 눈빛으로 답했다.
“네놈 같은 검사가 감히 거들떠볼 수 없는 위대한 마도사인 나의 스승이다. 존함은 밝힐 이유는 없지만, 네놈은 조만간 내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될 거다. 반드시 찾아내 오늘의 수모를 되갚아주겠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라지려는 순간.
피식.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착각한 게 있는데, 난 마법으로도 누구한테도 안 져. 애송아.”
꽈악!
끝까지 의기양양한 그 모습에 뤼제는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이내 완전히 증발된 것처럼 사라졌다.
전투가 끝난 직후.
렌은 세피아의 빙결로 인해 완전히 얼어붙은 블러드 서킷 지대를 바라봤다.
다이아몬드 더스트가 일렁이는 그 지대는 묘하게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추워.”
갑작스런 추위에 렌의 꼬리와 귀는 수척해졌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렌 먼저 돌아가 있어.”
“왜? 형은?”
“난 여기 좀 잠깐 조사해 보고 갈 거야. 저녁은 먼저 먹어.”
“응. 너무 늦으면 라페아 누님한테 혼나니까 빨리 와야 돼.”
“돌아가기는 하마.”
늦게 가는 건 확정인지라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고, 렌은 라페아와 합류하기 위해 발을 박찼다.
잠시 후.
아라크네의 알 주변을 살피던 건우는 고치 속을 살폈다.
고치 안에 있던 존재는 완전히 사라져 존재하지 않았지만.
반짝.
안쪽을 살피니 낯익은 구슬이 엿보였다.
-코어구나. 하긴 얌전히 있었지만, 이 녀석은 결과적으로 최종보스였으니 말이다.
코어를 손에 집어든 건우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복원시킬 거냐? 트라우마 극복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복원시킬 거예요. 7성급 몬스터가 남기고 간 자손이잖아요. 그렇다면, 이 녀석 역시 잠재력만큼은 7성일 테니까요.”
-하긴. 근데 이 녀석에 대해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냐?
“뭔데요?”
답을 가르쳐 주면 가르쳐 줬을 양반이 드물게 질문을 던지자, 건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크흠. 이 녀석 아버지는 누구일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나름 핵심적이고 뾰족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할 리 만무했다.
그러자 세이비어는 드물게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얘기란다. 진지하게 고민하렴. 뱀은 어째서 7성급 몬스터를 만들어 냈으며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하는지. 또 아라크네는 왜 번식의 욕구로 알을 낳았는지…… 그 근본을 쫓다보면 뱀의 실체가 엿보일 거다.
“……?!”
생각지도 못한 진실을 일깨워 주자,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방금 전에 세이비어가 한 말은 그동안 가르쳐 주지 않았던 뱀의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힌트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이름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건우가 위기에 닥칠까 뱀에 대해 언급을 해 주지 않았다.
어찌 보면, 건우가 아직 뱀에게 대항할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어떤 녀석인지 한 번 지켜봐야겠네요.”
건우는 흥분을 감출 수 없는지 곧 코어를 꽉 손에 쥐며 권능을 발동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소유권 부여에 성공하셨습니다.] [은사의 둥지와 이그너스의 영지가 결합됩니다.] [7계층 던전의 보스가 되었습니다.] [던전 보스, ‘……?’의 등급은 그대로 유지됩니다.]사아아악.
또 하나의 던전 획득.
그로 인해 블러드 서킷이라 불리던 막대한 양의 거미줄은 모조리 이그너스의 반지에 빨려 들어갔고 주변은 까마득한 절벽을 낀 계곡으로 변질돼 있었다.
***
이그너스의 6계층, 은사의 둥지.
처음 발을 내디딘 그곳은 블러드 서킷과 마찬가지인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나마 낳았던 것은 블러드 서킷은 실 끝에 발을 내디뎌 외줄타기로 이동을 해야 되는 반면.
은사의 둥지는 거미줄로 엮인 다리가 새록새록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 최종보스인 건우를 배려하기 위한 은사의 둥지 보스 ‘……?’의 배려일 것이다.
“기특하다고 해야 되나.”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보스 ‘……?’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블러드 서킷의 핵심중추를 이루고 있던 고치가 그대로 있었다.
파괴하기 직전으로 되돌아온 그것은 다시금 생명을 되찾으며 태동을 뛰고 있었다.
-앞으로 태어나려면 천 년은 넘게 걸릴 거다.
세이비어의 착잡한 어조에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지만, 이 알을 부화시키려고 했던 뤼제는 오랜 시간을 공들여도 부화를 시키지 못했다.
33층을 누비던 플레이어들의 막대한 정기를 바쳤음에도 요지부동하지 않는 고치.
그렇다면 건우가 이를 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까?
정기라면 플레이어 대신 몬스터로 대신하면 된다. 아마 뤼제와 비교하면 건우 쪽이 그 속도는 훨씬 빠를 것이다.
-그냥 부화하지 않게 하는 게 정답일 수도 있고.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부화시킬 거예요. 그리고 전 그런 아마추어랑 다르다고요.”
세이비어가 의심스럽다는 어조로 물었다.
-저 녀석을 부화시킬만한 양분은 뭐로 하게?
스윽.
건우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검은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그, 그건?!
씨익.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마왕옥이에요.”
[마왕옥]-등급: ??
-설명: 루시페르의 권능을 제외한 남은 육대 마왕의 권능이 담긴 아티팩트들의 잔해가 부서지고 섞이며 만들어진 옥.
-효과: 정체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옥에 실린 그 기운은 예사롭지가 않다.
-내구도 1/1
그것은 건우가 탑에 진입할 당시.
제약의 법칙에 의해 지니고 있던 칠대마왕의 무구가 모조리 깨지면서 제멋대로 혼합된 아티팩트였다.
버리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 거칠었으며……
활용하자니 그 폭이 아주 좁았다.
처음에는 다시금 무기로 가공할까 고민하다가도, 아주 졸렬한 내구치를 보며 머릿속의 계획을 몇 번이나 무산시키고는 했다.
분명 엄청난 위력의 무기가 나올 거라고 장담하지만.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귀의 링을 두른 상태로 써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지니고 있는 마나량이 막대하다고 해도 건우에게도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그만둬라. 무슨 짓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
“이미 이 녀석은 제 거니까 저에게 해를 입힐 순 없어요.”
-불길한 존재가 탄생할 수 있다. 그것을 혼합했다가는 아라크네를 뛰어넘은 무언가로 변질될 확률이 높아.
세이비어의 경고에 건우는 드물게 고집을 내세웠다.
“천 년을 기다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됐든 거둬들였으니 어떻게든 책임질 거고요.”
건우의 고집스런 면모에 세이비어는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넌 쓸데없이 오지랖 넓고 책임감이 강해. 몬스터와 타협은 없다는 게 너의 신조 아니었냐?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다만…….”
건우는 머릿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주고 있는 이그너스의 보스들을 상기하며 말했다.
“부하가 된 녀석들을 견제하고 두려워하면 누가 절 따르겠어요?”
-하여간.
스스.
세이비어는 못 말리겠다는 듯 반지에서 튀어나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건우를 쳐다봤다.
씨익.
평소처럼 오싹하게 웃는 그 모습은 대마도사인 자신조차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나조차 장담할 수 없는 괴물이 탄생할 게다.
“그러면 더욱 환영이죠. 최강의 하이브리드가 탄생하는 거니까요.”
발설직후.
스윽.
건우는 팬텀 스피릿 소드로 자신의 엄지를 살짝 베어 상처를 냈다.
그리고 엄지에 맺힌 핏방울을 마왕옥에 떨어뜨렸다.
화악!
마왕옥은 건우의 피가 닿자, 거칠게 반응하며 수상한 검은빛무리를 이루었다.
이는 피를 좋아하는 악마의 원칙을 따른 일종의 의식절차였다.
칠대마왕 역시 악마이기에 그 본질에 감히 저항할 수 없었고 건우는 집속한 검은빛무리를 그대로 고치에 불어넣었다.
스스스스스.
파문이 일렁이며 마왕옥이 스며든 고치는 이내 그 색깔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질됐다.
잠시 후.
쿠쿵! 쿠쿵! 쿠쿵!
태동은 급박하게 빨라졌고 고치는 점차 단단해지며, 강한 열기를 발산했다.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