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7화
딱딱하게 경화된 검은 고치는 마치 발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은사의 둥지 내부를 열기로 가득 채웠다.
그러다…….
쩌저저적.
심상치 않은 파열음과 함께 고치에 균열이 일어났다.
꿀꺽.
그 광경을 지켜보던 건우는 고인 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눈앞에 놓인 것은 7성급 대재앙의 마물 아라크네가 번식의 욕구로 남기고 간 알.
거기에는 7대 마왕의 잔재들이 똘똘 뭉친 마왕옥까지 집어삼켰으니, 저기에 뭐가 탄생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쏴아아아아아.
갈라진 고치 틈새 사이로 엄청난 양의 김이 뿜어져 나왔다.
‘온다?!’
건우는 희번덕 눈을 뜨며 두 자루의 사인참사검을 손에 쥐었다.
-무슨 육수 끓이다 나온 김이냐? 뭐가 이렇게 자욱해?
장난스럽게 말한 것과 달리 세이비어도 상당히 긴장하며 김에 가려진 고치를 주시했다.
쩌저저적 콰아아앙.
이내 고치가 무너져 내리며 은사의 둥지 보스 ‘……?’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
전생의 트라우마로 그 생김새부터 끔찍한 거미의 외형과 인간이 혼합된 모습인가 싶어 긴장하는 찰나.
저벅.
김을 뚫고 튀어나온 것은…….
“여자아이?”
건우는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다시 앞을 주시했다.
앞에는 변함없이 나체의 여아가 있었다.
투명한 은발에 초점이 모호한 금색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
대략 10살쯤 되는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우갸?”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혹은 언어 기능이 없는 건지 소녀는 알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다가…….
스륵.
졸음이 찾아왔는지 그대로 눈을 감았다.
타앗.
건우는 무의식적으로 소녀의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 녀석.”
-뭐긴 네놈이 사고 쳐서 낳은 아이지.
세이비어의 표현에 건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여기에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시스템 역시 그것이 맞는다고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은사의 둥지 보스 ‘……?’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을 지어 주시는 순간부터, 이그너스의 정식 보스로 등재됩니다.]갑작스런 작명요구에 당황한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일단 대기.”
***
거미줄로 도사린 블러드 서킷.
블러드 서킷에서 플레이어들을 PK하던 뤼제의 음모는 건우로 인해 무산이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블러드 서킷은 이그너스의 6계층으로 강제로 편입되어 은사의 둥지로 명명됐다.
이 말은 즉 33층에 도사리던 거미줄과 거미 몬스터들이 모조로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그저 야광석이 반짝거리는 길 찾기 어려운 협곡일 뿐.
따라서 라페아의 폭주도 자연스레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감정이 평안해진 것은 아니다.
싸아.
그녀는 현재 너무나 싸늘한 시선으로 건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형제나 자매라도 되는 듯 비슷한 눈초리로 렌과 니파도 건우를 쏘아보고 있었다.
삐질삐질.
건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을 등지고 있었지만.
과연 그 따끔한 시선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제 보니 내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건, 취향이 달라서 그런 걸까?”
라페아는 평소보다 살짝 높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지금의 상황도 모르고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어린 소녀 ‘……?’였다.
“로드로서 너를 존중하고는 있지만. 그 취향에 존중은 할 수 없어.”
어느 순간, 니파는 혐오스런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건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즉각 그녀들의 말을 부정했다.
“일단 오해니까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아니. 형 그래도 갑자기 나신의 여자애를 천만 감싼 채로 데리고 오면 당연히 오해하지.”
렌의 지적에 건우는 뺨을 긁적이며 후회했다.
차라리 이대로 던전 안에 두고 오는 게 맞았던 것일까?
안에는 세피아나 케이론 혹은 바포메트로 수수께끼 보스 ‘……?’를 보살피게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니야. 아직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자신할 수 없으니까. 이게 맞아.’
건우는 애써 자신을 마음을 제어하며 입을 뗐다.
“이 녀석은 그냥 우연히 얻은 소환수 중 한 명이야.”
건우의 말에 라페아는 무언가를 곱씹은 표정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환수와 다르게 외형이 거의 인간이잖아.”
“정말 그것뿐이라고 생각해?”
“…….”
건우의 지적에 라페아는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며 소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도 해.”
‘이 정도면 거의 거미 탐지기인데.’
라페아가 무의식적으로 소녀가 거미임을 자각하고 경계한 것을 깨달은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그런 거야. 나도 이 녀석의 정체를 깊이 파악하지는 못해서 당분간 예의주시하고 관찰해야 돼.”
“형이 예의주시해야 될 정도야?”
렌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옆에 있던 니파도 그런 렌과 거의 유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건우는 탑에서 범접하기 어려운 십존과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는 ‘번외’ 개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31층, 이럽션 웨일을 사냥한 전적까지 있는 그가 무언가를 극도로 경계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렌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있긴 뭐가 있어! 한 대 맞을래?”
빠직!
이마에 핏대가 돋은 건우는 슬며시 주먹을 쥐는 순간.
타앗.
그때와 맞춰 눈을 뜬 소녀가 건우의 손을 마주잡았다.
“……?”
모두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소녀를 주목했고, 아라크네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건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냐?”
주르르륵.
입가에 군침을 흥건히 흘리던 소녀는 ‘갸갸갸.’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고프다는 건가?’
어렵지 않게 소녀가 원하는 욕구를 간파했지만, 그 뒤의 발언은 곧 엄청난 파장이 일으켰다.
“아……빠?”
쿠쿵.
건우는 한순간 머리가 철근에 짓눌린 압박을 받았다.
바로 뒤에 있던 라페아와 니파의 눈 밑에는 음산한 그늘이 자리 잡았다.
슬쩍.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간파한 렌은 꼬리를 살며시 내리며 뒷걸음질 쳤다.
***
사각, 사각.
태어나자마자 눈을 뜬 소녀는 게걸스럽게 눈앞에 있는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리해서 음식을 내주었지만.
먹어치우는 양이 워낙 압도적인지라 곧 조리를 포기하고 재료만 건네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사각, 사각.
당근 등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렌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건우에게 말을 걸었다.
“벌써 자기 덩치 이상의 음식을 먹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앞으로 식비는 꽤 많이 들겠네.”
이건 건우조차 예상 못한 부분인지 난색을 표했다.
라페아는 채소를 먹고 있는 소녀와 건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건우. 너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라페아와 니파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이쿠 왜 그러실까나. 저 애. 내 애 맞아. 나 혼자 배 아파 낳은 자식이야.”
방금 전까지 이 애는 누구와 낳은 아이냐고 추궁을 받은 터라 뚱해 있었기 때문이다.
“흐흠.”
자신들이 집요했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그녀들은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난 전부터 널 믿고 있었느니라. 니파가 의심하니 어쩔 수 없이…….”
“잠깐! 왜 자연스럽게 나한테 떠미는 건데?!”
어이가 없던 니파는 곧 질색하며 반박했다.
진절머리가 났는지 건우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됐어.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라페아는 눈매를 지그시 좁히며 본론을 꺼냈다.
“7대 마왕의 성격과 하나씩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끊임없는 식욕은 바알제붑의 식성, 그리고 은발과 금안, 눈을 뗄 수 없는 미적인 부분은 아스모데우스의 색욕 등 말이지.”
“……그것뿐만이 아니야. 저 녀석의 근본은 7성급 아라크네의 자식이야. 그리고 아마 내가 파악한 저 녀석의 능력은…….”
“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우의 의지를 읽은 건지, 소녀는 식사를 멈추고 뜬금없이 실뜨기를 하는 것처럼 양손을 모았다.
“……뭐야?”
멀뚱히 양손 안을 들여다본 순간.
스스스스스.
소녀의 양손 안에 가느다란 거미줄이 손가락 사이를 헤집기 시작했다.
모양으로 봤을 때, 정말 실뜨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행위는 먹이를 잡을 때, 발휘하는 포식 능력이었다.
스스스스스스.
뜬금없이 허공에 생성된 실에 온몸이 포박된 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뭐, 뭐야?!”
“갸갸갸갸갸갸.”
소녀는 그것이 놀이라고 생각했는지, 포박된 렌을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 능력을 간파한 건지, 라페아와 니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차원간섭(dimension intrude)?!”
“기척도 느끼지 못했어.”
건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녀를 관찰하며 입을 뗐다.
“아라크네는 독과 거미줄을 활용하는 7성급 마물. 살상능력은 독에 국한돼 있어서 아마 저 녀석도 독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7대 마왕의 잔재랑 섞이니 이상한 능력이 발현됐어. 활용하기에 따라서 저 능력은 세피아랑 브렌넨도 쩔쩔 매게 만들 수 있어.”
“그, 그보다 이제 나를 떼어 줘야 되지 않을까?”
소녀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을 자각한 렌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건우는 소녀를 쳐다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만 해.”
“갸우.”
건우의 명에 따라 능력발현을 멈춘 소녀는 그대로 건우에게 걸어갔다.
움찔!
어설프게 걷는 그 모습을 보고 건우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허허허허, 네가 감당하기로 해 놓고서 왜 그렇게 쩔쩔 매?
세이비어는 안 어울리게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우를 보며 껄껄 웃었다.
‘차라리 살벌한 괴물로 태어났으면 두들겨 패기라도 했지. 이건 좀…….’
건우는 엉금엉금 걷는 소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따지고 보면, 건우는 저 소녀의 어머니를 죽인 장본인이지 않은가.
한데, 지금 그 딸이 자신을 보고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는데, 그 기분이 묘하게 착잡했다.
“갸하하”
마침내 건우에게 도달한 소녀는 그대로 건우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아……빠.”
‘어디서 배운 단어야.’
건우는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리며 호칭에 대해 정정했다.
“아빠 아니야.”
“갸?”
소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뭐라고 부르냐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자, 건우는 한순간 고심에 빠졌다.
옆에서 멀뚱히 바라보고 있던 렌은 한 마디를 던졌다.
“그냥 주인이라고 하면 되지 않아?”
“……주, 주인.”
소녀가 어설프게 주인이라고 발음을 내뱉자, 건우는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리며 렌에게 말했다.
“아니야. 이런 꼬마한테 구태여 주인이라고 불리면 이상한 오해 받으니까 싫어.”
“그럼?”
다음 호칭의 요구에 건우는 고개를 긁적이다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며 입을 뗐다.
“……건우라고 불러.”
“거누?”
“그래. 그냥 그렇게 불러. 그리고 네 이름은 코콘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충 짓는 거 아니야?”
이건 아니지.
렌뿐만 아니라 라페아와 니파도 너무 한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코콘. 코콘!”
자신의 이름을 되뇌던 코콘은 곧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건우를 꼭 끌어안으려고 했다.
“가까이 붙지 마.”
건우는 코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은사의 둥지, 보스 차원 직공자(Dimension Weaver), 코콘이 이그너스의 6계층 보스로 등재됐습니다.]-등급: ★★★★★★★
-설명: 아라크네의 고치에서 부화한 은사의 둥지 보스, 7대 마왕의 잔재물과 뒤섞여 괴이한 돌연변이로 탄생했다.
-능력치
체력: 900,000 공격력: 700,000 방어력: 600,000 마력 700,000
*체력이 0으로 고갈이 돼도 한정불사의 체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디멘셔 웨버의 능력의 운용 폭은 주인의 역량에 따라 정해진다.
*계약 때 나눈 피의 맹약에 의해 카리스마 스탯과 상관없이 계약자 최건우에게 절대 충성을 내비친다.
7성급 브렌넨보다 한참 뒤떨어지기는 했지만 등급은 엄연히 7성급.
게다가 이 녀석은 아직 성장 중이기에 다 자란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사리 장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녀석이 현 이그너스 보스 중 최강이었다.
그제야 사태파악이 된 건지, 건우는 식은땀을 주륵 흘리며 한마디를 남겼다.
“……이거 아무래도 엄청난 녀석을 받아들인 것 같네요.”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