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6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68화
37층, 위저드 킹덤, 매그놀리아.
마도사들이 집결해 거대한 마도문화를 이룩한 층으로 이곳에도 역시 정점이라고 불리는 플로어 마스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정점의 사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층의 플로어 마스터와는 달리 항상 근면한 자세로 초마도학을 집대성 중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십존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지만.
그는 교란자의 출현과 시시각각 변하는 탑의 정세에 관심을 갖고 십존의 끝자락에 올라섰다.
마도사의 궁궐, 안타레스.
사락.
그곳에는 한 남자가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기며 한 손으로는 깃펜으로 양피지에 글씨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글씨체는 활자로 찍어 내는 것 마냥, 정교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깃펜을 쥐고 있는 손은 유난히 투박하고 커보였다.
손의 주인, 발할라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차분히 입을 뗐다.
“……인사가 늦는구나. 뤼제.”
스륵.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척을 감추고 있던 네크로맨서, 뤼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뤼제는 고인침을 삼키며 한쪽 무릎을 꿇고 발할라에게 예를 갖췄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여전히 압도적인 기백이다.’
발할라의 풍모를 엿보던 뤼제는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번 발할라의 존재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 크기는 50m에 육박하는 거대 거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애석하게도 뤼제는 그의 본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결과는?”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어떤 괴한이 출현해서 그동안 일을 수포로 만들고 고치를 손상시켰습니다.”
발할라의 질문에 뤼제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수십 년 전.
발할라는 아라크네의 고치를 발견했고 그것을 부화시키라고 그의 제자, 뤼제에게 명령을 내렸다.
뤼제는 그 명령을 받들어 오랜 시간, 고치를 부화시키는데 애썼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그것이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발할라는 깃펜을 멈추고 뤼제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도록.”
뤼제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풀어 놓았다.
거기에는 7성급 몬스터, 세피아의 출현과 그 몬스터를 수족으로 부리는 한 남자까지.
이야기를 듣던 발할라는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네놈은 교란자를 만났구나.”
“교, 교란자?! 말씀입니까?”
상대의 정체가 예상 밖의 거물이라는 것을 깨닫자, 뤼제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피식.
반면, 발할라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브렌넨을 수하로 두는 건, 배틀 콜로세움 때 확인이 됐고, 그 외에도 세피아라는 엄청난 사역마까지 거둬들였어. 녀석은 아주 차분하게 뱀을 짓밟고 있어. 하지만 그 행보도 여기까지야.”
오싹!
그의 수상쩍은 웃음을 바라보던 뤼제는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오랜 시간 그의 밑에서 수련을 해 왔지만.
그가 이렇게 음산한 웃음을 내비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움직일 생각이십니까?”
뤼제의 말에 발할라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녀석이 이곳에 곧 도달할 거다. 그리고 분명 이곳 역시 쑥대밭으로 만들겠지. 하나, 37층, 매그놀리아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층, 잔챙이들 앞에 동요하는 꼴은 보이지 않아.”
벌써부터 교란자와의 사투가 기대가 되는지 발할라는 거만스런 표정으로 양손에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그 전에 애피타이저를 즐겨야겠지.”
“그게 무슨…….”
“뱀에게 반기를 든 반란분자가 이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말이지.”
발할라는 훈훈하게 웃으며 은빛 날개의 심볼이 박힌 배찌를 어루만지다…….
파삭.
검지에 마력을 발출해 잿더미로 만들었다.
‘조만간 데스매치 게임이 시작되겠군.’
그것이 발할라가 곧 움직일 기색을 내비친 것을 깨달은 뤼제는 등에 식은땀이 한가득 맺혔다.
37층, 대마도사이자 플로어 마스터.
이명은 거대거인이지만, 그는 탑에서 내로라하는 마법사 중에서 최강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
[37층, 매그놀리아에 입장한 것을 환영합니다.]늘 등반을 하면서 겪는 일이지만.
건우는 탑 안에는 정말 무수한 세계가 분포돼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매그놀리아.
마도사들이 분포돼 있는 이곳에서는 마도사 복장을 갖춰 입은 플레이어들이 거리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상점 또한 각종 마도사들이 즐겨 쓰는 완드나 스킬북들이 한가득했는데.
나름 근본은 마도사인지 기분이 묘하게 들뜨기까지 했다.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떠하는 그 모습에 라페아는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와의 데이트보다 이런 조잡스런 아티팩트와 플레이어들이 널려 있는 곳을 좋아하다니…….”
“그래도 저 모습이 사람 같아서 더 귀엽지 않아?”
“하긴.”
피식 웃으며 내뱉는 니파의 발언에 라페아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에는 악동같이 웃으며 적을 유린하는 불패의 강자지만.
지금은 꼬리를 흔들며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찌릿!
시선의 의미를 간파한 건지, 건우는 뚱한 표정으로 그녀들에게 말했다.
“이상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크흠.”
“무슨 소리일 까나.”
이제는 제법 죽이 잘 맞는지 그녀들은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그래도 너무 들떠서 여기까지 온 목표를 잊지 마.”
모처럼 옳은 말을 하는 렌이었지만.
아삭아삭.
코콘에게 당근을 먹이며 진중하게 말하는 모습이 참 당황스럽게 했다.
“……펫처럼 데리고 다니지 마.”
“형이 귀찮아서 나한테 떠맡긴 거 아니야!”
발끈하며 소리치던 렌은…….
“갸갸”
코콘이 그대로 손가락까지 깨물자…….
“아팟! 넌 깨물지 마!!”
즉각 코콘을 야단치며 다시 인벤토리에서 당근을 꺼내 코콘에게 건네주었다.
아삭아삭.
먹는 것에 상당한 행복을 느끼는 건지, 코콘은 보조개를 피우며 활짝 웃어 보였다.
-저게 아라크네 자식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구나.
인지부조화 현상에 세이비어는 자신의 눈을 비비고 있었다.
반면, 건우는 새파래진 안색으로 렌에게 넌지시 충고했다.
“렌. 너 방금 전에 손가락 잘릴 뻔했다.”
“그, 그런가?”
뒤늦게 방금 전에 있었던 상황이 소름 끼친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한 렌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피식.
곧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스펙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겠는데, 형이 암시를 주니까 범인 이상의 힘을 발휘하지 않아.”
‘암시를 주는 게 쉬운 지 아냐고.’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코콘을 바라봤다.
부스러진 햇살에 반짝이는 은발, 달빛과도 유사한 금안은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누구라도 매료될 것 같았다.
이게 7대 마왕 중 하나인 아스모데우스의 힘과 연관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코콘은 그 자체가 걸어 다니는 병기였다.
가령, 그녀가 혼신의 힘으로 벽을 내려친다면, 충격이 건물 곳곳에 전파돼 순식간에 와해시켜버릴 것이다.
거두기로 한 이상, 건우는 당분간 더 지켜볼 생각으로 코콘을 던전이 아닌 일상에서 같이 보내기로 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로 전력을 발휘하지 말라는 암시를 코콘에게 걸어 뒀다.
이것은 이그너스의 보스 중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른 보스들은 오롯이 마리오네트 형태로만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코콘의 모습이 인간에 가까워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넌 렌의 충고대로 본 목적을 망각하지 말거라.
세이비어의 충고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완전기억능력자인 제가 설마 그걸 잊어먹게요.”
37층에 온 목적.
그것은 율라학파의 소재지를 찾아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보석, 블루 티어즈를 손에 넣는 것이다.
‘시작해 볼까?’
첫 걸음이 반이라고 했던가.
건우는 곧 일행과 함께 정보 상점에 다다랐다.
“쿨, 쿨.”
그곳에는 고깔모자를 쓴 배불뚝이의 남자가 연신 코를 골며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장사할 생각이 있는 거야?’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구석에 침대를 두고 영업시간에 자는 것은 무슨 심보란 말인가.
“실례합니다.”
그 광경을 보다 못한 렌은 그에게 다가가 넌지시 깨워봤지만.
“쿨, 쿨.”
콧소리만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여보세요!!”
오기가 치밀었는지, 렌은 귓가 부근에 빼액 소리를 내질렀지만.
“쿨, 쿨.”
그는 좀처럼 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화륵.
슬며시 짜증이 치미는 건지, 라페아는 손아귀에 불꽃이 발출시켰다.
“안 돼.”
건우와 니파는 동시에 그녀를 제지했고.
“갸갸”
렌이 소리치는 그 모습에 어떤 재미를 느꼈는지 코콘은 꺄르르 웃으며……
쿠콰당!
그대로 침대를 뒤집어 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사, 살려 줘!”
자고 있던 남자는 그대로 침대에 깔려서 비명을 내질렀다.
“…….”
그 모습을 지켜본 일동은 그대로 말문을 잃었다.
***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의 도움으로 잔상처를 치료하던 정보 상인, 게일은 아직까지 투덜거리며 원망스런 눈길로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모처럼 꿀잠을 자고 있었는데.”
“갸갸”
코콘은 침대 위에 얹힌 베개를 탁탁 치며 그에게 다시 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파르르르.
“휴, 흉악한 꼬맹이군.”
그 의도를 알아챈 게일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사람 가지고 놀면 안 돼.”
렌은 그런 코콘을 훈계했다.
피식.
그 광경을 지켜보던 건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다 곧 게일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여기 매그놀리아의 정보라면 속속히 꿰뚫고 있지만. 글쎄 뭔가 알아내서 너한테 득이 될 게 있을지는 모르겠군.”
“정보를 많이 필요로 하면 필요로 할수록 좋잖아요. 정보의 질이 형편없으면 분명 또 침대 뒤집기가 이어질 것 같기는 하지만.”
“너희 일부러 그랬지!!”
“사람을 뭐로 보고 그런 판단을 합니까.”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은 없잖아 있었기에 건우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색했다.
“…….”
게일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건우를 쳐다보다 곧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정보가 뭔가?”
“율라 학파의 소재지요.”
“…….”
별반 망설임 없는 답변에 게일은 잠시 무언가를 곱씹다 입을 꼭 다물었다.
“아저씨 초장부터 막히면 어떻게 해요?”
건우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따지자…….
“시끄러워. 몰라서 그런 게 아니고 어찌 답해야 줘야 될지 난감해서 그래.”
“어떤 점이요?”
건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게일은 끙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율라 학파는 이 매그놀리아에서 완전히 사라졌어.”
쩌적.
절망적인 그의 한 마디에 건우의 몸은 석화된 것처럼 경직됐다.
“사라졌다니 왜요?”
건우의 질문에 게일은 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홱 저으며 답했다.
“몰라.”
“정보료에 대해서는 지불할게요.”
게일은 나태한 표정으로 건우에게 답했다.
“어차피 정보상도 유용한 정보를 내줘야되는데, 부질없잖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들어가. 난 졸리니까. 이만 자련다.”
의욕을 완전히 잃은 건지, 게일은 건우가 복원시킨 침대에 다시 몸을 눕혔다.
빠직.
그 행동에 심술이 났는지, 건우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코콘을 쳐다보며 말했다.
“뒤집어.”
“갸우!”
모처럼 주인의 명에 신이 난 걸까?
쿵쾅!
활기차게 걸어가던 코콘은 다시금 침대를 붙들어 그대로 뒤집었다.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