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7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72화
[교란자, 최건우의 진영]은신처로 강제전이된 건우의 앞으로는 권좌와 맵이 놓여 있었다.
큐브게임의 사령관으로 지정된 플레이어는 이곳에서 ‘장기말’이 된 플레이어를 지휘한다.
“귀찮은 시련이네.”
말과는 달리 건우는 이 순간에도 사고를 급속도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룰 개정권을 발휘해 가까스로 세 사람의 신변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맵에 배치된 수많은 붉은 점이었다.
뭐라고 할 것도 없이 그것들은 발할라의 지휘 하에 있는 매그놀리아의 마도사들이었다.
-너무 불공평한 게임이다.
세이비어는 쯧 혀를 차며 개탄했다.
이건 애당초 성립이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게임이었다.
‘차라리 저 한 명이 붙는 게 더 승산이 있어요.’
-사령관이 벌써 은신처에 튀어나오게.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발할라 마법의 효력 범위부터 유용성, 그리고 정체까지 아직 간파하지 못했어요. 섣불리 나섰다가는 녀석한테 기습을 당해 당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너한테 주어진 핸드캡은 네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수습할 수 없어.
“……알고 있어요.”
건우는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주어진 핸드캡은 단순하 숫자뿐만이 아니었다.
‘이만한 숫자를 거닐고 있으니, 발할라는 매그놀리아 맵을 다 살펴볼 수 있어.’
상황을 뒤집을 만한 수단은 이 게임에서 사용되는 큐브뿐이었다.
큐브 게임에서는 인벤토리를 통해서 파티원들과 큐브 공유가 가능했다.
큐브 다섯 개를 모두 소진하면 시련에서 탈락.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회를 찾기 전까지 건우는 탑을 등반할 수 없게 된다.
큐브에 어떤 마법을 담을지 고민하던 건우는 곧 눈을 부릅떴다.
“정했어요.”
머릿속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건우는 신속하게 큐브에 마법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하여간.
큐브에 담긴 마법이 무엇인지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언제나 어려운 선택을 하는구나.
동료의 목숨과 시련 공략.
대개 탑을 등반하는 자들이라면, 한 번씩 이 선택의 기로를 맞게 된다.
도의적인 것이 정답일지 혹은 개인적인 사욕이 정답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만큼 탑의 시련은 잔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건우의 답은…….
“전 욕심이 많으니까 둘 다 가질 거예요.”
라는 일거양득의 선택지였다.
***
볼프강 일행이 강제전이 된 곳은 매그놀리아에 위치한 시계탑이었다.
시련이 시작된 것임을 직감한 주민들은 창문을 걸어 잠그고 시련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간신히 한 고비 넘겼군.”
방금 전까지 마도사들의 전격에 다하기 직전이었던 볼프강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시계탑 주변에 깔려 있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봤다.
시야에 식별된 적만 해도 무려 수백.
클래스는 모두 마도사로 그들은 이곳 매그놀리아에 뿌리를 뻗고 살고 있는 각 학파의 마도사들이었다.
원소계열 마법부터 허무 속성 마법까지 연구하고 있는 마법과 이론도 가지각색이다.
사태파악을 가장 먼저 마친 샤를리제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마스터라고 해도 원거리에서 공격해오는 마도사 군단을 상대로 이길 수 없어요. 게다가 속성이 다른 마법을 개별 대응해야 하니 한계도 명백해요.”
“아니. 그냥 숫자부터 말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겨요?”
당연한 소리를 어렵게도 하네.
렌이 혀를 쯧쯧 차며 핀잔을 주자, 샤를리제는 울컥했다.
“아무리 볼프강님의 아들이라고 해도 무례한 발언은 용서하지 않겠어요.”
“흐음. 아들 맞죠. 아들 맞기는 한 것 같은데, 처음 본 아버지는 왜 자꾸 절 외면할 까요?”
렌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볼프강을 올려다봤다.
“…….”
불편한 화제였는지, 볼프강은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 클랜의 리더답게 볼프강은 엄숙한 표정으로 렌을 쳐다보며 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테지만, 조금만 참아줬으면 좋겠구나.”
“……시련이 끝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죠.”
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답게 공과 사 정도는 구분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씨익.
그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해 보여 그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모종의 사정으로 만날 수 없었던 아들이 이렇게 무사히 성장한 것만으로도 하염없이 고마웠다.
[뜻하지 않게 부자 상봉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니까 내 지시를 따라 주겠어.]바로 그때.
채팅창을 통해 건우가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역시 당신이 교란자였군요.”
채팅창에서 흘러나온 건우의 음성에 샤를리제는 이제야 모든 것이 납득됐다.
육탄전으로 가히 최강이라고 손꼽히는 은빛의 날개의 리더, 볼프강 헤라우스를 가볍게 제압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짐작했지만.
설마 그게 탑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교란자였다니.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건우는 사적인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인벤토리 창을 통해 내가 마법을 인챈트 시킨 큐브가 있으니까 참고해.
“네놈의 말이 되라는 건가.”
볼프강은 눈매를 좁히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건우 역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건,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니까 협조하라고.
“이기기 위한 게 아니라고?”
볼프강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건 너희를 살리기 위한 싸움이야. 발할라 기척만 찾아내면 시련이고 뭐고 뒤집어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시련을 뒤집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에 볼프강은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꼬였다.
대체 어떤 작자가 탑에서 시련을 무시하고 시련 자체를 뒤집어 버린다고 거침없이 말하겠는가.
‘이 탑에서 번외라고 불리는 데 과연 이유가 있었군.’
볼프강이 망설이는 찰나.
렌은 준비가 됐다는 듯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답했다.
“건우 형. 난 뭐부터 하면 돼.”
“……렌.”
지금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는 걸까?
화들짝 놀란 볼프강은 즉각적으로 고개를 돌려 렌의 얼굴을 살폈다.
피식.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입꼬리, 용맹함이 묻어 나오는 호박색의 눈빛에서는 건우에 대한 신뢰가 한가득이었다.
-우선 녹색 큐브부터 개봉해. 파티 구성은 볼프강이 탱커고 샤를리제가 원거리 딜러, 렌은 샤를리제를 무슨 수를 쓰든 보호해.
“오케이.”
즉각 답변을 마친 렌은 인벤토리에서 녹색 큐브를 손으로 집어 꺼내 들었다.
“자, 잠깐?!”
당황한 볼프강과 샤를리제가 만류하려는 순간.
찰칵!
녹색 큐브가 개봉됐다.
[일루전을 시전했습니다.]쏴아아아아아아!
큐브 안에 간직돼 있던 빛은 강렬하게 흘러나와 매그놀리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
안 됐군. 오늘도 압도적으로 유린당하다가 끝이 나겠어.
한밤중에 품은 이 생각은 개인의 생각이 아닌 발할라에게 소속된 매그놀리아 마도사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상대가 교란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제아무리 교란자가 비대칭 전력이라고 해도 시련 ‘큐브’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구성부터가 이미 공성전을 방불케 하는 게임.
승리의 요건도 사령관의 사살이라는 식으로 국한돼 있지 않다.
발할라의 승리법은 상대가 처절하게 저항해 큐브를 모두 소진시키게 함으로써 굴복시킨다.
그리고 그에게 대항했던 자들은 자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큐브를 소진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실로 악랄하기 그지없지 없는 전략.
이는 발할라가 상대를 농락하는 데 희열을 느끼는 체질이었기 때문이다.
-시계탑에서 나오는 즉시 죽지 않을 정도로 고문을 가하라.
그의 첫 명령에 모두가 시계탑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러 시계탑을 무너뜨리면서 나오게끔 유도도 할 수 있지만.
기다리면서 서서히 목을 옥죄는 것 또한 발할라의 방식.
그들은 그 명령에 따라 일제히 대기했다.
그러던 바로 그 순간.
[교란자, ‘최건우’측에서 큐브를 개봉했습니다.]‘역시 큐브를 개봉하는군.’
큐브를 개봉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핸디캡을 메울 방법은 없을 테니.
이제 곧 엄청난 화력의 마법이 주변을 들쑤시겠지.
쏴아아아아.
이윽고 큐브에서 발출된 빛이 매그놀리아 전역을 뒤덮자, 마도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효력 범위가 마을 전체라고?! 말도 안 돼!!”
[실드를 시전했습니다.] [실드를 시전했습니다.] [실드를 시전했습니다.]촉각을 곤두세우며 마도사들이 전 방위에서 실드를 구축했으나.
마을에는 어떤 파괴행위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스스스스.
대신, 시계탑 주변으로 어슬렁거리는 것은 무지막지한 수를 자랑하는 볼프강과 렌, 샤를리제의 모습이었다.
“어, 어디야?! 빨리 찾아! 탐지 마법을 전개해!”
근처에 있던 마도사들은 심히 당황해 재빨리 탐지 마법을 전개했다.
바로 그 순간.
콰쾅!
“크아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매직미사일에 직격당한 그들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제, 젠장!”
갑작스런 기습에 마도사들은 몸을 움츠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웅성웅성.
그러나 어딜 가든 적의 환영만 엿보일 뿐, 실체는 찾을 수 없었다.
“어디 있는 거야! 젠장!”
콰콰콰콰쾅!
당황한 마도사들이 환영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지만, 마법에 직격당한 환영은 지우개로 지워 사라졌다.
바로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으로 발할라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적색 큐브를 개봉한다.
“아, 알겠습니다.”
마도사들 가운데, 리더로 지목된 이는 즉각 인벤토리에서 적색 큐브를 개봉했다.
[헬 플레어를 시전했습니다.]큐브에서 불길하게 발산되는 검붉은 빛에 마도사들은 일제히 사색이 됐다.
“헤, 헬 플레어.”
“바, 발할라님!”
화르르르르륵!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이미 개봉된 박스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염이 분출되며 마을 전역의 길목을 통째로 불태워 버리며 환영을 지워 버렸다.
그 여파에 같은 아군조차 벗어날 수 없어 잿더미처럼 타올랐다.
타닥, 타닥.
살이 타오르는 냄새가 코에 물씬 풍기자, 마도사들은 겁을 집어먹었다.
이는 필요 없는 것은 버린다는 발할라식의 처형이었기 때문이다.
“뭐, 뭣들 해! 빨리 찾아!”
[탐지 마법을 전개했습니다.]마도사들은 아까와 달리 동요하지 않고 마법을 전개했고, 곧 볼프강 일행을 탐지했다.
“하수도 쪽으로 기어 들어갔군. 영악한 녀석들.”
그들은 다리 밑에서 막대한 물이 쏟아져 나오는 하수도 쪽을 바라보다…….
“쫓아라.”
라며 명을 내렸지만.
-그럴 필요 없다. 너희는 다음 스테이지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발할라는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며 다음 명을 내렸다.
***
찰박찰박.
기습적인 큐브의 개봉으로 가까스로 마도사들의 눈을 회피할 수 있었던 볼프강 일행은 정신없이 하수도에서 전력으로 발을 박차고 있었다.
파르르르.
분주하게 발을 박차고 있던 렌과 샤를리제는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조금이라도 하수도에 진입하는 게 늦었다면, 발할라의 헬 플레어에 불타 사라질 것이 분명헀기 때문이다.
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릴 수밖에 없었던 샤를리제는 렌에게 안겨 하수도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렌은 아직까지 불에 타 사라진 매그놀리아의 마도사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구겼다.
“그 미친 새끼. 동료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분노의 근원은 자신의 아군의 목숨마저 게임에 한껏 활용하는 발할라에 대한 분노였다.
볼프강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자신들을 증명하는 수단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납득할 수 없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렌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볼프강 역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해라!”
곧 정면에서 식별된 존재를 향해 털을 뻣뻣이 세우며 렌과 샤를리제에게 경고했다.
움찔!
경고를 들은 렌과 샤를리제는 가까스로 발을 멈췄고.
콰아아앙!
볼프강은 정면에서 내질러 온 일격에 직격당해 10미터 이상 날아가다…….
콰드드드득 콰아아아앙!
가까스로 발톱을 지면에 박으며 멈출 수 있었다.
치이이이이익!
뜨겁게 달궈진 지면은 곧 주변의 물살에 뒤덮여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누구냐? 네놈은?”
볼프강은 머리에 흘러나온 피를 뒤로 한 채, 정면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검은 로브를 벗은 네크로맨서, 뤼제가 렌을 쳐다보며 간사한 웃음을 내비쳐 보였다.
“오랜만이다. 빌어먹을 꼬맹이 늑대야. 그때는 준비가 부족해서 미안했다. 이번에는 너희를 위해서 좀 많이 준비해 봤어.”
“준비? 그게 무슨…….”
까드드드드드득.
반문하려는 찰나, 렌은 뤼제의 뒤에서 마음껏 활개치고 있는 흉흉한 거미여왕의 구울 떼를 보며 그대로 몸이 경직됐다.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