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7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74화
‘타이밍을 재느라 늦었어.’
꽈악!
건우는 분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까지의 작전은 모두 발할라의 예측동선에 맞춰 전개됐다.
그리고 공간왜곡으로 파티원들을 가두는 것까지 염려해 네 번째 큐브에는 게이트를 소환하는 마법까지 심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건우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지만.
사람에게는 제 때에 맞는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다.
한 박자 늦은 것으로 볼프강은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
건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쓰러진 볼프강에게 권능을 발현했다.
[치유의 요람을 시전했습니다.] [나선의 경계를 시전했습니다.]-여기서 살리지 못하면, 렌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기게 될 거다.
‘알고 있어요.’
건우는 수척해진 렌의 등을 쳐다보다 곧 발할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먹이 제법 맵군. 마도사에 걸맞지 않는 야만스런 방식이야.”
타격으로 입술이 찢어져 피를 주륵 흘린 발할라는 엄지로 상처 부위를 훑자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
건우는 목과 어깨의 관절을 풀며 마격, 리바이던을 들어 보였다.
“생각해 보면, 요 근래 나는 마법을 거의 사용한 적이 없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실력이 형편없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피식.
건우는 눈매를 좁히며 간사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답은 내 부하들이 마법을 월등히 뛰어넘는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야.”
발설 직후.
쿠구구구구구.
지반 전체에 요란한 떨림이 전해졌다.
“……오는 건가.”
발할라는 어두워진 낯빛으로 불길한 징조의 정체를 간파했다.
쩌저저저저적!
갑작스런 지진으로 지반은 갈라졌고 곧 크레바스 사이로 붉은빛이 번뜩이더니…….
콰아아아아아아앙!
마그마가 작렬하며 단숨에 매그놀리아 전체를 불살랐다.
***
“꺄아아아악!”
“뭐야?!”
한밤중에 일어난 브렌넨의 대분화 파동에 매그놀리아에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주민들은 일제히 당황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건, 도시 한가운데 생성된 저 아찔한 마그마 기둥에서 튀는 화산석이나 용암들은 어떤 인명 피해도 낳지 않았다는 것이다.
꿈틀, 꿈틀.
쏴아아아아아.
왜냐하면, 지면에 솟구친 용암들이 의지를 갖춘 라바드래곤으로 변모해 큐브 게임에 참가한 마도사들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럽션 웨일?!”
“미친 저런 걸 어떻게 이겨!”
브렌넨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일찌감치 그 정체를 간파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대로 게임 참각를 지속했다가는 발할라에게 죽든 교란자에게 죽든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
사태파악을 마친 마도사들은 레비테이션 마법을 전개해 전장을 벗어나려고 했으나.
쩌저저저적! 콰아아아앙!
느닷없이 허공에 생성된 거대한 얼음장벽이 둠을 이루며 마도사들을 일제히 가둬버렸다.
“저, 저건 또 뭐야?!”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던 마도사들은 돔 끝에 고고한 자세로 서 있는 세피아를 쳐다봤다.
스멀스멀.
어느새 그녀의 등에 밀집돼 있던 아이스포그는 단숨에 마도사들을 습격했다.
“어림없어!!”
[플레임 월을 전개했습니다.]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마도사들이 일제히 불꽃의 장벽을 생성했지만.
쩌저저저저저적!
그것은 거대한 태풍 앞에서 촛불을 들고 버틴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플레임 월이 사그라지고 그들은 그대로 얼음동상이 된 채, 지상에 추락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그 숫자는 어림잡아 백에 이르렀고.
동상 째로 부서진 그들은 다시금 작렬하는 마그마에 닿아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세피아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글라체스를 한 번 휘저었다.
쩌저저저저저적! 화아아아아악!
그러자 허공에는 별무리 같은 빙괴들이 무수히 많이 생성되더니 운석처럼 쏟아질 기미를 보였다.
꿈틀. 꿈틀. 쿠구구구구구.
이에 맞춰 브렌넨도 다시 한번 분화를 일으킬 준비를 시작했다.
발할라 진영의 마도사들은 이 엄청난 광경에 말문을 잃었다.
“서, 설마 단 두 마리의 몬스터한테 매그놀리아 마도사들이 농락을 당하는 건가.”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두 마리의 몬스터가 구현한 것은 세기말의 재앙이 틀림없었다.
이 땅에 살아 있는 간악한 무리에게 징벌의 철퇴를…….
세피아와 브렌넨.
두 마리의 보스의 뜻이 서로 일치했는지 동시에 힘을 폭발시켰다.
바로 그 순간.
[에너지 드레인을 시전했습니다.]두 보스의 일격이 매그놀리아 마도사들을을 휩쓸기 직전.
마도사들의 마력이 한군데로 밀집됐다.
“이, 이게 무슨?!”
“크아아아아아아악!”
마나가 자신의 의사를 반하자, 마도사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체내의 마력이 완전히 고갈된 순간, 그들은 삐쩍 마른 미라가 되어 길바닥에 쓰러졌다.
쿠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앙!
이후 균열이 간 지상 저 너머로 매그놀리아를 뒤덮는 거대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프로텍트 마법을 전개했습니다.]그는 일찌감치 세피아와 브렌넨의 공격을 예상한 것처럼 장벽 마법을 형성해 그들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하아아아압!”
그러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숨과 마나를 힘껏 들이켜며 몸을 키워나갔다.
쿠구구구구구 콰콰콰콰쾅!
신장의 증가, 중량의 증가.
그 크기는 이내 50미터에 이르렀다.
그 엄청난 풍모에 마도사들은 모두 넋을 잃었다.
“이, 이게 거대 거인, 발할라.”
구름까지 치솟을 것 같던 발할라의 키가 커지는 게 멈춰지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아아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브렌넨과 세피아라면 구태여 마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 없어지지. 그는 범접할 수 없는 뱀의 수하니까. 그렇지만…….
발할라는 하얀 동공을 움직이며 두 적을 바라보았다.
빙결의 지대에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세피아와 지하를 누비며 목숨을 위협하는 브렌넨의 기척을 간파하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뭐냐? 너희들 그 한심한 꼴은? 전성기의 반도 못 따라잡는 퇴화된 그릇이 아니더냐?
그것은 무척이나 객관적인 평이었지만.
쿠구구구구.
세피아와 브렌넨은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힘을 힘껏 방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건우가 마격, 리바이던을 든 상태로 슬며시 허공에 부양했다.
“저, 저게 교란자.”
“생각했던 것과 이미지가 달라.”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여기서 그 누구도 건우가 교란자임을 부인하지 못했다.
천하의 그 누가 거대 거인, 발할라의 실체를 눈앞에 두고 저렇게 당당하게 허공을 누비며 노려본단 말인가.
건우는 마격, 리바이던을 든 채, 날카로운 눈으로 발할라를 직시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주인의 분노가 대기, 그리고 마나를 통해 전파되는 것을 느낀 세피아와 브렌넨은 자신들이 나설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서서히 힘을 거둬들였다.
그 모습을 눈여겨본 발할라는 천천히 입을 뗐다.
-교란자, 네놈의 행동 근거는 뭐냐? 네놈에게는 지배욕이 없다, 물욕도 없다, 어떤 그릇된 욕망으로 뱀에게 반항하는 거냐?
“네놈들이 만든 부조리를 깨부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무의미한 짓임을 깨닫거라.”
[그래비티 코어를 전개했습니다.]근엄한 선포와 함께 모든 것을 으스러뜨리는 중력의 구체가 매그놀리아 전체에 쏟아졌다.
“바, 발할라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제 더 이상 큐브 게임에 메이지 않겠다.
‘난 마도사로서 나와 대등한 마도사와 겨루기를 한껏 소원했느니라. 날 실망시키지 마라. 교란자!’
발할라가 희열에 가득찬 표정으로 건우를 내려다봤다.
때마침, 건우도 리바이던을 든 채, 마법을 전개한 참이었다.
[리버스 그래비티 코어를 전개했습니다.]순간 건우의 주변에 형성된 중력의 구는 비눗방울처럼 두둥실 떠오르며 발할라의 그래비티 코어와 맞부딪쳤다.
쿠구구구구구.
모든 것을 으스러뜨리는 중력의 충돌.
시공간마저 일그러뜨리는 기괴한 충격에 매그놀리아 전체에 삐거덕거리는 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대한 마력과 마력의 충돌.
꿀꺽.
어느새, 매그놀리아의 마도사들은 적군, 아군 상관없이 두 명의 최강의 마법사들의 대결을 보는데 혈안이 됐다.
실룩.
이목이 집중되자, 발할라는 의기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실로 대단한 힘이구나. 하나 지금부터 다를 거다.
이것은 과연 오만일까?
싶었지만.
콰치치치치칭!
건우의 리버스 그래비티 코어가 일제히 무너지며 건우에게 쏠렸다.
“뭐?!”
건우는 어떻게든 대항하려고 했지만.
콰콰콰콰콰콰쾅!
곧 저항도 하지 못하고 거대한 그래비티 코어에 깔려 지반에 묻혀 사라졌다.
히죽.
발할라는 만족스런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이건 아주 강력한 환각 마법이다. 네놈이 감당하고 있는 중력은 최초의 7성급 몬스터, 프리메라만이 살 수 있는 심해의 압력을 형상화시킨 거지.
우직! 우직 콰아앙!
부서진 지반의 잔해물에 깔린 건우는 피투성이인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압력에 갈비뼈부터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내장까지 짜부라졌지만.
주륵.
비릿한 피가 흘러나오는 입은 꺾이지 않는 의지를 표출했다.
“나의 혼은 꺾이지 않는다.”
[마나기관을 발동했습니다.]딸칵.
그 순간을 기점으로 심장에 있는 태엽기관의 마나가 발동하며 온몸의 상처가 아물었다.
[블링크를 시전했습니다.]그와 동시에 단거리 텔레포트로 단숨에 발할라가 시전하고 있는 마법의 효력범위에서 벗어났다.
[사이클론을 시전했습니다.]그와 동시에 리바이던의 끝에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곧장 발할라를 기습했지만.
휘이잉.
사이클론은 발할라는 몸을 통과해 애꿎은 건물만 박살냈다.
발할라는 히죽 웃으며 거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뗐다.
-아까처럼 나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어. 네놈이 공격한 것은 62층 망망대해에서 육지의 형상을 한 신기루의 무리, ‘아르쿠스’니까.
분명 눈에 보이지만, 절대로 닿지 않는 허상.
발할라는 탑에서 벌어지는 진귀한 현상을 환각으로 탈바꿈해 자신의 마법으로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났어.’
이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
승기는 누가 봐도 발할라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식.
하지만 이 와중에도 교란자는 웃고 있었다.
오싹!
…… 뭐지?
가슴 한편에 불길한 감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건우의 인벤토리 안에 있던 블루 티어즈와 재회의 성배가 자석처럼 서로 이끌리며 결합됐다.
[봉인돼 있던 두 개의 스킬 슬롯이 해제됐습니다.]결합된 아티팩트는 머릿속에 사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먼 옛날, 평화를 사랑했던 마도사와 그 세상 속에서 한껏 장난을 부리기 좋아하는 신이 지혜를 짜 만들어 낸 스킬.
처음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우의 리바이던은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디스트릭 필드를 전개했습니다.]스스스스스스.
현란한 빛에 감싸인 발할라의 마법들은 모조리 파훼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 마법을 강제로 취소했다고?!’
깜짝 놀란 발할라는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섭섭하지.”
[루체테를 시전했습니다.]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아악!”
이후 리바이던의 끝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줄기가 발할라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