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1)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0화
[똬리를 튼 뱀의 진영]클랜의 간부, 리오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클랜은 탑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며…….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하이랭커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클랜의 진영도 침투불가의 거대한 창공의 요새.
십존, 전 랭킹 10위인 철혈황제, 필리프 4세의 무적함대가 돌진을 해 와도 오히려 풍비박산을 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랑이라고 여겨 왔던 그 모든 게 한 남자에 의해 흐지부지 돼버렸다.
교란자.
근래, 탑에서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고 탑에 진입한 이 남자는 탑에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 중에서도 신장은 꽤 작은 편에 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를 얕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리오네는 자연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뚜벅, 뚜벅.
현재.
요새 내로 진입한 교란자의 아우라는 모두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뒤에 거닐고 있는 막강한 소환수들은 그의 존재감을 한 층 더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아주 잠깐이지만, 클랜원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공격하는 것마저 주저하고 있었다.
“마, 막아!!”
자신들의 행동을 뒤늦게 자각한 리오네는 재빨리 마법을 영창했다.
파직!
손아귀에 맺힌 강렬한 푸른 전류가 맺혔고 잇따라 클랜원들은 전류를 증폭, 또 거대한 물살을 일으켜 건우와 이그너스의 보스들에게 쏟아졌다.
쏴아아아아 파직!
전류를 실은 강렬한 물살이 범람한 강처럼 단숨에 건우를 휩쓸려고 했지만.
“애쓴다.”
건우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거대한 완드, 마격 리바이던을 꺼내 들었다.
[디스트릭 필드를 시전했습니다.]곧장 발휘된 권능.
금빛으로 이루어진 장막에 닿은 물살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다시금 역류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
“마, 말도 안 돼!”
스킬 자체를 취소시켜버리는 압도적인 역량에 그들은 일제히 말문을 잃었다.
“당황하지 말고 공격해!”
리오네는 애써 당황을 감추며 백병전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갸우.”
바포메트의 어깨 위에서 실뜨기를 하고 있는 코콘.
그리고 코콘의 양손 사이에 있던 실이 불길한 붉은빛이 감도는 순간.
꽈아아아아악!
공간과 공간 사이에 둥지를 틀 수 있는 디멘션 웨버의 능력이 발동했다.
“이, 이번에는 또 뭐야?!”
“끄아아아악! 몸이 안 움직여!”
클랜원 전체의 몸이 거미줄에 몸이 묶여 옴짝달싹 못했다.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생성된 거미줄.
그것은 정교하게 짜인 그물처럼 자신의 주인을 해하려고 하는 그들의 팔과 다리마저 완전히 족쇄처럼 구속시키고 있었다.
얼핏 봐도 거미줄에 포박된 이들은 수천 명에 이르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건우를 치기 위해 수십만이 몰려들고 있었다.
끝이 없는 전투.
몸 주변에는 데스 토큰이 다섯 개나 어슬렁거렸지만.
건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여유롭구나. 가만히 있다가 혹 당할 수 있다.
“잔챙이들이잖아요. 갑자기 기습하는 플레어 공격이 아닌 이상, 일일이 대처할 필요 없어요.”
-부하들을 신뢰하구나.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어떻게 키웠는데, 신뢰하지 않겠어요?”
대답 직후.
기대에 보답을 하겠다는 듯 두 마리의 보스가 앞으로 나섰다.
쿠워어어어어어어!
오랜만에 들뜬 바포메트의 입 안에서 버섯 포자가 몰려드는 것처럼 검붉은 입자들이 집속했다.
그와 동시에 네메시스도 붉은 눈빛을 번뜩였고.
잠시 후.
두 보스의 투쟁심이 겹친 순간.
바포메트의 브레스와 세피아의 하울링이 합쳐져 적들에게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악!”
“오, 오지 마!”
위력에 위력이 증폭된 검붉은 브레스는 거미줄에 포박된 이들을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버렸다.
붉게 달구어진 대지.
시체조차 남지 않는 전투의 참상을 지켜본 이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비로소 살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을 내뱉었다.
“퇴, 퇴각이다!!”
“우와아아아아!!”
지휘관의 명령도 아니건만.
그들은 지휘관의 명으로 받들고선 사색이 되어 부리나케 달려갔다.
콰아아아아아앙!
하지만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곧 지면에 균열이 가며 분화가 일어났다
“크아아아악!”
“이제 그만, 이제 그만해!!”
경계를 넘은 이들은 용암에 닿아 흐물흐물 녹아 사라졌고.
카아아아앙!
솟구친 용암은 라바 드래곤과 라바 골렘으로 변모해 그들의 퇴로를 막아 세웠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클랜원들은 깨달았다.
단 한 명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
그만큼 교란자는 분노하고 있으며 똬리를 트는 뱀 자체를 초토화시키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나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그들이 선택한 길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건우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살려 줘!”
“뱀에서 탈퇴하겠어.”
“당신의 심복이 되겠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절실하면서도 간절한 외침에 건우는 한껏 비아냥거렸다.
“아마 너희가 침략했을 때, 죽어 가던 사람들도 그렇게 애걸복걸 빌었겠지?”
군중이 듣기에 그렇게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토씨 하나 흘려듣지 않고 건우의 말을 귀에 담았다.
“…….”
그리고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건우가 하는 말이 모두 옳았기 때문이다.
뱀의 목적은 인류의 멸살.
아니, 최근 들어 생각한 것은 탑의 모든 생명을 말살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그들이 정복한 땅은 노예가 된 주민들 외에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은 노예가 된 이들을 학대하고 문란한 짓을 일삼았으며, 결코 한 사람으로서의 인권조차 보장해주지 않았다.
자고로 전쟁의 승자란 모든 것을 약탈하고 누릴 수 있는 법.
승리와 정복욕에 도취된 그들은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지사지의 기회를 가지게 된 지금.
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건우는 안색이 새파래진 그들을 한 번씩 둘러보았다.
분명 탑에서 하이랭커라고 추종 받을 정도의 강자들.
받아들이면, 차후 뱀과의 전쟁에서 귀중하게 쓰일 재원일지도 모르나.
피식.
가당치도 않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에게 혐오의 감정을 표출했다.
“너희는 뱀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모르나보네.”
“…….”
뜬금없는 발언에 당황한 클랜원들은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그들을 잔뜩 이죽거리며 입을 뗐다.
“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하나?”
“그, 그렇습니다.”
혹시 살 수 있는 활로를 찾은 것일까?
그러면, 그렇지.
제아무리 막강한 강자라도 단체가 지니고 있는 힘은 결단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클랜원 중 일부가 반색하며 환한 표정을 지을 때.
반면 건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그럼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지.”
깡그리 멸하겠다.
의지를 다시 표명한 순간.
건우와 눈길이 마주친 누군가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도 했고.
“살려 주십시오! 제발!!”
누군가는 애걸복걸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건우의 분노는 극에 다다랐다.
빠득!
자기들 목숨은 소중하면서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고, 경박하게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서는 한 줌 미안한 감정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성좌가 모든 것을 용서해 주고 용인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에 죄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쯤 되니, 세이비어는 기염을 토해 냈다.
-남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자만큼 위험한 자들은 없다! 그것은 이미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틀을 벗어난 괴물들! 상식이나 논리적인 대화는 절대 통하지 않아!
‘여러 번 경험했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건우는 곧 똬리를 트는 뱀에게 말했다.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없어. 소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거지.”
주륵.
절망적인 선언에…….
“으아아아아아악!!”
그들은 일제히 의기투합하며 건우에게 뛰어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건우에게 데스토큰을 생성시켜 죽이는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철저히 타산적인 그들의 행동 방식에 건우는 다시 한번 혐오의 감정을 내비췄고.
쿠구구구구 콰아아아앙!
자신의 주인을 해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이그너스의 보스들은 전신의 마력을 방출했다.
“…….”
그 힘의 총합이 자신들을 월등히 뛰어넘은 것을 깨달은 몇몇은 절망한 나머지, 그대로 발을 멈췄고.
“으아아아아악!”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자들은 처절하게 박멸됐다.
***
똬리를 튼 뱀의 진영, 중추부.
그곳에 발을 내디딘 건우는 권좌 위에 앉아 있는 클랜의 리더, 플레어를 바라보았다.
싸아아아.
아까와 달리 얼굴에는 검푸른 문신이 잔뜩 일렁이고 있었는데.
권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 조용한 그 기세가 아까보다 더욱 흉측하고 살벌해 보였다.
쿠구구구.
그와 눈이 마주친 건우는 자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떠오른 검은 구체는 다섯 개.
‘앞으로 5개가 더 쌓이면 죽는다.’
상대는 자신에게 그 정도의 데미지를 주고도 남을 십존 중 3위에 위치한 자였다.
만약 그와 7위인 라페아와 겨룬다면……
애석한 일이지만 라페아는 절대 플레어를 이길 수 없다.
십존의 순위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플레어는 잔뜩 화가 났음에도 건우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하는 듯 보였다.
“……혈기왕성하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알기나 한 걸까?”
“깽판 좀 쳤지.”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거만스레 말했다.
“네놈은 탑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네놈의 어리석은 행태로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지 상상이라도 해 봤나?”
“고인물들을 제거해 주니까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것뿐이야. 탑이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거지. 이참에 탑에 똬리를 튼 너희들의 성좌도 제거할 참이야.”
“허튼소리!!”
플레어의 기백이 섞인 함성이 성내 곳곳에 울려 퍼졌다.
플레어는 근엄하면서도 분노 섞인 표정으로 내뱉었다.
“네놈의 오만한 잣대로 그분을 평가하지 마라. 그분을 따르지 않는 불순분자는 제거하고 신천지를 창조한다. 너는 그 이념을 흩뜨려놓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아.”
“침략자 주제에 참 그럴듯하게 요설을 늘어놓네.”
듣기 불편했는지, 건우는 계단을 올라 권좌로 향했다.
저벅, 저벅.
한 계단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우는 냉철한 표정으로 그의 해괴한 논리를 타파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은빛의 날개, 리더를 소생하면서 그의 기억을 엿봤어. 뱀이 지나간 자리는 허무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것이 뱀이 정한 순리니까.”
“7성급 몬스터들을 창조한 것은 인간이나 타종족을 대신해 자신이 만든 것을 이 세상에 퍼뜨리려고 한 거야. 너희들은 7성급을 배치하기 위한 상층 노예에 불과한 것뿐이지.”
“……?!”
생전 들어 보지 못한 이야기에 플레어는 눈을 부릅떴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그는 건우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뭐 대충 가장 강한 녀석들만 남겨 두면, 세상은 아름답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품은 것 같지만. 한 가지 부작용이라면, 7성급 몬스터들은 너무 강해서 자신 외에 어떤 생물과 조화를 못 이루는 거지. 근데 가장 우스운 게 뭔지 알아?”
피식.
잔뜩 이죽거리는 건우의 입꼬리를 보며 플레어는 동공을 파르르 떨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입 닥쳐.”
건우는 그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7성급의 아라크네는 그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번식을 선택했다는 거야. 창조주의 뜻을 거스른 거지. 이 말이 뭔지 알아?”
파르르르.
어느새 그의 발치까지 도달한 건우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뱀은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거야.”
“입 닥치라고 했어!!”
플레어는 부정하겠다는 듯 일갈을 내질렀고.
콰앙!
사인참사검, 적이 그의 귓가를 스쳐 지나가 권좌를 쪼갰다.
뒤이어 건우는…….
“닥치게 하고 싶으면 발악해 보든가.”
라고 말하며 무척이나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