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1화
-닥치게 하고 싶으면 발악해 보든가.
건우의 한마디로 인해 플레어의 마음에 미미하게 파문이 일어났다.
오랫동안 십존에 군림해 온 그가 철저히 약자로 취급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녀석은 자신이 오랫동안 섬겨 온 성좌를 괄시하는데 이르렀다.
빠직!
분노가 극에 이른 순간.
몸 곳곳에 피어오르던 푸른 문신이 일제히 백열되며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플레어는 무척이나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앞에 있는 건우에게 말했다.
“도발에 응해 주마.”
발설 직후.
쏴아아아아아아!
새하얀 빛 무리가 발산되더니……
콰아아아아앙!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이 파괴됐다.
***
[똬리를 튼 뱀의 진영]영화로웠던 그곳은 크게 황폐해져 성터 곳곳에 공허한 분위기가 가득 도사렸다.
그리고 한 성벽 너머에서는…….
[팬텀 케이프 전용스킬, ‘영체화’를 시전했습니다.]영체화 스킬을 사용한 건우가 그대로 벽을 투과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집속한 새하얀 섬광이 벽 자체를 허물어 버리며 건우에게 습격을 가해 왔다.
[나선의 경계를 시전했습니다.]타이밍에 맞춰 권능을 발하자, 몸 주변에 생성된 경계가 빛 무리로부터 건우를 보호해 줬다.
주륵.
“……위험했다.”
건우는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소매로 훔치며 마음을 다잡았다.
전력만 봐서 분명 자신보다 약할 거라 판단했는데…….
플레어는 건우의 예상을 초월한 존재였다.
세이비어는 건우의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데스 토큰을 보며 탐탁지 않아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도발하더니 꼴좋다.
“상황판단이 참 빨라서 얄밉군. 내가 두렵나보군.”
부서진 잔해더미들 사이에서는 찬란한 빛을 내뿜는 플레어가 서 있었다.
기력이 소진되지도 않는지, 그는 허공에 구체를 다수 생성했다.
콰아아아아앙!
생성된 구체는 어김없이 섬광으로 돌변해 건우에게 빗발처럼 쏟아졌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위력도 터무니없는 지라 검으로도 마법으로도 쉽사리 반격하기 어려웠다.
-그냥 브렌넨 불러서 폭발시켜버리는 게 편하지 않겠냐?
“그것도 방법이지만, 격의 차이를 알려 주고 싶어서요.”
대답과 동시에 건우는 나선의 경계를 해제했다.
-내가 목숨 아끼랬지.
쇄애애애애액!
세이비어가 야단치기 무섭게 다수의 섬광이 건우의 목숨을 위협해 왔다.
직격까지 1초를 앞둔 시점.
“나는 신의 자취를 찾는 시간의 순례자일지니.”
딸칵.
심장에 있던 마나기관이 발동했다.
전신이 금빛무리에 젖어든 건우는 비로소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디스트릭 필드를 시전했습니다.]가장 먼저 커튼처럼 발산된 금빛의 마력에 휩쓸린 섬광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역행하더니 플레어의 손에 사라졌다.
“멍청하긴. 계속 그런 식으로 내 공격을 반격하다가는 마력고갈로 죽을 거다.”
건우의 마나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는 것을 감지한 플레어는 우스운 듯 입꼬리를 비틀었고.
스윽.
인벤토리에서 리바이던을 꺼내든 건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걱정해 줄 필요 없어.”
“걱정해 주는 게 아니다. 비웃는 거다.”
콰아아아아앙!
플레어는 기가 찬다는 듯 손아귀에서 거대한 빛 무리를 방출했다.
“레이저 공격 지겹네. 근데, 어쩌냐? 내게 좀 더 셀 텐데.”
발설직후.
사아아아악!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불길하기 그지없는 칠흑의 링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루체테를 시전했습니다.]리바이던에서 방출된 빛이 사멸의 링을 통과하며 검은빛 무리로 변질됐다.
이윽고……
콰아아아아앙!
검은 섬광과 플레어의 섬광이 충돌했다.
‘막상막하인가.’
플레어는 힘의 크기가 동일하다고 판단했으나, 그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의 식견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검은 섬광은 플레어의 섬광을 소멸시키며 플레어의 오른팔에 직격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짧은 순간, 플레어는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며, 이내 완전히 잿더미로 변질되기까지…….
그것이 눈에 새록새록 들어와 고통은 한 층 더 크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플레어는 오른팔을 잃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처음부터 이 힘을 쓰지 않은 거지?”
플레어는 분개하며 건우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대해 건우는 짓궂게 답해 줬다.
“처음부터 절망시키면, 재미없잖아.”
“……지금까지 이게 봐주면서 한 거라는 거냐?”
“실제로 결과가 그렇잖아. 그리고 이 힘을 쓸 수 있게 된 건, 거의 최근이거든.”
건우는 리바이던을 쳐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격, 리바이던.
그것은 대마법사 율라에 의해 조제된 최강급 위저드의 완드로써 아티팩트 전용스킬 중 하나인 유사 오러는 권능과 마법을 혼합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파르르르르.
진실을 깨닫는 순간, 플레어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이길 수 없다.
상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뱀을 농락하다 철저히 소멸시킬 의도로 접근해 왔던 것이다.
“아 이게 있으면, 너무 밸런스가 붕괴되려나. 이건 사용 안 해 줄게.”
건우는 얄궂게 웃으며, 리바이던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빠직!
“웃기지 마!!”
플레어는 전신의 힘을 발하며, 인벤토리에서 거대한 마검을 꺼내 들었다.
분진의 마검, 에룹티오.
검에 닿는 게 생물이라면, 가루로 변질시키는 괴이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검으로 여기에 플레어의 섬광을 힘에 입으면 희대의 마검으로 재탄생했다.
피식.
물론 그 역사를 알 리 없던 건우는 피식 웃으며 왼손으로 권능을 발했다.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검 끝이 사멸의 링을 통과한 순간.
파삭.
분진의 마검은 아이러니하게도 잿더미가 되어 플레어의 손아귀에 벗어났다.
“……?!”
플레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고.
건우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복원의 권능을 발휘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애룹티오의 잿더미는 회귀의 링을 통과하며 천천히 잿더미에서 다시금 원래의 형상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소유권을 부여했습니다.]그리고 그것을 손에 집어든 건우는……
서걱!
그대로 플레어의 왼팔을 베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아악! 최건우!!”
순식간에 양팔을 잃은 플레어는 괴로운 듯 격정을 토해 냈고.
푸욱!
건우는 그의 복부에 애룹티오를 꽂아 넣었다.
울컥! 주륵!
내장이 꿀렁꿀렁 거리는 감각과 천천히 몸이 분쇄되는 고통에 그는…….
“크아아아아악!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네놈!!”
플레어는 비명을 내지르며 건우를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싸아아아.
그러나 그를 쳐다보는 건우의 시선은 한층 더 냉대해졌다.
“그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얼마나 죄 없는 생명이 죽어 나간 거지?”
파직.
플레어는 가까스로 애룹티오의 효력을 버텨내며 입을 열었다.
“하아, 하아. 네놈은 모든 것을 구제할 수 있는 영웅이라고 착각하고 있어. 뱀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약자는 절대적으로 강자의 먹이가 된다.”
“어쩔 수 없다는 거네.”
“당연한 이치라는 거지.”
“부정하거나 반박은 할 수 없지만, 뭐랄까? 난 이런 이치를 좋아해.”
“??”
뜬금없이 이 자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사필귀정. 한 만큼 돌아오는 거지.”
스슥.
다시금 리바이던을 손에 쥔 건우는 플레어의 어깨를 가볍게 두 번 두들겼다.
그와 동시에……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사이클론을 시전했습니다.]권능과 혼합된 마법은 검은 써클이 되어 플레어의 목에 둘러지더니 맹렬하게 회전했다.
“그, 그만둬!! 어디까지 날 능욕할 작정이냐!!”
이런 끔찍한 최후는 바라지 않아!!
“그냥 죽여!!”
“애써봐.”
건우는 상큼하게 웃으며 플레어를 스쳐 지나갔고.
“크아아아아아악!! 제발!! 그만둬!!”
플레어는 아비규환의 비명을 내지르며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간절히 애원했지만.
뚜벅.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옮겼다.
***
부유하고 있는 거대한 성채 내부는 교란자로 인해 단 한 명의 생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쿠콰앙아앙!!
그거로도 모자랐는지, 다시금 재기의 기회조차 누리지 못하게끔 브렌넨이 분화를 일으키며 이곳저곳을 맹렬하게 파괴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건우는 세피아의 호위를 받은 채 본진에 진입했다.
우웅.
데스 토큰이 다섯 개나 생성된 상태이다 보니, 건우가 송환을 명했지만.
세피아는 거부하고 호위를 요청했다.
과거의 세피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변화였지만.
건우는 자신이 그만큼 심각한 사태인 것을 다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부비트랩 같은 거에 걸려서 애꿎게 데미지 먹지 마라.
“알겠어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무엇보다 세이비어의 잔소리가 거듭 이어지다 보니 건우는 벌써부터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나저나 지금 어디 가고 있는 거냐? 볼일 끝난 건 아니었어.
“플레어가 이곳에 온 당초의 목적을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그냥 지나갈 수 없겠더라고요.”
성의 지하 너머에는 분명 무언가 존재한다.
건우는 이미 그런 확신을 가지고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하 끝에 다다를 때쯤.
눈앞에 거대한 신전이 나타났다.
후우우웅.
제단에는 거대한 검은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언뜻 봐도 의지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두근.
이를 목격한 건우의 심장 박동은 자연히 빨라졌다.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저것은 분명, 분명…… 똬리를 트는 뱀, 바로 건우의 숙적이었다.
까드드득.
그 증거로 감정 표출이 웬만해서 존재하지 않는 세피아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척.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우를 지키겠다는 의사는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피아 괜찮으니까 나와 줘.”
건우의 명에 세피아는 한 발작 물러섰고.
건우는 양손에 주머니를 끼며 불꽃을 향해 말했다.
“이것 참 초면인데,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네. 교란자라고 해. 숙적 나리~”
홰액!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일순간, 검은 불꽃이 크게 흔들렸다.
[‘똬리를 트는 뱀’이 교란자인 당신에게 급격히 분노를 표출합니다.]대신 그의 감정은 시스템을 통해 확연히 접하고 있었다.
“이걸로 네가 지지하고 있는 기반은 전부 무너뜨렸어. 너가 어떤 의도를 갖고 누군가를 멸살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절대 네 뜻대로 두게 하지 않아. 왜냐하면 난 방해하는 걸 참 좋아하는 차이트의 사도니까.”
화아아아아악!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열화와 같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똬리를 트는 뱀’이 교란자, 최건우에게 필멸을 맹약했습니다.]적의를 확인한 건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해 봐. 이 새꺄. 굼뜨게 있다 말고 다 잃어버리지나 말고.”
도발에 맞대응하자,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검은 불꽃이 산불처럼 신전 전체를 뒤덮었다.
세피아는 즉각 눈꽃 모양의 빙괴를 생성해 불길로부터 건우를 막아 냈고.
-……어리석은 놈.
불꽃 너머로 뱀의 음성이 들려왔다.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