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2화
화륵!
업화와 같은 검은 불길은 파도처럼 출렁이며 건우에게 들이닥쳤다.
화르르륵! 콰아아아앙!
쩌저저적!
허공에 눈꽃의 방패를 생성해 이를 막아낸 세피아의 몸에 검은 불길에 닿으며 조금씩 균열이 일어났다.
“칫!”
건우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나선의 경계를 시전했습니다.]천천히 경계가 생성되며 건우의 몸을 감싸려는 순간.
화르르륵 콰아앙!
검은 불꽃에 닿은 나선의 경계는 자연히 사라졌다.
‘스킬을 강제로 취소시켰어?!’
그것이 디스트릭 필드와 비슷한 효과를 지닌 스킬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데스토큰이 형성됐습니다.] [데스토큰이 형성됐습니다.]두 개의 데스토큰이 머리 위로 생성됐다.
“크윽?!”
딸칵!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한 건우는 즉각 심장의 마나기관을 발동했다.
스스스스.
전신은 천천히 금빛의 아우라에 휩싸였고.
[-997] [-980] [-961] [-999] [-945] [-992]복원의 권능으로 인해 가까스로 데미지를 경감시켜 데스토큰이 추가로 생성되는 것만큼은 막아낼 수 있었다.
그 필살적인 모습을 보며 검은 불길 너머에서 뱀의 조소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근에 교란자라고 떠받들어준다고 기고만장해 하더니, 결국 네놈도 연약한 생물이었군.
발끈!
그 말에 건우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 반박을 하려다가.
-녀석은 너 못지않게 흥분한 상태다.
세이비어의 말에 가까스로 평정심을 찾았다.
피식.
그리고 마음에 여유를 되찾자, 미소와 함께 입을 뗐다.
“너 사실 살아있는 모든 것한테 질투하고 있지?”
화륵!
그 말에 불길이 거세게 흔들렸으나 파고들 틈을 찾은 건우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네가 만든 7성급 몬스터는 사실 몬스터가 아니라 인류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유일하며 영원한 존재지. 하지만 네가 만든 피조물은 절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없었어. 어떤 집착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모르지만, 애착 없이 만든 너의 피조물은 근본을 거스르는 본능을 가지게 됐으니까.”
-…….
발설 직후, 잠잠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러다가……
-훗.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밌구나. 참으로 재밌어. 로한 이그너스! 아니 최건우라고 해야 되나?
‘나를 알고 있어?!’
건우는 미미하게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뱀은 한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죽고 싶다는 말을 참으로 어렵게 하는구나.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 지긋지긋한 제약의 법칙을 깨뜨리고 네놈한테 재앙을 안겨주마.
“뭐?!”
제약의 법칙을 깨뜨린다니, 탑에서 절대불변의 진리를 무슨 수로 깨뜨린단 말인가.
-너는 잘 모르지만, 네놈의 독단적인 행보로 많은 관리자와 신이 너를 타깃으로 죽일 결심을 한 참이다.
“직접 죽이러 온단 말은 아니야?”
-애석하게도 제약의 법칙을 깨뜨리면, 난 일정기간동안 긴 잠에 빠질 예정이거든. 네가 신들에게 살아남는다면, 비로소 내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다.
꽈악!
뱀의 말을 깨달은 건우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약의 법칙이란 탑이 지정한 인과율.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는 특정 층만 왕래할 수 있고, 아래층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탑에 진입한 자에게 법칙을 부과할 수 있다.
이 제약의 법칙에 자유로운 것은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가 유일하다.
하지만 만약 이 제약의 법칙이 갑작스럽게 해제된다면?
갑작스런 신들의 만행으로 플레이어 대부분이 죽어나갈 것이다.
‘가능할리 없어.’
머릿속으로 애써 그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꿈틀.
귓가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탑 전체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이 요동치며 권능을 발하고 있는 중으로…….
콰칭!
곧 무언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와 함께…….
콰아아아아앙!
검은 항성이 건우의 앞으로 떨어졌다.
화르르르르르륵! 콰아아아앙!
세피아는 그 검은 항성이 자아내는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데스토큰이 생성됐습니다.]방심한 건우의 머리 위로는 또 한 개의 데스토큰이 생성됐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 뒤의 데미지는 나선의 경계를 시전해 가까스로 무효화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를 자극하는 시스템 메시지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탑의 제약의 법칙이 해제됩니다.] [징조를 감지한 성좌들이 본격적으로 하계에 진입을 시도합니다.] [SYSTEM EROOR] [SYSTEM EROOR] [SYSTEM EROOR] [시스템 복구에 들어갑니다.]“……이건?!”
-네놈이 탑에서 제약의 법칙으로 장난쳤는데, 나라고 해서 못 할 이유는 없지.
발언의 근원지는 검은 불길 안에 일렁이는 인영이었다.
그것이 뱀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자각했지만.
건우가 더 놀란 것은 검은 불길을 거둬내며 모습을 드러낸 적금색의 눈빛을 지닌 어떤 존재였기 때문이다.
콰앙!
그는 건우를 향해 투쟁심을 발하고 있었다.
“……제천대성.”
“오랜만에 보는구나. 애송아. 이렇게 금방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손오공은 비릿하게 입 꼬리를 올리며 슬며시 뱀을 쳐다봤다.
“재회의 기회를 준 너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지. 저건 내 마음대로 갖고 놀아도 되겠지?”
검은 불길 속에 가려진 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에게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라고.
“누구 맘대로 합의보고 난리야? 두 녀석 다 덤벼.”
열불이 치솟은 건우가 반박하는 순간.
스스스스스스스!
엄청나게 거대한 존재감이 신전 안을 장악했다.
오싹!
“이, 이건?!”
-역시 그 녀석이 온 건가?
지금의 사태는 예상 못 했는지 손오공뿐만 아니라 뱀마저 긴장했다.
‘설마 다른 신이 온 건가?!’
-신과는 달라.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아니 초월하는 존재다.
세이비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곧 신전 안에 또 다른 존재의 음성이 들려왔다.
-우습기 짝이 없구나. 파편 나부랭이가 감히 내 허가도 없이 71층에 날뛰다니.
‘71층의 지배자인가?’
굵직한 한 마디에 건우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캐치했다.
여기서 그가 언급한 ‘파편’이란 왠지 뱀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았다.
-옴짝달싹 못하는 게 말이 많군.
뱀은 그의 말에 비위가 상당히 거슬렸는지,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췄지만.
-마음대로 지껄여라. 파편 나부랭이. 내가 여기서 나가는 순간이 네놈의 숨통을 끊는 날일 거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콰아아아아앙!
어떤 힘의 폭발에 의해 신전 전체가 무너지며 건우와 손오공 사이를 갈라놓았다.
나선의 경계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건우였지만.
‘……피곤해.’
클랜을 완전 격파하고 난 뒤, 힘이 고갈된 건우는 스륵 눈을 감으며 요새를 벗어나 어디론가 추락했다.
***
탑에서 다시 한번 큰 사건이 일어났다.
키워드는 두 개.
클랜, 똬리를 튼 뱀과 교란자 사이의 전쟁.
결과는 교란자의 압승으로 랭킹 3위, 플레어가 죽음을 맞이했고 뱀은 지지해주는 기반을 모두 잃었다.
[37층, 위저드 킹덤, 매그놀리아.]불과 얼마 전까지 교란자의 발길이 닿은 이곳에서는 이 소식에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어떻게 단신으로 이런 미친 짓을 잘도 벌여주는 거지?”
“발할라를 이길 때는 전력을 발휘한 거 아닌가?”
“아니. 그보다 37층에서 어떻게 단숨에 71층으로 넘어간 거야?”
거리에서 마법을 이용해 매그놀리아를 복구하고 있던 마도사들은 교란자의 행보에 경악을 금치 못 하고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한 식당에서 만큼은……
후룩.
차를 들이키고 있는 한 여인의 눈치를 보며 마도사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그녀의 성질을 건드렸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은 진짜 예쁘게 생겼는데, 저게 그 7위 여자 맞지?”
“소문으로는 교란자의 연인이라던데.”
“옆에 있는 엘프 아가씨도 만만치 않게 아름다운데.”
그들은 조용한 목소리로 속닥거리며 라페아와 니파가 있는 테이블 쪽을 슬금슬금 엿봤다.
“이 바보가!”
현재, 니파는 건우의 소식을 접하고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그녀는 건우가 71층에 쳐들어가기 전날, 밤에 건우의 발길을 막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현재 건우에게서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라페아는 예상 외로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달래주었다.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나 역시 37층에서 71층까지 단숨에 도약한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벌어진 것이기에 충격이 컸을 뿐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급하게 전쟁을 벌인 거야?”
“화가 났겠지. 부조리한 폭력으로 누군가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 비열하게 웃는 생명 경시적인 태도에 말이야. 특히 그것이 가까운 지인의 죽음일수록 분노는 극대화되는 법이야.”
“…….”
바로 옆에 있었던 렌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볼프강과 샤를리제도 역시 자책하며 할 말을 잃었다.
“누구도 자책할 필요 없어. 단지 내 남자가 선택한 길일뿐이니.”
그녀의 차분한 어조에 니파를 비롯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여자. 왜 이렇게 차분해?’
싸아.
그리고 일순간, 라페아의 눈빛이 얼어붙은 것처럼 싸늘한 예기를 발산했다.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겠어.”
오싹!
뒤늦게 그녀가 분기탱천한 것을 직감한 모두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너는 왜 그렇게 화내고 있는 건데?”
니파의 질문에 라페아는 쀼루퉁한 얼굴로 답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은 것 같아 진심으로 화가 났을 뿐이다.”
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치고는 보기 드문 소녀 같은 면모에 모두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니파는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겠네.”
“아아, 그럴 수밖에…….”
니파는 힘없이 입을 연 라페아의 손등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
[시스템이 복구됐습니다.]눈을 붙인지 얼마나 됐을까?
하루? 이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건우가 눈을 떴을 때는…….
휘이이잉!
혹독한 눈보라가 들이닥쳐 몸이 눈밭에 파묻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또 조난이라도 당한 건가?”
체온이 급격히 저하되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을 쉴 때마다 뿌연 김이 흘러나왔다.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난 건우는 전신에 묻은 몸을 털어내며 입을 뗐다.
“……여긴 어디에요? 할아버지. 제천대성은 어디 있는 거죠?”
-참 빨리도 일어난다. 그 원숭이 자식은 아마 같은 필드에 있을 게다. 너랑 다시 한번 붙기 위해 뱀과 결탁한 거니 말이다.
세이비어의 설명에 건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스멀스멀.
언제 데미지를 입은 건지, 모르지만 전신에는 9개의 데스 토큰이 어슬렁거렸기 때문이다.
오싹!
앞으로 1000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체감한 건우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타이틀을 바꿔도 아직 HP가 10일 텐데…… 이걸 유지하는 게 정답이겠지.’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의 고민을 눈치 챘는지, 입을 열었다.
-사자 소생 부작용은 앞으로 이틀 후면 사라진다. 넌 그때까지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버티고 있어. 여기로는 제천대성 녀석도 섣불리 다가오지 못할 테니까.
“……여기가 어딘데요?”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묻는 질문에 세이비어는 착잡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세계관 최강께서 자리 잡은 곳이다.
“그게 무슨 소리…….”
질문을 하려는 찰나.
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고막을 터뜨릴 것 같은 거대한 하울링이 눈보라 지대에 울려 퍼졌다.
‘……저건?!’
귀를 막고 하울링의 진원지를 바라본 건우는 곧 말문을 잃었다.
그곳에는 얇은 끈에 질끈 묶인 엄청난 크기를 지닌 늑대가 있었다.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