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5화
스스스.
인간의 형체로 폴리모프한 펜리르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때마침 그가 있던 곳에 당도한 건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왜 마지막 막타를 허락도 없이 뺏어 가는데.”
“막타?”
“마지막 한 방을 말하는 거야.”
건우의 설명에 펜리르는 시답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신살의 위업을 달성하는 첫 제물 치고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나는 너를 아주 높게 평가하거든.”
“신을 포식하면, 너한테 신력이 증가하는 건 아니고?”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비위가 거슬릴 지경이야?”
“왜?”
펜리르는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럽게 맛이 없었어. 썩은 노린내가 입안에 가득 풍길 지경이야. 원숭이 고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혓바닥에 닿기도 전에 꿀꺽한 것 같은데, 의외로 미식가구나.
“풋!”
세이비어의 평에 건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건우는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탑의 최강의 마신 중 하나인 펜리르가 구속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이는 아스가르드, 올림푸스, 타르타로스에서 펜리르를 집중적으로 견제할 만큼 위험한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건우가 건넨 질문의 의도를 간파한 건지, 펜리르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종말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누구도 날 죽일 수 없어.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누구에게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너와의 계약을 이행하는 거야.”
휘잉!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펜리르의 신형이 눈보라에 천천히 묻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두컴컴한 그림자와 그의 강렬한 눈빛이었다.
오싹!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그 눈빛에 건우는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펜리르는 그 상태로 천천히 계약사항에 대해 털어놓았다.
“첫째, 나 펜리르는 제약의 법칙을 깨고 하계에 진입한 신의 무리를 사냥한다.”
이것은 건우가 첫 번째로 펜리에게 내놓은 제안이었다.
똬리를 튼 뱀이 탑의 제약의 법칙을 깨뜨린 관계로 몇몇의 신이 하계의 층에 도달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공포와 혼란은 제 아무리 건우라도 완전히 수습이 불가능했다.
그 일이 가능한 것은 그야말로 천외천의 존재.
바로 최강의 마신, 펜리르에게만 가능한 것이었다.
펜리는 연이어 두 번째 계약내용을 털어놓았다.
“둘째, 언젠가 닥쳐올 뱀 외에 거대한 전쟁에 최대우군으로서 최건우를 돕는다.”
이미 수많은 우군이 있지만.
단순히 지닌 힘으로 보면 펜리르는 당연 최대우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쟁의 판국을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무고한 이들에 대한 살육을 멈추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것.”
다소 애매한 요구 조건에 펜리르는 팔짱을 끼며 불만을 표했다.
“솔직히 마지막 조건이 제일 번거롭고 귀찮아.”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뭣하면, 다시 묶일래?”
건우는 복원의 권능으로 되살린 글레이프니르를 손으로 들어 보였다.
펜리르는 동공에 미미하게 살기를 표출하며 말했다.
“사양하지. 한 번만 더 그것 가지고 장난치면 네놈부터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 말을 기점으로 펜리르의 존재감이 차츰 미미해졌다.
“……가는 거야?”
“원래라면, 너와 어울리고 싶지만, 너무 눈에 띄는 건, 너한테도 썩 좋지 않겠지.”
“설마 날 배려해주는 건가?”
“서로 편한 게 좋은 거지. 또 보자. 최건우.”
딱히 이별의 인사는 필요 없다는 듯 눈보라가 그친 자리에 펜리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
펜리르와 이별을 마지막으로 건우는 이후의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 컨패스 버드를 불렀다.
그것은 이곳 71층까지 안내한 가이드 버드와 같이 브렌넨을 퇴치하고 얻은 보상으로 탑의 은밀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아티팩트이자, 건우의 펫이었다.
컨패스 버드를 통해 라페아와 니파 등, 동료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접한 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제약의 법칙을 꿰뚫고 강림한 신들의 습격이 이어지지 않나 싶었지만.
다행히 제약의 하계로 강림한 신은 열 손가락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언젠가 만날 펜리르에게 무참히 깨져 소멸하고 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황은 잘 수습되는 듯 보였다.
-그래도 썩 마음에 놓이지 않는 구나.
“어떤 점이요?”
-어째서 뱀은 구태여 그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신들의 손을 통해 널 죽이려 했을까?
“의도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걸 확신한다는 게냐?
“조만간 그 녀석이랑 저랑 붙을 거라는 거요? 정체도 이미 펜리르를 통해서 알아냈으니까 별 미련은 없어요.”
-……그동안 감춰서 미안하구나.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약해서 그런 거니까요.”
건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펜리르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그것은 어떤 거대한 신의 파편에 불과해. 그리고 그 파편은 한 신의 몸에 기생해 괴이한 돌연변이로 탄생했다. 그것이 똬리를 튼 뱀.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거대한 신’과 ‘파편’
최고 신위를 갖추고 있는 펜리르조차 그렇게 표현할 정도의 무언가는 이미 건우가 생각하는 스케일을 훨씬 넘어섰다.
그리고 뱀에게 결코 이성적인 것을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양한 관점을 포기하고 두 쪽으로 쪼개 보는 것은 탐탁지 않았지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별 의미 없는 노력인 것은 매우 확실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참이냐?
세이비어의 질문에 건우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마지막 차이트의 흔적을 찾으러 갈 거예요.”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비장의 패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건우는 라페아, 니파와의 합류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필모어의 기록서에 명시된 곳은 분명…….
“42층, 탑의 최대 무기 생산지이자 드워프들의 원초의 고향, 린덴바움.”
-거기서 동료들을 기다리면 되겠구나.
“거기라면 합류하기 적절한 포이트긴 하죠.”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가이드 버드를 꺼내들었다.
짹짹.
회귀의 링에 둘러싸인 가이드 버드는 건우의 머리 위를 빙그레 선회하다가 곧 42층으로 가는 스타웨이를 찾아내 단숨에 게이트를 생성해 공간이동을 했다.
화악!
그와 동시에 접어두었던 스키드블라드니를 활짝 펼쳐 소환해낸 건우는 그대로 갑판 위에 올라타며 스타웨이에 올라탔다.
-아무리 봐도 사기란 말이지. 나도 사멸의 권능 같은 것보다 복원의 권능을 주지. 차이트. 그놈 참.
세이비어는 일사천리 움직이는 건우의 행보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부러움을 표출했다.
제아무리 적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련으로 건우를 궁지로 내몰아도…….
건우는 그때마다 내구성을 완전히 소진한 룰 개정권 티켓을 복원해내 시련의 룰을 바꿔버린다.
또한 지금처럼 가고 싶은 목적지가 생긴다면, 정보와 길을 단번에 찾아내 행동으로 옮긴다.
가이드 버드와 컨패스 버드.
본래라면 일회성으로 소진됐어야 될 아티팩트들이 회귀의 링에 둘러싸여 내구성 소진 없이 무한으로 활용하니 탑에서 건우의 행보를 막을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리한 도발과 습격으로 건우의 화를 불러온 클랜 ‘똬리를 튼 뱀’은 완전히 박멸되지 않았는가.
-생태계 교란자 같으니라고.
“저한테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네요.”
건우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
42층, 린덴바움.
탑의 최대 무기 생산지라 불리는 이곳은 이름만 들어보면 삭막한 배경일 것 같았지만, 의외로 마을 자체는 정교한 설계와 첨단 건물이 곳곳이 배치돼 있으며…….
마을 뒤에는 각종 광물이 매장돼 있는 광산이 가득 널려 있었다.
까앙! 까앙!
잔뜩 달구어진 철을 모루 위에서 힘껏 두들기는 소리.
그 박자에 맞춰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드워프들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담금질을 쉬지 않았다.
맞은편에서는 드워프뿐만 아니라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린덴바움 정통주인 맥주를 마시며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터벅터벅.
어찌 보면 소설에서나 볼 법한 낭만이 가득 깃든 곳인 것 같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길가에 다수의 거지 꼬맹이들이 우글우글 지나가면…….
“에잇! 거지 꼬맹이가!”
“왜 이런 데로 쳐 기어들어오고 난리야.”
“저 자식들은 뭔데? 창녀의 자식들을 데리고 키우는 거야?”
“꺼져라. 꺼져!”
“주인장 내가 쫓아내라고 했어, 안 했어? 에잇! 술맛 떨어져서.”
“우우우우우.”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드워프들조차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쓰레기더미를 던져댔다.
거지 아이들에게 이미 그게 일상이 됐는지.
아이들은 그들이 버린 쓰레기더미에서 음식 등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줍지 마!”
바로 그때 거지아이들 중에서 가장 큰 소년이 험상궂게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들을 다그쳤다.
움찔!
당황한 아이들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 맸다.
소년은 곧 자신들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만 해!”
“저게 어디서 눈을 부라려! 죽고 싶어?”
“세상이 흉흉해지니까 거지도 날뛰려고 하네.”
보다 못한 드워프가 조잡하게 완성돼 폐기 예정이던 고철을 그대로 집어던졌다.
잘못 맞았다가는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 아이들을 겁이 나서 눈을 질끈 감았다.
“위험해!!!”
바로 그때 다급히 달려 나온 한 남자가 몸을 날리더니…….
까앙!
그대로 머리를 맞고는 지면에 몸을 굴렸다.
주륵.
그의 머리에서 나온 붉은 피가 천천히 지면에 흘러내렸다.
“아, 아저씨!!!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기겁한 소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들에게 힐난의 시선을 날리는 이들을 증오스럽게 쳐다봤다.
그들은 사람이 다쳤다는 것에 조금 동요한 것 같았지만.
“눈 깔아! 이 새꺄!”
곧 죄책감마저 잊었는지 똑같이 위험한 물건을 집어던졌다.
이번에는 한 개가 아니라 다수가 물건을 내던졌고…….
“우으으으.”
아이들은 일제히 사색이 돼 몸을 웅크렸다.
바로 그 순간.
[역중력 마법을 시전했습니다.]소년의 이마에 철구가 닿기 직전, 투척한 물건들이 일제히 부양하며 그 자리에서 멈췄다.
“……이건.”
“마, 마법.”
“대, 대체 누가 벌인 거야?”
한순간 벌어진 놀라운 일에 소년과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터벅, 터벅.
그리고 마법을 시전한 당사자, 건우는 이마를 찌푸리고 혐오스런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다칠 거라고 생각 안 하고 이런 걸 던지는 걸까.”
스윽.
건우는 소년의 이마에 닿을 듯 말 듯한 철구를 손으로 집더니 곧 팔을 힘껏 뒤로 뻗어 그것을 투척했다.
목표로 삼은 곳은 그것을 제작한 드워프의 공방.
콰아아앙!
철구가 타격한 그의 공방은 크게 뒤흔들리며 우수수 내려앉았다.
“…….”
아슬아슬하게 그것이 머리칼에 스쳐 지나간 드워프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다 곧 건우에게 노기를 표출했다.
“지금 누구 죽이려고 작정했어!!!!”
콰앙!
어느새 이동한 건지, 건우는 그의 뒷목을 붙잡고 벽에 쾅 내려찍었다.
“끄, 끄으으으윽.”
머리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린 그는 동공을 잃기 일보직전이었다.
피식.
“죽을 수도 있는 물건을 애들한테 함부로 던지면 쓰나.”
건우는 차갑게 그를 비웃으며 주변에 있는 이들을 한 번씩 쳐다보며 한마디를 더 남겼다.
“똑같이 당해봐야 이런 짓을 안 하겠지?”
오싹!
“도, 도망가!”
건우가 벌일 일을 짐작한 사람들은 대피하려 했고.
콰콰콰콰콰쾅!
그 타이밍에 맞춰 그들이 던졌던 물건들이 그들에게 우수수 쏟아졌다.
‘누, 누구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도와준 건우를 슬쩍 쳐다보며 크루아는 적잖이 당황했다.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