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6화
42층, 린데바움에는 두 개의 산이 존재한다.
하나는 광물이 잔뜩 매장된 광산.
나머지 하나는 고철더미와 폐자재가 잔뜩 쌓여 있다고 이름 붙은 스크랩 마운틴(Scrap Mountain).
고철과 폐품들이 잔뜩 있는 이곳은 누군가가 살기 위험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연령대는 대부분 10대의 어린 아이들…….
대부분 꾀죄죄한 몰골에 사나운 눈빛을 품고 있었다.
덤프 칠드런(Dump Children).
이름 그대로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로 주로 향락가에서 알 수 없는 경위로 흘러들어왔으며……
아버지가 되는 자들은 주로 탑을 등반하는 플레이어.
혹은 하룻밤의 유희를 즐기는 얼굴도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어린 아이들이 홀로 어떻게 살아남을까 싶지만, 그 인원이 이백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잔인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보통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며 반사회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이 집단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남자 때문이구나.’
건우는 존경스런 눈빛으로 한 남자를 쳐다봤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스크랩 마운틴에 위치한 막사.
누더기 천을 꿰매 만들었기에 금방 무너질 것 같았지만.
주변에 있는 폐품들을 한껏 활용해 구조 자체는 매우 튼튼하게 설계돼 있었다.
막사의 주인은 린드버그라 불리는 중년 남자로, 낮에 아이들을 감싸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현재는 건우의 힘으로 상처가 말끔히 나았지만,
몸 곳곳에 새겨진 흉터들은 그가 얼마나 험난한 고초를 겪었을지 짐작케 해주었다.
“변변치 않지만 마셔봐.”
린드버그는 낡은 고철 컵에 커피를 담아 건우에게 건네줬다.
“?”
어째서 이런 허름한 곳에 커피 같은 기호 식품이 있을까?
건우의 의문 어린 표정에 린드버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아는 분한테 소소하게 얻은 것뿐이야. 아이들은 아직 쓴 맛을 모르는 것뿐이고. 훔친 건 아니니 안심해.”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대답 후 커피를 마신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린드버그에게 말했다.
“혼자서 애들을 키우는 건가요?”
“스스로 잘 클 뿐이야.”
린드버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까 낮에 우리를 도와줘서 고마워.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중에 우리한테 후환이 없도록 하려고 일부러 깽판 치는 망나니처럼 행동한 다음 스스로 사라지고 말이야.”
‘의외로 눈치가 빠르네.’
한 번의 사소한 선행이 어떤 이에게는 큰 불행을 불러온다.
만일 스크랩 마운틴 같은 슬럼가 아이에게 동정한답시고 자그마한 돈을 건네주면…….
다음날, 그 아이는 시체가 돼 길바닥에 널브러질 것이다.
그렇기에 어설픈 친절을 베풀면 안 된다.
그래서 건우는 단순히 객기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연기를 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시간이 지난 뒤.
건우는 린드버그가 있는 스크랩 마운틴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에 뭐가 필요해서 온 거야?”
“외로움쟁이 인형을 찾으러 왔어요.”
“하하하하. 너도 이 곳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찾으러 온 거냐?”
흔하디흔한 반응에 건우는 피식 웃었다.
쪼르르륵.
바로 그때, 건우가 비운 잔에 낡은 주전자로 커피를 새로 채우던 크루아가 지그시 눈매를 좁혔다.
“외로움쟁이 인형? 그게 뭐야?”
“어라? 몰라?”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건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린드버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여기서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니까.”
“하긴.”
“뭐야? 둘끼리만 이야기하고. 나도 알려줘.”
“난 몰라~ 나는 이야기 푸는 재주가 없어서 말이지.”
크루아의 시선은 자연히 건우에게로 향했다.
‘괜히 얘기했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려고 할 때.
“여기 있는 분이 재밌는 이야기 해주신대.”
크루아가 양손을 모으고서 천막 밖으로 소리를 쳤다.
“뭔데? 뭔데?”
“재미없기만 해봐.”
“뭐, 나는 관심 없지만 들어줄게.”
아이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툴툴거리거나, 반색하거나, 흥미 있으면서 모른 척하기까지…….
아이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반짝반짝!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흥분으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으려나.’
그 시선이 견디기 어려웠는지 건우는 뒷머리를 긁적였고, 세이비어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 어지간히 사람 좋은 놈이구나.
‘여기서 실망시키면, 마음만 꺼림칙하잖아요.’
후룩.
커피를 단번에 원샷한 건우는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
계기는 모른다.
단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란 게 항상 벌어질 뿐.
오래된 물건에 불현듯 자아가 형성될 때가 있다.
그것이 죽은 이의 영혼이 담긴 건지, 아니면 사물 스스로 가지게 된 인격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도시.
한 골목에 장인이 만든 인형이 놓여 있었다.
팔, 다리, 그리고 손까지 완전히 사람을 빼닮은 그것은 자칫 사람이라고 오해할 법도 했지만.
초점 없는 동공이 금세 그것이 인형이라는 것을 짐작케 해주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외로움쟁이 인형’이라 불렀다.
몇 날 며칠 방치되고 있음에도, 누구도 인형에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리자니 놀라운 솜씨로 만들어낸 예술 작품을 건드리기 무서워 버리지 못했고.
가까이 다가가자니,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심심해.
……난 뭘 위해 있는 거지?
인형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가지고, 거기에 외로움까지 자각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완벽히 에고를 갖췄을 때는……
-나도 걷고 싶어. 뛰고 싶어. 같이 웃고 싶어! 사랑을 하고 싶어!
거듭되는 욕망의 파도를 외로움쟁이 인형은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을 가지게 된 자신이 끔찍하다며 저주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로움쟁이 인형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뭐지? 이제 버려질 때인가.
자신이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와준 것에 대해 인형은 크게 기쁨의 감정을 표출했다.
자신과 눈을 마주친 이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소년이었다.
금싸라기 같은 빛을 품은 아이는 곱상한 외모에 맞지 않게 쪼그려 앉아 오른손에 턱을 기대고 외로움쟁이 인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어린 아이 같았다.
저리 가.
울컥한 인형 한 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정말?”
그ㄹ……
반박하려던 외로움쟁이 인형은 크게 놀랐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씨익.
소년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너는 누구야?
“그냥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나랑 놀아줄 사람들을 찾고 다니는 할 일 없는 꼬맹이야.”
스스로 자신을 비관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그 표정은 너무나 천진난만해보였다.
놀아줄 사람 찾는다더니 왜 여기서 계속 기웃거리는 거야?
소년은 검지로 인형을 지목하며 말했다.
“나랑 놀아줄 사람 여기 찾았는데?”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자, 외로움쟁이 인형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난 다른 사람처럼 일어서지 못해.
“그래?”
밥도 못 먹고, 노래도 할 수 없고, 뛰어놀 수도 없어. 어떤 식으로 놀 건데?
소년은 씨익 웃으며 인형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이야기하면서 놀면 되지. 놀이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처음에는 단순히 허세라고 생각하면서.
인형은 밤새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 말이 어찌나 많은 꼬맹이던지, 그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하나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그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리고 인형은 생각했다.
나도 인연을 가지고 싶어.
“인연을 가지는 것은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어. 굉장히 꼬이는 것들이 많거든.”
그래도 난 인연을 가지고 싶어.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은 말투.
소년은 무척이나 진지하게 들어주며 말했다.
“좋아. 너의 소원대로 해줄게. 단, 행복해지고 싶은 만큼 너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줘야 돼.”
허세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꼭 그렇게 할게.
외로움쟁이 인형은 소년의 말에 확답했다.
***
“아무튼 그 뒤로 외로움쟁이 인형은 이 도시 어딘가를 배회한다고 하더라고.”
“……뭐야? 완전 시시한 이야기네.”
“왜 남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 거야?”
실망한 아이들도 있는 반면,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아이도 있었으나……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지만.
“자자, 손님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다고 했지. 오늘 할 일 해놓지 않으면 밥 없다.”
“빨리 할게!”
린드버그의 만류에 아이들은 창백한 안색으로 후다닥 막사 밖으로 내달렸다.
“단순하긴.”
크루아는 어이없다는 기색으로 건우와 린드버그를 흘끔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난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
“딱히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야. 어찌 보면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니까.”
건우의 말에 크루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외로울 바에는 차라리 안 태어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그 생각이 들었어.”
“……”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누구도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다.
크루아의 발언에 얼마나 많은 절망이 깃들었는지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희망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어설픈 위로에 불과할 뿐이다.
“크루아.”
린드버그는 크루아에게 살며시 눈치를 줬고.
크루아는 칫, 소리를 내며 막사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미안. 애들이 삭막한 것만 봐서 아직 철이 없어.”
“……철이 없다기보다는 고집이 강한 것 같네요.”
건우의 말에 린드버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외로움쟁이 인형을 찾으러 왔는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뭔가 알고 왔다는 거지?”
“상당히 와전돼서 전해진 이야기라는 것 정도. 그리고…… 사실 외로움쟁이 인형은 유명한 인형 제조 가문에서 만든 시초의 인형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오게 됐어요.”
건우의 말에 린드버그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언가 경계어린 시선이었지만, 건우는 이미 예상한 듯 자포자기하며 자신의 용건을 털어놓았다.
“당신의 이름은 린드버그 퍼핏. 인형 제작으로 유명한 퍼핏 가문에서 쫓겨난 장인 맞죠?”
“……아닌데.”
대답은 부정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진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린드버그 퍼핏이 맞으면, 너는 나에게 어떤 걸 요구할 생각이야? 흉측한 병기를 만들어달라고 할 건가.”
어떤 생각에 잠겼는지 린드버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퍼핏 가문이 제작하는 인형.
그것은 누군가에게 끼와 재미를 안겨주는 보통의 인형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병기다.
탑의 최대 무기생산지인 린데바움에서도 드워프조차 경외하게 만든다는 전쟁병기가 바로 퍼핏 가문에서 제작한 인형들이었다.
건우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린드버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인형 제작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시초의 인형을 찾는 걸 도와주셨으면 싶어서요.”
건우의 요구에 마음이 한결 놓였는지, 린드버그는 편안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무리야.”
“무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겁니다만.”
린드버그는 양손을 모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걸 찾으려면, 이곳 스크랩 마운틴을 전부 다 뒤집어 까야 해.”
“?!”
린드버그의 확언에 건우의 얼굴은 지독하게 창백해졌다.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