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8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8화
화르르르륵.
거대한 화로에 얹힌 솥가마에 한가득 끓은 스튜에서 먹음직한 거품이 뽀글뽀글 일어났다.
웅성웅성.
좀처럼 맡기 어려운 음식 냄새에 스크랩 마운틴에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몰려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솥가마를 지켜보았다.
-우글우글하구나. 스튜 끓이는 손목이 아작이 나겠어.
끝도 없이 몰려오는 인파에 세이비어는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자, 여기.”
반면 아이들에게 음식을 건네주는 린드버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음식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던 아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스튜를 받아갔다.
‘대단한 사람이네.’
그와 같이 스튜를 끓이던 건우는 동경의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옛날부터 영웅이란 누구도 이루지 못하는 험난한 시련을 극복하고 모두의 선망을 받는 자라고 생각했지만.
한결같이 따뜻하면서도 누구에게나 평등한 린드버그는 그 이상의 영웅으로 보였다.
“왜 우리가 힘들게 벌어온 돈을 저놈들 먹이는 데 써야 하는 거야.”
바로 곁에서 늘 그를 지켜보는 크루아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린드버그 일행의 주 수입원은 바로 이 폐품더미 산에서 만들어진다.
생계를 위해서 주운 폐품을 린드버그가 솜씨를 발휘해 쓸 만한 제품으로 만든다.
그것을 크루아를 비롯한 아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플레이어에게 파는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 것이다.
덤프 칠드런과 엮이면 린데바움에서 아티팩트를 구하기 어려운 플레이어가 대다수지만, 반대로 린데바움에 크게 미련이 없는 플레이어들은 덤프 칠드런에게 물건을 사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플레이어.
다중 세계에서 모이는 이들은 가치관부터 비롯해 사람을 보는 시선까지 다양하기에 덤프 칠드런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렇게 깊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크루아, 뭐가 그렇게 불만이니?”
린드버그는 쯧, 혀를 차며 크루아를 쏘아봤다.
“아무 것도 아니야.”
말과는 달리 불만이 한가득인지, 크루아의 얼굴 곳곳에는 힘줄이 쭈뼛쭈뼛 돋아있었다.
그런 크루아를 보며 피식 웃던 린드버그가 눈앞에 있는 한 아이를 보는 순간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늘 같이 붙어 다니던 커프는 어디 갔니?”
“갑자기 사라졌어요.”
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린드버그의 눈을 회피했다.
늘 같이 붙어 다니던 아이를 두고 이렇게 밥을 먹으러 왔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서글픈 모양이다.
린드버그는 낯빛을 굳히며 크루아를 쳐다봤다.
“크루아,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저녁에 같이 아이를 찾아보자.”
콰앙!
그 말에 크루아가 분통이 터졌는지 들고 있던 국자를 지면에 힘껏 던졌다.
카카카카캉!
떨어진 국자는 고철더미와 섞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금만큼은 건우도 예상 못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크루아는 눈을 치켜뜨며 린드버그를 노려봤다.
“이제 그만해. 우린 덤프 칠드런이야.”
“……그게 무슨 말이니?”
린드버그의 표정이 눈보라처럼 싸늘해졌다.
격분한 크루아는 린드버그에게 힘껏 항의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거 아니잖아. 우린 버려졌어. 길가에 시체처럼 널브러져도 사람들은 관심도 가져주지 않아. 탑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하고는 무관해. 하루에 아이 한두 명쯤 죽거나 납치돼서 사라져도 그건 일상일 뿐이잖아. 이딴 놈들 신경 쓰는 것보다, 우리 안위를 생각하는 게 더 맞는 거 아니……”
짜악!
그의 말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린드버그의 손이 크루아의 뺨을 쳤다.
…….
처음 보는 린드버그의 모습에 아이들은 크게 놀라 돌처럼 굳었다.
“?!”
크루아 역시 크게 놀랐는지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린드버그는 굳은 표정으로 크루아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너의 말대로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려 죽을 지도 모르고, 굶어 죽을지도 몰라. 부모가 없기에 챙겨줄 사람이 없고, 관심이 꺼지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지. 생사를 확인할 방법은 불투명. 이게 스크랩 마운틴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이야. 하지만 이건 비단 남의 일이 아니야. 통계적으로 봐도 한 달에 백 명도 넘는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건 지금까지 없었어. 이곳에서 아지트를 차린 갱단도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지. 그 일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넌 그때도 남의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입 닥쳐!!!”
크루아가 무어라고 하려는 찰나, 린드버그의 목소리가 스크랩 마운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마치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큰 소리에 크루아는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분노한 린드버그는 생전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통을 치는 린드버그의 표정에는 미안함도 망설임도 전혀 없었다.
그 표정에는 오직 의지의 확신만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왜 남들처럼 똑같이 살려고 그러는 거야. 적어도 우리는 그런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면 안 되는 거잖니.”
울컥!
크루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냅다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린드버그는 그 모습을 무뚝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괜찮은 건가.’
단호하면서도 고집불통 같은 그 모습에 건우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린드버그와 크루아.
이 둘 사이는 부자 관계는 아니지만, 아마 그와 무척이나 유사한 관계일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끼는 것은 매우 부적합한 일이었지만.
슬쩍.
걱정스런 마음에 쳐다보니……
쩌저저저적!
사고를 저지른 린드버그의 안색은 뻣뻣하게 경직이 돼 있었다.
‘……이 사람, 어쩌면 허당일지도 모르겠네.’
피식.
그 모습을 보던 건우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건우는 앞치마를 벗으며 그에게 건네줬다.
“제가 찾아올게요.”
“……미안하게 됐어.”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고 있는지 린드버그의 안색은 무척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 린드버그에게 건우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마 저 녀석도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남자는 가끔 고집부리고 싶을 때가 있는 거잖아요.”
할 말을 마친 건우는 굴곡이 진 폐품더미 사이를 거닐며 크루아를 찾아 나섰다.
***
혼탁한 동공.
사람이 아닌 지저분한 것을 보는 듯한 혐오의 시선.
소년이 있던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색이 바랜 세상.
그것은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발을 내딛어도 그 존재가 용인되고 허락되는 곳은 이곳 폐품더미 산뿐이었다.
제일 높은 곳에 쪼그려 앉은 크루아는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며 분노를 곱씹었다.
“난 잘못한 거 없어.”
린드버그의 이상은 무척이나 따뜻했지만, 덤프 칠드런인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이기적으로 살지 않으면 이곳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게 했고,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린드버그가 심어준 도덕적인 가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다.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야 되며……
내 행복을 위해서 남을 짓밟고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정답인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크루아는 자신의 결심을 입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린드버그 따위 이제 몰라. 이제 나도 갱단을 세워서 약이나 빨면서 눈깔 치켜뜨는 놈들 패버리고 마음껏 살 거야. 그게 자…….”
그게 자유라고 외치려는 순간.
-사, 살려줘.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미한 메아리에 크루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어디서 잡소리야.”
크루아는 눈매를 좁히고는 슬며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고철 사이로 미미하게 퍼지는 목소리.
거의 감각에만 의지해 나아가던 크루아는 고철과 고철 사이에 형성된 거대한 공동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이런 게…….’
오싹!
동굴에서 피어오른 흉흉한 기운을 감지한 크루아는 동공을 크게 뜨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흐아아앙!
공동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안으로 진입했다.
잠시 후.
끼기기기기! 콰아앙!
공동 안에서 묘한 인기척이 발견됐다.
‘저, 저건?!’
어둠에 묻혀있던 크루아는 인기척의 실체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인간과 유사한 크기를 가진 거대한 인형.
달그락, 달그락.
인형들은 철제 우리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위이이잉!
자신의 팔에 부착된 커터를 회전시켜 도륙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오들오들 떨며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미친 새끼들아!!!”
깜짝 놀란 크루아는 철제 파이프를 손에 쥔 뒤……
카앙!
인형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데에에엥!
빈 깡통을 때린 것 마냥 이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
끼기기긱!
그러나 인형을은 전혀 타격이 없는지, 크루아를 적으로 감지하고는 손에 부착된 커터를 들고 크루아를 습격했다.
깜짝 놀란 크루아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우지끈! 콰앙!
어째서인지 아픔은 찾아오지 않고 커다란 쇳소리만이 고막을 때릴 뿐이었다.
“뭐, 뭐야?”
무심코 눈을 떴을 때는 건우가 인형의 팔을 손으로 완전히 꺾어 분질러버린 참이었다.
끼기기긱! 콰아앙!
갑작스런 습격에 상당히 당황했는지, 인형은 곧장 건우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사멸의 링을 시전했습니다.]인형의 주위에 형성된 칠흑의 링이 순식간에 인형을 부식시켜버렸다.
“……이, 이게 어떻게? 당신 대체…….”
당황한 크루아가 건우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건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크루아에게 말했다.
“의도가 엄청 불순하고 짜증이 나려고 그러네.”
“뭐, 뭐가?”
철컥! 콰앙!
건우는 철제 우리에 갇힌 잠금쇠를 단번에 박살낸 뒤 냉정한 어조로 입을 뗐다.
“없어져도 모르는 아이니까 이 점을 악용하는 놈이 있다는 건데…… 혹시 이 고철덩어리 인형 말고 다른 건 없었어?”
“어, 없었어.”
크루아는 떨리는 음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젠장!”
건우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이마를 매만지며 마력을 발출했다.
[게이트를 생성했습니다.]갑작스럽게 등 뒤로 생성된 게이트에서 3계층, 보스 케이론이 빠져나왔다.
“여기 있는 애들을 지키고 있어.”
척!
케이론은 예의를 지키며 건우의 명에 반응했고.
“가자.”
“어, 어딜!”
[역중력 마법을 시전했습니다.]휘잉!
건우는 그대로 크루아를 껴안고 린드버그가 있는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
쿠구구구구.
불길함의 징조는 불현듯 확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일제히 뒤로 물린 린드버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인영을 쏘아보며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지? 리마스.”
“크하하하하! 설마 가문의 반푼이가 여기 있었을 줄이야. 어떤 용건으로 왔냐면, 거기 뒤에 있는 덤프 칠드런을 내가 이번에 유용하게 쓰려고 왔지.”
“설마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건…….”
“아마, 내가 벌인 일일 거야.”
누군지 모르지만, 범인이 자신일 것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 리마스.
그 뻔뻔한 표정에 린드버그는 격렬한 분노를 표출했다.
“리마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불끈 주먹을 쥐고 있던 그는 힘껏 달려가 리마스의 얼굴을 가격하려고 했다.
움찔?!
깜짝 놀란 리마스가 어깨를 떠는 순간.
덥석.
그 옆에 있던 거대한 인형이 린드버그의 주먹을 붙들더니……
우드드득!
그대로 분질러 버렸다.
“끄아아아아악!”
린드버그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고, 리마스는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 분은 이번에 내가 새로 섬기게 된 주인이야.”
기계와 반쯤 섞인 얼굴로, 인형은 장난스럽게 린드버그를 쳐다보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체르노보그라고 한다.
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