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9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89화
-체르노보그라고 한다.
본명을 밝힌 체르노보그가 신위를 떨치자……
질겁한 주변의 아이들은 쓰러지기까지 했다.
-아아, 미약한 인형의 몸이 부서지면 곤란해 최대한 힘을 조절했는데도 죽음의 기운 앞에서는 이토록 나약하구나.
체르노보그는 탐욕스런 시선으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시선에는 생물에 대한 애착 따위는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시선에 담긴 의도는 하나.
앞으로 마신의 신위를 떨치기 위한 영양분으로써 적절한가였다.
곁에 있던 리마스는 간사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덤프 칠드런에게 말했다.
“어차피 사라져도 될 운명. 신의 제물이 된다는 것에 영광을 느끼고 그 몸을 내놓거라.”
“입 닥쳐! 리마스!!!”
급격히 분노한 린드버그가 앞으로 나서는 찰나.
콰직! 콰아아앙!
체르노보그가 들고 있던 거대한 대검이 린드버그와 스크랩 마운틴을 덮쳤다.
대검이 지나간 자리의 고물들이 산산조각 흩어지며 바닥이 흉측하게 패였다.
“꺄아아아악!”
압도적인 그 위력에 놀란 아이들은 질겁하며 도망갔다.
바로 그 순간.
키키키키키킹!
체르노보그는 몸 곳곳에서 낫처럼 생긴 검을 든 촉수 같은 관절을 빼들었다.
외형 또한 거미와 유사하게 변형됐다.
퍼핏 가문의 전쟁병기, 인형.
드워프들이 제조한 칼날을 소지한 그 모습은 전장의 유린에 최적화된 형태였다.
-역시 망자들을 덮치는 것보다 생자의 살점을 꿰뚫는 게 더 재미있어!
체르노보그는 인형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곧장 진군하여 촉수 중 하나로 도망가는 아이를 꿰뚫으려고 했다.
콰직!
그러나 예상과 달리 촉수는 어떤 것도 꿰뚫지 못했다.
파지지직!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그림자처럼 튀어나온 린드버그가 왼손으로 촉수를 붙들었기 때문이다.
“저걸 붙잡아?”
이해가 되지 않는지, 리마스는 무심코 넋을 놓고 린드버그를 지켜봤다.
끼기기기깃!
어느새 린드버그의 절단된 오른팔에서 낯익은 병기, 포신이 나타났다.
마나를 응집했는지, 포신에는 샛노란 빛이 구체로 집결돼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네놈은 인간이 아니었군. 저항이라도 해볼 생각이냐? 부질없을 텐데.
린드버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체르노보그의 얼굴에 포신을 갖다 대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쨌다고. 새꺄?”
콰아아앙!
포신에서 발사된 구체가 체르노보그의 얼굴에 직격해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
소년과의 계약으로 외로움쟁이 인형은 걸어 다닐 수 있는 몸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외로움쟁이 인형은 바라던 것을 얻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게 최악이었다.
직접 걸어 다니면서 본 인간의 세상은 절망 그 자체, 악의의 집결체였다.
세상에 나와 먼저 본 사람은 노파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소매치기였다.
그 소매치기는 달아나던 중 주변의 갱단에게 두들겨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
소매치기가 훔친 물건을 팔아 흥청망청 놀던 갱단은 마을을 시찰하던 경계병들에게 상납할 돈이 없어 맞아죽었다.
경계병들은 갱단의 목에 걸려있던 포상금을 얻기 위해 목을 잘라갔다.
경계병을 통솔하던 대장은 그들이 얻어온 포상금의 일부를 받아 호가호위했다.
그리고 어느 날,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상층부의 감시에 덜미를 잡혀 처형을 당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악인이 척결된 다음에 찾아온 것이 깨끗한 것이 아닌 더할 나위 없이 추잡하고 더러운 악의였다는 것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상층부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죽은 악인들의 자리를 대신 채워갈 뿐이었다.
……인정을 갈구했지만.
외로움쟁이 인형은 두려움에 빠졌다.
어쩌면 자신이 원했던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정이 메마르기 전에 어떻게든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외로움쟁이를 알아본 남자가 다가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외로움쟁이 인형을 만든 가문에서 온 남자였다.
남자는 말했다.
자신들을 위해 인형을 만드는 데 협조한다면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외로움쟁이 인형은 그 제안을 수락해 가문에 들어갔다.
그렇게 수백 년, 수천 년.
외로움쟁이 인형은 신분을 탈바꿈하며 가문에 존속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론은 하나였다.
……인간은 괴물이다.
인형기술을 끝없이 발전시켜가던 가문의 일원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거듭해 죽고 죽이는 인형을 제작했다.
그 광기에 벗어나기 위해 외로움쟁이 인형은 가문을 빠져나왔다.
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인간의 악의에 환멸을 느껴 다른 것에 매진했건만, 결국 악의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지?
수많은 번민만을 끌어안은 채, 외로움쟁이 인형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너덜너덜한 행색으로 쪼그려 앉았다.
……배고픔 따위는 모른다.
……잠도 자지 못한다.
그저 멍하니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툭툭.
누군가 멍하니 있는 외로움쟁이 인형의 머리를 두들겼다.
슬쩍 고개를 올려보니 꾀죄죄한 몰골의 소년이 눈 꼬리를 치켜뜨며 말을 걸고 있었다.
“……안 죽었네.”
슬럼가에서 온 아이인가?
돈은 없으니까 적당히 밟다가 가겠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스윽.
소년은 자신이 들고 있던 빵을 두 쪽으로 쪼개 외로움쟁이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외로움쟁이 인형은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회피하며 툴툴거렸다.
“괜히 시체 냄새나면 잠자리 사나우니까 일단 먹어둬. 그렇다고 내일은 없다.”
……낯선 선의에 외로움쟁이 인형은 의구심을 품다 소년이 건네준 빵을 손에 쥐었다.
***
콰아아앙!
격렬한 전투로 스크랩 마운틴 곳곳에 굉음이 울려 퍼지고 곳곳에 크레이터가 생성됐다.
파직! 콰앙!
체르노보그에게 팔을 물린 린드버그는 뜯겨져 나간 오른쪽 어깻죽지를 감싸 쥐며 고철더미 사이를 뒹굴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잔뜩 입어 과다출혈이 일어났지만.
카카카카카캉!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 린드버그는 체르노보그의 촉수에서 잘라낸 칼날을 쥐고 그대로 발을 박찼다.
체르노보그는 즉각 촉수를 변형한 마나포로 린드버그를 노렸다.
콰드드드득! 콰아아앙!
그대로 일격을 허용한 린드버그.
직격당한 대퇴부는 융해되지 않고 그대로 깎여나갔고.
콰앙!
다리의 기능이 상실되기 전에 린드버그는 체르노보그의 어깨에 올라타 이마에 칼날을 꽂아 넣었다.
키기기기깃!
그러나 리마스가 제조한 인형의 육신은 무척이나 단단했다.
린드버그가 내리친 검신은 체르노보그의 이마를 파고들지 못했다.
-크크크크크크크크! 참으로 가련하구나. 아이들이 다칠까봐 내 공격을 피하지 않고 있는 족족 맞아가며 버티는 그 꼴이…….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푸욱!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등에서 뻗쳐 나온 촉수가 린드버그의 등을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악!!”
린드버그는 입가에 선혈을 토해내며 비명을 내질렀고.
콰앙!
체르노보그는 조롱하듯 린드버그를 내동댕이쳤다.
끼깃! 끼깃!
그 충격으로 왼팔과 왼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여버렸지만.
린드버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삐걱거리는 몸으로 체르노보그의 앞에 섰다.
“어, 어떻게 된 스펙이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리마스는 경악했다.
생전 인형 제작에 생을 바쳐온 그였기에 린드버그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린드버그의 육신은 한없이 인간에 가까웠다.
관절은 비틀릴 대로 비틀렸고, 체르노보그의 마나포에 직격당한 부위는 살이 모조리 깎여 나가 앙상한 골자만 가득했다.
출혈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제아무리 튼튼한 인형 병기라도 이쯤 되면 움직이는 것도, 수복도 불가능하건만.
린드버그는 엉망진창인 몸을 이끌고 체르노보그의 앞에 서 있었다.
체르노보그는 기계 눈동자로 린드버그를 살피며 리마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네놈이 만든 인형보다 저 녀석이 훨씬 더 괜찮은 몸과 심장을 가진 모양이군.
울컥!
리마스는 얼굴을 붉히며 급격히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체르노보그가 차지한 인형골자는 그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리마스는 결국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린드버그는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의 인형이었다.
스멀스멀.
질투가 뒤섞인 눈으로 린드버그를 쳐다보던 리마스는 이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저놈만 사라지면, 이제부터는 제가 만든 걸작만이 명성을 떨친다는 이야기로군요.”
-아아, 그 말대로다.
체르노보그는 그의 말에 공감하며 균형을 잃기 일보 직전인 린드버그에게 촉수를 겨냥했다.
끼기기기깃!
린드버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 표정에는 두려움도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 한 것도 아니었다.
원하는 것은 이곳의 아이들을 지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타닷!
그는 지극히 단순한 그 신념 하나만을 품고 체르노보그에게 달려갔다.
-인형 주제에 하찮은 이상을 품고 있군.
체르노보그는 한껏 린드버그를 비웃으며 촉수를 휘날렸다.
푸욱! 푸욱! 푸욱!
온몸 곳곳에 빼곡히 촉수가 박힌 린드버그는 마침내 사지 모두를 잃고 지면에 처박혔다.
히죽!
-이제부터 양분을 섭취할 시간이다.
본격적으로 살육을 즐기려는 순간.
콰아아아앙!
바로 뒤에서 날아온 검은 참격이 그의 양쪽 다리를 모두 동강내버렸다.
-뭐, 뭐야?!!!
당황한 체르노보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일격을 날린 이를 찾으려고 했으나…….
스윽.
정작 그에게 참격을 날린 건우는 체르노보그를 스쳐지나가 린드버그에게 향했다.
***
……꺼져간다.
오랫동안 육신에 깃들었던 무언가는 희미한 잔재만이 남아 점차 꺼져가고 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불현듯 부서진 몸을 따뜻한 황금의 빛이 감싸 수복하고 있었으나……
그 한계는 명백했다.
빠득!!
‘살릴 수 없다.’
복원의 권능을 시전하던 건우는 불길한 사실을 직감하고는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었다.
치직!
바로 그 순간, 린드버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꼬맹이.’
희뿌예진 시야 너머로는 먼 옛날 보았던 소년의 모습이 엿보였다.
눈을 연신 깜박여 다시 보니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건우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린드버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건우에게 말했다.
“……너를 속여서 참 미안하게 됐어.”
“어떤 점을요?”
태연한 건우의 질문에 린드버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퍼핏 가문 최초로 에고를 가지게 된 시초의 인형, 외로움쟁이. 그게 바로 나야.”
“……딱히 외로워 보이지 않는 걸요.”
건우는 무뚝뚝한 시선으로 주변을 쳐다봤다.
격렬한 전투에 멀찍이 피신했지만, 아이들은 결코 린드버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울먹이는 눈동자로 린드버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린드버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답했다.
“아아, 맞아.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왜냐하면……”
타앗!
무어라고 하려는 찰나, 건우와 같이 온 크루아가 창백한 표정으로 린드버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이, 이게 어, 어떻게 된 거야. 린드버그! 정신 차려!!!”
크루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절규했다.
린드버그는 처연한 표정으로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했지만.
마음은 구슬픈 감정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헤어지기 싫다.
아직 크루아의 곁에 남아 지켜주고 싶다는 감정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차분히 생각을 다잡아 보지만.
머릿속에 있는 감정과 하고 싶은 말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기에……
하는 수 없이, 아쉬운 감정을 토로해보기로 했다.
“……크루아. 사실 네가 그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라는 건 알고 있어. 일부러 차가운 척 굴어보려고 해도 결코 냉정해질 수 없었잖아.”
“……말하지 마.”
린드버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후회와 절망밖에 없는 생에서 넌 나한테 여러 가지를 줬어.”
“말하지 말라고!”
“때때로 제멋대로 화내서 짜증날 때도 있었고, 떼를 쓸 때면 늘 그만큼 채워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가득했지만…… 진심으로, 진심으로 행복했어. 네가 나에게 상냥하게 베푼 만큼 나도 그만큼 나눠주고 싶었어.”
주마등이라도 스쳐간 걸까?
그동안 크루아와 지냈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여운을 느끼는 시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기 싫어.’
남은 짧은 시간에 무척이나 애가 탔지만……
하고 싶은 말만큼은 적절한 때, 떠올랐다.
린드버그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크루아에게 말했다.
“가족이 돼줘서 정말 고마워. 난 이제 외롭지 않아.”
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