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9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91화
카앙! 카앙!
격철 소리가 린데바움 거리 곳곳에 울려 퍼졌다.
평소라면 대장장이가 쇠를 두들길 때 나는 소리라 여기고 가볍게 넘어갔을 테지만.
콰아아앙!!!
곧 그것이 지반 전체를 으스러뜨리는 굉음이라는 것을 자각한 순간 마을 곳곳이 소란스러웠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저, 저것 봐.”
철을 두들기는 데 여념이 없던 드워프들조차 망치를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온 거리.
쇄액! 카앙! 카앙!
그곳에는 두 인영이 마치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병장기를 부딪치고 있었다.
한 명은 키가 2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인형.
그 안에는 죽음의 신, 체르노보그가 깃들어 있다.
반면, 그와 맞부딪치는 상대는 그보다 훨씬 작은 건우였다.
“저, 저거 퍼핏 가문에서 제작한 인형 아니야?”
“기존에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데.”
체르노보그의 육신이 퍼핏 가문이 제작한 인형이라는 것을 깨달은 드워프들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일제히 경악했다.
콰앙!
왜냐하면, 전장의 화신이라 불리는 거대 인형이 단 한 명의 인간에게 개박살이 나서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체 절반이 작살난 체르노보그가 한 대장간에 처박혀 융해된 철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변의 무기를 흡수해 자가복구를 시전합니다.] [몸체 변형 3단계에 돌입합니다.]하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는 듯, 체르노보그의 몸에서 수많은 촉수들이 뻗쳐 나와 주변의 무기들을 집어삼키고 새로운 형체로 변형했다.
이번에 개조된 몸의 크기는 크기 약 180센티에, 피부는 보다 인간과 유사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
들고 있는 낫도 세련된 형태로 개조돼 이전보다 훨씬 강한 죽음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강하군. 탑 최강의 클랜을 단신으로 격파할 만해.
체르노보그는 건우의 무위에 적잖이 당황한 듯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피식.
그 모습을 지켜본 건우는 입 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죽음의 신이라고 하더니, 죽음이 두렵나보네.‘
-……네놈.
핵심을 파고드는 한 마디에 체르노보그는 분개해 말했다.
-하찮은 인형 하나 부쉈다고 분노한 것이냐? 그딴 건 퍼핏 가문한테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면…….
콰아앙!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멸의 링을 두른 건우의 주먹에 체르노보그가 박살이 났다.
[주변의 무기를 흡수해 자가복구를 시전합니다.] [몸체 변형 4단계에 돌입합니다.]마치 조건반사처럼 인형의 촉수들이 주변의 무기를 게걸스럽게 집어삼켜 다시금 개조를 시도했지만.
콰앙!
“몇 번을 하든 마찬가지야.”
부질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건우는 끊임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주변의 무기를 흡수해 자가복구를 시전합니다.] [몸체 변형 5단계에 돌입합니다.]콰앙!
[주변의 무기를 흡수해 자가복구를 시전합니다.] [몸체 변형 6단계에 돌입합니다.]콰앙!
[주변의 무기를 흡수해 자가복구를 시전합니다.] [몸체 변형 7단계에 돌입합니다.]콰앙!
‘어,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거야?! 이제는 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는데, 어째서?!’
그 압도적인 차이에 체르노보그의 머릿속은 점차 공포로 물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까짓 거 다시 만들면 된다고? 다시 만들 수 없으니까 용서할 수 없는 거야. 알아?!”
콰아앙!
이번에는 신체의 80%까지 작살난 체르노보그가 100미터 이상 나가 떨어졌다.
콰아아앙!
체르노보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이젠 기력조차 잃었는지, 인형의 몸이 잘 기동되지 않았다.
외딴 건물 벽에 등을 기댄 체르노보그는 자신을 향해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걸어오는 건우를 보며 질겁했다.
인형의 몸만 박살낸다면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건우의 정체는 이 탑을 떠들썩하게 만든 교란자.
신의 영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가지고 있을 터였다.
끼긱! 끼긱!
체르노보그는 녹이 슨 것마냥 괴이한 소음이 나는 손으로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자, 잠깐 기다려! 교란자여. 그대가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했다.
“난 내가 세다는 걸 보여주려고 너하고 싸우는 게 아닌데.”
두둑.
반드시 부셔버리겠다는 의지가 깃든 주먹을 보며 체르노보그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무, 물론 그렇지만. 나는 뱀의 다음 음모를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어. 이건 너한테 분명히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필요 없어. 내가 알아내면 돼.”
명백한 결의가 실린 눈빛에 체르노보그는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잘 판단해봐. 뱀이 어째서 제약의 법칙을 풀었고, 하계에 신들이 강림했는지…….
“날 죽이려는 거겠지.”
-크흐흐흐흐흐 성좌들이 그렇게 뱀에게 우호적으로 협력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래? 관심 없어. 이미 거기에 대한 대책은 세웠으니까.”
직접 하층에 강림한 성좌들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건우는 펜리르와 계약을 맺었다.
최강의 마신, 펜리르는 이에 협조해 성좌들을 처치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크흐흐흐흐 완전히 어긋났어.
그러나 건우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지 체르노보그는 한껏 비웃었다.
“죽기 전에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은 거면…….”
-네가 견제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뱀이어야 했다.
“?!”
체르노보그의 말에 건우의 동공이 크게 확장했다.
의표를 찌른 한 마디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우가 견제했던 것은 체르노보그나 제천대성 같은 성좌들이지, 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크크크크. 이제야 이야기할 의사가 있나보군. 나는 죽음의 신으로서 다른 성좌들이 찾을 수 없는 은밀한 곳에서 뱀의 행적을 목격했다. 녀석은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대적자를 죽일 최강의 창을…… 아아, 아마 그것의 이름이 폴 세이어(Fall Sayer)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각보다 득이 되는 정보를 얻었다.
솔직히 이쯤 되니 체르노보그와 협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편협한 생각마저 들었다.
빠직!
그러나 머릿속에 린드버그를 떠올린 건우는 자기혐오를 느끼며 이를 갈았다.
‘이딴 녀석 때문에 잃으면 안 되는 영웅이었어.’
콰앙!
분노는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체르노보그의 머리를 손으로 강하게 움켜쥔 건우는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한 마디를 읊조렸다.
“겨우 그까짓 미끼로 나하고 협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스스스스스.
머리를 옥죄는 오른손에서 불길하면서도 탁한 칠흑의 마력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무, 무엄하다. 네놈! 네놈이 대체 무슨 짓을 하는 지 알기나 하는 것이냐!피식.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이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신살.”
오싹!
그 얼굴을 지켜보던 체르노보그의 신위가 크게 뒤흔들렸다.
[사멸의 링이 시전됐습니다.]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체르노보그의 몸을 감싼 사멸의 링이 인형의 몸체를 통째로 소멸시켜버렸다.
인형 안에 내장돼 있던 체르노보그의 영령은 어떻게든 탈주를 시도했지만, 건우의 손아귀에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죽음이 무섭나? 죽음의 신.”
-네놈!!! 어디까지 탑의 질서를 뒤흔들 생각이냐!!!!
“글세? 아마, 평생 하지 않을까?”
대답과 함께 체르노보그의 영체를 사멸의 링이 둘러쌌다.
-그, 그만둬. 끄아아아아아악!!!
차츰 존재가 소멸된다는 것을 느낀 체르느보그는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했지만.
콰칭!
그대로 건우의 악력에 으깨져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
……체르노보그와 전투를 끝마친 후.
주변의 드워프들과 대장장이들은 파괴의 중심지에서 홀연히 서있는 건우를 경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꿀꺽!
저건 뭐지?
어떻게 맨손으로 전장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퍼핏 가문의 병기를 박살낼 수 있는 거지?
스윽.
고개를 든 건우는 린데바움의 주민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입을 뗐다.
“스크랩 마운틴은 이제부터 내 영지다. 어떤 것도 버리지 마라. 그리고 덤프 칠드런을 낳는 이 쓰레기 같은 지배체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조만간 내 손으로 린데바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어.”
“누, 누구기에…….”
두려움에 떨던 자 한 명이 건넨 질문에 건우는 걸음을 떼며 말했다.
“탑에서 유명하잖아. 교란자라고. 내 힘은 너희들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
거만한 자기소개에 린데바움의 주민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교란자.
탑에서 번외로 취급되는 최상위 강자이자, 탑을 등반하는 내내 파란을 일으켜 악명을 떨치는 자였다.
그런 자가 어째서 이곳 린데바움을, 그것도 폐품더미가 가득한 곳인 스크랩 마운틴을 자신의 영지로 선포한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이것은 린데바움 주민들의 생계에 무척이나 타격을 주는 일이었다.
“다, 당장 그렇게 요구를 하면 저희도 살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타협의 여지를 두고 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콰아아아아앙!
건우의 전신에서 용솟음치는 금빛의 마력에 그들은 일제히 넋을 잃었다.
“개발에만 몰두돼서 너희들이 벌인 몰상식하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어른으로서 져야 되는 책임마저 외면하지 마.”
협상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 선포.
파르르르르.
그 압도적인 힘에 그들은 사시나무처럼 떨 뿐,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이미 어긋날 대로 어긋난 상황이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건우는 그들의 마음속에 단단히 쐐기를 박아 넣었다.
“잊지 마. 스크랩 마운틴은 내 영지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덤프 칠드런은 내 영지의 주민이고. 건드리다가는 가만 두지 않아.”
“…….”
이 말은 곧 현실이다.
그 현실을 체감한 주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수그렸다.
건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
어두운 저녁.
졸지에 쓰레기 더미 산을 자신의 영지로 선포한 건우는 시스템에서의 영지 등록과 이후의 행정절차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쯧쯧. 사고는 아주 크게 벌이더니 수습하는 모습은 아주 가관이구먼.
세이비어는 시스템 창을 보며 끙끙 앓는 건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제가 잘못한 걸까요?”
-아주 잘했다. 힘을 가졌으면 쓰기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베풀 줄도 알아야 되는 거다.
“알면서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안 했어요?”
-……크흠.
느닷없는 팩폭에 세이비어는 헛기침을 하며 딴 곳을 응시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이번에는 의자에 앉아있는 시초의 인형,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지만, 그의 얼굴은 너무 편안해보였다.
반면, 크루아는 충격이 컸지만 어떻게든 덤프 칠드런을 달래주며 상황을 정리하려 나가고 있었다.
건우는 막사 밖에서 아이들을 호통 치며 달래는 크루아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스스스스.
손아귀에는 평소와 다른 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에 새로 취득한 차이트의 힘.
그러나 그것이 정확히 어떤 힘인지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건우가 생각하는 개념을 넘어선 개념을 가진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스킬인지 알고 사용하려는 거냐?
“이해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이 힘은 인연을 이어주는 힘이라는 걸.”
건우는 피식 웃으며 린드버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
린데바움에서 머문 지 어언 열흘.
건우는 사멸의 링의 힘을 이용해 폐품더미로 가득한 산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복원의 힘을 이용한다면 압도적인 재산을 벌어들일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 것은 덤프 칠드런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대신, 그들이 얻은 것은 광활한 토지와 농지였다.
농지를 가꾸는 아이들을 보며 크루아는 건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안 보인 사이에 크루아는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애들 잘 보살펴주라고. 조만간 이곳에 너희들을 지켜줄 남자를 보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미련이 없는 건지, 건우는 그대로 발길을 옮기다……
스윽.
그대로 등을 돌리며 크루아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조금 귀찮은 일을 남겨놨어. 너무 놀라면 안 된다.”
“귀찮은 일이요?”
할 말을 마친 건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만을 남긴 채, 그대로 스크랩 마운틴을 떠났다.
***
건우가 떠난 후.
‘귀찮은 일이 뭐지?’
건우가 남긴 마지막 말이 유독 신경 쓰였던 크루아는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에잇, 몰라. 어차피 사는 게 귀찮은 일인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건우가 떠난 자리를 치우기 위해 막사에 들어온 순간.
움찔!
눈앞에 있는 인영을 보고 크루아의 얼굴이 심하게 경직됐다.
스윽.
그곳에는 낡은 천으로 몸을 감은 소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글을 둘러쓴 소년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왜 난 혼자인 거야?”
그 모습은 놀랍게도 린드버그의 모습과 판박이었다.
콰앙!
그 사실을 깨달은 크루아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박차며 어린 린드버그를 껴안았다.
“……숨 막혀. 넌 누구야?”
퉁명스런 표정으로 린드버그가 당황스러운 마음을 표출했다.
파르르르.
크루아는 흐느낌을 주체할 수 없는지 몸이 떨렸지만, 살며시 힘을 풀며 어린 린드버그를 주시했다.
“왜 울어?”
린드버그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눈물을 글썽이는 크루아의 눈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훔쳤고.
크루아는 울먹이면서도 미소와 함께 말했다.
“……난 너의 가족이야.”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