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29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294화
최종적으로 헤르메스와의 협상은 결렬됐다.
헤르메스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소득은 ‘똬리를 튼 뱀’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7성급 몬스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는 경멸 어린 표정으로 건우를 노려본 뒤 발길을 옮겼고,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건우는 산장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화르르륵.
그 결정으로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는 자그마한 형태로 난로의 불을 지피고 있었다.
-장작이 필요 없어서 편하긴 하구나.
‘그래도 명색의 정령왕인데, 땔감 대신으로 말하는 것도 좀…….’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황당무계한 표정을 짓다 곧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그니스가 이렇게 헌신적인 것은 라페아의 명령 때문이 아니다.
그저 스스로 라페아의 휴식을 위해 자진해서 불을 지피고 있을 뿐이다.
새근새근.
그리고 라페아는 따뜻한 불길 아래서 건우의 무릎을 베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맞은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니파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뗐다.
“며칠 동안 네 걱정 때문에 한낮한시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
“내가 뭐라고 참.”
건우의 말에 니파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고 할까.”
“거기까지. 조만간 사이비 종교단체 교주가 될 것 같은 느낌인데.”
건우가 질색하자 니파는 정겨운 미소로 건우에게 말을 건넸다.
“정작 본인은 남에게 희망과 힘을 주면서, 왜 자기가 남한테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거야?”
“글쎄. 아마 그런 적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난 사람을 잘 믿지 않아.”
전생부터 과거, 짐꾼 시절까지 건우가 본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덫만 있었을 뿐, 진심은 항상 결여돼 있었다.
지금도 그것은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만남을 가질 때면…….그 사람이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읽어야 한다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라페아와 니파는 진심을 가지고 건우를 대해줬다.
여러모로 복잡 미묘한 건우의 표정을 지켜보던 니파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헤르메스의 동맹 제안을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일 거야.”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 만남은 파국으로 치달을 게 너무 뻔해. 설사 7성급을 격퇴하더라도 이후 그들의 창은 날 향하겠지. 토사구팽은 여러모로 사양이야.”
“…….”
니파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건우를 지켜봤다.
“왜 그래?”
건우의 물음에 니파는 자신이 염려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너의 결정이 그렇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폴세이어가 성좌들을 꺾었을 때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번 신들의 연합은 가히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만큼 치열할 것이다.
아마 신화 속에서 최악의 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라그라뢰크, 기간토마키아보다도 더…….
그리고 이 전쟁에서 연합이 파탄나고 성좌들이 패배했을 때.
아마 탑의 지배체계는 크게 뒤흔들려 지각변동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게 불 보듯 뻔했다.
이미 신들과 척을 졌지만, 건우 역시 그 상황만큼은 꺼릴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진짜 이용만 당하다가 끝날지도 몰라.’
건우는 신중한 표정으로 니파와 라페아를 쳐다봤다.
피식.
건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간파한 니파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엘더리아로 돌아갈게.”
“탑을 등반하면서 뭔가 해야 된다고 하지 않았어?”
“그것도 중요하지만,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난 신이나 뱀에게 인질이 될 가능성이 크잖아.”
“?!”
자신의 의중을 단숨에 꿰뚫어본 니파의 말에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보기 드문 건우의 반응에 니파는 이겼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예쁘고 가녀려보여도 너보다 연상이라고. 이 꼬맹아.”
라고 말한 뒤, 건우에게 다가가 이마를 검지로 꼭 눌렀다.
화끈!
예상치 못한 스킨십에 건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무어라고 말하려는 찰나.
니파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엄중하게 경고했다.
“물론 여기서 눈치 없이 ‘한참’ 연상이라거나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
이번에도 정곡을 찔린 건우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피식.
그런 건우가 귀여운지 니파는 훈훈하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분하지만, 나는 라피만큼 강대한 힘을 가지지는 못했어. 곁에서 가장 힘이 되고, 응원하고 싶지만…… 그건 아마 불가능하겠지.”
“그렇지 않아.”
건우가 오기 섞인 표정으로 말하자, 니파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엔 꼭 이 남자에게 힘이 되자고.
***
깊은 밤.
니파는 결국 엘더리아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라페아도 전전긍긍하다 엘더리아까지 동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평소라면 건우와 같이 있겠다고 선언했을 터였지만, 아무래도 니파의 신변이 걱정돼 엘더리아까지 동행을 자처한 듯 보였다.
건우가 분명 어떤 선택을 할지도 이미 짐작은 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선택을 하자, 건우는 떠나기 전 그녀에게 질문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괜찮은 거야?”
“안 괜찮아. 분명 건우, 네가 사고 칠 게 뻔히 보이니까. 하지만 그런 점까지 각오하고 이 길을 선택한 거다.”
“……고마워.”
같이 있고 싶은 것은 건우 역시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잘못된 선택 하나, 하나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곁의 동료들에게까지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페아 역시 건우의 짐이 되기 싫은 듯 보였다.
라페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보다 나는 내조에도 능한 여자니까.”
“청소랑 요리는?”
홱!
라페아는 다른 곳을 응시하며 답했다.
“그건 예외. 애초에 그 분야로 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피식.
그 모습이 실로 귀여워 보여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페아는 빤히 얼굴을 붉히며 지그시 니파와 눈빛을 부딪쳤다.
‘또 싸우려나.’
이번에는 또 왜 그러지?
어떤 징조를 느꼈는지, 건우가 불안한 표정으로 두 여인을 바라봤고.
라페아는 도도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뱀과의 결착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만.”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이제는 신과 결착을 낼 정도의 힘을 얻었고, 그리고 펜리르를 통해 뱀의 정체까지 간파했다.
그리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한 뱀 역시 폴세이어라는 자신의 마지막 패를 꺼내들었다.
결착의 때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아보였다.
슬슬 결단 어린 표정을 지을 때, 라페아는 팔짱을 끼며 건우에게 말했다.
“그 싸움이 끝나면, 너는 내 소원을 들어줘야 돼.”
“소원이라니?”
상당히 강압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건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그녀가 앞으로 할 말이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니파와 나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해.”
“……잘못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을 훨씬 웃도는 요구에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깜짝 놀라 두 여인의 얼굴을 살펴보자…….
“…….”
“…….”
그녀들은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건우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잠깐. 그,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는 한 명하고만 연을 맺어야 하는 제도가…….”
스윽.
라페아와 니파는 슬그머니 건우와 거리를 좁히며 차례로 운을 뗐다.
“……그건.”
“네가 책임지고 알아서 할 일이지.”
이미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마쳤는지, 그녀들의 결의는 무척이나 굳건했다.
이후 할 말을 마친 라페아와 니파는 건우의 양 뺨에 키스를 했다.
……….
일순간 말문을 잃은 건우는 벙찐 표정을 지었고.
“그럼 가볼게.”
“배웅은 딱히 필요 없다.”
그녀들은 상기된 미소를 지으며 바깥으로 나섰다.
***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
차이트의 마지막 스킬을 터득하기 위해 의자에 걸터앉아 긴 밤을 지새우는 건우였지만.
아무래도 일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령의 모습으로 수련을 지켜보고 있던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날렸다.
-졸지에 색시가 두 명이나 생길 판국이라 마음이 복잡한 것은 이해한다만 집중할 때는 집중해야지. 요 녀석아.
우다탕탕.
그의 말에 심히 당황한 건우는 어울리지 않게 그대로 의자에서 고꾸라졌다.
-얼씨구. 이제 슬랩스틱 코미디를 찍네.
“마음이 무겁습니다.”
-웃기고 있네. 헤벌쭉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크흠.”
솔직히 탑에서 제일 아리따운 여인이, 그것도 둘씩이나 프로포즈를 했는데 마음이 뒤숭숭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것이다.
“저도 남자입니다.”
-그동안 눈치 없을 때는 고자가 아닐까 의심하기는 했었다.
“…….”
이 부분은 또 차마 반박은 못 했는지, 말문을 잃었다.
-마냥 행복한 일상만 기다리지는 않을 게다.
“벌써부터 확정짓지 마세요. 애초에 한국에서는…….”
-파르데비아로 국적 바꿔. 그럼 끝나잖아.
“…….”
이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에 건우는 잠시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세이비어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결혼은 지극히 현실이다. 가장이 된다는 것은 곧 멸망한 세계를 지키는 것만큼 무거운 것을 어깨에 짊어져야 된다는 것이니까.
슬그머니 건우가 불안한 표정을 짓자, 세이비어는 그 고민조차 간파하며 말했다.
-벌써부터 두려워할 건 없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겠지만, 서로를 깎아가며 맞춰갈 테니 말이야. 그래도 나는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행복을 이번 생에는 누렸으면 좋겠구나.
솔직담백한 세이비어의 격려와 위로, 충고에 건우는 위안을 얻었다.
“어쩐지 의욕이 더 샘솟네요.”
-너무 까불거리지는 말고.
“까불지 않으면, 교란자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잖아요.”
건우는 차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세이비어는 피식 웃으며 재차 말을 건넸다.
-지금 보니 너는 교란자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나보구나.
“처음에 어감이 별로여서 싫었지만, 지금은 듣기 좋아요.”
-왜?
“깽판치기 딱 좋은 이름이잖아요.”
씨익.
대답과 함께 건우는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적이 봤다면, 분명 오금이 저리는 느낌을 받았을 테지만.
세이비어는 ‘이놈이 평소처럼 큰 사고를 일으키겠군.’라고 생각하며 단조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앞으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차이트의 마지막 스킬을 터득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이다. 그 경지만큼은 나도 이르지 못한 경지니 도움은 주지 못할 거다.
“할아버지야. 곁에만 있어도 충분히 도움이 되시죠.”
-왜 갑자기 아부를 떨어?
세이비어는 쑥스러운 듯 눈을 회피했고, 건우는 슬며시 자신의 손안에 차오른 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개념을 뛰어넘은 개념의 힘.
어렵게만 생각했지.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차이트의 본질을 간과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알 듯 말 듯한 그 힘에 대해 건우는 초조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힘의 개념을 정립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입은 쉬지 않았다.
“확실히 이 힘의 범위가 어디까지고 효력이 뭔지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언뜻 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장인의 도구를 주고 명작을 만들라는 소리랑 비슷한 것 같았어요.”
-지금은 그거랑 다른 느낌인가보구나.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토로했다.
“이 힘은 장난꾸러기이자 시간의 신 차이트에서 비롯돼 저를 걸쳐 완성된 스킬. 적을 농락하고 동료를 지키는 힘이에요.”
띠링.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시스템창에서 메시지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급 스킬 ‘???’의 이론을 최건우 고유의 스킬로 확립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