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30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외전 1화
파르데비아의 국제공항, 린다.
한 남자가 전용기 탑승을 위해 대기석에 머물러 있었다.
은백발의 붉은 눈빛.
이는 한 혈족을 상징하는 외양적 특색으로 세간에 널려 퍼져있다.
남자의 이름은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
바로 이곳, 파르데비아 기업국가의 총수였다.
현재 그는 눈앞에 드러난 시스템을 통해 한 남자와 긴히 채팅 중에 있었다.
띠링!
[최건우: 가족들은 무사히 도착했나요?]채팅창을 살펴본 오르비스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채팅 상대인 건우는 현재 탑에서 정보수집활동 중으로, 지구에서는 부재중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지구와 탑 간의 통신을 가능케 했는데…….
많지는 않지만, 거래항목을 통해 물물교환도 가능한 터라 건우에게 필요한 물건과 지구의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그리고 현재, 건우의 식구들은 이곳 파르데비아에 입국해 휴양 겸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특별한 손님인 만큼 오르비스는 VIP를 모시는 경호팀까지 내보내 마중가려고 했으나…….
라페아의 필요없다는 말에 결국 전화로 환영인사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비스: 물론이죠.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많이 컸더군요.] [최건우: 요즘은 말을 도통 안 들어서 고민입니다.] [오르비스: 그게 아버지의 고민이기도 하죠. 그나저나 지각변동 이후 탑은 어떻습니까?] [최건우: 시련의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높아졌어요. 신들 중에서도 각별히 강해지는 녀석들도 생겨나고 있고요.] [오르비스: 무슨 고민이 있나보군요?]오랫동안 기업국가의 총수로 지내 와서 그런지, 단지 채팅창을 읽는 것만으로도 오르비스는 건우가 어떤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했다.
건우도 구태여 오르비스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최건우: 사실 제 성좌 되시는 분께서 또 뭔가 요란한 사고를 쳐주신 것 같아서요.] [오르비스: 어떤 사고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최건우: 제4의 사도가 나타났다고 소문이 나서요.] [오르비스: ……흉조군요.] [최건우: 흉조라고 할 것까지야…… 아니, 그보다 저도 그 흉조 측에 낀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오르비스: 오타가 났습니다.] [최건우: 오타가 아니라 속마음이 드러난 거겠죠!!!] [오르비스: 크흠, 사소한 건 일단 접어두고, 제4의 사도는 어디 있습니까?] [최건우: 이 잡듯이 뒤졌는데, 나오지 않아요. 아마 지구에 갔을 확률도 있을 것 같아서 급하게 귀환하려고 하거든요.] [오르비스: 모처럼 가족이 한 자리에서 모이겠군요. 조만간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채팅 종료 후.
오르비스는 곰방대에 불을 붙이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어린 아이처럼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 건 실로 오랜만이다.
건우와 막역지우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동료로서 그의 귀환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딸칵!
하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갑자기 조명이 꺼지더니, 우당탕탕 소리가 나며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진압 당했다.
시간으로 치자면, 약 5초.
오르비스가 대동한 경호원들은 파르데비아 특무기관에서 훈련된 엘리트로 한 명, 한 명이 A급 헌터와 맞먹는 힘을 지닌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순식간에 당하다니.
오르비스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철컥!
이내 차가운 총구가 오르비스의 머리에 겨누어졌다.
“…….”
오르비스는 냉담한 표정으로 눈매를 좁히며 주변의 상황을 살펴봤다.
주르르륵.
지면에 쓰러진 경호원들의 부상은 상당히 위험한 상태.
방금 전까지 대기실에서 녹화하고 있던 CCTV 화면에 외부의 침입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부의 적인가.’
상황파악을 어느 정도 마친 오르비스는 폐부 깊숙이 담배 연기를 흡입한 뒤, 길게 내뱉었다.
“후우. 무슨 용무로 이렇게 거칠게 찾아온 거지?”
“과연 소문대로 간이 대단히 크군, 오르비스. 어떤 목적으로 너를 찾아온 걸까?”
조소 어린 반문에 오르비스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일단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나를 인질로 삼아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겠지. 그 외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사상을 가지고 테러를 벌이는 테러리스트들. 후자의 경우에는 말이 안 통할 테니까. 총을 쏘든 말든 알아서 하게나.”
어두컴컴해서 적은 식별도 못 하는 상황.
더군다나 트리거만 당기면 총알이 격발돼 머리를 관통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릴 법한 상황이지만.
오르비스는 마치 남 일인 것 마냥 태연자약했다.
움찔!
‘역시 기업국가의 총수는 다른 건가.’
오히려 그를 위협하는 이들이 격발될까 우려하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오르비스는 그 움직임으로 무언가 눈치를 챘다는 뉘앙스를 보냈다.
“호오. 내 목숨이 너희들한테 꽤나 중요한 건가보군.”
“닥쳐라. 한 마디만 더 지껄인다면…….”
“……쿠데타인가.”
오르비스는 이미 사태파악을 마친 듯 보였다.
“?!”
침입자들은 당황했는지 눈을 부릅떴고, 오르비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추리를 내놓았다.
“언뜻 봐도 내부의 소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 움직임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건…… 이 나라의 2인자, 율리안인가.”
…….
주변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다들 이후의 대처에 대해 눈치를 주고받을 때.
뚜벅, 뚜벅.
어둠 건너편에서 백색의 의상을 갖춰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령은 70대의 노인이었다.
이름은 율리안 파겔.
파르데비아를 실질적으로 통솔하는 제2인자로, 혈족 위주로 돌아가는 이 나라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위치에 오른 자였다.
그리고 한 나라의 2인자답게 굳건한 눈빛과 표정에는 강한 신념이 실려 있었다.
“흐음.”
오르비스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율리안.”
“죄송하게 됐지만, 총수님의 정책에는 이제 싫증이 나서 말입니다. 이제는 제가 당신의 바통을 이어받아야겠습니다.”
“생각보다 야망을 갖춘 인물이었군.”
“그런 남자인지 알고도 사용한 건 총수님입니다.”
“높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확실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네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남자 아니던가.”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오르비스를 보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율리안은 껄끄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오르비스는 분명 방심했다.
준비기간은 짧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에 기습을 감행해 결국 성공했다.
누구라도 자신의 부하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오르비스는 침착한 눈빛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방심하면 안 돼. 조금만 더 하면 세계 최강의 부자국가를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어.’
오르비스는 차분한 표정으로 율리안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나의 이목을 숨길 정도로 엄청난 게 뭔지 궁금하군.”
“뭐, 천천히 기대하셔도 됩니다. 기대 이상의 것이 될 테니까요.”
“아, 그전에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군.”
“크크크크크. 유언이라도 남기실 생각이십니까? 안심하십시오. 정신 병동에 가둘 생각은 있어도, 죽일 생…….”
“너무 티 나게 날뛰지 말게. 자칫 하다가는 파르데비아가 존폐 기로에 몰릴 수도 있으니까.”
“…….”
뜬금없는 부탁에 율리안은 진심으로 기가 차 말을 잃었다.
이 남자는 신경이 정말로 쇠심줄이라도 되는지, 아니면 허세를 부리는 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저희의 병력을 진압할 수 있는 국가 병력은 파르데비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씨익.
“있다네. 지상 최강의 가족이…….”
오르비스는 엉뚱한 답변에 율리안은 그가 자신을 끝까지 농락하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색깔이 변했다.
“뭣들 해! 끌고 가!”
그의 명령에 부하들은 오르비스를 구속하고 그대로 끌고 갔다.
***
후웅!
“후웃! 모처럼 휴가인가.”
입국절차를 마친 춘삼은 등에는 백팩, 손에는 캐리어를 끈 채,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파르데비아의 린다 공항.
세간에는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 생산국으로 명성이 걸출하지만, 그 외에도 정치, 경제, 관광,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이 따라잡아야 될 모델로 선정된 국가가 바로 파르데비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파르데비아는 관광하기에 매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후후후후. 오늘만큼은 철딱서니 없는 놈들을 따돌리고 카지노를 즐길 수 있겠군.’
속으로 음흉한 생각을 품는 순간.
“삼촌, 또 이상한 생각 하죠?”
바로 곁에서 캐리어를 끄는 적금발의 소년, 최가람이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춘삼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10살,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나이에 맞지 않게 유난히 어른스런 점이 춘삼의 눈에 거슬렸다.
바로 뒤에는 쌍둥이 엘프 남매, 하준과 하린이 있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7살의 천진난만한 나이답게, 쌍둥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며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세 남매의 보호자로 온 춘삼은 잠시 마음 속 어두운 야망을 접어두며 입을 열었다.
“크흠! 이상한 생각을 하다니. 요 녀석. 요즘 독심술이라도 쓰냐?”
“……삼촌한테 굉장히 많이 당했잖아요. 아, 그리고 작은 어머니께서 도착하면 꼭 이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뭔데?”
“여행경비는 저한테 맡길 테니까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고요.”
“니파 형수님께서는 나를 어떻게 보는 거니?”
노골적으로 말하기 미안한지, 가람은 말을 더듬었다.
“고,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둘 수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
너무나 현명한 처사에 춘삼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흥! 어차피 내 사비로 충당하면 되지.’
하지만 못내 서운한 마음에 춘삼은 뿌루퉁한 표정을 짓다 곧 어딘가를 주시했다.
시선이 향한 곳은 어마어마하게 높은 빌딩이었다.
“우와! 진짜 크다. 삼촌! 저렇게 큰 건물 처음 봐요! 저거 이름이 뭐예요?”
하린은 눈을 반짝이며 춘삼에게 고개를 돌렸고.
춘삼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세계 10대 마천루 중 하나라고 불리는 빌딩, 클라이노트야. 완공한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라고 생각하면 돼.”
“……예쁘다.”
태양빛에 반짝이는 유리색광에 하린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기서 어머니들을 만날 예정인 거죠?”
“응. 저기 수족관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점심시간에 만나러 가면 돼.”
춘삼의 설명에 하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들은 어디 있는데?”
“엄마들은 지금 우리 만나려고 이것저것 스케줄 비우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
“스케줄?”
쌍둥이 오빠, 하준의 설명에 하린은 단어가 잘 이해가 안 되는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
하준의 설명을 잠잠히 듣고 있던 춘삼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놈들. 조금은 애들 같이 천진난만하게 굴어봐라.”
‘내가 애들이 성장하는 데 악영향이라도 준 걸까나.’
춘삼은 문득 그런 고심을 했지만.
“삼촌, 빨리 가요?”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피식 웃으며 발을 뗐다.
“……가람아.”
“네?”
“삼촌이 옛날에 이런 빌딩 같은 거 지어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었다.”
돈만 많으면 금상첨화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때를 떠올리며 춘삼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요?”
그리고 이어지는 가람의 질문에 춘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더 귀한 게 있다는 걸 깨달으니까 허무하더라고.”
“귀한 거요?”
“있어. 그런 게…… 요놈아.”
“악! 아파요. 삼촌.”
춘삼은 가람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클라이노트의 입구로 들어갔다.
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