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30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외전 2화
세계 제1위의 마천루, 클라이노트.
최근에 완공된 이 거대한 빌딩은 탑에서 넘어온 교류자이자 드워프인 레나트에 의해 건축되었다.
높이는 1120미터, 221층의 마천루로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이라는 위상을 가지게 됐다.
세계 최대 부유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곳은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 오락 시설 등의 대규모 복합 시설이 갖춰져 있어, 한 해에 관광객이 1억을 약간 넘을 정도로 관광지로서도 각광을 받는 곳이었다.
130층의 전망대.
“삼촌! 지금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
금발 엘프 소녀, 하린은 유리 전망대로 보이는 경치를 보며 눈을 반짝 빛냈다.
“……삼촌은 살 떨려서 못 보니까 여기 있을게.”
으리으리한 그 풍경에 춘삼은 살짝 겁에 질린 듯 보였다.
그에 반면, 가람과 하준은 살짝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니하트 등에서 올라타서 보는 풍경보다는 덜한데.”
“비마나를 타고 활공하는 게 더 재밌어.”
“……조금은 천진난만한 구석을 보여라. 요놈들.”
춘삼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두 조카를 쏘아보다 곧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질적인 풍경에 눈을 부릅떴다.
두두두두두.
처음 가장 먼저 귀를 자극한 것은 프로펠러의 회전 소리였다.
이윽고 헬기들은 전망대까지 단숨에 다가왔고.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은 일제히 로프에 매달리더니…….
쨍그랑!
단숨에 유리창들을 깨뜨리고 안으로 진입했다.
“꺄아아아악!”
“뭐, 뭐야?!”
전망대에 올라온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군인들을 보며 덜덜 떨었다.
***
시간은 약 30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불길한 징조를 깨달은 춘삼은 세 조카를 끌어안고 화단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거의 특수부대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이었지만.
사륵.
화단에 있는 잎사귀가 흔들리는 것조차 놓치지 않은 군인이 곧장 총구를 화단 너머로 들이댔다.
“거기 숨어있는 놈들, 썩 나와. 3초 안에 안 나오면, 즉각 격발하겠다.”
“여, 여기 있습니다.”
춘삼은 즉각 손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냐?”
“네. 싱글인데요.”
“…….”
철컥!
그 와중에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는 바람에 군인들의 화를 북돋웠다.
“자, 잠깐!!! 진짜 혼자입니다.”
춘삼은 기겁하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부터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벽에 손을 대고 얌전히 있어야 될 거다. 경고를 거스르면 어떻게 될지 똑똑히 보여주지.”
바로 그때, 춘삼이 손을 든 채 전언을 전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한 가지 이야기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말이 어려웠나?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이라면 입을 열어도 된다.”
철컥!
군인이 권총을 들어 겨누자 춘삼은 정말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말을 드리기 정말 외람되지만, 죽고 싶지 않으면 전원 무장해제하고 대가리를 박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뭐지? 이 미친놈은?
테러리스트한테 항의 혹은 굴복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경고를 하는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게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눈매를 지그시 좁히며 말했다.
“네녀석, 헌터인가?”
춘삼은 입꼬리를 피식 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래 보여도 S급 헌터란 말이죠. 지금은 민간인을 위협하는 지라 얌전히 있지만, 만약 이 이상 일이 커지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
춘삼의 말에 군인들은 살짝 긴장했다.
지금 시대에 무장을 갖춘 병사들은 각성자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그런 경우를 대비해 각성자를 제압하기 위한 각성자 부대지만 타깃이 S급 헌터라면, 그조차 의미가 없다.
꿀꺽!
모두가 고인 침을 삼키며 춘삼을 지켜봤다.
인질이 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눈빛에는 희망이, 그리고 테러리스트의 눈빛에는 언뜻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S급 헌터의 출입 유무는?”
식은땀을 흘리며 전황을 확인한 남자가 부하에게 질문을 건넸고, 명단을 샅샅이 살펴보던 부하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습니다.”
여기까지인가.
춘삼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뻥입니다.”
빠직!
“이 자식이! 감히 나한테 장난을 쳐!!!”
춘삼의 페이크에 단단히 화가 난 남자는…….
타앙!
그대로 총을 격발했다.
시간으로 치면,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아! 정말 뭐 하는 거예요!”
화륵! 카앙!
검지와 중지, 양손에 불꽃을 결집시킨 가람이 총알을 흐물흐물 녹여버렸다.
손가락 끝에는 불의 중급 정령, 샐러맨더가 화륵 불을 피우고 있었다.
“가, 각성자?!”
“지금 당장 저 녀석부터 제압해!!!”
예상치 못한 불꽃의 출력에 깜짝 놀란 병사들은 일제히 총구를 들이대고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앙! 타앙! 타앙!
“꺄아아아아악!”
“피, 피해!”
고막을 찢어발기는 총성과 함께 사람들은 기겁해 일제히 몸을 수그렸다.
반면, 춘삼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풀지 않고 남자에게 불길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아, 멍청이들. 난 분명 경고했다.”
……허세가 아니었다?
여전히 태평한 그 반응에 테러리스트 남자는 일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전조를 느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쇄액!
가장 먼저 불길한 전조를 자극한 것은 귀에서 울려 퍼지는……
화륵!
모든 것을 활활 불태울 것 같은 작렬의 소음이었다.
크아아아아앙!
순식간에 플로어 전체에 들이닥친 거대한 불꽃이 민간인들을 마치 보호막처럼 둘러쌌다. 춘삼과 아이들을 향해 퍼부어졌던 총알들은 모조리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크, 큰 어머님.”
테러리스트를 봐도 태연자약했던 하준이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뚜벅, 뚜벅.
중앙에 피어오른 불꽃이 걷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하늘하늘한 붉은 드레스를 갖춰 입은 라페아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싸늘한 표정으로 병사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표독스러우면서 가시가 돋친 그 모습은 무척이나 위험하면서도 다가가고 싶다는 욕망을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네, 네년은 누구냐?”
슬쩍!
라페아는 주변을 한 번씩 살펴보다가 그의 말을 무시하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너희들이야말로 누군데, 내 자식들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거지?”
심기가 거슬린 듯, 라페아는 그들의 위협을 무시하고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애들 정서상 죽이지는 않겠지만, 날 더 이상 자극하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야. 앞서 이 남자가 말하지 않았나? 대가리를 박으라고?”
“당장 쏴!!!”
방심하는 지금이 제격이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지휘관이었지만.
그것은 실로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티에라.”
왜냐하면, 라페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와 함께…….
콰아아아앙!
전망대 층 구조 자체가 이질적으로 변형되더니, 거대한 바위 구조물이 소용돌이 형태로 병사들을 한 데 끌어모아 압축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끄아아아아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서서히 좁혀지는 구조물의 압박에 병사들은 구토 증상을 일으키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라페아에게 애걸복걸했다.
덜덜덜덜,
그녀의 앞에 홀로 있던 지휘관은 바지에 오줌을 지린 채,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S급이 아니다.
아니, S급 따위가 될 수 없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각성자 중에서도 터무니없는 강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싶었지만.
콰직!
라페아의 손짓에 좌우로 바위구조물이 튀어나오더니, 단숨에 그를 압착시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줘.”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안도하거라.”
라페아는 싱긋 웃으며 그의 귓가에 넌지시 한 마디를 던졌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뭔지 아직 알려주지 못했잖느냐? 난 누군가의 생명을 쉽게 앗아가는…… 그런 재미없는 여자가 아니니라.”
오싹!
……이 여자 미쳤어.
지금 당장 지원군을 불러서 미사일을 날려야…….
자폭도 감수하고 무전기로 신호를 전송하려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빌딩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헬기들이 한 기씩 격추되어 아래로 사라졌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애써 남은 희망도 부질없이 사라지자 그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누가, 이런 어마어마한 짓을…….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라페아의 뒤에서 슬그머니 걸어오는 한 여인이었다.
라페아와 같은 디자인의 에메랄드 빛 드레스를 갖춰 입은 금발의 엘프.
그녀의 눈빛은 루비처럼 반짝이고 있었고 손에는 화살과 활이 들려 있었다.
“엄마!”
하린은 반색하며 어머니인 니파에게 뛰어들려고 했고.
“…….”
춘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달려가려는 하린을 막아 세웠다.
니파는 짐짓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실력이 많이 녹슬었네.”
“원 샷 원 킬인데, 어디가 녹슬었습니까?”
춘삼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되묻자 니파는 상큼하게 웃으며 답했다.
“조금 삐끗해서 말이지. 피해가 조금은 있겠네.”
뭔 소리지?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 순간…….
콰앙!
바다로 추락 중이던 헬기 중 한 대가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져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 미친?!”
지휘관은 경악하며 턱을 떨어뜨렸다.
방금의 대화만 듣고 상황을 판단해봤을 때 떨어질 궤도까지 다 계산해서 헬기를 격추했다는 말인데, 이것은 세상 어떤 헌터도 할 수 없는 기예였다.
“너, 너희들은 대체 어디서 보낸 작자들이냐!!”
지휘관은 분한 듯 탄식했고 라페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디서 왔냐고 하면, 최 씨 가문에서 왔다만.”
“최, 최 씨?”
외국에는 흔치 않은 한국어 발음에 그는 그 단어를 연신 되새김질하다……
우드드드득!
온몸의 뼈가 으깨진 상태로 기절해버렸다.
***
클라이노트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이곳을 찾아온 관람객들은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상황을 냉철하게 관철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사락.
벙거지 모자 사이로 보이는 윤기 넘치는 은백발의 머리칼이 찰랑거렸다.
푸른색 선글라스 너머에는 붉은 눈빛이 은은히 엿보였다.
트렌디한 코트까지 걸친 그 모습은 마치 모델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녀의 이름은 리리스 파르데비아.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그녀의 직책은 이 나라의 재무부 차관으로 실질적으로 파르데비아의 재정은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를 보필하고 있는 보좌관, 마야는 불안한 표정으로 건물을 습격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보며 말했다.
“아, 아가씨 얼른 호위부대를 보내는 게…….”
“소용없어.”
“네? 그게 무슨?”
“매스컴에 타지 않게 통신 기기 자체에 오류를 일으키고 있어. 그리고 움직임이 지나치게 체계적이야. 아마 보안실부터 점령해놓고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 명령을 내리고 있겠지.”
“……그 말은 외부에서 일으킨 게 아니라 내부에서 일으키는 소란이라는 건가요?”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것 빼고 별로 가능성이 생각이 나지 않아. 그리고 이 녀석들이 노리는 건, 아마 나일 거라고 생각해.”
“어, 어째서?”
리리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산을 기획한다는 건 그만큼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거거든. 만약 이게 내부에서 벌인 쿠테타라면, 주동자는 내가 가장 먼저 은행자산을 동결시켜버릴 걸 뻔히 아니까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면서까지 나를 찾아내려고 하는 거겠지”
“그나마 다행이군요.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리리스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여기에는 혹시 모를 비상 상황 때 가동되는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있거든. 만약 그 시스템까지 장악했다면…….”
“찾았다!! 리리스 파르데비아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리리스를 발견한 군인 중 한 명이 리리스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이것 놔!!!”
깜짝 놀란 리리스가 왼손으로 세차게 그의 뺨을 올려붙이려 했지만.
덥석!
“크크크크 이제 모든 게 끝났어.”
군인은 그녀의 왼손마저 틀어쥐며 비열하게 웃어 보였다.
리리스의 눈빛에 서서히 절망으로 물들려고 할 때.
“끝나긴 뭐가 끝나. 이 변태 새꺄.”
콰앙!
바로 앞에 드리운 그림자가 난입하더니, 군인의 몸을 마치 축구공처럼 걷어찼다.
우드드득! 콰앙!
“크허허헉!”
타격당한 부위가 작살이 난 군인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척! 척! 척! 척!
주변의 군인들이 일제히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무척이나 긴박한 순간.
살랑.
‘늑대 귀하고 꼬리?’
귀여운 이미지를 갖춘 수인이 리리스의 앞에 섰다.
우득, 우득.
늑대 수인, 렌은 목과 어깨 등의 관절을 풀며 양손을 주머니에 낀 상태로 입을 열었다.
“하아, 귀여운 조카들을 보러 왔건만 너희들 때문에 다 꼬였잖아. 어떻게 책임질래?”
“…….”
너무나 태연자약한 반응에 주변의 군사들은 일제히 말문을 잃었다.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지휘관은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렌에게 물었다.
“행색으로 보아 교류자인 것 같은데, 어디 진영에 속한 자지?”
“진영?”
뜬금없이 웬 진영?
렌은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머릿속에 간신히 떠오른 답변을 내놓았다.
“최 씨 가문의 진영이라고 할까?”
“최 씨? 그건 어디에 속한 길드지? 정부 소속 기관인가? 아니, 그냥 발포해!!!”
다소 혼란스런 발포 명령에도 군인들은 일제히 트리거를 당겼다.
타타타탕!
“으윽!”
격발 소리에 놀란 리리스는 그대로 몸을 웅크렸고.
스스스.
일순간, 렌의 손목에 부착된 팔찌는 엄청난 크기의 할버드로 돌변했다.
쇄액! 콰아앙!
렌은 그 할버드를 손에 쥐고 허공에 단숨에 한 획을 그었다.
총알은 할버드가 빗어낸 풍압에 다시 튕겨 나갔고.
피잇!
지휘관의 뺨에는 튕겨나간 총알이 스쳐지나가며 긴 혈흔이 생겨났다.
피식.
렌은 얄궂게 잇몸을 드러내며 마저 하지 못한 답을 내놓았다.
“최 씨는 그냥 한국에 있는 평범한 집안이야.”
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