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30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외전 4화
클라이노트 130층.
전망대에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한 가족에게 시선이 몰려 있었다.
정작, 시선을 받은 당사자, 라페아는 정령들을 활용해 현장을 점령한 테러리스트가 얼마나 분포돼 있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탐색 시간조차 1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스륵.
눈을 뜬 라페아는 천천히 입을 뗐다.
“흐음. 1만은 넘는 부대가 이곳을 장악하고 있군. 각 층마다 퍼져 있기는 하지만, 구도 상으로는 제일 위층이 수상해.”
니파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탐색이 불가능한 거야?”
라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버금가는 힘을 가진 자,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자가 있다는 거겠지.”
분위기는 금방 숙연해졌다.
춘삼의 표정은 특히 더 어두워졌다.
“……세상에 그런 괴물이 또 있다는 겁니까?”
…….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침묵이 찾아왔다.
가람과 하준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라페아의 눈치를 살폈고.
퍼억!
라페아는 노크하듯 춘삼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크아아아아악!”
그것만으로도 꽤나 아팠는지, 춘삼은 헛숨을 들이키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니파의 질문에 라페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렌과 칼도 올라갔으니, 나도 올라가 봐야지.”
통증이 어느 정도 줄었는지 춘삼은 다시 한 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는 여기에 남을 수밖에 없겠군요. 힘내십시오. 큰 형수님.”
…….
정말 지긋지긋한 놈.
볼 때마다 이렇게 참신하게 의리 없는 놈은 또 처음 본다.
니파가 그런 시선으로 춘삼을 바라볼 때.
빠직! 빠직!
라페아는 웃는 표정으로 얼굴 곳곳에 힘줄이 돋았다.
그녀 역시 화를 다스리느라 꽤나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화날 때가 제일 무서운 것을 알고 있는 가람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가, 같이 올라가죠. 아무래도 어머니 곁이 제일 안전할 테…… 우웁!”
스읍!
춘삼은 재빨리 손으로 가람의 입을 막은 뒤, 가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요놈 자식. 가서 임사체험하고 싶어?”
가람은 가까스로 춘삼의 손을 떨어뜨리며 속삭거리며 답했다.
“삼촌 왜 이렇게 의리가 없어요. 어머니 화낼 때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집으로 돌아가면 또 며칠간 잠적하려고 그러죠?”
뜨끔!
정곡을 찔렸지만, 춘삼은 즉각 반박했다.
“의리 없긴 누가 없어?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너희 삼남매 똥기저귀를 다 갈아준 것도 바로 나야! 그리고 너 지난번에 한문 성적 처참하게 개판으로 받아왔을 때, 그거 점수 위조해준 게 누군 줄 알면서.”
“그걸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얘기해요!”
빠직! 빠직! 빠직!
귓속말로 말한다고 하지만, 이미 범인의 청각을 넘어선 이들이 무려 둘이나 있었으니…….
니파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라페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는 중이었다.
-진정해! 라피!
-아직 건우도 없는데, 박살내버리면 큰일 나.
-어휴, 박춘삼 저 미친 인간. 어떻게 하면 사람이 화내게 만들지 연구하는 놈인 것 같아.
-이미 도발 스킬은 건우를 한참 넘어섰어.
바로 옆에서는 4대 정령왕이 그녀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입 다물고 여기 남아있어. 그리고 둘은 나중에 나랑 긴히 얘기 좀 하지.”
가까스로 흘러나온 라페아의 음성은 매우 싸늘했다.
춘삼과 가람은 그대로 빳빳하게 경직돼 버렸다.
덩달아 하준 역시 심하게 긴장해버렸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니파는 결국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라페아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니파를 쳐다봤고. 니파는 활짝 웃음을 만개하며 답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같이 모였다는 게 실감나서…….”
“그것도 그렇군.”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라페아는 훗 웃음을 터뜨리며 그대로 발길을 옮겼다.
***
클라이노트 최정상.
그곳에는 현재, 테러활동을 벌이고 있는 쿠데타 세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각 층에 있는 병사들을 최정상층으로 집결시켜!!!”
이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참모, 라베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현 상황에 당황을 금치 못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다.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이는 건 이 빌딩 어딘가 숨어있는 리리스에게 경고를 가하기 위해서다.
계좌를 동결시키면,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가장 먼저 그들의 의도를 파악한 리리스는 몸을 감추기는 했지만, 섣불리 재정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처음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니 줄곧 순조로웠다.
정확히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방음이 무척 잘 돼있어 소음은 들리지 않지만.
주시하고 있는 CCTV화면에서는 리리스 파르데비아를 보호하며, 늑대수인과 엘프들이 거침없이 이곳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각성자를 상대하기 위해 각성자 부대들이 여러 전략을 구사해봤지만 지니고 있는 무위가 너무 높아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들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이 둘만 제압을 하는 것도 사실상 힘겨운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진짜 까다로운 건 이 여자야.”
라베라는 참담한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돌고래 같은 무언가를 타고 빠르게 위로 향하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콰아아앙!
그녀가 몰고 온 격류는 무장을 하고 있는 이들만 속속히 골라내 휩쓸어버렸는데, 각 층마다 이런 식으로 싹쓸이를 하는 바람에 맞상대해야 하는 군인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실패한다.’
라베라는 양손에 깍지를 끼며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냈다.
당연했다.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오르비스에게 반기를 든 작자들이다.
여기서 쿠데타가 저지된다면, 음흉하기 짝이 없는 오르비스가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는 감히 상상도 채 되지 않았다.
“이게, 이게 다 네놈이 율리안 님을 꼬드기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야!!”
라베라는 이빨을 빠득 갈며 구석에서 CCTV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키는 190cm 거한에 치렁치렁 흩날리는 금발은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보였다.
그의 이름은 베어볼릭.
탑에서 온 교류자로, 그의 전신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스윽.
베어볼릭은 지그시 눈매를 좁히며 라베라를 쳐다봤다.
움찔!
단지 그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라베라는 심장이 덜컹 가라앉을 것 같았다.
스윽.
하지만 그는 별달리 뭐라 반박하지도 않고 라베라에게 신경을 껐다.
“크윽!”
이에 라베라는 큰 굴욕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
베어볼릭의 시선 속에서 그는 마치 날파리 같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날파리가 왱왱거리며 짜증은 나지만.
신경을 끄면, 별달리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보통내기들이 아니군. 이곳에서 S급 헌터라 불리는 자들보다 훨씬 우월하고 강해.”
다행히 날파리보다 높은 취급은 받고 있는지 베어볼릭은 라베라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적을 우후죽순으로 밀어버리는 라페아에게 꽂혀 있었다.
“……아름답군.”
라페아의 도도한 매력에 취했는지, 베어볼릭은 히죽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지금 상황이 이렇게 긴박한데 여자나 보고 있을 때야.”
라베라의 질타에 베어볼릭은 조소를 그리며 말했다.
“가시에 찔릴 걸 알면서도 다가가는 게 남자 아닌가. 크크크크.”
그는 추악한 욕망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꽈악!
라베라는 어이가 없어 아랫입술을 말아 깨물었지만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율리안이 쿠데타에 성공할 수 있게 조력을 준 것이 다름 아닌 베어볼릭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천하의 오르비스의 눈마저 속이는 강자였다.
“크윽! 쿠데타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율리안님은 너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니 아무쪼록, 리리스 파르데비아를 생포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군.”
“아아 그러지. 그러면 우선 이 녀석들부터 처리해야 되는 건가.”
베어볼릭은 화면에 비친 렌과 칼을 보며 중얼거렸다.
“에피타이저로 나쁘지 않겠군.”
여유만만한 멘트에 라베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이길 수 있는 건가?”
렌과 칼의 솜씨는 언뜻 봐도 웬만한 S급을 뛰어넘는다.
그런 둘을 에피타이저로 취급하다니…… 웬만큼 자신감이 없이 절대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지켜만 봐. 난 저 녀석들보다 더 높은 층에서 내려온 플레이어니까.”
베어볼릭은 히죽 웃으며 도끼를 손에 쥐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
이동속도는 순조로웠고, 이동 간의 시차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가볍게 할버드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압도적으로 적들을 부수며 걸어가는 기세에서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적을 농락하는 그 모습은 실로 악동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바로 곁에서는 곱상한 외모를 지닌 엘프가 검에 검은 오러를 두른 상태로 순조롭게 제압을 하고 있었다.
두 명 다 개성이 뚜렷해 자칫 서로의 전투에 큰 지장을 줄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이 둘은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서로의 사각을 메워주며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뒤에서 둘을 지켜보고 있던 리리스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생각했다.
‘최소, 타냐 래퍼드랑 준하는 강자야.’
“오, 오지 마!!!”
두두두두두두두두.
둘의 압도적인 무력에 당황한 군인 중 한 명이 아예 기관총을 격발했으나.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라는 걸 모르냐?”
렌은 강체술로 전신을 경화시키며 그대로 맞받아쳤다.
팅! 팅! 팅! 팅!
몸 곳곳에 불똥이 튕기며, 할버드를 사슬형태로 변모시켜 채찍처럼 휘둘렀다.
콰앙!
“크아아아악!”
정면에서 방패를 들고 막아서려고 했으나, 깡그리 깨지며 이미 진형은 초토화돼버렸다.
피식.
그 와중에 얄궂게 웃는 그 모습은 적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람이랑 닮았을지도.’
리리스는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뭔가 하고 싶은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그때, 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살벌한 야성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세요?”
그것이 불길한 징조임을 눈치 챈 리리스는 그 이유를 물었고.
“특이한 게 앞에 있어.”
렌은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며 손톱까지 바짝 세웠다.
우웅!
칼 역시 검은 오러를 한층 더 짙게 검에 두르며 정면을 주시했다.
뚜벅뚜벅.
정면에서는 사자갈기 같은 머리를 지닌 거한의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구.
마치 장난을 치고 싶은 것마냥 힘을 뿜어댔는데, 단지 그것만으로 이렇게 커다란 클라이노트가 마치 장난감처럼 은은히 흔들리고 있었다.
“제법 하는데. 애송이들. 근데 어쩌나? 여기서 죽음을 맞이해야 될 운명이라니…….”
압도적인 존재감에 리리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 당신이 이번 테러, 아니 쿠데타에 힘을 보탠 핵심 인물이겠군요.”
“호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데. 아가씨. 베어볼릭이라고 한다.”
자기소개를 마친 베어볼릭은 혀로 아랫입술을 핥으며 끈적한 시선으로 리리스를 쳐다봤다.
오싹!
그 시선에 리리스의 안색은 새파래졌고.
스윽.
렌은 리리스의 앞에 서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시선이 더러운데.”
“원래 남자란 그런 생물이야.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쟁취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지.”
슬쩍.
한순간, 렌과 칼은 서로를 한 번씩 쳐다보다 동시에 중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개소리 하지 마.”
“호오?”
베어볼릭은 가소롭다는 듯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다!’
렌과 칼은 경계심을 바짝 세우며 자세를 다잡았지만.
콰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어찌 된 영문인 건지, 칼과 렌은 엄청난 타격을 입고 나가 떨어졌다.
주륵.
렌은 토혈을 한 입가를 손등으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야?”
“주제도 모르고 주둥이로 나팔 부는 게 아니다. 애송아.”
베어볼릭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리리스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아가씨. 이제부터 이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하는데, 협조 좀 해줄 수 있을까? 데이트에 어울려준다면, 근사한 걸 선물해주지.”
파르르르.
리리스는 공포에 질려 미약하게 떨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해줬다.
“당신이 너무 매력이 떨어져서 안 되겠는데요?”
“응?”
잘못 들었다는 듯 베어볼릭은 과장스럽게 다시 말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리리스는 발끈하며 말했다.
“내 스타일 아니니까. 꺼지라고요.”
스윽.
베어볼릭은 리리스의 머리칼을 귓가로 넘기며 안타깝다는 어조로 말했다.
“아, 어쩔 수 없군. 이렇게 예쁜데. 아양 떠는 재주가 없어.”
“당장 떨어져!”
위화감을 느낀 렌은 즉각 리리스에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스스.
어느새 베어볼릭의 손날이 리리스의 목에 다다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쇄액! 콰아아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날카로운 수압의 물줄기가 통로 자체를 썰어버리며 베어볼릭의 어깨를 스쳤다.
“크윽!”
이것은 미처 예상 못했는지, 베어볼릭은 피로 범벅이 된 어깨를 매만지며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누구냐?!”
복도 건너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이는 붉은 드레스를 갖춰 입은 라페아였다.
그녀는 심기가 불편한 듯 렌과 칼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흐음, 네가 우리 애들을 이렇게 만들었니?”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