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30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외전 5화
쿠구구구 콰아앙!
라페아가 형성한 강력한 수압의 칼날에 의해 곳곳이 썰린 건물 일부가 와해되어 무너져 내렸다.
‘보통 실력자가 아니군.’
베어볼릭은 자신을 향해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라페아를 보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반면, 그녀로 인해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리리스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가급적이면 부수는 걸 자제했으면 좋겠는데요?”
“어차피 부서진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이 책임지고 복원해줄 테니, 염려는 하지 말거라.”
“으윽!”
라페아가 너스레를 떨자, 리리스는 분한 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렌은 자연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안 봤을 리가 없잖아요. 한때 연적이었는데.”
“안 됐지만, 내 입장에서는 연적 축에도 끼지 못하지. 난 처음부터 승자였으니까.”
라페아는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였고.
“으윽! 화나!”
리리스는 분한 듯 발을 이리저리 굴렸다.
쿠직! 콰앙!
바로 그 순간, 언제 이동한 건지 베어볼릭이 지면을 부수며 라페아를 향해 거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얼굴은 반반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년이라 안 되겠어.”
베어볼릭의 얼굴에는 아까와 달리 긴장이 묻어 있었다.
상대가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농락하며 괴롭히는 악질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었지만, 라페아만큼은 예외로 치기로 한 건지 그는 혼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카앙!
그러나 애써 휘두른 검은 라페아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불똥을 튀기며 튕겨나갔다.
‘언제?!’
눈을 휘둥그레 뜬 베어볼릭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갑주를 걸쳐 입은 라페아가 있었다.
정령왕, 티에라를 갑옷의 형상으로 빗어 몸에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강도는 대지에서 발굴할 수 있는 제일 단단한 광석의 강도와 버금갔다.
‘갑자기 이런 강자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베어볼릭은 이를 차며 라페아와 거리를 벌렸다.
라페아의 반격은 즉각 이루어졌다.
휘이이잉!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가 창의 형상으로 쥐어져 있었는데…….
창날에는 강대한 소용돌이가 맺혀있었다.
라페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찌르기를 시전했다.
쿠직! 콰아아아아앙!
창날의 소용돌이는 급격히 팽창하며 클라이노트의 내벽뿐만 아니라 외벽까지 풍비박산 박살내며 관통했다.
“…….”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렌과 칼, 그리고 리리스는 일제히 할 말을 잃었다.
부서진 외벽 틈새로 살짝 엿보이는 풍경은 험준하기 이를 데 없었고, 들이닥친 강풍에 머리가 헝클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어마어마한 파괴를 벌인 장본인, 라페아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흐음. 감이 좋은 녀석이군.”
“허억, 허억!”
라페아는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공격을 피한 후 숨을 헐떡이는 베어볼릭을 바라보았다.
바로 근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은 고인 침을 꼴깍 삼켜 넘겼다.
‘뭐야? 이 괴물들은…….’
S급 헌터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무위는 그를 한창 넘어서는 느낌마저 들었다.
베어볼릭은 심각한 표정으로 강력한 마력을 발산하고 있는 라페아를 주시하며 말했다.
“뭐하는 년이냐? 헌터 중에서는 너 같은 녀석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일개 주부니라.”
“거짓말 하지 마!!!”
비아냥거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베어볼릭은 발끈했다.
바로 근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리리스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렌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부 맞나요?”
“요리랑 청소는 안 하지만, 일단 주부는 맞아.”
“……자칭 주부라는 거네요.”리리스는 황당하다는 평을 남겼고, 라페아는 찌릿 하며 렌을 노려봤다.
히끅!
렌은 딸꾹질을 하며 애써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는지 베어볼릭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 아아, 재밌어. 지구에서 떵떵거리며 살려고 했는데, 너 같은 괴물이 숨어있을 줄이야.”
“딱히 숨은 적은 없다만.”
라페아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날카롭게 벼려진 눈동자로 말했다.
“그리고 애써 여유를 부릴 필요는 없다. 너 같은 개미는 나한테 발끝 하나도 대지 못 할 테니…….”
“크크크크, 섭섭하게 그러지 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줄 테니까.”
도발적인 한 마디를 남긴 베어볼릭은 그대로 한 발짝 지면에 발을 내딛었다.
응수하기 위해 라페아가 창을 고쳐 잡은 순간.
스륵.
베어볼릭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
깜짝 놀란 라페아가 기감을 극대화시켰지만.
퍼억!
어느새 베어볼릭의 주먹이 라페아의 얼굴을 힘껏 가격했다.
“흐음. 어떤 트릭을 쓴 거지?”
갑작스런 타격에 입술이 터져 피가 흘러나왔지만.
스윽.
라페아는 엄지로 피를 닦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베어볼릭을 관찰했다.
“호오 이제야 나의 무서움을 알아보는 건가.”
베어볼릭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라페아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결착을 내기는 어렵겠지. 내 이목을 속이는 잔재주를 파악하지 못한 이상…… 그리고 너는 갑주를 두르지 않는 부위로만 나를 타격할 테니…… 장기전을 벌일 수밖에…….”
우득, 우드드득.
이내 라페아는 자신의 얼굴까지 완전히 갑주를 착용했다.
“아아, 짜증나는 여자다.”
베어볼릭은 인상을 찌푸리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스륵.
발설 직후.
베어볼릭의 신형이 다시 사라지며 리리스와 렌의 뒤로 튀어나왔다.
“왜냐하면, 나한테 인질이 있으니까.”
“?!”
깜짝 놀란 렌이 즉각 할버드로 내려치려고 했으나……
스륵.
베어볼릭은 어렵지 않게 몸을 젖혀 피해낸 뒤, 리리스에게 손을 뻗었다.
화르르르륵!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행위는 미수로 그쳤다.
크르르르르.
언제 소환한 건지, 홍염의 갈기를 가진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가 칼과 렌, 그리고 리리스를 감쌌기 때문이다.
라페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어조로 말했다.
“인질이야 보호하면 그만이지.”
씨익.
그리고 바로 이 점을 노렸는지, 베어볼릭은 음산하게 웃으며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던졌다.
“소모되는 힘이 만만치 않겠군.”
“?!”
그의 의도를 깨달은 라페아는 눈을 부릅떴고.
스윽.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베어볼릭은…….
콰앙!
거검을 라페아의 흉갑에 휘둘렀다.
티잉!
물론 갑주는 당연히 베이지 않았지만, 기습을 허용한 라페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갑주 부디 해제하지 말기를 기원하지.”
할 말을 마친 베어볼릭은 천천히 라페아를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
클라이노트를 마주볼 수 있는 파르데비아의 한 호텔.
그곳에는 강제로 납치돼 감금돼 있는 이 나라, 최고의 수장이 있다.
이름은 오르비스 테레 파르데비아.
쿠테타가 벌어진 기간은 약 사흘이 지났고 국민들은 아직 오르비스의 행방에 대해 알지 못해 파르데비아 안은 지극히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콰앙! 콰앙!
정확히는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은 풍비박산 박살나고 있는 클라이노트를 보며 쿠데타의 주동자들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리리스 파르데비아를 납치하기 위해 테러로 위장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리리스가 납치되기는커녕 테러리스트들이 웬 괴한들에게 제압당하고 있어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후룩.
그 풍경을 보며 오르비스는 평안한 표정으로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그와 같이 있던 율리안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이마를 매만지고 있었다.
쿠데타의 성패가 바로 시간에 달려있는데, 계획이 생각보다 뒤틀리는 바람에 그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기자들도 쿠테타의 징조를 느끼고 그에게 불리한 보도를 내고 말 것이다.
오르비스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율리안에게 말을 건넸다.
“세상 일이 쉽게 되지는 않지.”
“무려 당신을 속였으니 모든 게 잘 풀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율리안은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고 오르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쿠테타에서는 분명 나의 이목을 속이는 엄청난 자가 움직였겠지. 착각한 게 있다면, 내 계산을 벗어난 존재들은 의외로 많다는 거야.”
“……최건우를 말하는 겁니까?”
애써 피하고 싶은 화제였지만, 율리안은 동양의 한 S급 헌터를 떠올렸다.
세계 최초로 탑을 등반하는 데 성공한 최강의 헌터.
하지만 그는 어떤 계기로 더 이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행방을 많은 이들이 수색하고 다녔지만, 국가에서 작정하고 그의 행적을 은밀하게 감추고 함구하고 있어 쉽사리 그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율리안의 추측에 오르비스는 활짝 웃음을 만개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는 내 예상을 뛰어넘은 존재지. 그는 무려 세상의 종말을 막아낸 자니까.”
“……당신은 최건우가 어디 있는지 아시는 겁니까?”
율리안은 저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깨물며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그럴 리 없어.
애초에 통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기기는 압수한 데다 경호원들을 시켜서 24시간동안 감시했어.
피식.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르비스는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불안한가?”
“……닥쳐.”
“자네가 생각한 대로네.”
“입 닥치라고 했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오르비스의 반응에 율리안은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을 자신의 신세를 알고는 있는 건지, 이 남자는 좀처럼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오르비스는 양손에 깍지를 끼며 자신의 할 말을 이어나갔다.
“탑의 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들은 강해진다네. 하지만 지구에 오는 순간 그 혜택을 잃어버리지. 한 가지 예외인 경우가 있다면, 지구에서는 오직 나랑 단 한 사람만이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최건우 헌터와는 이미 예전에 이야기를 끝마쳤다네. 클라이노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랑, 그리고 내가 갇혀있는 위치에 대해서 말이지.”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제정신이야?
아직까지 오르비스가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거지…….
계속 마음속으로 허세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싱긋.
웃고 있는 그 입꼬리에는 거짓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혈압이 머리끝까지 팽창할 것만 같았다.
결국 율리안은 부하들에게 힘껏 소리치고 말았다.
“지금 당장 이동을 개시한다!!! 오르비스에게는 안대와 구속구를 착용해 오감을 아예 차단시켜버려!!!”
“늦었다네.”
오르비스가 말을 마친 순간.
푸푸푸푸푹!
율리안을 보호하고 있던 각성자들의 몸에 무수한 실이 여러 갈래 관통했다.
주륵.
그들은 모공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누, 누구야!!!”
경악한 각성자들은 일제히 앞을 노려봤다.
저벅저벅.
이미 방안에 들어선 침입자는 어둠 건너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은백발의 머리카락과 달빛 같은 금안을 지닌 10대 후반의 미소녀.
긴팔 브이넥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손은 소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졸려. 모처럼 지구에 와서 피자 좀 먹으려고 했는데, 너희 때문에 일정이 다 뒤틀렸어.”
쿠구구구구구.
각성자들의 숫자는 무려 10명이 넘었지만.
그들은 소녀가 은은히 발산하고 있는 힘에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이 아니야.
저걸 대체 어떻게 죽여?
아직 소녀의 전력을 보지 못했음에도 그들은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광포한 기백에 일제히 병장기를 빼들었다.
“지금 당장 죽여!!!!”
콰아아아앙!
하지만 미처 반항해보기도 전에 허공에 튀어나온 실들이 그들의 모공을 통째로 꿰뚫으며 즉사시켰다.
“이, 이건 뭐야?”
율리안은 경악하며 서둘러 도망가려고 했지만.
질끈!
이미 사지가 실에 결박돼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이, 이것 놔줘!!!”
율리안은 급박하게 코콘에게 애원했지만.
“말이 많아.”
코콘이 검지를 치켜세우자…….
“우웁!!!”
순식간에 율리안의 입은 실로 둘둘 싸여 말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돼버렸다.
“오르비스 맞지? 건우가 보내서 왔어. 코콘이라고 해.”
자기소개를 마친 코콘은 오르비스를 멀뚱히 쳐다봤고.
“모, 몬스터였군. 그것도 7성급의…….”
주륵.
그녀의 정보창을 살피던 오르비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처음으로 평정이 무너졌다.
하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으며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어디 있나?”
“저~기.”
코콘의 검지 끝은 클라이노트의 최정상부를 향해 있었다.
***
콰앙! 콰앙! 콰앙!
‘점점 강해지고 있어.’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자부했던 티에라의 갑옷에 차츰 균열이 일어나며 부서지기 일보 직전에 놓였다.
라페아의 창격에 맞서면서 연신 거검으로 반격하던 베어볼릭의 기세는 한 층 더 날카로워졌다.
쿠직, 쿠직.
티에라의 갑옷은 지금 베어볼릭의 검격에 의해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라페아의 기력이 소진되면서 갑옷을 유지할 여력이 없기에 점차 허물어지는 것이다.
주륵.
마침내 힘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라페아의 입 밖으로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왔다.
‘젠장?!’
지금이라도 힘의 낭비를 줄여야 되지만, 베어볼릭은 틈만 나면 리리스와 렌 등을 노리며 위협을 가해오기 때문에 이그니스를 역소환시킬 수 없었다.
쿠직! 콰앙!
이내 라페아의 갑옷이 완전히 허물어지자, 베어볼릭은 음산하게 미소를 지으며 거검을 고쳐 잡았다.
“하아, 한 꺼풀 벗기니까, 제법 짜릿한데.”
그의 검은 즉각 라페아의 복부를 향했다.
[나선의 경계를 시전했습니다.]하지만 검격은 채 닿기도 전에 라페아의 몸 주위에 형성된 금빛의 경계에 가로막혔다.
“누구야?!”
깜짝 놀란 베어볼릭이 눈을 부릅뜨며 등을 돌리자, 그곳에는 건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성희롱으로 나불거리는 혓바닥부터 잘라내야 될까나.”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