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30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외전 6화
……이 자는 대체 누구지?
건우와 눈을 마주친 베어볼릭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신장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데, 기백에 밀려 마치 자신이 건우를 올려다보는 것 같았다.
스팟!
무심코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건우는 베어볼릭을 한참 지나친 뒤였다.
“언제 온 거야?”
라페아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건우를 원망스레 쳐다봤고.
“쉬고 있어. 라피.”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는 라페아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권능을 시전했다.
상처라고는 입술이 터진 게 다지만, 그 상처조차 빠르게 아물어갔다.
-표정이 장난 아니구나.
세이비어는 험악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린 건우를 보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여자한테 손댔는데, 화 안 나겠어요?”
건우는 당연하다는 듯 답하며, 렌과 리리스, 칼 쪽을 쳐다봤다.
“……오랜만이네요.”
리리스는 뚱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봤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잘 지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
“어딜 잘 지내요? 모처럼 기세 좋게 마천루 끝판왕을 지었는데 처참하게 망가진 기분을 당신이 알아요?”
“고쳐줄게.”
건우는 어깨를 으쓱이다 곧 냉정한 표정으로 베어볼릭을 바라봤다.
“조금 더 부서지긴 하겠지만, 걱정하지 마.”
콰아앙!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서 들이닥친 무언가가 클라이노트 최정상부를 완전히 격파했다.
불시의 기습을 가한 이는 15미터 크기를 지닌 최강의 7성급 몬스터, 니하트.
니하트는 하데스의 투구, 퀴에네의 능력을 발휘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오른팔의 브류나크로 베어볼릭의 복부를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브류나크의 창끝에 복부가 꿰뚫린 베어볼릭은 괴로움의 비명을 토하며 순식간에 바다까지 다다랐다.
그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것은……
스스스스.
0.1초도 안 돼서 금빛의 링에 둘러싸인 클라이노트가 복원되는 광경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입에 한 움큼의 피를 물던 베어볼릭은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지만.
우웅.
부력과 관련된 스킬을 이용해서 바다에 발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니하트는 조롱하듯 허공에서 팔짱을 낀 상태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또 어떤 생물체야.’
베어볼릭은 경악한 표정으로 니하트를 지켜봤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스스스.
니하트와 거의 동일한 속도로 날아온 건지, 바로 앞에는 건우가 깃털처럼 사뿐히 바다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쩌저저적.
발을 내딛은 바다는 순식간에 응결이 돼 발판 역할을 해주었다.
팔락.
케이프를 나부끼며 건우의 입가에는 무척이나 교활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경 1km내에서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능을 지니고 있는 거네. 그리고 권능을 한껏 활용해서 오르비스에게 엿을 먹이고 이 나라를 장악하려고 했겠지.”
“그, 그걸 어떻게?!”
순식간에 자신의 비밀이 탄로나자, 베어볼릭은 턱을 떨어뜨렸다.
건우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처음에 네 번째 사도가 튀어나왔다느니, 이런 소문이 많이 퍼져서 내 성좌님이랑 관련된 권능이 아닌가 싶었지만, 내 성좌님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해서 직접 오게 됐지. 너의 성좌는 크로노스지.”
“크윽!”
애써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지만, 건우는 마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떠벌리니 베어볼릭은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
시간을 관장하고 있는 것은 차이트와 같지만, 그와는 달리 탑에서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꽤나 많은 사도를 지니고 있는 성좌였다.
그리고 베어볼릭은 크로노스의 사도 중 제일 강한 자였다.
얼추 십존의 권위에 도전할 정도지만, 그는 탑을 오르는 대신 지구에서 야욕을 펼쳐보였다.
건우는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등반을 포기한 플레이어에게 위로의 말을 하고 싶지만, 엉뚱한 데 시선을 돌리는 건 용납 못 해. 여긴 내가 지키고 있는 영역이거든.”
“까고 있네. 오히려 네가 이 땅을 독식하려는 거 아닌가?”
베어볼릭의 반박에 건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난 이미 탑의 최정상층을 찍은 플레이이어야. 뭐 때문에 그런 소극적인 야망을 펼칠까?”
“……서, 설마?!”
대화 도중 베어볼릭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건우의 말투에서 절대자의 여유가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탑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십존 중에서는 건우와 같은 외양을 가진 자가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번외로 분류된 최강자들을 떠올리고는 낯빛이 시퍼레졌다.
방금 전에 선보인 강함과 일치하는 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교란자.”
“이제 알아본 건가?”
건우가 싱긋 웃어보였고 베어볼릭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나왔다.
교란자.
그는 탑에서 지배자 계급에 있는 ‘똬리를 튼 뱀’을 주살한, 미친 놈 중에서도 상미친놈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에 대한 소식이 잠잠했었기 때문에 탑에서도 홀연히 그의 이야기가 지워지나 싶었지만, 운 나쁘게도 그의 앞에 그 전설이 나타났으니 어찌 안 놀랄 쏘랴.
베어볼릭은 차분히 마음을 다잡다가 곧 빠득 이빨을 갈았다.
“제 아무리 교란자라고 해도 내 능력은 최강이야!!”
스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어볼릭은 즉각 시간정지의 권능을 발휘했다.
쩌저저적! 콰아앙!
“크아아아아악!”
하지만 권능이 발현된 시점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바다를 가로지르며 덮쳐온 빙결에 오른팔이 파묻혀 빙괴에 갇혀버렸다.
바다 끝에서는 세피아가 글라체스를 든 채, 서서히 걸어오고 있었다.
‘7성급이 두 마리?!’
그제야 사태가 얼마나 긴박한지 실감한 베어볼릭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당연 그의 몸 상태가 안중에 없는 건우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오른손에는 칠흑의 링이 빙그르르 회전하고 있었다.
“네가 발현한 권능은 내 권능으로 깨뜨리면 그만이야. 자, 그럼 선택해보실까?”
“뭐, 뭘 선택하라는 거냐?”
오른팔이 빙결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베어볼릭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 하고 어떻게든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건우는 그런 그에게 무척이나 섬뜩한 제안을 했다.
“니하트에게 포식당하든지, 세피아의 빙결에 묻혀 동사하든지, 브렌넨이 일으키는 분화에 죽든지. 선택해? 요단강 익스프레로 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
“4안을 선택하지. 나는 도…….”
도주라고 외치려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바다에 그어진 한 줄기의 검은 섬광이 그의 팔을 도려냈다.
“크아아아아악!!!”
베어볼릭은 엄청난 통증에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며 건우를 노려봤다.
그곳에서 건우는 불길한 기운이 번뜩이는 마검을 든 채, 딱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손에 능지처참 당할 걸 선택하다니…… 용감하네.”
“크윽!! 4안은 없지 않았나?”
“보기를 제시하기도 전에 자르면 되나?”
건우는 음산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싱긋 웃어보였다.
“조만간 크로노스에게 경고를 하러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내 여자를 건드린 시점에서 너는 가장 잔인하게 죽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한 거야.”
“요, 용서를…….”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한 베어볼릭은 즉각 태도를 돌변했지만.
“용서? 자비? 그게 뭔데? 먹는 거냐?”
들어줄 이유가 없는 건우는 뻔뻔하게 미소를 지으며 베어볼릭에게 발걸음을 향했다.
“오, 오지 마! 크아아아악!”
겁에 질린 베어볼릭은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세이비어는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또라이 최 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스스로 요단강 익스프레에 탑승한 거지.
***
건우의 등장으로 파르데비아의 쿠테타는 순식간에 막을 내렸다.
물론 대중에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오르비스는 건우에게 감사를 표한 뒤 즉각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이른 저녁.
베어볼릭과 단판을 지은 건우는 클라이노트 100층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아빠!!!!”
엘프 쌍둥이들이 달려와 그대로 건우를 얼싸안았다.
“나 왔어! 귀염둥이들!!!”
건우는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아이들을 꼭 끌어안아줬다.
“우리 큰 아들도 안아보자.”
뒤에서 멀뚱히 있는 큰 아들, 가람을 향해 양팔을 벌렸지만.
“창피하게 왜 그래요?”
그새 사춘기가 왔는지, 눈치를 살피다 고개를 홱 저었다.
“에잇! 새침한 녀석!”
건우는 그 모습에 섭섭함을 느끼며 뺨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으윽!”
가람은 창피한 듯 얼굴을 붉히며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아이들만 반기는 것 같아 섭섭한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니파가 쀼루퉁한 표정을 짓자,
“나 왔어. 니파.”
건우는 그녀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뒤, 살포시 안아주었다.
“가족 사랑이 아주 철저하시네요.”
춘삼은 쓴웃음을 지으며 핀잔을 내뱉었고, 건우는 손등으로 가볍게 춘삼의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
“지혜한테 프로포즈할 준비는 잘 돼 가냐?”
“윽! 그, 그걸 어떻게?!”
의표를 찌르는 한 마디에 춘삼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고 건우는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춘삼을 노려보며 말했다.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지혜가 좋아하니까 그냥 넘어가주는 거다.”
춘삼은 부끄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시급히 화제를 돌리기 위해 주변을 살피던 그는 곧 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렌은 어디 있나요?”
“아, 그 녀석.”
건우는 렌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렴풋이 보니, 리리스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연민의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라페아의 견제 때문인지, 리리스는 건우와 이야기도 채 해보기도 전에 오르비스와 쿠데타 사건을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렌이 말을 걸어오니 무척이나 귀찮아하며 쫓아냈지만 렌은 눈치 없는 척, 리리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그녀의 말괄량이 기질에 한눈에 반한 듯 보였다.
“한창 연애 사업에 매진 중이다. 실패하면 나중에 위로해줘라. 상대가 무려 한 나라의 공주니까.”
“……까이겠군요.”
“뭐, 노력해봐야 아는 거지.”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정면에서 걸어오는 라페아를 쳐다봤다.
낮에 있었던 일로 상당한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모처럼 가족이 한 자리에서 모이니 빠질 수 없다는 듯 고집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못 말리겠네.”
-그게 너희 최 씨 일가 특징이잖냐.
세이비어의 핀잔에 건우는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평범한 집안 중 하나죠.”
-어디가?!
기가 막힌 한 마디에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윽박을 질렀다.
***
쿠구구구.
먹구름이 하늘 전체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도심지 주변에는 게이트의 광채가 빛을 발하며 탑에서 넘어온 외계의 종족이 침입을 해왔다.
쿠구구구 콰아아아앙!
그들의 수상한 힘에 한 빌딩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 빌딩의 옥상의 난간에 걸터앉은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종말의 때는 찾아오지 않으나, 지구는 여전히 위험을 겪고 있다.
-가는 거냐?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몸을 일으켰다.
“가봐야죠. 여길 찾아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줘야 되니까요.”
말이 끝나는 순간, 건우의 손아귀에 금빛이 집약하며 건물을 에워쌌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던 건물은 다시금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건우는 검을 들며 그대로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