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6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67화
“…….”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살폈다.
찍힌 사진에는 여자 친구는 없고, 건우의 모습만 고스란히 나타났다.
어처구니가 없던 남자는 버럭 화를 냈다.
“……저기요. 지금 시간대에 사람도 없는데, 꼭 여기로 지나가야 됐습니까?!”
아차, 싶었는지 건우는 급하게 사과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다른 데로 가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 뭐요?! 이 양반이!”
시비를 건 거라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여자 친구가 만류했다.
“오, 오빠 그만하자.”
“너는 화도 안 나?”
남자의 여자친구는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잘생겼으니까 괜찮아.”
“…….”
그 모습을 본 남자의 눈이 질투로 뒤집혔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결국 그는 화를 못 이기고 건우에게 접근했다.
“야!”
그리고 그가 버럭 화를 지르기가 무섭게……
우웅!
그의 뒤로 게이트가 생성됐다.
[퀘스트 던전이 형성되었습니다.]“어? 어어어어어!”
혹시나 모를 위험 사태에 건우는 그의 목덜미를 붙들어 멀찍이 던졌다.
콰앙!
“크윽! 이게 사람을 잡아!”
엉덩방아를 찍은 그는 찔끔 눈물을 흘렸다.
“…….”
지금 벌어진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우는 자연스럽게 인벤토리에서 코트를 꺼내 몸을 걸쳤다.
우웅! 우웅!
다수의 인스파이어 마법진이 장비 아이템의 효과를 불어넣어 주었다.
‘허, 헌터!’
뒤늦게 건우가 헌터임을 자각한 그는 식겁했다.
게이트가 발현되는 시대에서 헌터는 전 인구 중 소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내, 내가 왜 그랬지.’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건우는 오히려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게이트가 생성됐으니까 위험하거든요. 다른 곳으로 가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렴요. 그렇게 해야죠. 자기야. 저기로 가자.”
“어? 어, 어. 오빠 자, 잠깐만 저 사람?!”
인식 저해 마법이 깨졌는지 여자는 건우의 인상을 뒤늦게 알아본 것 같았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멀찍이 떨어지고 난 뒤였다.
건우는 한숨을 쉬었다.
“에휴, 생전에 없던 인기가 생겨서 피곤하네.”
그러고는 눈앞에 형성된 게이트를 살폈다.
눈앞에 있는 게이트는 퀘스트에 있는 좌표와 정확히 일치했다.
[사령의 무덤]-등급: B+
-지형: 죽음이 즐비한 무덤
-서식 몬스터: 구울 외 다수의 언데드 몬스터.
*입장 제한: 퀘스트를 부여받은 플레이어.
*달성조건: 디아도스의 강림을 위해 파견된 정찰병들을 섬멸하라.
“그럼.”
스스.
건우는 곧장 게이트에 진입했다.
***
미국 애리조나.
스코필드 저택은 넓은 정원을 갖춘 으리으리했다.
그곳에는 며칠 전에 미국에 도착해 머물고 있는 선우진이 있었다.
‘역시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가문이네.’
현재 그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사자상은 끊임없이 온수를 내뿜으며 주위를 자욱하게 만들었다.
그때 집사가 욕실로 조용히 발을 내디뎠다.
“가주님께서 보자고 합니다.”
“……오래도 기다리게 하네.”
선우진은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끼익.
접대실에서는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이 선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인상을 확인한 선우진은 경악했다.
‘나보다 20살 연상이라고?’
눈앞에 있는 이는 이 저택의 주인, 빌라이언 스코필드였다.
그의 외모는 여러모로 많은 사람을 놀래기 충분했다.
왜소한 체격에 병약해 보이는 피부, 모성애를 일으킬 것 같은 곱상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진의 인상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각설탕을 들어 커피에 와르르 집어넣었다.
“……쓰레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째서인지 한국어였다.
그것도 다소 거친 언어였다.
“쓰레기, 쓰레기. 어떻게 이런 쓰레기를 나한테 보낼 생각을 한 거지.”
울컥!
쓰레기라고 지칭한 게 자신이란 것을 깨닫자, 선우진은 발끈했다.
“말씀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닙니까?!”
빌라이언은 스푼으로 커피를 저으며 말했다.
“편하게 반말해. 선우유정도 나한테 그렇게 했으니까. 그보다 너 쓰레기는 맞지만 입맛대로 키울 맛은 있겠다.”
오싹!
그의 말에 선우진은 어째서인지 소름이 끼쳤다.
“앉아.”
그의 말투에는 어째서인지 카리스마가 깃들어 있었다.
“…….”
선우진은 고분고분 그의 말을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빌라이언은 계속 자신의 페이스대로 뜬금없는 화두를 던졌다.
“선우유정의 장례는 잘 치렀어?”
“…….”
일순간 주변은 험한 눈보라가 불어닥친 것 같았다.
선우진은 동공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혀, 형이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라? 몰랐어?”
그 말에 선우진이 탁자를 쾅 치며 물었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빌라이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가 중요하지? 난 그런 사소한 이유로 아크 길드와 연락한 게 아닌데?”
“…….”
선우진은 무심코 선우유정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형은 왜 미국만 가면 항상 그렇게 긴장해?
-세상에는 내가 제일 미친놈인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야.
-무슨 말이야?
-그 녀석 이제 곧 미친 짓을 벌일 것 같으니까 항상 경계해야 돼.
-……형.
잠시 회상을 한 선우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늘 오만했던 형이 두려워하며 경계했던 것이 바로 이 남자, 빌라이언이라는 것을.
그에게서는 도저히 사람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선우진이 가야 할 길은 모두 그에게 달려 있었다.
“날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너의 형 이상으로 강해지게 해 줄 수 있어.”
‘S급?!’
선우진은 눈을 부릅뜨다 물었다.
“경우라면 어떤 경우지? 레이즈처럼 수명을 갉아먹는 경우는 사양이야.”
레이즈는 근래 아크 길드의 세력을 확대시켜 준 극약이었다.
빌라이언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제 있어?”
“난 죽으면 안 돼. 하지만 죽여야 될 놈은 있어.”
“그게 안 돼서 날 찾아온 거 아닌가? 아마 죽여야 될 놈이라면 선우유정을 죽인 놈을 말하는 거겠지.”
“…….”
선우진은 침묵을 지켰다.
“좋아. 널 강하게 해 주지. 수명이 대가가 아니라 선우유정이 하는 것처럼 내 실험을 도와주는 거야.”
선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
빌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품에서 앰플병과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이건 각성자를 재각성을 시켜 주는 촉진제야. 이것 외에도 몇 가지 실험을 더 진행할 거야.”
“겨우 그걸로 강해진다고?”
선우진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강해지는 대가는 충분히 있을 거야. 맞아보면 알아?”
스윽.
선우진은 소매를 걷어 그에게 팔뚝을 내밀었다.
빌라이언은 주사기로 앰플병에 있는 약을 뽑아 그대로 선우진에게 주입했다.
두근! 두근! 두근!
약을 투여하기가 무섭게 선우진의 혈관이 꿈틀거렸다.
심장 박동은 미친 듯이 빨라졌고 눈과 코, 입에 피가 흘러나왔다.
“크아아아악!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선우진은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 주변으로 새카만 사기가 몰려들었다.
선우진은 충혈된 눈으로 빌라이언을 째려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묻는 눈빛이었다.
빌라이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입을 열었다.
“수명을 대가로 하지는 않아. 다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 뿐이야.”
꽈악!
선우진은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미쳤다.
오장육부부터 비롯해 몸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뇌는 이 고통에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기를 명령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빌라이언이 말했다.
“효과는 기대해도 좋아. 그 고통에서 벗어난 순간, 너는 악마가 돼 있을 거야.”
“…….”
주륵.
선우진은 비명을 삼키고 입에 피를 물었다.
‘죽인다. 최건우. 강해져서 갈가리 찢어 죽여 버리겠어.’
그 눈빛에는 어느새 광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히죽.
빌라이언은 처음으로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걸로 쓸 만한 꼭두각시 한 마리는 얻었네.’
그는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커피를 마시며 선우진의 변화를 지켜봤다.
***
사령의 무덤.
그곳에는 멀쩡한 평지는 없었다.
지면은 울퉁불퉁했고 발을 딛고 있는 흙은 시커멨다.
주변에는 묘지의 비석이 널려 있었다.
쿠구구구.
그때 지면이 움푹 파이며 썩어문드러진 손이 튀어나왔다.
손의 숫자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흙더미가 파헤치며 튀어나온 것은 어마어마한 구울 떼였다.
[하급구울]-등급: ★
-설명: 농노의 시체로 만들어진 구울, 디아도스의 군단의 말단병사.
-능력치
체력: 50 공격력: 50 방어력: 70 마력: 10
그것들은 사방팔방 끊임없이 건우를 에워싸고 있었다.
보통의 헌터라면 당연히 기겁할 장면이다. 하지만 세이비어는 반색했다.
-오오! 진짜 호러 영화를 본 느낌이구나.
“그러게요.”
건우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수긍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구울은 경험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둘째, 그럼에도 끈질기고 수가 매우 많았다.
전후좌우, 사방팔방.
그 숫자를 다 헤아리면 천 구는 넘을 것 같았다.
‘귀찮으니까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게 속 편하지.’
판단을 마친 건우의 반지에서 빛이 발했다.
“나와라. 바포메트.”
[게이트가 형성되었습니다.]눈앞으로 또 다른 게이트가 형성됐다.
우어어!
그러자 생각 없이 게이트에 다가간 구울들은
콰직!
게이트 너머에서 뻗어 나온 바포메트의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오랜만의 사냥에 흥분이라도 한 걸까?
고오오오오오!
바포메트는 적색 눈으로 주변에 널려 있는 구울들을 보며 고양된 감정을 토해 냈다.
덜덜덜
그러자 그가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상위존재라는 것을 인식한 걸까?
구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건우는 팔짱을 낀 채로 바포메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쓸어버려.”
명을 받아 든 바포메트의 입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집속되었다.
쿠구구구구구구.
불길함을 느낀 구울들이 일제히 발을 박차 바포메트에게 달려들었다.
희번뜩.
하지만 그보다 먼저 불길한 아우라를 내뿜던 바포메트가 브레스를 쏟아 냈다.
콰아아아아아앙!
충격의 여파는 대단했다.
눈앞에 있는 구울들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그 뿐만 아니라 묘지의 비석을 비롯해 지면이 분쇄되어 그대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그 파편에 휘말린 구울들은 그대로 짓뭉개져 죽었다.
***
같은 시각, 사령의 무덤 끝자락.
그곳에는 창과 병장기를 두른 언데드들이 정렬돼 있었다.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몬스터는 데스나이트, 바란.
디아도스가 도래하기 전에 파견되는 선발대의 대장이었다.
이제 곧 디아도스가 도래한다.
그의 임무는 디아도스 도래에 방해되는 적을 해치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활약을 해 보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이변의 조짐은 귀를 자극하는 거대한 굉음이었다.
“……무슨 일이지?”
바란의 물음에 대답한 부하는 정찰병으로, 하늘을 기웃거리고 있던 가고일이었다.
“침략자가 쳐들어왔습니다.”
“침략자?”
바란은 어이가 없었다.
침략자로 선택된 것은 자신들이었다.
한데 그 누가 자신들의 진영을 쳐들어온단 말인가?
“적은 몇이나 되지?”
가고일은 떨리는 음색으로 말했다.
“그, 그게 두 명입니다. 무덤 입구에 있던 병력을 전부 전멸시키고 이곳으로 당도하고 있습니다.”
“뭐?!”
예상치 못한 사태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