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6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68화
시간은 부족하고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건우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켜 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존재는 이그너스 관할, 시련계곡의 보스, 바포메트였다.
콰앙! 콰앙! 콰앙!
바포메트는 주변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구울 떼에게 달려들어 길을 열고 있었다.
번뜩.
초승달처럼 궤적을 그리는 바포메트 낫에 의해 다수의 구울들이 썰려 나갔다.
어리석게도 그의 몸에 달라붙은 구울들은,
쿠직!
소리가 나며 단숨에 박살이 났다.
앞으로 갈수록 더욱 강한 구울과 스켈레톤까지 나타났다.
콰앙!
하지만 속도는 더뎌지기는커녕 더욱 빨라졌다.
그런 바포메트의 모습은 마치 폭풍과 같았다.
상대가 얼마나 있든 상관없다.
푸욱! 푸욱!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조금씩이지만 바포메트는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건우는 구태여 그를 치유하지 않았다.
바포메트는 기본적으로 광전사.
데미지를 입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푸욱!
콰콰콰콰쾅!
무엇보다 건우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오면, 얼음송곳을 날려 좀비 떼의 일부를 쓸어버렸다.
멈칫.
그때 거침없이 돌파하던 바포메트가 발을 멈췄다.
눈앞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숙련된 병력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가 서 있었다.
[데스나이트 바란]-등급: ★★★★★
-설명: 소드마스터 제피로스의 시체로 만들어진 데스나이트. 과거의 영광을 잊고 디아도스 부대의 선발대장으로 활동 중이다.
-능력치
체력: 5200 공격력: 4020 방어력: 12170 마력: 2200
머리 위에 올라온 이름은 역시 적색이었다.
하지만.
‘약해.’
5성급 보스였던 케이론과 비교했을 때 능력치가 크게 떨어지는 편이었다.
바란은 건우를 보며 말했다.
“인간이 어떻게 이곳에 기웃거리는 거지?”
“당연히 쓸어버리려고 왔지.”
“어리석은 놈.”
바란은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들었다.
우웅!
검신이 순식간에 사기를 뿜는 오러로 휘감겼다.
“…….”
건우는 나서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그를 바라봤다.
“인간 주제 감히 날 기만하는 거냐?”
건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널 상대하고 싶다는 녀석이 있어서.”
건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포메트가 앞으로 나섰다.
긴장감이 솟구친 건지 바포메트는 털을 꼿꼿이 세웠다.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위협을 감지한 언데드들이 들썩였다.
바란은 즉각 손을 들어 그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하찮은 금수 따위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바포메트와 바란은 곧 서로를 마주 보았다.
크기는 바포메트가 비교적 우위에 있었다.
쿠구구구.
두 존재의 마력이 충돌하는 순간,
콰앙!
지반이 부서졌고, 둘은 제각기 병장기를 휘둘렀다.
카카카카카캉!
그들 사이로 격렬한 격철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콰앙! 콰앙! 콰앙!
바포메트는 큰 낫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바란을 위협했지만, 바란의 검술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속도도, 힘도, 기술도 객관적으로 봐도 바란이 위였다.
서걱!
승부는 곧 바란에게 기울었다.
바포메트의 왼쪽 팔이 어처구니없이 잘려 나갔다.
‘이까짓 실력으로 나한테 도전을 해?’
바란은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을 드러내며 바포메트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으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가 반지에 심어 둔 시련 계곡 코어의 내구도를 회복시키자 바포메트의 팔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뭐?!”
콰아아앙!
바포메트는 다시 붙은 팔을 이용해 바란의 얼굴에 냅다 주먹을 꽂아 넣었다.
바란의 몸은 크게 휘청거렸다.
서걱! 서걱!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번개같이 검을 움직여 그는 바포메트의 다리를 썰어 버렸다.
바포메트는 균형을 잃고 몸이 앞으로 기우뚱 넘어지려고 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그러나 다시 역시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콰앙! 콰앙!
투기를 꺼뜨리지 않은 바포메트는 낫을 버리고 두 주먹으로 바란을 후려쳤다.
“……?!”
예상치 못한 사태에 바란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엄청난 권압에 그의 갑옷이 일부 찌그러졌다.
바란은 즉각 내지르는 바포메트의 주먹을 붙들었다.
꽈아아악!!
바포메트는 자신보다 훨씬 작은 손에 가로막혔음에도 꼼짝하지 못했다.
그러자 바란이 바포메트가 아닌 건우를 노려보며 부하들에게 명했다.
“뒤에서 비겁하게 수작을 부리다니. 쳐라!”
쿠구구구구.
무덤 끝자락에 있는 병력은 약 천 마리.
등급도 3성인 데다, 무기를 잘 다루는 숙련된 죽음의 병사였다.
하지만 그들은 건우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콰앙!
왜냐하면 그보다 먼저 건우의 주먹이 바란의 얼굴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언제 장착한 건지 팔에는 트윈헤드 오우거 건틀렛이 착용되어 있었다.
쩌저저적! 빠각!
“마, 말도 안 돼!”
건우의 권압은 바포메트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바란의 투구가 권압에 의해 깨지며 일부 썩어 문드러진 맨 얼굴이 드러났다.
“아, 미안.”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건우는 깨진 투구를 다시 복원시켜 그의 얼굴을 가려 주었다.
그 모습에 바란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날 노, 농락하고 있었어?!’
사고가 얼어붙었다.
이 자는 누구지?
어떻게 이렇게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지?
생각을 하는 사이, 건우의 손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 글라체스가 쥐어졌다.
“……?!”
위협을 느낀 바란이 즉각 오러 블레이드를 내뻗었지만,
챙강! 콰직!
건우는 바스타드 소드를 분지르고 바란의 복부에 글라체스를 꽂아 넣었다.
마치 거대한 못이 땅에 박힌 것처럼 바란은 몸을 관통 당했다.
“크으윽!”
바란은 안간힘을 쓰며 글라체스를 떼어 내려고 했다.
치지지지지직!
하지만 글라체스에 실린 결계가 그의 손을 곧장 튕겨 냈다.
건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결투는 무효.”
“뭐?!”
바란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반박했다.
“급이 너무 맞지 않아. 조만간 다시 붙자고. 그때까지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 둔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웃기지 마!! 뭣들 하고 있어! 지금 당장 이놈을 죽여!”
위엄이 훼손당했다는 생각에 바란이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따라 그의 언데드 군단들이 일제히 건우에게 몰려왔다.
그 순간 건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오싹!
그것을 본 바란은 이미 정지한 자기의 심장이 다시 박동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죽은 내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 어째서…….’
그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건우는 글라체스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몸 전체가 빙정의 기운으로 용솟음쳤다.
빙결마법에 한 해 공격력을 220퍼센트 증대시켜 주는 효과 때문이었다.
건우는 그대로 스킬을 시전했다.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습니다.] [아이스 미사일을 발동했습니다.] [체인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쩌저저저저저적!
주변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언데드 군단 전체를 에워싼 얼음의 안개는 그들의 시야를 막고 몸에 성에를 일으켰다.
그러자 움직임이 아까보다 현격히 느려졌다.
동시에 허공에는 순식간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송곳이 생성됐다.
파지지직!
송곳 끝끝마다 벼락이 줄기차게 이어져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바란은 경악했다.
건우가 선보인 능력은 그의 주군인 아크리치 디아도스와 비견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죽음의 군단을 향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영원한 죽음이 뭔지 보여 주마. 쓰레기들아.”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 말과 동시에 언데드 군단은 마법에 파묻혀 사라졌다.
그가 언데드 군단을 전멸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0분 내외였다.
***
“…….”
바란은 황망하기 그지없는 시선으로 얼어붙은 땅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랑한 무패의 언데드 군단은 그저 단순한 얼음파편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글라체스에서 손을 뗀 건우는 그대로 바란을 무시하고 걸어 나갔다.
바포메트는 그런 건우를 호위하듯 앞에 섰다.
바란은 소리쳤다.
“기, 기다려! 어째서 죽이고 가지 않는 거냐! 날 죽이고 가라! 기사답게 명예롭게 죽겠다.”
건우는 잠시 발을 멈추고 바란을 바라보았다.
바란은 어떻게든 글라체스를 떼어 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건우는 딱한 시선으로 그를 반문했다.
“기사?”
“그렇다.”
씨익!
건우가 고개를 저으며 입꼬리를 빙그레 올렸다.
“넌 그냥 장난감이야.”
“네 이놈!! 지금 당장 이걸 떼어 내라. 나랑 정정당당히 붙자고!”
긍지를 철저히 짓밟힌 바란은 노기를 표했다.
그에게 건우는 조소를 그리며 말했다.
“억울하면 기다리고 있어. 날 죽일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줄게.”
애초에 바란의 요구는 들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파르르.
바란은 몸을 떨었다.
압도적인 패배.
붙잡힌 것에 대한 수모.
“으아아아아악!”
바란은 굴욕을 견디기 어려웠던지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 절규는 사령의 무덤 전체에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
이그너스의 영지.
“쯧, 이렇게까지 차이 날 줄은 몰랐네.”
퀘스트 던전을 빠져나온 건우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방심했다.
바포메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등급 차이는 쉽사리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너무 가볍게 여겼다.
저벅저벅.
건우는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바포메트를 바라보았다.
평소같이 살벌하고 위협적인 모습.
하지만 착각인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살짝 수그리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
과거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바란하고 한 번 붙어 볼 만했기 때문이다.
그때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너도 참 성질이 고약하구나.
“왜요?”
-보통 적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말하면, 죽여주기 마련이다.
“아.”
건우는 그가 바란과 겪었던 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황산벌에서 관창이 죽여 달라고 떼쓰니까 계백도 어쩔 수 없이 죽였잖냐.
“…….”
어째 예시가 참 어울리지 않게 토종적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사극을 보고 있었지.’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건우는 그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그 사람들이랑은 사연이 다르죠. 저놈들은 애, 여자 가릴 것도 없이 죽이는 이성을 가진 쓰레기들이었잖아요. 그 시체 가지고 또 언데드 군단을 만들고.”
-흐음, 비유가 적절치 못했구나.
세이비어는 반박할 걸 떠올리지 못해 말을 정정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굳이 살려 둔 이유는 부하의 자존심을 살려 주기 위함도 있죠.”
그 시선은 은연중 바포메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
바포메트는 의아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그너스의 제단이었다.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엄청난 양의 마정석을 꺼내 제단 위에 쏟아 냈다.
쏴아아아아아아.
조금씩 사둔 A급 마정석과 방금 전 사냥을 통해 얻은 마정석들이었다.
건우는 바포메트를 보며 말했다.
“제단 위로 올라가. 바포메트.”
명을 따라 바포메트는 얌전히 제단 위에 올라섰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정석들이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건우는 그 마정석들에 둘러싸여 있는 바포메트를 보고 말했다.
“등급이 오르면 4성급이 될 텐데, 그럼 그 데스나이트를 이길 수 있을까?”
그 말에 바포메트의 전신에서 묘한 투기가 끓어올랐다.
거기에는 투지 외의 감정도 섞여 있었다.
주인이 기껏 준비해 준 복수전을 허투루 만들 수 없다.
만약 패한다면 주인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바포메트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어 승리를 맹세했다.
[바포메트의 충성도가 100퍼센트에 도달했습니다.] [바포메트의 자발적인 충성도 상승으로 카리스마 스텟이 15 오릅니다.]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