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69화
바란과 바포메트가 겨룰 당시.
건우는 속내가 매우 불편했다.
내 집 아이가 어디서 맞고 오면 열불이 치솟는 법이다.
그 때문에 퀘스트마저 미룬 채 바포메트의 전력을 강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과는 호재로 작용했다.
지금 이 순간 바포메트가 진심으로 건우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다.
‘이건 예상치 못한 성과겠네.’
건우는 잠시 모호한 표정을 짓다 곧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럼 의식을 시작해 볼까.”
건우는 반지를 들어 제단의 기능을 발동시켰다.
[등급 상향 의식이 행해집니다.]우웅!
주변을 둘러싸던 마정석들이 일제히 보랏빛을 남발하며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바포메트의 몸이 빛으로 휘감겼다.
건우의 눈앞으로는 시스템창이 연달아 생성됐다.
[바포메트의 등급이 3성에서 4성으로 상승됩니다.] [바포메트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됩니다.]우웅.
그렇게 의식을 진행한 지 만 하루가 지났다.
바포메트의 몸은 처음 봤을 때와 같은 형체로 돌아와 있었다.
고오오오!!
힘의 격상으로 기세가 상승한 바포메트가 포효했다.
이그너스 영지 곳곳으로 그 포효가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저릿저릿!
건우 역시 피부로 그 기세가 와 닿는 걸 느꼈다.
-등급: ★★★★
-설명: 이그너스 관할 시련 계곡의 최종 보스.
-능력치
체력: 5000 공격력: 1750 방어력: 13200 마력: 4000
시스템 창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전성기 이상의 힘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포메트의 충성도는 감퇴되지 않았다.
-그놈 참 울음소리 한 번 우렁차구나.
“그러게요.”
씨익.
건우는 바포메트에게 걸어왔다.
주인을 내려다볼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바포메트는 다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건우는 바포메트의 가슴을 주먹을 툭 치며 말했다.
“리벤지다. 이번에 지면 나한테 맞는다.”
바포메트는 그 기대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투기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
사령의 무덤.
본래라면 이곳에는 죽음의 군대가 활기 쳐야 했다.
하지만 침공을 해 보기도 전에 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침략자로 인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지금 이곳에는 단 한 명의 패잔병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데스나이트 바란.
현재, 그는 빙창 글라체스에 박힌 채로 몸 전체가 응결돼 봉인된 상태였다.
치이이익! 탁!
그는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라체스를 떼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글라체스의 결계가 수시로 그를 튕겨 냈다.
“크아아아아악!”
콰앙!
결국 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지면을 내려쳤다.
“……죄송합니다. 디아도스님.”
바란 막강한 병력 손실에 주군, 디아도스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굴욕적인 패배다.’
그러면서도 그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 중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각인된 건우의 막강함을 떠올리니 도저히 이길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대체 어떤 존재지?’
그는 의문을 가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임무는 정복이 아니라 디아도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적을 제거하거나 경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직 임무는 끝난 것이 아니다.
‘설령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디아도스님에게만큼은.’
“뭐가 그렇게 생각이 많아?”
바로 그때, 건우가 나타났다.
“네놈!”
바란은 억지로 목을 들어 눈앞을 살폈다.
양손에 주머니를 넣은 채로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실로 얄밉기 그지없었다.
빠득.
이를 가는 바란에게 건우가 물었다.
“있잖아. 디아도스는 잘 지내고 있어?”
“……?!”
갑작스런 건우의 질문에 바란은 눈을 반짝 떴다.
‘디아도스님을 알고 있다고?!’
혼란스러운 기색으로 말없이 있자,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내 질문에 답해 주겠다고 하면 그 창을 빼주지. 그리고 너한테 손끝도 안 댈 게.”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지 바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속내는 물론 음흉했다.
‘도망가서 네놈의 소식만 전달하면, 네놈은 끝이다.’
푸욱!
건우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글라체스를 뽑았다.
“……?!”
손가락을 꿈틀거리던 바란은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건우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기습은 승산이 갖춰질 때나 하는 거지, 저런 난폭한 강적을 상대로 허튼 수작을 부리다가는 무슨 짓을 당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건우는 물론 그런 바란의 심중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렇기에 질문하는데 하등 망설임이 없었다.
“질문. 디아도스와 너희들은 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거지?”
“신의 뜻이다. 왜 따르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의심을 가져 본 적은 없다.”
‘그러시겠지.’
건우는 비아냥거리는 미소로 다음 질문을 건넸다.
“아라크네, 세피아 급의 재앙은 얼마나 더 남았지?”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질문에 대답해.”
오싹!
화륵!
그가 대답하기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자, 주변으로 수많은 화구가 맺혔다.
한순간 뜨거운 열기가 지면을 뒤덮으며 바란을 위협했다.
그 압도적인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바란이 바로 입을 열었다.
“탑에 남아 있는 사도는 세 분, 그리고 아라크네와 세피아님은 이곳에서 행방불명됐다.”
‘7성급부터는 사도라고 지칭하는구나. 말하는 걸로 보아 총 다섯 명 정도 되나 보네.’
“마지막 질문. 차이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차이트? 그게 누구지?”
‘진짜 모르는 눈치네.’
바란의 반응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점을 미루어 보아 차이트가 탑 어딘가에 봉인돼 있을 거라는 세이비어의 가설이 유력해졌다.
건우는 마법을 거둬들였다.
타앗!
기세가 사그라지자 바란은 건우를 향해 발을 박찼다.
“죽어라!”
후웅!
바란은 오러를 두른 검으로 건우의 목을 노렸다.
발치까지 거리가 좁혀졌음에도 건우는 주머니에 손을 낀 채, 별반 반응하지 않았다.
서걱!
그리고 건우의 목은 그대로 절단돼 날아갔다.
“마, 말도 안 돼?!”
하지만 바란은 기뻐하기는커녕 절망했다.
그도 그럴게 목이 날아간 건우의 신형은 일루전 마법으로 구현된 환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절단되어 날아간 것은 검을 쥐고 있는 그의 오른팔이었다.
“어, 어떻게?!”
바란은 자신을 벤 실체의 쪽을 바라보았다.
고오오오!
그곳에는 주변의 색과 동화되어 있던 바포메트와 건우가 천천히 자신의 색을 되찾으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인비저블?!’
바란은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깨달았다.
인비저블.
그것은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마법이었다.
건우는 처음부터 바란의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심문을 했던 것이다.
절로 분개가 치솟는 순간이었다.
“……기사도?”
여기서 건우는 한마디를 더 얹어 화를 북돋웠다.
“까고 있네. 개그하냐?”
조롱하는 그 웃음에 바란은 격노했다.
“이놈!!”
바란은 지면에 꽂힌 검을 왼손으로 들어 건우에게 돌진했다.
카앙!
여기서 그와 맞닥뜨린 것은 당연 바포메트였다.
바포메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바란과 대치를 이루었다.
카앙!
팔이 날아감 전력이 감퇴되기는 했으나, 기본 능력는 아직까지는 바란이 위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바포메트는 조금도 밀리지 않고 응수하고 있었다.
‘이 자식! 아까보다 훨씬 강해졌어!’
바란은 일취월장한 바포메트의 힘에 다소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놀라는 것은 지금부터였다.
희번뜩!
눈에 살광을 품은 바포메트는 낫을 버리더니 곧장 발굽을 박차 양쪽 뿔로 바란을 들이받았다.
쿠직! 콰앙!
엄청난 위력에 풀플레이트 아머 일부가 박살 나며 파편이 튀었다.
바포메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질주했다.
“크윽!”
바란은 어떻게든 그 돌격을 저지시키려고 했지만, 벗어나기에는 너무 늦었다.
우우우우웅.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바포메트의 입에서는 검붉은 마력이 불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저 마력에 닿았다가는 죽는다.
그것을 깨달은 바란이 건우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 안 돼!! 그, 그만!”
건우는 그런 그에게 싱긋 웃었다.
“난 너한테 손대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그러고는 엄지를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근데, 살아 돌아갈 수 있단 말은 안 했다.”
“네 이놈!”
콰아아아아아앙!
바란의 절규하며 원망의 탄성을 토해 냈지만, 곧 그 소리는 바포메트의 브레스에 묻혀 사라졌다.
[퀘스트, ‘디아도스의 정찰부대를 섬멸하라.’를 완수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데일라잇의 성수와 좌표석을 획득했습니다.]크르르르르.
바란과의 사투가 일어났던 현장.
그곳에서는 불길 더미 속에서 바포메트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건우가 가까이 오자 곧장 예를 갖췄다.
건우는 그런 바포메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쫘식! 아주 잘했어.”
***
던전 공략 후.
건우는 이번에 새로 받은 보상을 확인했다.
-등급: 유니크
-설명: 데일라잇 신전에서 제조된 성수
-내구도: 15/15
*무기에 인챈트 가능, 일정시간 동안 성검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언데드 몬스터가 포션에 노출시, 정화돼서 기능이 정지한다.
-등급: 유니크
-설명: 디아도스가 도래할 게이트의 위치를 표시한 좌표가 새겨져 있는 돌, 좌표는 수시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내구도: 5/5
*퀘스트 연계 아티팩트
건우는 좌표석을 손에 꽉 쥐었다.
이번 퀘스트의 가장 값진 보상은 바로 이 좌표석이었다.
좌표석은 푸른 수정으로 안에는 디아도스가 도래할 장소가 적힌 좌표가 엿보였다.
-꽤 먼 곳이구나. 아침 드라마를 보기 힘든 시간대겠어.
세이비어는 좌표의 연산을 마쳤는지 쩝 혀를 찼다.
건우 역시 연산을 마쳤는지 이맛살을 구겼다.
“……미국이네요.”
머지않아 미국에 디아도스가 강림한다.
미국은 그 명성에 걸맞은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답게 S급 헌터도 30여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디아도스가 강림하면 미국은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만 막아 낼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건우에게 한 가지 걱정되는 사안이 있었다.
미국에서 극비리에 퍼져 나가는 극약, 레이즈.
때마침 건우는 그 약물 제조자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참이었다.
과연 전생의 인연이 이렇게 두 번이나 겹칠 수 있을까?
건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우연은 아닐 거란 생각은 왜 들까요?”
-그럴 가능성이 크니까.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약물 제조자와 디아도스.
이 둘은 틀림없이 모종의 관계에 있으리라.
하지만 긴장하는 것도 잠시 건우는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춘삼이한테 준비하라고 연락해야겠네요.”
-벌써부터 그놈이 싫어하는 티를 내는 얼굴을 보고 싶구나.
이제는 춘삼의 반응이 기대되는 건지, 세이비어의 어조에도 웃음기가 깃들어 있었다.
***
같은 시각, 해질녘.
“엣취!”
오전 내내 거래처와 거래를 마친 춘삼의 이불 빨래를 널던 중 재채기를 했다.
“왠지 등에 오한이 드는데.”
춘삼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며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케이론에게 말했다.
“얌마. 좀 더 팍팍 털어! 그래야 뽀송뽀송하게 말리지. 사람 팰 때만 기운 내냐?”
빠직!
기껏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도 비아냥거리는 기색에 케이론은 있는 힘껏 이불을 털었다.
파앙! 파앙! 파앙!
한데 어째서 이불 터는 소리가 아니라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걸까?
그 엄청난 기운에 휘둘린 춘삼은 이불과 함께 날아갈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 어? 야! 그만! 멈춰!”
쫘아아아아악!
결국 이불은 찢어졌고, 춘삼은 철푸덕 바닥을 굴렀다.
“으아아악! 이 망할 크레이지 처키 자식아! 일부러 그런 거지!”
분노한 춘삼은 다시 한번 케이론에게 달려드는 어리석은 짓을 자행했다.
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완패였다.
70.